양국이 충돌한다면 언제, 어떤 양상일까?


정경운
66사단 중령

‘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는말이 있다. 남중국해에서 벌이는 미국과 중국의패권경쟁은 사나운 두 마리 맹수가 한 우리안에 있는 꼴이다. 시진핑의 말처럼 태평양은 양국을 수용할 만큼 충분히 넓은 것인가? 그리고인간과 제국의 본성을 숨기고 언제까지 인내할것인가? 역사적으로 패권전쟁의 발발은 부상하는 제국의 국력1)이 균형을 이룰 때 발생하였다. 현격한 국력의 차이는 인간과 제국의 본성을 억제하기 때문이었다. 남중국해에서의 갈등이 군사적 충돌로 발전하는 사태는 중국의 국력이 미국과 비슷해 질때까지 억제될 것이다. 인구는 중국이 10억이나 많으나 경제력은 미국이앞서는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의 GDP는 미국의 60% 수준이며 미국은 무엇보다도 기축통화인 달러, 세계 은행(WB), 국제통화기금(IMF) 등으로 세계의 금융패권을 장악하고 있다. 그러나실질구매 력(PPP)은 2015년에 중국이 미국을앞질렀다는 분석이 있다. 그리고 중국은 아시아인프라 투자은행(AIIB)의 설립, 위안화의 IMF 특별인출권2)(Special Drawing Rights) 편입 등으로 미국의 금융패권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있다.


중국이 현재와 같은 수준의 경제 성장율을 유지한다면, 5~10년에 GDP도 미국을 앞지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군사력도 미국이 앞서고있다. 특히, 해·공군력, 전략무기, 우주무기의 양과 질, 군사기술에서 몇십년을 앞서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 발행된 미국의 랜드연구소 보고서3)에 의하면 미군과 중국군이 현상태를 유지4)한다면, 5~15년에 아시아에서 미국의 군사력 우위는 빠르게 쇠퇴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만약, 미국이 통제할 수 없을 정도의 세계적인 안보위기나 경제위기가 발생한다면 그 시기는 빨라질수 있다. 앞으로 예측 가능한 시나리오는 양국이 극적인 합의를 하는 경우와 현재 상태의 갈등이 지속되다가 군사적 충돌로 발전하는 경우이다. 전자는 가능성은 매우 희박한 경우로 양국이 일정한 수준의 정치적, 군사적 합의를 도출하여 갈등을 완화하는 것이다. 남중국해서 양국의 이익이 적절하게 반영된 수준에서 중국은인공섬 건설 중단과 건설된 인공섬을 해체하고철수하고, 미국은 군사적 시위를 중단하는 것이다. 후자의 경우는 가능성이 매우 높다. ‘발톱을 감추고 몸집을 불리면서 지리한 밀어내기’가될 것이다. 중국은 지속적으로 인공섬을 확장하고 방어시설을 보강하여 실효적 지배를 공고히하는 한편, 남중국해의 해·공군력을 강화할 것이다. 분쟁 당사국과는 갈등의 수위를 조절하면서 당근을 제시하여 미국의 영향력은 약화시키는 반면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시킬 것이다.


5)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 일본, 호주, 필리핀에 대해서는 동맹의 이완을 유도할 것이다. 미군의 군사작전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군사력 사용은 회피하면서 지속적으로 방해할 것이다. 미군의 군함과 항공기가 영내로 진입하면 중국도 군함과항공기를 파견하여 미군 항로 감시, 영내에서퇴거 요구, 위협 행동 등을 할 것이다. 한편 민간소 형선박을 대량으로 동원하여 미군 군함의 작전을 방해6)할 수도 있다. 민간 선박이나 군함을동원하여 미군 함정을 밀어내거나 충돌하는 방법7)도 고려할 수 있다. 중국이 전격적으로 남중국해 방공식별구역(CADIZ)을 선포할 수 있을것이다. 물론 현재의 ‘밀어내기’가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로 발전할 수 있다. 2001년 4월 하이난(海南)섬 인근 상공을 정찰하던 미 해군 EP-3기와 중국 전투기가 공중 충돌한 사례8)가 있다. 의도적이든 그렇지 않든 이러한 사소한 군사적 충돌이 확대될 수 있으나 충돌의 범위는 매우 제한적일 것이다. 중국의 의도적인 군사적 충돌은두 가지로 구분하여 예측해볼 수 있다. 미국과직접적인 충돌을 회피한 채 분쟁 당사국과 주변의 동맹국에 대한 군사력 사용이다. 펠레폰네소스 전쟁때도 상대의 동맹국부터 공격했었다. 미국은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미국의 의지를 시험받게 될 것이다. 중국은 결정적인 이익에 관해서는 분쟁 당사국인 베트남9) 및 필리핀10)에 대한 물리력 및 군사력 사용을 회피하지 않을 것이다.(대만은 같은 민족이고, 말레이시아는 원거리로 상충되는 이익이 비교적 적고, 브루나이는 도서 미점령국이다.) 다음은 일본을 고려할수 있다. 일본은 남중국해 문제에 관하여 직접적인 당사국 은 아니지만 센카쿠(尖閣)열도(중국명: 釣魚島/댜오위다오) 영유권을 두고 분쟁중이고, 호주, 베트남, 필리핀과 협조11)하여 중국을 견제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센카쿠(尖閣)열도 일대에서 일본에 대한 제한적인 군사력 사용도 매우 신중할 것이다. 미국과 직접적인 충돌야기, 일본과 해·공군의 군사기술 차이,충돌이후 패배시 국내문제로의 비화 등을 염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이 일본과 해·공군의 군사기술이 대등해지거나 국력이 미국과 대등해지는 시기부터는 센카쿠(尖閣)열도 일대에서 제한적인 군사력 사용에 대한 유혹을 느낄수 있을 것이다. 미국에 대한 의도적인 군사적충돌은 중국의 경제력, 군사력이 미국을 능가할때나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대비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이 우리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이 2013년 11월에 선포한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CADIZ)에 이어도가 포함되어 있다. 이에 우리도 이어도가 포함된 새로운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하였다. 그리고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THAAD)의 한국내 배치문제에 관해서도 중국은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않고 있다.

미국과 군사동맹을 맺고 있으나, 경제와 북한 문제는 ‘중국 의 볼모상태’인 우리로서는 심각한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지난 10월 16일 한·미정상회담 직후 오바마 대통령은 박근혜 대통령과 갖은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국제적인 규범과 규칙을 지키지 않으려 할 때, 우리 미국이 말하는 것처럼 한국도 중국에게 말을 해달라.”라고 하였다.

이것은 남중국해 문제에 관하여 미국의 입장을 지지해줄 것을 요청한 것
이다. 한편 11월 4일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제3차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ADMM-Plus)에서 한민구 국방장관은 “대한민국 정부는 남중국해에서 항행, 상공 비행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
는 입장이다.”라고 남중국해 문제에 관하여 언급하였다. 현재 우리로서는 중립적인 입장에서 원론적인 수준의 입장표명이 적절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이 더욱 격화되고 남중국해 문제가 심각한 위기로 발전한다면 양자택일을 강요받을 수 있다. 그래서우리는 지금부터 남중국해의 상황을 면밀하게주시하면서 스스로 생존방안을 준비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그것은 그들이 ‘감내하기 어려운 한방’을 준비하는 것이다. 핵무기를 보유할 수 없는 우리로서는 ‘해군과 원자력 잠수함
에 집중 투자’가 그 해답일 수 있다. 국제사회는 법이나 협약이 아니라 ‘힘이 정의’라는 엄연한 사실을 깊이 명심하고, 현자(賢者)였던페리클레스(Perikles)12)가 자국 민에게 한 연설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