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희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
정치학박사
호국칼럼리스트

-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제2비행대대

6·25전쟁당시 UN 및 우리 공군이 평양대폭격(1952.8.29), 승호리 철교폭파(1952.1.15) 등의 맹활약을 펼친 결과 북한의 무력 침략을 물리칠 수 있었다. 즉 UN 및 우리 공군의 제공권 장악이 없었더라면 전쟁의 양상은 크게 달라졌을 수도 있었을 만큼 공군력의 활약이 컸다고 할 수 있다. 이와같이 UN공군의 일원으로 이역만리에서 참가한 남아프리카 공화국 제2비행대대가 2개월만에 1,000회 출격 등 눈부신 활약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도 그 활약상이 잘 알려져 있지않다. 따라서 남아프리카 공화국 제2비행대대의 6·25참전과 눈부신 활약상, 참전의 의의순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유엔은 6·25전쟁을 북한이 기습남침한 불법전쟁으로 만장일치로 결의하였다. 유엔은 북한으로부터 기습공격을 당한 대한민국을 구하기 위해 군사원조를 해야한다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그러자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유엔의 지원결의에 지지하는 성명(1950.7.1)을 발표하고 군사지원 방안을 모색하였다.
40일간의 긴 항해 끝에 6·25전쟁에 참전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아프리카 최남단에 위치, 거리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전투부대를 파견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음을 호소하여 간접적인 지원방법을 모색한 끝에 전쟁무기와 장비는 지원받는 조건으로 전투비행대의 파견을 결정하였다.(당초 신규부대를 창설하여 파견하기로 방침을 정하여 신규공모를 통해 보내고자 하였으나 현역은 물론 예비역, 민간인들이 지원이 쇄도하자 크게 당황한 남아공은 공군 제2전투비행대대를 파견하기로 방침을 변경하였다.) 남아공은 유엔참전국중 유일하게 공군부대만 참전하였다. 206명으로 편성된 남아공 제2전투비행대대는 1950년 9월 26일 더반항을 출발하여 40일간의 긴 항해 끝에 11월 6일 일본 요코하마에 도착하여 미 공군으로부터 F-51(무스탕) 16대를 넘겨받아 6·25전쟁이 발발한지 5개월 만에 참전하자마자 한국기지에서 근접항공지원 차단 폭격작전에 참가하였다.

2개월 1,000회 출격의 눈부신 활약상
남아공 비행대는 뒤늦게 6·25 전쟁에 참전하였으나 항공전사에 길이남을 전공을 많이 세웠다. 특히 한국군이 1950년 9월 28일 서울을 탈환하여 10월 26일 압록강까지 이르자 60여만명의 중공군이 인해전술에 의해 물밀듯이 밀려 내려왔다.
그러자 UN 공군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집중적인 포격을 가했다. 이때 남아공 제2비행대대도 1950년 12월 20일 무려 20회 출격, 수안 - 사리원지역을 폭격하여 중공군의 침입을 저지한 것은 물론 건물 57동, 트럭15대 철도 1곳을 파괴하는 전과를 올렸다.
1951년 1월초 중공군의 인해전술에 의해 밀려나고 있던 UN군의 지상군이 평택 – 원주 - 삼척선에서 재반격을 개시하자 유엔공군도 이를 지원하기 위해 북한지역에 산재한 철교, 육교, 터널, 철도조차장 등을 폭격하는 차단작전을 개시하였다. 이 차단 작전에 참가한 제2비행대대는 1951년 1월 19일 중부전선에 출격하여 교량을 비롯한 병력집결지 보급소등 172개의 목표에 집중적으로 폭격하였다.
유엔군이 재반격작전을 개시하면서 공군측에 근접항공지원 요청이 쇄도하여 비행대의 출격횟수도 급격히 증가되었다. 즉 제2항공대대는 1951년 2월 12일부터 2개월동안 무려 1,000회를 출격하였고, 특히 3월 1일에는 1일에 36회를 출격함으로서 미 제18전폭비행단 예하부대 중 최다횟수를 기록하였다.
또한 공산군의 MIG 15기 4대와 참전한 이후 처음으로 조우하였으나 남아공 편대기들의 일사불란한 행동에 위축된 MIG기가 직접 전투를 회피함으로써 무산되었다. 유엔공군은 공산측의 휴전조건 수락을 강요하고 적의 전력증강을 저지하기 위해 북한내 군수시설과 교통요지에 대한 폭격작전을 계획하자 제2비행대대는 1951년 8월 19일부터 선천- 사리원 일대로 출격하여 적의 집중적인 대공포하를 뚫고 철로폭격 임무를 수행하였다.

F-86 초음속 제트기로 평양대폭격 참여
공산군 측의 MIG기가 등장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프로펠러식인 F-51무스탕기는 한국의 험준한 지형에서 제트기보다 효과적인 전폭기였다. 그러나 중공군의 참전으로 MIG기가 등장하고 북한의 대공화력이 강화되자 유엔공군은 1952년 중반부터 무스탕기의 한계를 인식하고 기종변경을 검토하였다. 한편, 제2비행대대도 10월말 한국을 방문한 남아공 국방장관에게 제트기로 기종을 교체할 것을 강력히 건의하여 승인을 받았다. 그래서 12월 27일 마지막 출격을 마친 무스탕기를 진해 기지에 서 반납하였다.

F-86 제트기로 재무장한 남아공 대대는 1953년 3월 11일 압록강 남쪽으로 진출하여 공중정찰을 실시한 것을 시작으로 4월말까지 MIG기의 방해를 받지않고 초계임무를 수행하였다. 유엔공군은 1952년 6월과 8월에 2차례에 걸쳐 평양을 폭격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평양방송을 통하여 허위사실을 날조하자 1953년 5월 1일 평양을 대대적으로 다시 폭격을 감행할 때 남아공 제2비행대대도 폭격작전에 참가하였다.

7월 중순 유엔군이 공산군의 7월 공세를 격퇴하자 유엔군사령관은 휴전이 발효되기 전에 북한내 모든 비행장을 파괴할 것을 명령하였다. 이에 유엔공군은 7월 18일부터 10일동안 북한의 의주, 평양, 사리원, 원산, 회령, 함흥비행장 등을 폭격하였고 남아공 제2비행대대도 이 작전에 참가하여 7월 18일 신의주비행장의 6대의 재래식 항공기를 파괴하는 전공을 세웠다. 휴전이 임박하여서는 제2비행대대는 하루에 41회의 출격기록을 수립하기도 하였다. 7월 27일 밤 출격임무를 끝으로 대대의 항공작전은 종결되었다. 휴전협정이 조인되자 남아공 제2전투비행대대는 만일에 있을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하기위해 비상대기하면서 교육훈련에 주력하다가 9월 7일부터 수차례에 걸쳐 항공기를 미공군에 반납하고 10월 29일 오산비행장을 떠남으로서 항공작전은 일단락되었다.

남아공 제2비행대의 참전의 의의
남아공 제2비행대대의 참전을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6·25전쟁이 북한의 소행에 의해 불법으로 자행된 것을 국제사회가 인식하고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을 돕기위해서 전세계가 발벗고 나서 힘을 모았음을 알 수 있다. 우리는 무엇보다 6·25전쟁시 참전했던 남아공 제2비행대대 요원들의 투혼에 존경의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남아공 제2비행대대 장병들은 자신의 나라를 지키기 위한 전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무려 40일간의 항해를 통해 6·25전쟁에 참전하였기에 심신이 매우 지친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F-86 전투기를 타고 북한군을 무찌르는데 기여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남아공 제2비행대는 기대밖의 큰성과를 거두었음을 주지해야 하겠다. 2개월동안 1,000회의 출격과 1일 최대 41쇼티를 출격했는데, 이것은 6·25 공군전사에 길이남을 대기록이라 할 것이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제2비행대의 전과를 종합해보면 6·25 전쟁에 최종 826명이 참전하여 탱크 44대, 교량 152개소, 고사포 진지 147개소 등을 완파 및 반파하는 전공을 세웠고 35명이 전사하는 손실을 입었다. 대한민국 국방부는 이들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서 1975월 9월 29일 경기도 평택시 용이동에 남아프리카 공화국 참전기념비를 세워 참전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하고 전사한 영혼들의 넋을 기리고 있다. 중앙비문에는 “자유와 국가간의 친선은 남아공국의 높은 이상이요 자랑스러운 유산이다.“라고 적혀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