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삼열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원

대한민국 국군은 일본의 침략에 맞선 항일 의병과 독립군의 국권수호정신과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광복군의 독립정신을 계승했다. 1907년 군대가 강제로 해산되자 대한제국의 국민들과 군대는 민족의 생존권 수호를 위해 항일 의병운동과 독립전쟁을 대대적으로 실시했다. 일제의 식민지 통치에 항거하여 의병과 독립군이 어떻게 항일운동을 실시했는지 재조명해본다.
시대적 배경
19세기 말 대한제국은 서구열강의 대외개방을 받아들이지 않고 철저한 쇄국정책으로 일관하다 결국 근대화와 국방력 강화에 실패했다. 그 결과 한반도는 청일전쟁과 러일전쟁 등 주변 열강의 전쟁터로 전락했다. 일본을 이런 혼란스런 상황을 이용해 한반도 식민지 정책을 치밀하게 추진했다.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은 1905년 을사늑약을, 1907년에 한일신협약을 각각 체결하여 외교권과 주권마저 박탈했다. 일본은 1907년 8월 1일 대한제국의 군대를 강제로 해산시킨 후 1910년 8월 29일 한일합병을 통해 대한제국을 식민지로 만들었다.
군대해산과 전국적으로 확대된 의병운동
강제로 해산당한 대한제국의 군인들은 군인의 명예를 잃은 것에 참담함과 분노를 느꼈다. 대한제국 시위대의 제1연대 제1대대장으로 있던 박승환 참령은 그 울분을 참지 못하고 “군인으로서 나라를 지키지 못하고 신하로서 충성을 다하지 못했으니 만 번 죽어도 애석할 것이 없다”라는 유서를 남기고 권총으로 자결했다. 대대장의 자결 소식을 접한 시위대는 병사들까지 무장봉기에 호응했다. 대대 병영과 남대문 일대에서 이른바 ‘남대문 전투’라는 시가전을 펼치며 3시간 동안 일본군과 치열한 전투를 실시했으나 탄약이 떨어지면서 전력의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종료되었다. 일본군 제13사단 예하 4개 중대가 동원되었으며 이들은 남대문 누상에 기관총 2정을 거치해놓고 시위대를 공격했다. 이 전투에서 시위대는 일본군 30여 명 사살했으나 68명이 전사하고 100여 명이 부상자가 발생했다.
1907년 헤이그 특사사건을 빌미로 광무황제가 퇴위 당하고 군대가 해산되자 항일 의병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되었다. 원주진위대는 민긍호 특무정교를 중심으로 전부대원이 의병이 되어 항전했으며, 강화진위대의 유명규·지홍윤·하정도 등이 집단적으로 항전에 합류했다. 의병부대는 호남 지방에서부터 경기지역과 함경지역을 망라했다. 경기 북부지역에서 활동 중이던 허위는 1907년 11월 전국에 흩어진 의병부대를 규합하여 경기도 가평일대의 이인영과 함께 의병 통합군단인 ‘13도창의대’를 결성했다.
의병부대의 한성진공작전과 국내진공작전
13도창의대는 1907년 12월 사령부격인 13도차의대진소를 창설한 후 ‘한성진격작전’을 준비했다. 한성진격작전에 참여한 의병부대는 48진 1만 명에 달했으며 이인영을 총대장으로, 허위를 군사장으로 추대했다. 일본군의 기습공격으로 13도창의대의 한성진공작전은 실패로 끝이 났지만 전국 13도 각지에 전개되던 의병세력을 하나로 통합하는 성과를 냈으며, 조직화된 독립전쟁의 성격을 지닌 의거로 평가되고 있다.
1908년 7월 연해주 지역으로 망명해 근거지를 구축한 한인의병부대는 13도창의대의 결성에 영향을 받아 국내 진공작전을 대규모로 전개했다. 특히 연해주 연추지역의 3,000여 명의 한인의병들이 1908년 7월 국내진공작전을 시도했다. 이들은 육로와 해로로 구분해 진격했으며, 육로의 의병부대는 일본군을 기습 공격하여 상당한 피해를 입혔지만 월등한 무기체계로 무장한 일본군을 상대하기는 역부족이었다. 국내진공작전은 비록 실패했지만 국내외 한인 의병들의 사기를 높이고 전국에 산재한 의병을 세력화하는데 기여했다.
안중근 장군의 이토오 히로부미 사살
도처의 뜻있는 애국지사들도 일제의 침략에항거하여 일어났다. 안중근 장군은 국내진공작전이 여의치 않자 연해주 의병부대의 재건에 힘쓰며 새로운 항일투쟁을 모색했다. 그는 1909년 1월 연해주에서 김기룡, 박규삼 등 12명의 애국지사와 함께 ‘동지단지회’와 단지동맹을 결성하고 3년 이내에 우리민족의 원수인 이토오 히로부미와 이완용 등을 척살하기로 결의했다. 1909년 10월 26일 안중근은 하얼빈 역에서 러시아 의장대를 사열하던 이토오를 3발의 총탄으로 사살하고 ‘대한민국 만세’를 외친 후 체포되었다. 안중군 장군은 1910년 3월 26일 처형되는 순간까지 ‘의병 참모중장’의 자격으로 일본의 불법침략행위를 지적하며 항거했다.
안중근 장군의 약지 없는 손바닥 낙관이 찍힌 ‘위국헌신 군인본분’(爲國獻身 軍人本分)의 휘호는 우리민족의 강열한 독립의지와 참군인의 기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상징물이 되었다.
임시정부 수립으로 본격화된 항일 독립투쟁
이후 의병들은 1909년부터 점진적으로 독립군으로 전환되기 시작했고, 1919년 3·1운동을 기점으로 독립군에 가담하여 항일독립전쟁에 참전하게 되었다. 1919년 4월 11일, 중국 상해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임시정부’를 수립하면서 독립운동은 새로운 전기를 맞이했다. 임시정부는 체계적인 독립투쟁을 위해 조직적인 군사편제를 갖추고 군사 활동의 기초가 되는 제반 규정을 정비했다. 국내의 의병전쟁이 해외로 확산되면서 해외에도 독립군기지를 건설하고 국내 의병지도자들과 협조 하에 독립군을 양성했다.
해외에 설립된 독립군 기지는 군사력 양성뿐만 아니라 독립전쟁을 지원하는 역할까지 수행했다. 항일독립운동의 요람인 ‘신흥무관학교’는 1911년 6월 10일 창설되었다. 신흥무관학교는 우당 이회영이 전 재산을 헌신하여 설립한 것으로 독립투사를 양성하기 위해 일반과목과 함께 민족정신 교육과 군사훈련도 병행했다. 중국과 일본의 탄압으로 1920년 폐교되기 까지 약 2,000여 명의 독립군을 배출해 초기 독립운동에 커다란 기여를 했으며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의 모델이 되었다. 이후 세워진 독립군 기지는 신흥무관학교의 전통을 살려 독립군 간부를 양성했다.
독립군 청사에 길이 빛날 봉오동 전투와 청산리 대첩
신흥무관학교에서 배출한 항일무장독립투사들은 봉오동전투와 청산리 대첩 등에 참여해 진가를 발휘했다. 1920년 6월 7일 의병장 홍범도 장군이 지휘하는 독립군은 중국 지린성 왕칭현 봉오동 일대에서 일본군 제19사단의 월강추격대를 유인한 후 기습 공격하여 대승했다. 독립군은 4명이 전사했지만 157명의 일본군을 사살했다. 우리 민족의 독립의지를 만천하에 천명하고 만주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한국인들의 사기를 올리는 계기가 되었다.
1920년 10월 21~26일까지 김좌진 장군이 이끄는 북로군정서부대와 홍범도 장군의 연합부대, 이범석장군의 북로군정서 연성대 등으로 구성된 연합독립군은 중국 허룽현 청산리 일대에서 10여 차례의 일본군과의 접전에서 값진 승리를 거두었다. 독립군은 화력의 절대적인 열세에도 불구하고 강인한 정신력과 지형의 이점 등을 활용해 일본군 3,000여 명을 사살했다. 항일정신으로 무장한 독립군은 일본군과의 전투에서 일본군을 연속으로 대파하며 청사에 길이 남을 혁혁한 전과를 거두었다.
독립군의 위기와 재편


1920년 독립군의 공격으로 상당한 피해를 입은 일본군은 곧바로 보복작전으로 대응했다. 일본 토벌대는 1920년 10월부터 12월까지 만주지역의 독립군의 근거지로 판단되는 지역은 무자비하게 공격했으며 ‘경신참변’으로 불린다. 비무장 상태의 한인촌 부락을 급습하여 남녀노소를 구분하지 않고 잔인하게 학살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한인 3,469명이 희생되고 170명이 체포되었으며, 독립군은 근거지를 잃고 타 지역으로 옮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러시아로 북정한 독립군은 3개 대대 3,500명 규모의 단일화된 ‘대한독립군단’을 편성했다. 그러나 독립운동의 주도권을 놓고 고려혁명군과 갈등하던 독립군은 1921년 6월 28일에 발생한 ‘자유시 참변’으로 인해 대규모 피해를 입고 세력이 위축되었다.
이후 여러 항일 독립단체가 결성되기도 했으며 복잡한 이해관계로 어려움이 많았다. 1930년대에는 한국독립군, 조선혁명군, 조선의용대 등이 설립되어 중국항일군과 연합하여 항일전투를 전개하며 그 맥을 이어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