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은 2022년 9월 현재도 여전히 진행형이며 예상과 달리 장기전이 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하여 우크라이나 전쟁의 성격과 러시 아의 전략적 의도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 고 있다. ○○여대 김성진 교수는 우크라이나 전 쟁의 성격을 러시아의 특수 군사작전과 제한전, 지정학적 경쟁과 대리전, 문명 갈등과 정체성 갈 등으로 정리하였다. 특히 그는 러시아의 전략적 의도를 대유라시아 중심국가로서의 러시아 정체 성과 연계하여 설명하고 있다. 러시아에 있어 우 크라이나는 러시아 고대사의 한 부분을 구성하 고 있을 뿐 아니라 대유라시아주의의 핵심적인 지리 공간이기도 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크라 이나의 NATO 가입은 러시아에 있어 지정학적 위협이라기보다는 정체성에 대한 위협으로 작용 했다는 것이다.

윤평중 전 ○○대 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실체를 푸틴이 오랫동안 가꾸어온 대유라시아 주의를 현실에 옮기려는 행보의 시작이라고 설 명하고 있다. 대유라시아주의에 의하면 러시아 는 서로마와 동로마를 계승한 제3의 로마이고 러시아 정교는 그 영혼이다. 따라서 모스크바는 모든 동방정교와 세계 문명의 수도가 되어야 한 다는 인식이다. 우크라이나의 서방 편입은 바로 이러한 대유라시아주의에 반하는 현상이므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시작했다고 설명 하고 있다. 덴마크 왕립방위대학의 괴츠(Elias G tz)와 스 톤(J rgen Staun)은 러시아의 침공 의도를 전략 문화의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다. 그들은 러시아 의 전략문화 속성 중에서 뿌리 깊게 인식되어 진 서구에 대한 취약성과 강대국의 지위에 대한 특 권의식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게 했다고 주장하 고 있다. 여기에서 러시아의 특권의식은 유라시 아 국가들에 대한 전방위적 영향력의 행사를 의 미하며 이는 대유라시아주의라는 러시아의 정체 성과 관련이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이와 같은 연구들은 대유라시아주의라는 러시아의 정체성이 국가안 보와 관련한 의사결정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 음을 시사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행위의 주체 인 국가는 고유의 국가 정체성을 갖는다. 국가 정체성이란 개인이 정치 공동체에 소속되어 있 다고 느끼는 소속감, 정체성이며 공동체의 구성 원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정서적 애착의 감정이 다. 국가 정체성은 국가의 경험과 역사로부터 형 성되는 문화적 산물이며 정체성이 훼손되거나 부정되게 되면 자기방어 기재가 작동한다. 다시 말해 문화적 산물이 국가안보와 관련한 의사결 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이처럼 한 국가가 당면한 안보 상황과 관련해 정책적 판단, 특히 군사력의 사용과 관련된 판단을 내리는 데 영향 을 미치는 해당 국가 고유의 문화적 요소를 전략 문화라고 한다.

전략문화라는 표현을 처음 사용한 학자는 스나이더(Jack L. Snyder)이다. 그는 1970년 대 후반 미국의 제한 핵 사용 전략에 대해 소 련군이 어떻게 반응할지에 관한 연구에서 핵 전략과 관련된 일반적인 신념, 태도, 행동 패 턴들은 문화적 차원에 해당하는 요소로서 쉽 게 변화하지 않고 지속성을 갖는다고 주장했 다. 스나이더는 이러한 전략문화의 틀을 이용 하여 선제공격과 공세적 군사력 사용을 선호 하는 소련군의 경향은 러시아 역사에서 나타 나는 안보 불안과 권위주의적 통치로부터 비 롯되었다고 설명하였다. 이렇게 태동한 전략 문화이론은 1990년대 냉전이 종식된 이후 국 제정치에서 구성주의 이론이 등장하면서 문화 적 해석의 유용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면 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전략문화는 국제정치에서 국가의 행태를 설명 할 수 있는 하나의 이론이다. 국제정치이론이 국 제관계에서 국가의 모든 행태를 충분히 설명할 수 없듯이 전략문화이론도 모든 설명력을 가질 수는 없다. 현실주의적 국제정치 이론의 관점에 서는 국가들은 당면한 국제정치 구조와 합리성 에 기초하여 유사한 맥락의 행태를 보여야 한다. 하지만 전략문화의 관점에서는 국가별로 고유 한 문화적 배경이 작용하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국가들의 전략적 선택이 달라진다는 설명이다. ○○대학교 박창희 교수는 이와 같은 국제정치 학과 전략문화연구의 차이를 <표>와 같이 제시 하고 있다. 전략문화이론이 현실적 적용에 있어 몇 가 지의 한계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 관계에서 국가의 행태를 설명하는 데 있어 흥 미로운 분야임이 틀림없다. 현실주의 국제정 치이론은 강대국들의 패권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으나 전략문화이론은 모든 국가의 국가이익 이 정의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양한 국가의 전략문화가 전략적 행 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알아보는 것은 전략문화의 유용성을 확인하는 데 중요한 과 정이다. 또한 한국의 전략문화를 이해하는 것 은 지기(知己)의 차원에서 더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