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병천
(예)육군대령, 리더십박사
전 나사렛대학교 부총장
한국전략리더십연구원 원장

운이 따르는 사람이 있다

마흐메트2세의 콘스탄티노플 함락
장필택기복후자(將必擇其福厚者) ― 『손자(孫子) 죽간』

독일 월드컵, 뜨거운 열전이었다. 아직도 붉은 악마의 함성이 귀에 쟁쟁하고 경기장면들이 눈에 아른거린다. 우리 태극 전사들, 정말잘 싸웠다. 아쉽게도 16강에 들지 못했지만,월드컵 경기를 끝내고 인천공항에 도착한 아드보카트 감독은 이런 말을 했다. “한국 축구는 국제경험을 더 쌓아야 한다.” 그리고 이 한마디도 잊지 않았다. “월드컵처럼 큰 대회에서는 운도 따라야 한다.” 운이 따라야 한다? 그렇다. 운이 어느 정도 따라줘야 경기에서 이길 수있다. 전쟁에서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요소들이 승패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전쟁에서는 전략 못지않게 운이 중요하다.

1453년 5월 29일은 동로마제국의 수도인 콘스탄티노플이 오스만터키의 발아래 무너진 날이다. 콘스탄티노플은 삼각형 모양에 3중의성벽으로 이루어진 도시였다. 특히 삼각형의두 변에 해당되는 부분이 마르마라 바다와 황금 곶에 접해 있고, 육지 쪽의 한 변은 테오도시우스라 불리는 거대한 성벽으로 둘러싸여있어 난공불락의 요새였다. 콘스탄티노플은그 덕분에 1,000년 동안 외침을 허용하지 않은고도로 명성이 자자했다. 바로 이곳을 오스만터키의 군주인 27세의 마흐메트 2세가 노리고있었다. 그는 이 도시를 점령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다 동원했다.

특히 거대한 성벽을 무너뜨리기 위해 대포를 특수제작하기까지 했다. 몬스터라고 불린이 대포는 얼마나 큰가하면 길이가 8m로 한문을 수레에 싣고 끄는데 100마리의 소가 필요했으며 200명의 병사가 흔들리는 수레 양쪽을받쳐 주었다고 한다. 마흐메트 2세는 2, 30문의 몬스터를 동원해 콘스탄티노플 성벽을 공격했다. 하지만 그런 무지막지한 공격에도 콘스탄티노플은 굳건히 버텼다.

육지에서의 정면 공격으로는 점령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마흐메트는 다른 방법을 찾아냈다. 그것은 도시 뒤편의 바다에서 성을 공격하
는 것이었다. 그런데 성의 뒤편으로 통하는 황금 곶 입구에는 마흐메트와 중립 협정을 맺은제네바의 도시 갈라타가 있었다.

그래서 그곳을 이용할 수 없었다. 더구나 그입구 바다 속에는 쇠사슬이 가로막고 있었다.황금 곶 입구를 이용하지 못하게 된 마흐메트는 기상천외한 생각을 하게 된다. 바로 72척의배를 통나무 위로 굴러 올려 산을 넘어 바다에띄운 것이다. 그것도 단 하루 밤 사이에 말이다.

콘스탄티노플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졸지에 육지와 바다 양 방향에서 포위를 당했기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은 결코 호락호락하지않았다. 15만 명의 오스만터키 군대를 맞아8,000명의 콘스탄티노플 병사들은 한 발도 물러서지 않고 성을 지켜냈다.

마흐메트는 왕의 친위대까지 투입하는 총공세를 펼쳤지만 3중벽 가운데 마지막 내벽을 넘지 못했다. 마흐메트도 지치기 시작했다. 병사들도 점차 전의를 상실해 갔다. 그런데 이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두 번째 벽과 내벽 사이의공간을 왔다 갔다 하던 오스만터키 병사가 우연히 성안으로 통하는 아주 작은 문을 발견한것이다.

‘케르카포르타’라고 불렸던 이 문은 성의 대문들이 잠겨 있을 경우 보행자들이 드나들 수있도록 만든 것이다. 그런데 그 문이 누군가의실수로 잠기지 않은 채 열려 있었던 것이다. 그문을 통해 오스만터키 병사들은 성안으로 살며시 들어갔다. 그리고는 동로마제국 병사들의 뒤에서 큰소리로 이렇게 외쳤다. “도시가 함락되었다.” 이 짧은 소리는 그 동안 어떤 공격에도잘 버텨왔던 동로마제국 병사들의 저항 의지를한 순간에 꺾어 놓았다. 그렇게 해서 1,000년 고도 콘스탄티노플은 무너지고 말았다. 아주 우연한 순간에 결정적인 틈새를 발견했던 마흐메트는 운이 좋았던 군주라 할 수 있다.

1972년 중국 산동성에서 발굴된 손자병법 죽간에 보면 이런 재미있는 말이 나온다. “장수를 택할 때는 반드시 복이 많은 사람을 택해야 한다.”(將必擇其福厚者) 장수에는 지장, 덕장, 용장 등 여러 가지 유형들이 있다. 이 가운데서 가장 좋은 장수는 복이 있는 장수, 즉 복장(福將)이라는 것이다. 전쟁은 불확실하고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기가 막히게 잘 짜인 전략도 어느 한 순간 엉뚱한 방향으로 빠지는가 하면 반드시 가능할것이라고 예측했던 것도 전혀 불가능한 방향으로 바뀔 수 있다. 그러므로 이런 불확실하고불안한 전쟁 상황에서는 다른 어떤 장수보다복 있는 장수, 즉 복장 또는 운장(運將)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전사를 연구하다 보면 확실히 운이 좋은 사람들을 발견할 수 있다. 그들은이기기 어려운 여건 하에 있더라도 승리하는경우가 종종 있다.

반면 운이 따르지 않는 사람들은 아무리 좋은 무기를 갖고 있더라도 지는 경우가 많다. 확실히 승리를 달성함에 운이 중요했다. 그래서 구독일군대나 일본군대에서는 중요한 임무를맡길 때 그 사람이 평소에 얼마나 운이 따랐는가를 보는 경향이 있었다. 얼마 전에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조상의 생명을 살렸다는 ‘총탄 박힌 성경’이 인터넷 경매 사이트에 매물로나왔다.

‘총탄 박힌 성경’을 내놓은 사람은 뉴질랜드크라이스트처치에 살고 있는 켈리 해리스였다. 그의 고조부는 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는데 전투 도중 기도를 한 후 성경을 접었는데 그순간 총탄이 성경에 박혔고 목숨을 건졌다고해리스는 밝혔다. 총탄이 박힌 성경을 유품으로 보관하고 있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하지만 해리스의 고조부는 총탄이 성경에 박힌이틀 후인 1916년 프랑스에서 전투 중 숨지고말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고조부에게 운은 어떻게 작용한 것인가?


將必擇其福厚者
장 필 택 기 복 후 자
장수를 택할 때는 반드시 복이 많은
사람을 택해야 한다.

송남용의 『행복하려면 삶의 패턴을 바꿔라』 에 보면 운에 대해 아주 흥미 있는 연구보고서가 소개되어 있다. 심리학자 와이즈먼은 운에대해 오랫동안 연구를 했다. 그 후 그는 심리학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여 런던 대학교에서 심리학을 공부했고 에딘버러 대학교에서 심리학박사학위를 받았다.

하트퍼드셔 대학교에서는 연구팀을 만들어인간 심리를 더욱 깊이 연구했다. 그러던 중 와이즈먼은 운이 좋아 꿈을 이루게 되었다는 사람들과 운이 좋지 않아 하는 일마다 꼬이게 되었다는 사람들의 말을 듣고 과연 행운이라는것이 존재하는 것일까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는 남다르게 운이 좋았다고 하는 사람들과 운이 나빴다고 하는 사람들 수백 명을 대상으로 여러 해 동안 실험 혹은 인터뷰를 통해 행운의 실체가 무엇인지 8년 동안 연구했다. 그리고 그 결과를 발표했다. 결과는 한 마디로
‘태어날 때부터 행운아인 사람은 없다.’였다.

대신에 행운이 따른다고 하는 사람들에게는그렇지 않다고 여기는 사람들과는 달리 네 가지 삶의 기본 방식이 있음을 발견했다. 그 기본적인 삶의 방식이 무의식적으로 행운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네 가지 삶의 기본 방식중의하나는 ‘미래를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이다.

행운이 따른다고 하는 사람들은 미래에 대해 낙관주의적인 관점을 가지는데 반해 행운이 뒤따르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비관적인 관점을 가지더라는 것이다. 미래를낙관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어려운 일이 닥치더라도 곧 성공이 다가올 것을 확신하기 때문에 쉽게 좌절하지 않고, 결국 행운을 차지하게 되지만 비관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들은 어려운 일이 닥치면 실패할게 빤하다고 생각하여 노력을 기울이지도 않고 쉽게 포기해 버리기 때문에 결국 실패하게 된다는 것이다. 와이즈먼 박사는 스스로를 운이 없다고 생각하는 한 남성을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저는 더 이상 노력할 필요를 느끼지 못합니다. 보나마나 취직이 안 될게 빤하니까요. 설사 취직이 된다 해도 또 일이 이상하게 꼬일 게확실하니까요. 이젠 포기했어요. 예전에는 매주 신문을 뒤적이면서 혹 괜찮은 자리가 있는지 알아보았지만 이젠 그럴 필요도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연준혁과 한상복이 지은 『보이지 않는 차이』는 운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를잘 말하고 있다. 이 책에 의하면, 대체로 운이있는 사람들을 분석해 볼 때, 그냥 가만히 앉아서 운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아니라 부지런히움직이고 뭔가를 열심히 시도했던 사람들에게운이 따라왔다는 말을 하고 있다.

운이 좋은 사람들은 다양한 가능성에 마음의 문을 열어두고 새로운 것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이루는 ‘성취’에 대해서 이런 공식을 제시하고 있다. 성취=타고 난 것 + 노력 + 운(인연과 우연). 이 공식을 가만히 보면, 우리가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노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비록 타고난 것이 부족하고, 운이 적다할지라도 열심히노력을 하면 성취를 이룰 수 있다는 말이다.

행운은 스스로 운이 좋다고
믿을 때 찾아온다.
將 必 擇 其
장수 장 반드시 필 가릴 택 그 기
福 厚 者
복 복 두터울 후 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