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성우
한미연합사 대령


‘괌 포위 사격’, ‘지금까지 세계가 목격하지 못한 화염과 분노’. 한미동맹과 북한사이에 위협과긴장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지금 북한은 꿈꾸고있다. 핵과 ICBM 보유를 인정받고자한다. 그것들의 위협을 전제로 미국과의 협상을 원한다. 그결과로 핵보유국의 지위와 경제제재 해제, 미국과의 관계 개선으로 나가기를 염원하고 있다. 그들이 꿈꾸는 그 길은 어떤 길이 될 것인가?

북한이 걸어가리라 여겨지는 두 갈래 길이 여기에 있다. 첫 번째는 파키스탄의 핵 보유 과정이다. 다른 하나는 협상력을 갖추기 위해 이집트가일으킨 4차 중동전쟁이다. 과연 북한은 가는 길 끝에서 어떠한 운명과 맞닥트리게 될 것인가?

파키스탄의 핵 개발
북한이 핵 개발의 모델로 삼았다고 믿어지는 파키스탄의 핵 보유과정을 과연 따라 갈수있을 것인가?

인도는 영국으로부터 독립되기 이전인 1945년 TATA 연구소 설립을 시작으로 핵개발을 추진했다. 1964년 8월 중국의 첫 핵실험으로 큰 자극을 받았다. 마침내 인도는 1974년 5월 19일 아침 8시 5분, 라자스탄 사막에서 지하 핵실험을 실시하고 핵보유를 선언하였다. 인도의 핵보유에 대해 세계는 비교적 온건하였는데, 이는 중국에 대한 견제의 필요성에서 비롯되었다.

파키스탄은 1955년 최초의 핵에너지 연구소 설립하였으며 본격적으로 핵개발을 추진한 것은 1960년부터였다. 인도의 핵 실험 후 부토대통령은 “인도가 가지고 있다면 파키스탄도 가져야 한다. 왜냐하면 핵무기에 대응할 재래식 무기는 없기 때문이다.”고 역설하고 핵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1977년 군사 쿠데타로 부토를 축출한 하크(Ziaul Haq) 장군 역시 핵무기 개발을 계속하였다. 1979년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은 파키스탄에 호기를 제공하였다. 소련군에 맞선 반군을 지원할 기지를 미국에게 제공하고 32억 달러의 군사적·경제적 원조와 핵무기 개발에 대한 간섭을 제거하였다. 파키스탄은 마침내 1989년에 핵무기 보유를 공식 발표하였다.

파키스탄은 핵 보유를 통해 미국과의 협상 상대로 인정받았다. 인도와의 전면전 가능성은 제거되었지만, 파키스탄의 시아첸(Siachen) 빙하지역 공격(1987), 카르길(Kargil) 지역 공격(1999. 5.) 등 국지적 분쟁, 2001년 인도 의회 테러사건과 같이 저강도 분쟁은 핵무기 사용 위협과 결합되어 지속적으로 안보질서를 위협하고 있다. 핵이 갖는 위협성은 분쟁가능성을 완전히 제거하지는 못했다. 또한 양국간 분쟁 시에도 선제 사용을 선언한 파키스탄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미국, 영국 등은 노력해왔다. 핵 사용가능성과 알카에다에 의한 탈취가능성 등으로 파키스탄은 미국에 대해 막대한 협상력을 갖게 되었다. 또한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 수행간 기지 및 통로 사용 등 파키스탄과의 관계를 유지를 통해 그들의 핵에 대해 통제력을 유지하였다.

북한은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인가?
북한의 핵과 ICBM 보유 인정여부를 두고 대립과 위협, 협상을 위한 탐색과정이 장기간 이어질 것이다.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전쟁시 파키스탄은 미국에게 반군세력 지원기지를 제공하며 관계를 유지하여 핵을 보유할 수 있었다. 테러와의 전쟁 시에는 미국은 파키스탄으로부터 알카에다 제거를 위한 군사기지를 제공받고, 핵의 안정적 관리 필요성으로 파키스탄에게 안정과 통제력을 보장해주었다. 그로써 파키스탄의 핵은 미국의 통제 가능범위 내에 있다고 보인다. 그러나 북한이 핵을 보유하게 되더라도 미국과의 관계 개선으로 이어져 상호이익을 보장해줄 관계로 발전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북의 위협에 굴복하여 보유를 인정하는 행태일 뿐이다. 역사상 미국은 어떠한 악의 세력과 협상으로 이익을 보장해준 적이 없다. 더욱이 통제 불가능한 핵을 인정해줄 수는 없을 것이다.

 한반도의 시간은 어디로 흘러갈 것인가? 북한이 핵 보유를 인정받는데 소요되는 시간과 강력한 제재에 의해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데 걸리는 시간. 시간의 싸움을 유리하게 돌리기 위해서는 제재의 완전성이 변수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 8월 5일 북한의 주력 수출품인 석탄을 비롯해 철·철광석 등 주요 광물과 수산물의 수출을 전면 금지하고 북한의 신규 해외 노동자 송출도 차단하는 대북 제재결의 2371호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제 남은 제재 단계는 원유공급 중단과 해상봉쇄일 것이다.

제재가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 중국의 참여가 중요하다. 미국은 중국과의 협상에 좀 더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미국은 중국의 완전한 제재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협상 수단이 많다. 그런 수단을 위해 기회비용으로 지불할 용의가 있는가에 달려있다. 중국의 체면을 살려주면서 완전한 제재 참여를 이끌 협상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한반도의 시간을 제자리로 돌려놓고, 중국에게도 북한을 성가시지 않은 이웃으로 되돌려 놓을 수 있을 것이다.

이집트의 제한전쟁
북한은 현재 핵과 ICBM 보유를 인정받지 못한 상태에서 동결상태인 한반도 외교를 유동상태로 바꾸기 위해 제한전쟁을 생각할 수도 있다.

 1970년 9월 28일 자말 나세르 이집트 대통령이 심장병으로 급사하고, 부통령이었던 안와르 엘 사다트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조용한 2인자였던 그가 이스라엘을 상대로 전쟁(4차 중동전쟁, 1973년)을 일으키리라고는 아무도 생각지 못했다.

 이집트는 오랜 대 이스라엘 임전태세와 수에즈 운하 폐쇄로 인해 경제적 파산직전 상황에 이르렀다. 아랍국가들 사이에서 구심점 역할을 해온 이집트에 대해 아랍 국가들의 지지는 어느 때보다 높았다. 앞선 3차 중동전쟁(6일전쟁, 1967년)의 피해자인 이집트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도 컸다. 이들 지지와 관심이 식기 전에 가시적 행동을 취해야 한다는 부담이 이집트에게는 있었다. 반면, 소련의 영향력 아래에 있던 이집트의 요구를 미국은 받아주지 않았다. 사다트는 이집트의 주동적인 움직임이 없는 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이스라엘과의 제한전쟁이었다. 그것은 협상을 가능케 하는 수단이었다.

 이집트군은 이스라엘군의 정보력, 저지력을 무력화하는 기도비닉·기만, 국지적 공중 우세 달성, 보병의 대전차전투 승리, 신속한 도하작전 등으로 수에즈 운하를 넘어 교두보선을 확보하였다. 잃었던 시나이반도 전면탈환이 아니라 수에즈 운하 동쪽 연안 확보만으로도 미국이 중동문제 해결에 본격적으로 달려들게 만들 수 있었다. 미국의 중재로 이스라엘과의 평화협상이 이뤄지고 잃었던 시나이 반도를 돌려받았다. 이스라엘과의 적대정책도 종식할 수 있었다. 그리고 소련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친미정책으로 전환하여 안정을 도모할 수 있었다.
북한은 또 다른 협상수단으로 제한전쟁을 선택할 것인가?
국제사회의 제재로 인해 경제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핵 보유 인정은 불확실하다. 북한이 순순히 핵과 ICBM을 협상무대에 올려놓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은 동결상태인 현 상황을 유동상태로 전환하기 위해 핵과 ICBM의 위협을 전제하며, 제한전쟁을 시도할 수도 있다. 개전 후 조기에 UN 및 국제사회의 개입을 촉구하여 제재를 벗어나고 대립관계를 해소할 새로운 협정을 맺고자할 것이다.

 하지만 제한전쟁이 유동성을 가져다주리라는 그들의 바람과는 달리 북한정권의 종말을 가져올 것이다. 한반도에는 시나이 반도와 같이 제한전쟁을 치를 전략적 종심이 가용하지 않다. 전략적 중심을 종심에 남겨둔 채 국경의 언저리에서만 전쟁을 치룰 수가 없다. 따라서 전쟁을 일단 시작하면 곧 막대한 상호 피해와 손실을 초래할 것이다. 연쇄확장으로 인해 중간에 멈춰 서서 협상하기란 불가능하다. 미국과 중국의 물리적 개입이 이뤄지면 이해관계가 얽혀 협상은 좀처럼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또한 북한은 군과 정치가 일치된 전체주의 국가다. 협상을 위한 정치리더십과 전쟁을 수행하는 군이 분리되지 않는다. 북한정권은 전쟁을 시작하고 수행한 그 주체이기에 평화추구의 이미지를 주지 못하기 때문에 외교적 협상 주체로서 인정될 수 없다.

 사다트는 제한전쟁에 동의하는 군인들로 인사를 단행한 후 군에 대한 작전목적 등 기본방침은 명시하였지만, 구체적인 실행에 대해서는 군부에 완전히 일임하여 간섭하지 않았다. 철저히 군사적 합리성에 기초한 군사작전 수행을 보장하고, 자신은 이를 바탕으로 한 외교협상에 집중할 수 있었다. 사다트가 지닌 미국과의 협상, 중동의 평화에 대한 염원을 미국과 이스라엘은 읽을 수 있었다.

 반면 2차 세계대전시 독일의 전쟁 종결과정은 다르다. 히틀러는 초기 프랑스 전역 승리이후에 영국과 협상에 실패했다. 이후 양면전쟁으로 위험에 처한 독일이 연합국과의 협상을 시도했지만, 전쟁 종결 시까지 어떠한 외교적 성과를 얻지 못했다. 히틀러의 제 3제국은 화해와 협력에 대한 이미지를 전혀 갖지 않은 전쟁수행주체였다. 군사적 성과를 외교적 협상으로 연결시킬 주체와 능력이 없었던 것이다. 북한 역시 어떠한 외교적 협상력을 갖지 못한 전범 주체가될 것이다. 한반도에서의 제한전쟁 시도는 곧 전면전으로의 확대와 북한정권 붕괴로 치달을수밖에 없다. 북한은 자신들이 직면한 지정학적, 정치 및 군사적 한계성을 직시해야한다.

북한의 이판사판식 도발에 대응할 기제
북한은 장기간의 대립과 제재의 터널에서 벗어나려고 시도했지만 자신들이 원하는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그들이 정권 생존에 위협을 느꼈을 때 이판사판식 재래식 또는 제한적핵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핵개발을 추진하던 부토 파키스탄 대통령이’77년 7월 군사 구데타에 의해 축출되었다. 교수형을 앞두었던 부토 자신은 핵개발 탓으로미국의 힘에 의해 죽음에 이르렀다고 믿었다.

뒤를 이어 핵개발을 추진하였던 하키 수상 역시 공교롭게도 항공기 충돌사고로 ’88년에 사망하였다. 북한은 외부의 인위적인 정권교체노력이 제대로 먹혀들기 어려운 완전한 통제사회이다. 하지만 북한정권이 전쟁으로 치달을 때 파멸의 위협을 느끼는 개인과 조직들이생겨날 수 있다. 이들을 조직하고 확대하여 내부분열을 적극적으로 조장해 나가야 한다.

한미연합을 대상으로 핵 및 ICBM 능력 보유를 가장하여 국지적 도발을 감행함으로써 국면전환을 위한 협상기회로 삼으려 할 수 있다.

 북한의 도발에 대한 물리적 대응기제의 대비태세를 적정하게 유지하여야 한다. 여하한 도발에 대해서도 주저함이 없이 응징이 이뤄져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북한은 핵 및 ICBM 보유를 기정사실화하여 도발 위협의 수위를 점차적으로 높여 나갈 것이다. 원하는 바를 위해그들은 더욱 집요해질 것이다. 전면전으로의 확전에 대한 부담감을 북한도 가지고 있다. 이런 북한의 도발에 대한 응징은 시의성, 적정성을 유지하면서 철저하고 단호해야 한다.

막다른 골목으로 치닫는 북한
북한이 두 갈래 길인 파키스탄이나 이집트의여정 중에 어느 하나로 나아가더라도 결코 그들이 원하는 대로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럴만한위치에 잊지 못하며, 그러한 위치로 인정받거나간주되지도 않을 것이다. 북한은 자신이 한미동맹에게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스스로를 막다른 골목으로 치닫게 하는 현실의딜레마를 직시해야 한다.

“길은 길로 이어져 끝이 없지만, 북한이 향하는 길은 막다른 길이다! 그 끝을 그들은 끝내 확인하고자 하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