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국현 기자 = 박근혜 정부 출범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야 간 정부조직법 개정안 협상이 수렁에 빠졌다.
23일 여야는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방송통신 융합 업무 등을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하는 문제 등을 높고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통상 기능을 산업통상자원부로 이관하는 문제가 다시 협상 테이블에 오르면서 협상은 교착 상태다.
지난 22일 오전에는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와 이한구 원내대표, 김기현 원내수석부대표, 민주통합당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 박기춘 원내대표, 우원식 원내수석부대표가 최종 중재안을 놓고 1시간30분 가량 머리를 맞댔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일단 여야는 새 정부 출범 전까지 협상 가능성을 열어둔다는 방침이지만 입장차가 극명한 상황인 만큼 극적 타결 가능성도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 새누리당은 민주당을 향해 "새 정부 출범의 발목잡기"라고 비난했고, 민주당은 "독자적 협상력 없는 새누리당이 박 당선인의 재가를 받아와야 한다"고 압박했다.
새누리당 김기현 원내수석부대표는 "물밑접촉을 계속 하고 있지만 민주당이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는다는 입장이어서 의미가 없는 상황"이라며 "박근혜 정부를 제대로 발족시키지 않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비난했다.
새누리당 관계자 역시 "방송정책을 제외한 다른 부분은 의견 접근이 이뤄졌다"면서도 "서로 부담이 많아서 주말에 협상이 타결될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민주당 우원식 원내수석부대표는 "새누리당이 독자적 협상 권한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박 당선인의 재가를 받아와야 한다. 그 전에는 협상이 열릴 필요가 없다"며 "향후 5년을 이야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민주당의 안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쟁점은 방송정책의 이관이다. 개정안은 지상파, 종합편성채널, 보도전문채널에 대한 규제는 방통위에 남기고,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위성방송과 IP-TV, 케이블TV 사업자(SO) 등에 대한 방송정책·광고 등 진흥 분야는 미래부로 이관토록 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미래부가 방송정책과 관련한 법령 제·개정권과 방송정책, 방송광고 정책을 소관할 경우 공공성과 공정성이 훼손될 수 있고 우려했다. 사실상 지식경제부와 행정안전부 등에서 가져와야 할 기능은 그대로 둔 채 방송진흥 정책의 이관만 고수하는 것은 '방송 장악 의도'라는 주장이다.
우 수석부대표는 "뉴미디어와 방송 광고 및 편성 부분의 미래부 이관은 양보할 수 없다"면서도 "민주당은 중재안으로 국무총리실 산하에 미래부와 방통위가 동시에 참여하는 심의원회를 구성하고 주파수를 심의한 뒤 방송 주파수는 방통위로, 통신 주파수는 미래부로 넘기는 방안을 중재안으로 제시했다"고 밝혔다.
반면 새누리당은 방송진흥 정책 등을 방통위에 남기면 미래부의 신성장동력과 일자리 창출 기능이 약해져 사실상 껍데기 부처가 될 것이라며 원안을 고수하고 있다. 방송장악 우려에 대해선 공공성에 위반되는 경우 방통위 산하 방송심의위원회에서 규제를 하는 만큼 지나친 우려라는 입장이다.
특히 방송 외에 접점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던 통상정책의 이관 문제도 다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통상기능을 산업통상자원부로 이관하는 정부조직법 원안을 고수하고 있다.
우 수석부대표는 "내년 쌀 관세 협상을 재개해야 하는데 제조업 등 산업을 다루는 산업통상자원부가 담당하면 농민들의 반발을 중심으로 사회적 갈등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총리실 산하 독립 기구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여야는 중수부 폐지와 상설특검제 및 특별감찰관제 도입 등을 포함한 반부패 제도 개선에 공감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경우 독립성과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대안을 논의 중이며, 중소기업청을 중소기업부로 격상하는 문제는 중기청의 권한과 기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의견 접근을 이뤘다.
농림축산부의 명칭에 식품을 넣는 방안은 합의를 했고, 금융조직 개편에 대해서도 의견 접근이 이뤄진 상태다. 교육부의 산학협력 기능을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하는 문제 역시 민주당 의견을 상당부분 수용하는 쪽으로 접점을 좁히고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독립성이나 독자성을 강화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했다.
한편 여야는 오는 24일 정부조직 협상안이 막판 타결될 경우 상임위와 법사위 등을 거쳐 26일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할 것으로 관측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