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반만 년의 유구한 역사와 1,300여 년에 달하는 통일국가의 전통을 가지고 있는, 전 세계에서 유례(類例)를 찾아보기 힘든 국가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다수 국민들은 이른바 ‘배달민 족’으로서 단일혈통을 이어온 찬연한 역사와 전 통을 가지고 있는, 이런 국가에서 태어난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 물론 최근에 들어서는 동남아의 여러 국가들 과 맺은 혼인(婚姻) 관계 때문에 파생한 200여만 명의 다문화가족 때문에 이런 ‘단일민족’이라는 특성이 다소 약화되기는 하였지만, 그래도 공통 역사와 전통, 언어, 문화를 지속적으로 이어오고 있어 ‘내로라’ 하는 자랑스러움을 대내외에 과시 (?)할 수 있기는 하다. 특히 우리나라는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다른 나라가 겪지 않아도 될 외환(外患)을 많이 겪어왔 고, 70여 년 전에는 민족상잔(民族相殘)의 대비 극인 6.25전쟁을 겪어 왔으며, 이로 인해 155마 일에 이르는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1천만여 명에 달하는 이산가족들이 남북한에 공존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국경(國境)을 맞대고 있는, 전세 계에서 거의 유일한 ‘분단국가’인 우리나라는 일 제(日帝)의 식민통치로 벗어난 이래 지금까지 남 북한이 첨예한 갈등과 대립, 이런 가운데 “쥐새 끼 한 마리 얼씬 거리지 못할” 초긴장상태의 긴 장상황 속에서 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역사와 전통, 갈등과 반목, 긴장과 대립상 황에 직면해 있는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전략적 특성은 미국과 일본, 중국과 러시아로 대변되는 ‘한반도 주변 4국’과의 관계 속에서 ‘안보’ 측면 에 매우 두드러진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즉 정 치이념과 체제의 차이로 인한 이들 주변 4국과 의 관계는 최근에 들어 G-2국가로 분류되는 미 국과 중국의 패권경쟁구도 속에서 “군사안보와 경제”를 저울질 하는 가운데 복잡한 이해관계를 형성케 하고 있으며, 일본과는 “과거청산 및 선 린(善隣) 우호관계”를, 러시아와는 “원유, 가스 등 천연자원문제”가 우크라이나전쟁과 연계되는 가운데 현실적 외교문제를 파생시키고 있다. 그러나 보다 중차대한 대상은 바로 ‘북한’이다.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이들 ‘김가 (哥) 정권’의 3대 세습이 2천 5백여만 명의 북한 인민들을 삶을 옥줴이고 있는 가운데 벌써 12년 차로 접어드는 30대 중반의 김정은이 통치하고 있는 북한정권은 가공(可恐)할만한 위력을 가진 핵(核)을 법제화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중장거리 미사일로 우리의 안보를 크게 위협하고 있기 때 문이다.

더욱이 이런 정황은 지난 5월 새롭게 출범한 윤석열정부에 접어들면서 다른 어떤 때보다 더 욱 발빠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에 적어도 ‘대한민 국 국민’이라면 너나 할 것 없이 한반도 안보상 황에 대한 현실인식에 한 치의 빈틈도 허용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고, 미국과의 보다 공고한 동맹체제의 유지 속에서 “만의 하나 자행될 지 도 모를” 북한의 기습남 침에 대비하여 경계심을 늦추어서는 안될 것임을 짙게 시사하고 있다. 말하자면, 지금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대외적 상황은 전세계적으로 맹 위(猛威)를 떨치던 ‘코로 나-19’가 어느 정도 사 그러드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는 하지만, 단기 간에 끝날 것으로 예견 되었던 러시아-우크라이 나전쟁은 아직도 지속되 고 있고, 이에 따라 곡물 과 원유·광물자원 등을 포함한 주요 원자재의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문재인 정부의 적폐(積弊) 청산 을 둘러싼 잡음이 좀처럼 가시지 않는 가운데 미 국의 잇따른 ‘금리인상’의 여파가 금리·물가·환 율의 ‘3고(高) 현상’을 불러오고 있고, 이로 인해 서민들의 주름살은 날이 갈수록 더욱 깊게 패이 고 있다. 바로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잠시라도 하던 일 을 멈추고 “지금 내가 왜, 여기에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 하는 점을 반추(反芻)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대다수의 국민들은 우리 민족 의 최대 숙원이자 지상과제라 할 수 있는 평화통 일에 관한 미래나 남북관계 개선과 관련한 전망 에 대해 윤석열정부가 좀처럼 “현실과 미래를 연 계한 청사진(靑寫眞)”이 제대로 제시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아니 보다 더 정확히 지적한다면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 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우리 정부가 ‘담대한 구 상’을 내놓아도 정작 그 대상인 북한이 이에 대 해 받아들일 입장과 자 세를 보이고 있지 않기 때문에 고장난명(孤掌難鳴)과 같이 안타까움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 하겠다. 잘 알려져 있는 바와 같이 통일·남북관계 개 선과 관련한 주무부처는 1969년 3월 1일에 설립된 ‘통일부’로, 사회 각계 에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 통일논의를 수렴 하고 정부차원에서 체계적 제도적으로 통일문제 를 다루는 중앙행정기관이다. 이곳에서는 통일 및 남북대화, 교류협력과 인도지원에 관한 정책 을 수립하고 북한의 정세분석, 통일교육홍보, 그 밖의 통일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중차대한 업무를 다루고 있는 통일부의 최근 위상(位相)은 통일부에서 근 30년 간 일해왔던 필자의 입장에서 보기에도 재정립 을 요구할 만큼 적지 않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어 이 란(欄)을 빌어 몇 가지 제언을 한다. 우선 통일부가 2022년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 해 표방하고 있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 한 평화통일 : 비핵·평화·번영의 한반도 구현”이 라는 목표 자체가 고장난명(孤掌難鳴)의 원리를 현실적으로 제대로 구현한 것인가가 문제이다. 이와 관련하여 윤석열대통령은 지난 ‘8.15경축 사’에서 북한에 대해 이른바 ‘담대한 구상’을 발 표하였다. 즉 북한이 “핵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 인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그 단계에 맞춰 북한의 경제와 민생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것”을 목표 로 한 ‘대규모 식량공급’ 등 6개의 경제협력을 할 것이라 언명하였다. 그러나 이런 구상은 이명박정부의 ‘비핵·개 방·3000’과는 달리 비핵화 초기협상과정부터 경제지원조처를 적극적으로 담보하는, ‘업그레 이드된 경제지원 아이템’이라는 국가안보실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북한당국이 체제유지 와 안전의 ‘최대 아킬레스 건’으로 삼고 있는 핵 포기를 전제하는 것으로 “경제를 해결해 줄테니 안보를 내려 놓으라”는 것에 다름 아니다. 더욱 이 이 구상은 남북한의 대화과정에서 북한이 단 1번도 받아들이지 않았던 일방적이며 비대칭적 인 접근이기 때문에 그 당사자인 북한으로부터 냉대(冷待)를 자초한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북한의 대남관계 총책이라 할 수 있는 김여정 당 중앙위 부부장은 담화(8.19) 를 통해 체제생존과 자주국방의 핵심수단인 핵 무기를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 역설하는 가운데 이 구상은 “핵무기를 경제협력과 바꾸어 보겠다는 허망한 꿈으로 검푸른 태양을 말리워뽕밭을 만들어보겠다는 것만큼이나 실현과 동떨 어진 어리석음의 극치”라 비난하면서 “우리는 윤 00, 그 인간 자체가 싫다”라고까지 힐난(詰難)하 였다. 여기에 덧붙여 북한은 최근 잇따른 중단거 리 미사일발사까지 자행하고 있다. 또한 권영세 통일부장관은 담화(9.18)를 통해 “남과 북의 책임있는 당국자들이 빠른 시일내에 직접 만나서 이산가족문제를 비롯한 인도적 사안 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하자”는 당국간 회담을 제 의하였다. 이는 지난 5월 “코로나 방역협력을 위 한 남북실무접촉제의”에 이은 2번 째 제안이나, 북측은 대북전통문 수령마저도 거부한 채 지금까 지 묵묵부답(默默不答)의 행태로 일관하고 있다. 과연 이런 제안이 현실성이 있는 것일까? 물론 이 산가족의 입장에서는 “가고 싶어도 갈 수 없고 보 고 싶어도 볼 수 없는 고향과 혈육과의 상봉”이 가장 절실하고도 시급한 숙원(宿願)임에는 틀림 없으나, 이를 ‘정치적 중대사안’으로 인식하고 있 는 북한당국이 우리와 같은 입장과 자세를 가지 고 수긍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게 보인다. 이밖에도 남북관계의 개선을 위해선, 통일부 의 예산을 심층분석하여 불요불급하거나 유명 무실(有名無實)한 사안(예를 들어 북한이탈주민 을 교육시키는 정착지원사무소인 하나원 운영 및 남북회담사무국의 축소, 개성공단관리위원 회와 남북경협사무소 폐지 등)을 대폭 정비하는 일, 특히 북한이 체제보전의 독약(毒藥)이라 간주 하고 있는 “인권문제, 탈북자문제, 대북전단, 유 튜브 등을 통한 백두혈통에 대한 시비문제 등”을 사전에 여과(濾過)하여 절제할 수 있는 제도적 방 안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보다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입장과 차원에서 “바쁠수 록 천천히 가라”는 말처럼 조용하고도 차분하게 정책조정을 해 나가야 할 것이다. 결국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대내외 현실이 결 코 녹녹하지만은 않지만, 그렇다고 하여 우리가 현실에 안주(安住)만 해서는 “대한민국의 국민된 도리”를 다 하지 못하는 우(愚)를 범할 수 있기 때문에 각자가 맡은 직분에 충실하게 임(臨)하면 서도, 분단국가 국민으로서 냉철한 국가안보의 식을 지속적으로 보지(保持)해야 할 것을 요구하 고 있다고 보여진다 이것이야 말로 남북관계의 개선을 통한 평화통일의 마중물이자 첩경(捷徑) 으로 될 수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