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균
한국방송작가협회 회원
현재 국군방송 라디오 작가

어린이들 세계에서는 또래보다 나이가 어리거나 몸이 아픈 약자를 경기와 놀이에끼워주기 위한 ‘깍두기’라는 배려의문화가 있다. 이에 국방, 군사, 정치, 경제 등의 분야에서 비전문가인 필자가 일종의 ‘깍두기’ 신분으로 다양한 이슈에 대한 소견을 국민들의 눈높이에서 피력해 보려 한다.


현재 세계 각국은 자국의 이해관계를 따지면서 ‘쇄국 정책’에 준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그래서 조선시대 말, 흥선대원군이 고수한 ‘쇄국 정책’을 ‘비판의 시각’이 아닌 ‘이해의 시각’으로바라보는 학자도 있다. 현대 사회에서도 ‘통상요구’라는 말에서 긴장감이 느껴지는데, 150여년 전에는 어땠을까. 당시 서양 열강들의 ‘통상요구’는 잔인하고, 난폭할 정도로 폭력적이었다. ‘통상 요구’라기 보다는 ‘통상 협박’이나 다름없었다. 더군다나 당시 제국주의 열강은 ‘우수한 백인이 미개한 지역에 문명을 전달해 주는것은 당연하다’는 ‘백인 우월주의’와 ‘사회 진화론’을 내세워서 강대국이 약소국을 지배하는 것을 합리화했다.

국내 사정도 혼란스러웠다. 그때 조선은 60여년간 이어진 세도 정치로 집권층이 부패해서 왕권이 약화되고, 백성들의 삶은 피폐해진 상황이었다. 그렇게 안과 밖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위기의식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흥선대원군은 쇄국정책을 선택했다. 그는 ‘서양 오랑캐가 침범했을 때 싸우지 않는 것은 화친하는 것이오, 화친을 주장하는 것은 나라를 파는 것이다’라는 글귀를 새긴 척화비를 전국 각지에 세울 정도로강력한 쇄국 정책을 폈다. 그 쇄국 정책이 당대는 물론, 지금까지도 ‘급변하는 세계정세에 주체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런 비판을 받을 만도 한 게 쇄국 정책으로조선은 국제적으로 고립됐고, 서구 열강들의 더거센 침략을 받았다.

예나 지금이나 ‘국제적 고립’은 국가를 위태롭게 만든다. 특히, 현대 사회에서 ‘국제적 고립’은 자멸이나 다름없다. 국토가 넓고, 인구가 많고, 자원이 풍부한 나라라도 국제적으로 고립이되면, 혈관이 막히는 것처럼 비상 상황이 생길수밖에 없다. 하물며 사람도 외톨이가 되면 정신적으로 피폐해져서 정상적인 생활을 못하게되는데, 나라는 어떨까.

그동안 북한은 국제적으로 고립돼서 극심한어려움을 겪었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로 국제사회를 위협하고,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켜서 국제 사회의 대북 지원액은 계속 줄었다. 북한에인도주의 식량을 제공하려는 국가들 역시 점차줄어들고 있다. 그러다보니 북한 주민들은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 그나마 다행히 장마당이활성화돼서 ‘고난의 행군’으로 불리는 ‘대기근’때처럼 아사자들이 속출하지는 않고 있지만, 만약 중국과 러시아가 지원이나 교역을 완전히 중단해 버린다면, 그때와 같은 대참사가 또 일어나지 않을까. 이런 상황인데도 김정은은 민생을외면한 채 핵과 미사일에만 집착하고 있다.

비록, 흥선대원군이 ‘시대착오적인 쇄국주의자’라고 하더라도 집권 초기에는 정치 질서를재정비하는데 주력했고, 특정 당파에 치우치지않은 채 인재들을 고루 등용해서 국정을 안정시켰다. 특히, 양반에게도 납세 의무를 부과하는‘호포제’를 도입하는 한편, 민생을 안정시키는정책을 펴서 백성들에게 대대적으로 환영을 받았다. 하지만 김정은에게는 ‘민생’이 없고, ‘체제유지’만 있다. 흥선대원군과 김정은이 ‘국제적고립’이라는 공통점은 있지만, 통치 이념이나철학은 전혀 다르다.
최근 김정은의 무모한 도발 위협으로 한반도에 전운이 감돌면서 ‘8월 위기설’이 나돌았다.

그 무렵 외신에서는 ‘전쟁 위험이 고조되고 있지만, 정작 한국인들은 의아할 정도로 평온하다’라고 보도하면서 사태의 심각성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그 정도로 우리 국민들은 불안해하면서 ‘사재기’를 하거나 해외로 출국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차분하게 일상생활을 했다.

그 모습이 ‘침착함’이라면 다행이지만, 전쟁에둔감한 ‘안보 불감증’이라면, 김정은에게는 무척 반가운 소식이자 호재가 아닐까.

우리 국민들 중에는 지금도 반일 감정을 갖고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만약 김정은이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게 만든다면, 이 나라를식민 통치한 일제 못지않은 악한 존재가 되지않을까. 한반도에서 전쟁이 또 다시 일어난다면, 가장 큰 이익을 얻는 국가는 과연 어느 나라일까? 김정은이 전쟁을 일으킬 경우, 어떤 결과가 생길지 과연 그는 모르고 있을까? 지난 1989년, 고르바초프 옛 소련 공산당 서기장은 호네커 동독 공산당 서기장에게 개혁을 촉구하면서“늦게 오는 자는 인생의 벌을 받는다.”라고 말했다. 김정은은 대체 ‘인생의 벌’을 얼마나 크게받으려고, 국제 사회와 북한 주민들이 바라는개혁에 냉담한 걸까. 그저 김정은이 한반도에서전쟁을 일으킨 죄로 ‘인생의 벌’을 받는 일만은없길 바랄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