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재난위기 상황에서 군의 역할



이채언
미래위기경영연구소장
정치학박사
경영학박사
공학박사

들어가는 말
북한 6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초강력 허리케인 미국 강타, 남아시아 몬순 홍수, 멕시코 지진, 예멘 콜레라 등 수많은 위협들이 발생하고 있다.
국가위기는 안보위기와 재난위기로 구분된다. 한반도는 남북대치 속에 북한 핵 및 미사일 위협으로 안보위기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군은 국토를 방위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을 그 사명으로 하고 있다. 안보위기가 발생했을 때 위협으로부터 국토방위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며, 재난위기에서도 국민의 군대로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재난이 발생하면 많은 국가들이 군을 투입하고 있다. 이 글은 대형 재난위기가 발생하였을 때 군이 수행해야 할 역할에 관한 내용으로, 현재 일어나고 있는 현상들을 살펴보고 예상되는 재난 상황에서 군이 어떻게 대비하고 대응해야 할 것인가에 중점을 두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변화와 현상들
• 태양의 변화
지구는 태양의 변화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 최근 M급 및 X급의 강력한 태양흑점 폭발1)이 발생하고 있다. 태양흑점이 폭발하면 그림과 같이 X선, 고에너지 입자, 코로나물질(CME: Coronal Mass Ejection)이 대량으로 우주공간에 방출된다. X선은 8분 만에, 고에너지 입자는 수 시간 내, CME는 1∼3일 후에 지구에 도달한다. 태양흑점 폭발은 전리층 교란과 자기장을 교란시켜 GPS오류, 항법장치 오작동, 우주비행사‧항공기 승객 우주방사선 피폭, 통신장애 및 정전사태 등을 유발한다. 지구자기장은 우주의 고에너지 입자로부터 지구생명체를 지켜주는 보호막 역할을 하며, 현재는 상당히 약해진 상태에 있다.
2017년 9월 6일부터 X급의 흑점폭발이 연속 발생(X9.3, X2.2, X1.3, X8.2)하여 대량의 CME가 지구방향으로 방출되었다. 우주전파재난 위기경보가 발령되었으며, 다수의 피해가 발생하였다.

로 도로망이 완전 마비될 것이며, 물류이동 중단으로 품귀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대형‧밀집 건물 붕괴로 수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할 것이며, 원전의 안전성 문제가 대두될 것이다.
대형 지진이나 대규모 질병이 발생하면 사망자와 부상자가 대량으로 속출할 것이며, 긴급 구호요청이 폭증하고, 의약품이 대량 소요되며, 사망자 처리에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대형 지진과 질병이 동시다발로 발생하게 되면 패닉(panic) 상태가 될 것이다.
비상사태 및 재난 관련 법령
국가적 재난으로 인한 비상사태와 재난 관련한 법령은 [표]와 같다. 「헌법」에는 내우·외환·천재·지변 등 위기 시 안전보장 또는 공공 안녕질서 유지를 위해 대통령 긴급명령(제76조), 국가비상사태에서 공공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 계엄선포(제77조)가 명시되어 있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은 각종 재난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재난의 예방·대비·대응·복구 등을 규정하고, 「계엄법」은 전시·사변, 국가비상사태 시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되어 행정‧사법 기능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 공공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계엄선포를 규정하고 있다.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 재난위기 대비・대응 방향
재난위기 유형이 인적‧사회 재난에서 대형지진과 쓰나미, 질병 등 천재(天災)로 확대되고, 규모도 소규모 지역단위에서 대규모 전국단위로, 형태도 단일에서 대형 복합‧동시 다발로 발생함에 따라 대비‧대응 방향도 기존의 피해복구 개념에서 대피 및 피신하는 개념으로 발전되어야 한다. 미국을 강타한 허리케인 ‘하비’와 ‘어마’에 대비하여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강제 대피령을 내린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 재난위기 상황에서 군의 역할
재난위기가 발생하면 군은 자체 재난관리를 하면서 재난피해복구 대국민 지원활동을 수행한다. 군내 재난관리는 재난 유형별로 대응 및 조치를 하며, 대국민 지원을 요청받으면 작전임무 수행에 지장 없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지원해야 한다.
대형 재난으로 국가기반시스템이 마비되고, 사회질서가 교란되어 공권력 발휘가 제한될 경우 정부에서는 국가비상사태나 계엄령을 선포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는 일사불란한 지휘체계를 갖추고 있는 군이 효율적으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군은 국민의 군대로서 사명을 인식하고 부여된 역할에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사전에 면밀히 준비하여 적극적인 대국민 지원활동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 군내 재난 대비 및 대응
군내 재난 대비를 위해 지침을 전파하고, 재난유형별로 세부집행계획을 수립하여 체계적인 대비및 대응, 지원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대형 지진에 대비하여 부대별 안전한 대피지역을 판단 및 선정하고, 식량 및 물자, 식수, 필수품을 이동 및 비축해야 한다. 단전 및 단수에 대비하여 비상발전시스템과 비상급수시스템 등을 유지하여야 한다. 지진과 질병을 연계하여 부상자 구호를 위한 의료 인력의 확보, 구호장비 및 약품의 준비, 응급조치와 신속한 진료 등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할 것이다.
재난 지휘통제체계를 확립하여 군내 재난을 관리해야 하며, 통신 및 보급로 두절 시 독단활용을 통해 합리적인 판단 및 조치할 수 있도록 재난대비 요령과 절차 교육 및 훈련을 해야 할 것이다.

• 대국민 지원활동
재난 상황이 발생하면 정부에서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운영하며, 군은 관련부처와 유기적으로 협조하며 적극적인 대국민 지원활동을 수행해야 한다. 긴급 구조요청에 최대한 지원하며, 국가기반체계 보호를 위한 소요인력을 지원해야 한다.

대형 재난으로 국가비상사태나 계엄령을 선포하게 되면, 군은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재난으로 인해 계엄령을 선포한 선례는 없으며, 군 또한 태풍이나 홍수피해 복구, 산불진화 등 피해복구지원 경험을 가지고 있으나, 국가비상사태나 계엄령 하에 대국민 지원활동을 수행한 경험은 없다. 군은 전투임무 수행을 위해 인원‧장비가 편성되어 있고, 전투대비훈련을 함에 따라 대형 재난위기 상황에서 대국민 지원활동 수행에는 편성과 능력 면에서 제한된다.
따라서 국가적인 대형 재난위기가 발생하여 계엄이 선포된 가운데 대국민 지원활동을 ‘어떤 분야에, 어떤 자원을 가지고,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에 대해 세밀히 검토하여 계획하고 체계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정부‧지자체와 협조된 대국민지원체계, 소요되는 장비 및 물자의 확보, 지원활동 행동지침 및 절차, 지자체 및 관련기관의 구조인력을 포함한 현장 지휘체계, 관련 법령 및 예산지원, 단순 인력지원이 아닌 분야별 전문능력 확보, 유형별 세부 매뉴얼 등을 검토하고 준비해야 하며, 필요한 훈련과 함께 물자비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일본에서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기업 건물에 비상식량을 비축해두고 대피소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KBS뉴스, 2017.9.14).

맺는 말
앞으로 예상되는 재난위기는 대형 지진과 대규모 질병이 될 것이다. 모르고 당하는 것과 알고 당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미리 알게 되면 대비를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제 발생하더라도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된다.
대규모 재난위기 상황이 발생하게 되면 군은 자체 재난관리를 하면서 대국민 지원활동을 병행해야 한다. 대국민 지원활동은 군의 역할을 단순한 대민지원 차원을 넘어 국가안보(포괄안보)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신속하고 조직적인 대국민 지원활동으로 인명피해를 최소화하고 국민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도록 정부차원에서 관련 법령과 제도‧시스템 보완, 예산지원 등이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유비무환의 고사성어를 되새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