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삼열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원

대한민국임시정부는 일제의 강압과 내부 문제 등으로 인해 어려움이 많았지만 수차례에 걸친 조직 개편과 난국 돌파를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윤봉길 의거 직후 임시정부는 일제의 탄압으로 상해를 떠나 길고긴 장정(長程)에 올랐다.
임시정부는 전쟁을 할 수 있는 군대를 갖추고자 초급간부 뿐만 아니라 조종사 등을 양성하고, 한인애국단과 한국독립군 등을 결성해 항일 무장투쟁을 전개해 나갔다. 악조건 하에서 임시정부가 어떻게 독립운동을 전개했는지 정리했다.
조직 개편과 난국 돌파 위한 노력
1919년 설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는 초기에는 국내외 독립운동 조직들과 원활한 관계를 유지하며 왕성한 활동을 펼쳤지만 1920년대 중반에 리더십의 문제로 인해 많은 어려움에 직면했다. 특히 이승만과 이동휘의 갈등은 임시정부의 운영에 큰 타격을 주었다. 여기에 일제의 강압정책과 국내의 지원 연결망 차단으로 인해 임시정부가 필요한 자금운영과 인원 보충에 많은 제약으로 독립군 조직이 크게 위축되었다.
상해임시정부는 조직 개편을 통해 돌파구를 찾고자 했다. 1923년 1월부터 상해에서 개최된 국민대표회의에서는 전 세계의 한국독립운동을 펼치던 조직의 대표 130여 명이 참석하여 5개월간 임시정부의 방향과 한국 독립운동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장기간 논의했으나 성과가 없었다. 1925년 초대 임시대통령 이승만 탄핵 이후, 1926년 박은식이 제2대 임시대통령으로 추대되어 국무령제(내각책임제)를 채택했으나 내각구성에는 실패했다. 오히려 미주지역의 한인들이 이승만 지지계열과 반이승만 세력으로 갈려 임시정부와의 관계만 복잡해졌다. 1930년 7월 한국독립당은 민본(民本) 정치의 실현, 노본(勞本) 경제의 조직, 그리고 인본(人本) 문화의 건설이라는 ‘삼본주의’를 내세워 창당되었다. 한국독립당은 집단지도체제를 갖추고 3차 헌법 개정과 함께 임시의정원의 권한을 강화했다.
한편 노선상의 갈등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임시정부는 장차 독립전쟁에 필요한 전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산물이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비행사양성소’(KAC: Korean Aviation Corp) 설립이다. 한인비행학교 설립 및 조종사 양성은 임시정부의 군대창설을 위한 노력과 미주 한인의 적극적인 협조와 열망으로 결실을 맺은 것이다.
당시 임시정부 군무부 군무총장인 노백린과 캘리포니아주 위로우하우스에서 쌀 농장을 하던 김종림이 설립의 주인공이었다. 1920년 3월개교한 ‘비행사양성소’는 활주로와 비행기 3대로 출발해 한인 조종사를 배출했다. 중국 공군에서 활약하던 최용덕이 합류한 후 광복군은 이영무, 정재변 등 조종사 5명과 정비사 6명을 배출했으며, 향후 비행대 창설의 발판이 되었다.
한국독립군의 항일투쟁
1931년 11월 한국독립당 군사위원장인 이청천(일명 지청천)을 중심으로 ‘한국독립군’을 창설하고 항일투쟁을 전개했다. 한국독립군은 북만주 중동철도 일대에 26개 군구를 설치하고 1932년부터는 중국항일군과 연합하여 항일 전투를 전개하며 많은 성과를 올렸다.
‘쌍성보전투’에서 한중연합군은 9월과 11월에 두 차례나 일본군을 물리치고 쌍성보를 점령했다. 1차 전투에서 일본군 2,000여 명을 생포했고, 2차 전투에서 일본군 1개 중대를 섬멸하는 전과를 올렸다. 하지만 폭격기 엄호를 받으며 반격하는 일본군에게 다시 쌍성보를 넘겨주었다.
1933년 6월 ‘대전자령 전투’에서는 한중연합군이 일본군 수송부대를 매복 공격해 2개 대대병력을 섬멸했다. 전투결과 군복 3,000벌, 마차 200여 대, 박격포 10문과 총기 1,500정 등을 노획했다. 그러나 전리품을 분배하는 과정에서 불화가 생겨 연합이 깨지고 중국항일군의 배신으로 독립군 수뇌부가 체포되고 무장해제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한인애국단의 의열투쟁
임시정부는 1931년 일제의 만주침략이 본격화되자 의열투쟁을 본격화하기 위해 ‘한인애국단(韓人愛國團)’을 결성했다. 백범 김구는 엄항섭을 통해 미주지경 한인들에게 계속 편지를 보냈고, 그의 정성과 열정에 감동 받은 많은 인사들이 지원하기 시작했다. 시카고·하와이·샌프란시스코·멕시코·쿠바 등에서 상당액의 의연금을 보내왔다. 미주지역의 한인들이 보내온 자금은 한인애국단 결성뿐만 아니라 운영에 있어서도 결정적인 힘이 되었다.
한인애국단 운영에 전권을 부여받은 김구는 약 80여 명의 조직원을 중심으로 특무공장을 수행했다. 임시정부가 의열투쟁에 집중한 이유는 독자적인 군대를 편성하거나 독립적인 부대를 통제할 여력도 없었기 때문이다. 의열투쟁은 소수 인원으로 효과를 극대할 수 있는 투쟁방법이었다.

1932년 1월 8일 한인애국단 이봉창은 도쿄에서 일본 육군 시관병식을 마치고 복귀하는 히로히토 왕에게 폭탄을 투척했다. 비록 폭탄으로 왕을 죽이지 못했지만 이 사건으로 일제는 큰 충격을 받았다.
거사 3일 전에 한인애국단에 입단한 윤봉길은 1932년 4월 29일 상해 홍커우(虹口) 공원에서 일왕 탄생일 기념식장에 채소장수로 변장해 들어갔다. 기회를 엿보던 윤봉길은 갑작스런 폭우로 인해 혼잡한 틈을 이용해 단상을 향해 도시락 폭탄을 던졌다. 일본 거류민 단장이 즉사했고 상해 파견군 사령관은 중상을 입고 사망했다. 장교 수명과 상해 총영사가 중상을 입었다.
장정의 길에 들어선 임시정부
윤봉길의 거사 이후 일제가 즉각 보복적인 검거를 강행하자 김구를 비롯한 임시정부 각료들은 상해를 떠나야만 했다. 항저우와 진강을 거쳐, 장사, 광주, 유주, 기강 그리고 마지막 중경에 이르기까지 8년 동안 고난의 행군이 이어졌다. 임시정부는 일본군의 추적을 피해 떠돌아 다녀야 했고 정부 운영자체가 어려워지면서 독립운동의 구심점 역할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한편 의열투쟁을 지켜본 세계는 한국인의 역량에 감탄하며 독립운동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당시 일본은 한·중 양 국민을 이간시키려고 만주사변(Manchurian Incident)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1931년 9월18일 일본군은 봉천 선양(瀋陽) 부근 남만철도 일부를 의도적으로 폭파한 후 이를 중국군의 소행이라 주장했다. 일본은 그 책임을 묻겠다며 중국 길림성을 공격한 후 봉천성까지 1주일 만에 점령해 버렸다. 그리고 1932년 3월 1일에는 만주국을 선포하여 그 일대를 통치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한국인의 의열투쟁은 만주사변과 상해침략으로 높아진 중국인의 항일의식을 촉발시켜 한중협력을 이끈 효과도 컸다. 윤봉길의 거사 이후 한인에 대한 불신이 해소되었고 한·중 항일연대의 발판이 되었다.
초급간부 양성과 군관학교
1933년 김구는 한인애국단의 활약에 힘입어 장제스(蔣介石)과 회담을 가졌다. 그는 암살, 파괴 등 의열단의 특무공작보다는 전쟁에 대비한 체계적인 군관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장제스는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존재를 인정하고 초급장교 양성을 지원할 것을 약속했다. 중국 중앙육군군관학교 분교를 뤄양(洛陽)에 설치해 한인군관양성소로 삼도록 배려했다. 일명 ‘낙양군관학교’에 한인 청년을 위한 특별반을 만든 것이다. 임시정부는 북만주에서 활약 중인 한국독립군 지도부인 이청천, 이범석을 교관으로 초빙하여 군사훈련을 시켰다. 이곳에서 훈련 받은 군사간부들이 바로 ‘중국중앙육군군관학교 낙양분교 제2총대제4대대 육군군관훈련반 제17대’였다.
또한 김구는 중국 난징(南京)군관학교에도 한인애국단원 등을 입학시켜 ‘한인특무독립군’을 양성해 나갔다. 비록 의열투쟁의 한계는 있었지만 중국정부의 협력 하에 한인 군관양성이라는 큰 성과를 이루어 낸 것이다.
김원봉은 장정시기에 초기 초급장교 양성에 많은 성과를 냈다. 황포군관학교를 졸업한 그는 중국국민당정부의 인맥을 활용해 의열단을 조직하고 남경 주변에 세 차례에 걸쳐 ‘조선혁명군사정치간부학교’를 설치해 초급간부를 양성했다. 의열단은 한인청년들을 모집해 성자군관학교를 비롯한 중국의 여러 군관학교에 파견해 초급간부의 수를 늘여갔다.
장정시기 임시정부와 독립운동 세력통합
장정시기 임시정부는 주변 독립운동 세력을 통합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임시정부 주변에는 여러 개의 정당조직과 독립운동 세력이 있었으나 임시정부와 일정 거리를 두었다. 김구가 일본의 집요한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전전하는 동안 임시정부와 한국독립당과도 관계가 멀어지면서 의열단 중심으로 독립운동이 전개되었다.
1937년 중일전쟁은 또 관내지역 독립운동계의 변화를 가져왔다. 김구는 우파세력의 독립운동 세력을 통합하기 위해 1937년 8월 한국국민당을 중심으로 연합체를 구성해 한국광복운동단체연합회, 곧 광복진선(光復陣線)을 결성했다. 한편 의열단 단장인 김원봉은 민족혁명당을 중심으로 조선혁명자연맹과 조선민족해방동맹을 묶어 1938년 2월 조선민족전선연맹, 곧 민족전선(民族戰線)을 조직했다. 이어 10월 10일 ‘조선의용대’를 결성하여 본격적인 항일 무장투쟁을 전개했다.
임시정부는 1937년 12월 장사로 이동한 후 군사조직을 강화하고자 했다. 1939년에 유주(柳州)에서 탄생한 ‘한국광복진선청년공작대’가 그 산물이다. 이어서 임시정부는 기강(綦江)에 도착한 뒤 ‘군사특여단’을 조직하여 서안으로 파견했다. 이들이 차후 한국광복군이 창설되는 기초가 되었다.
요컨대 장정시기 임시정부는 일본의 강압정책과 독립세력 간의 갈등 등 최악의 여건 하에서도 독립운동을 전개할 수밖에 없었다. 1937년 중일전쟁 발발 직후에는 광복진선과 민족전선이라는 두 개의 연합체제가 형성된 가운데 임시정부는 국내외 독립운동 세력을 통합하기 위해 배가의 노력을 기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