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균
한국방송작가협회 회원

어린이들 세계에서는 또래보다 나이가 어리거나 몸이 아픈 약자를 경기와 놀이에 끼워주기 위한 ‘깍두기’라는 배려의 문화가 있다. 이에 국방, 군사, 정치, 경제 등의 분야에서  비전문가인 필자가 일종의 ‘깍두기’ 신분으로 다양한 이슈에  대한 소견을 국민들의 눈높이에서 피력해 보려 한다.

매년 1월이 되면 ‘혹한기 훈련’이 떠오른다. 그때 105mm 곡사포를 60트럭에 견인한 채 하 루에도 몇 번씩 이동했다. 운전병 옆 자리인 보 조석에는 포반장이 탔고, 나머지 포반원들은 짐칸에 탔는데, 60트럭이 달릴 때마다 사방에 서 밀려오는 찬바람이 칼날로 살을 긋는 것처 럼 뺨을 아리게 했다. 그나마 운전석 바로 뒤 쪽에 앉으면 전방에서 세차게 밀려오는 찬바 람을 피할 수 있었지만, 이동 중 경계를 위해 MG50기관총의 방아쇠를 잡고 서있을 때는 찬 바람을 그대로 맞을 수밖에 없었다. 뺨이 너무 아려서 MG50기관총의 방아쇠를 꽉 쥔 채 세찬 바람을 피하려고 고개를 돌리거나 숙인 적도 있었다. 그때 운전병이 얼마나 부럽던지. 그런 데, 105mm 곡사포를 견인한 60트럭이 아무리 빠른 속도로 달려봐야 시속 몇 킬로미터나 될 까.

기껏해야 5, 60킬로미터나 될까. 드디어 다음 달,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이 열 린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동계 올 림픽이라 그동안 낯설었던 종목에도 관심이 간다. 특히, 2인승과 4인승 썰매를 타고 속도 를 겨루는 ‘봅슬레이’나 소형 썰매에 반듯하게 누운 자세로 트랙을 내려오는 ‘루지’, 그리고 소형 썰매에 엎드린 자세로 트랙을 내려오는 ‘스켈레톤’에 눈길이 간다. 비록, 선수들이 얼 굴 전체를 가리는 헬멧을 썼지만, 시속 160킬 로미터 안팎의 무서운 속도로 트랙을 내려와 야 되고, 또 실내가 아닌 실외에서 경기가 이루 어지다보니 상상을 초월할 만큼 격한 찬바람 을 감당해내야 한다. 그 찬바람을 ‘혹한기 훈련’ 때, 내가 60트럭에서 맞닥뜨렸던 찬바람과 비교나 할 수 있을까. 특히, ‘스켈레톤’은 선수 머리가 가장 앞에 있어서 ‘봅슬레이’나 ‘루지’ 보다 속도감을 더 느낄 수밖에 없다. 썰매가 무 서운 속도로 내려갈 때, 그 순간 선수 얼굴은 빙판에 닿을 듯 말 듯 할 정도로 무척이나 가깝 다. 만약, 선수 얼굴이 빙판에 닿기라도 한다 면? 그런 상상만 해도 몸서리가 처질 정도로 아찔하다. 그뿐인가. 썰매가 무서운 속도로 빙 판을 내려오다가 곡선 구간에서 균형을 잃고 뒤집어질 수도 있잖은가. 그 정도로 ‘스켈레 톤’은 운동 신경이나 순발력은 기본이고, 담력 은 필수다.     지난 해 말, 독일 빈터베르크에서 열린 ‘스켈 레톤 월드컵’에서 윤성빈 선수가 3연속 우승 을 달성했다. 이번에도 ‘스켈레톤 황제’, ‘썰매 계의 우사인 볼트’로 불리는 라트비아의 두쿠 르스 선수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는데, 어느 덧 이제는 해외 언론도 ‘이변’이라는 표현 대 신 ‘예상된 결과’라는 표현을 쓴다. 더 놀라운 건 두쿠르스 선수는 ‘스켈레톤’에 입문한지 10 년 만에 세계 정상에 올랐지만, 윤성빈 선수는 폭풍 성장을 거듭하면서 불과 5년 만에 세계 정상에 올랐다는 사실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스켈 레톤 불모지’였다.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을 앞두고, 경기장과 시설이 갖춰졌지만, 지금도 여전히 ‘스켈레톤’의 인지도는 낮다. 그 척박 한 환경에서 윤성빈 선수가 세계 정상에 올랐 으니 ‘기적’이라는 말을 듣는 것도 당연하다.

‘스켈레톤’은 두려움을 극복하는 게 무척 중요 한 종목이고, 윤성빈 선수는 그 두려움을 극복 해서 폭풍 성장을 했다. 그런데, 모든 일이 마찬가지가 아닐까. 처음 맡게 된 일이나 부담감이 큰 업무, 그리고 강 한 상대를 만났을 때도 두려움을 먼저 극복해 야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두려움 은 가장 큰 적’이라고 할 수 있다. 두려움을 갖 고 있으면 몸과 정신이 움츠러들어서 안 좋은 결과만 반복될 수 있다. 스스로 무너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두려움을 주위 사람들에게도 전염시켜서 조직까지 무너트릴 수 있다. 물론, 그런 걸 알고 있는데도 두려움을 없애기가 쉽 지 않다. 그래도 ‘두려움은 더 큰 두려움이 생 기게 한다.’는 걸 되새기면서 그 감정을 떨쳐 내려는 의지를 가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 2018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를 맞아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각오를 다지는 사람들이 많다. 영화 ‘명량’에서 이순신 제독은 “두려움을 용 기로 바꿀 수만 있다면, 그 용기는 백배, 천배 큰 용기로 배가 되어 나타날 것이다.”라는 명 대사를 남겼다. 이 명대사를 새해 계획과 각오 에 덧칠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