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영제
전 육군참모차장

애국심교육은 초·중·고등학교에서 이루어져야 하나 우리나라에서는 입시위주의 교육, 빗나간 역사교육 등으로 제대로 된 애국심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은지가 수십 년 되다 보니 오늘날 안중근과 같은 애국지사를 찾아보기 힘들어 온 국민들이 답답해 하고, 통탄하고 있다. 우연히 민족사관(史觀)고등학교(이후 민사고)를 졸업한 사람들은 민족정신과 애국심이 투철하다고 들었다.
민사고의 애국심 배양교육을 직접 피부로 느끼기 위해서 강원도 횡성에 위치한 민족사관고등학교를 지난 10월에 한국군사문제연구원의 연구원들과 함께 방문했다.

민사고 본관 복도 벽에는‘자랑스런 민사인’(동아일보, 2011.11.21)이라는 신문기사 내용을 보드판을 만들어 소개하고 있었다. 그 내용은‘연평도 포격 사건 소식을 듣고 미국에 유학중인 민사고 출신 쌍둥이 형제 정도혁(코넬대), 재현(시카고대) 이병은“우리가 미국에서 유학 생활을 잘 할 수 있도록 누군가가 대신 나라를 지켰다. 이번에는 우리 차례다.”라며 해병대에 자원입대하여 최전방인‘말도’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것은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민족혼과 애국심의 발로를 보여준 것으로 높이 평가되고 있다. 이러한 내용을 보면서 민사고가 어떠한 학교인지, 어떻게 교육을 시키고 있는지 알아보았다.

애국조회를 통해 애국심을 심어주었다
1996년에 개교한 민사고(최명재 이사장)는 영국의 대표적 명문고인 ‘이튼스쿨(Eaton School)’을 벤치마킹하여 민족 혼(魂)을 살리고 미래의 조국을 이끌어 갈 훌륭한 지도자를 양성할 목적으로 ‘개인적으로 부(富)를 축적하려 하지 말고 소질과 적성에 맞춰 공부해 민족과 세계를 위해 헌신하는 인물이 되어라.’는 이념에 따라 설립되었다.
민족정신이 깃든 학교를 세우고자 건물에는 기와를 얹히고 곳곳을 ‘태극기’로 장식했다. 충무공 이순신과 다산 정약용의 동상을 세워 학생들에게 정신적 표상을 삼도록 했다.
세계에서 주목 받는 뛰어난 학문적 성과로 노벨상을 받을 미래의 민사고인을 위해 ‘노벨상 좌대(座臺)’ 15개를 학교 진입로에 나란히 설치해뒀다.
학생들과 교사들은 한옥 건물에서 한복을 교복으로 입고, 우리의 가락과 악기를 배우고(남학생은 ’대금‘을, 여학생은 ‘가야금’을 필수로 배움), 국궁 태권도 등 전통문무를 연마하면서 선조의 얼과 문화의 정수를 체득할 수 있도록 하는 민족교육을 통해 학생들 스스로가 조국과 민족의 구성원임을 자각하고 문화적 정체성을 확립해 민족문화와 세계 문화 창조에 이바지 할 수 있는 내적 동기를 키워가고 있었다.

또한 민사고의 학생들은 한 학기에 250여개과목 중 선택해서 받는 수업, 교사연구실에서의 수업, 개인연구프로젝트, 무학년 무계열 통합수업, 토론 및 독서교육의 생활화, 동아리 활동활성화와 해외 진학 등을 시행하고 있다.
점차 퇴색 되어가고 있는 민족혼과 애국심은 민사고에서는 어떻게 함양되고 있는가.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있겠으나, 애국조회가 중요한 요인으로 인식되었다.

매주 1회 1시간씩 진행되는 애국조회는 전교 남녀 학생(3개 학년 총 450여 명)전원이 한복 정장을 착용하고 기본적인 의식행사와 정신교육을 실시하고 국민의례를 한다.
‘조국과 국기’에 대한 경례, 애국가 4절까지 제창,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 교장훈시, 학생스피치, 교가 제창 등을 한다. 특별한 것은 ‘교훈’과 ‘영어상용(常用)의 목적’을 전교생이 제창한다는 것이다.
참고로 교훈은 ‘민주 주체성 교육으로 내일의 밝은 조국을, 출세하기 위한 공부를 하지 말고 학문을 위한 공부를 하자. 출세를 위한 진로를 택하지 말고 소질과 적성에 맞는 진로를 택하자. 이것이 나의 진정한 행복이고 내일의 밝은 조국이다.’
영어 상용의 목적은 ‘영어는 앞서간 선진 문명 문화를 한국화하여 받아들여 한국을 최선진국으로 올리기 위한 수단이며, 그 자체는 결코 학문의 목적이 아니다.’는 것으로 미국을 넘지 못하면 일류국가가 될 수 없다. 미국을 넘기 위해 영어가 상용화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애국조회 결과 이 학교를 거쳐 간 졸업생들은 ‘남들에게 부끄러운 행동을 하지 않고, 민족정신과 애국심을 갖더라.’고 민사고 교사들은 말하고 있었다.
민사고에서 시행되고 있는 애국심 교육을 우리나라의 각급교육기관, 특히 군(軍)의 각 군 사관학교와 각급제대 교육기관에서 애국조회 등을 벤치마킹한다면 실질적인 애국심 함양에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

오직 불타는 애국심만이 나라를 지킨다
우리나라 고등교육은 대체로 대도시 주변에서 입시위주, 학원위주 교육으로 사(私)교육이 학부모들에게 많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민사고의 경우 도시에서 떨어져있는 교육환경과 입시위주의 교육을 탈피하고 과외 수업 없이 선진국과 국내의 우수한 대학에 진학시키고 있어서 성공적으로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이러한 인재양성학교가 우리나라에 10여 개 이상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져봤다. 그렇게 하기위해 기업체에서 대한민국의 백년대계를 위해 민사고와 같은 학교를 지원하는 풍토가 조성되고 실천하는 기업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해본다.

아놀드 토인비(Arnold Toynbee)는 국가 패망의 원인으로 독재를 할 경우, 국민다수가 애국심이 없을 때이며, 사회가 분열되어 서로 다툴 때라고 했다.
대한제국의 멸망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먼저 국가안위에 대한 의지와 대비 자체가 결여되어 있었고, 오로지 권력 쟁취에만 혈안이 되어 있을 뿐 아니라 지도층의 부정, 부패와 부조리가 극심하여 국가는 파탄지경에 이르렀다.

국가를 지키겠다는 애국심은 찾아 볼 수 없었고, 지도자와 국민은 하나가 되지 못하고 ‘편 논리’에 빠져 자기편의 이익만 챙겼고 국가 안위는 남의 일이었으니 국가는 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국가의 패망원인이 외부의 침공보다 내부의 분열과 갈등의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결과였다.
나라를 잃고 뒤 늦게 서야 후회하고 일본의 식민 통치하에서 3·1 독립운동을 계기로 상해 임시정부를 세웠으나 국제적으로 인정받진 못했다. 그러다가 세계2차 대전 중인 1943년 12월 이집트 카이로 회담에서 한국의 독립을 최초로 언급한 선언에서 ‘한국인의 노예상태에 유의하여 적절한 과정(in due cource)를 거쳐 자유 통일 독립 국가를 세운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모든 국민들은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그렇게 나라를 세우고 공산 침략을 막아내며 오늘의 한국을 이룩했다.
오늘날 우리나라는 갖가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따라서 모든 면에서 국가와 정부를 불신하고 분열하여 싸울게 아니라 국가와 정부를 신뢰하고 애국심을 가지고 한 마음이 되어 나라를 지키는데 온 노력을 기울여야한다. 국가가 없으면 나도 없다. 노예처럼 살아야한다.



국민이 어리석으면 국가는 사라진다. 애국심이 없이 나라를 지탱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안팎으로 국가 존망의 위기를 맞고 있다. 애국심을 갖도록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사회내부 분열로부터 단결된 모습을 보일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