촨승 자오 아메리칸대 아시아연구소장
“양자·다자·글로벌 접근법 중 북중 양자 접근 가장 중요”,
“중, 북에 대한 영향력 절대적일 수 없어”,
“중, 북한 붕괴 원하지 않는다”

박정하 pja119a@hanmail.net

북핵과 북한 문제를 풀기 위한‘중국 역할론’이 갈수록 커져 가고 있다. 북한의 김정은 정권과 중국의 시진핑 정부가 들어서면서 북중 관계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 들었다는데 대부분 전문가들은 의견을 함께하고 있다. 북한은 이제 남한과 미중과의 어떤 형태로든 회담을 하지 않고 산적한 현안을 풀 수 없는 급박한 상황에 처해 있다. 한미중은 물론 북한 조차도 이젠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한반도 문제를 풀어 나가야 한다는데 절박한 공감대가 형성돼 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세계적인 북중관계 전문가인 촨승 자오 미국 아메리칸대 국제대학장 겸 아시아연구소장을 최근 만나 과연 중국이 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심층 진단했다. 중국과 미국·한국·북한 관계를 다각적으로 분석하고 동북아시아 안보 정세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아봤다. 자오 소장은 중국 출신으로 미국에서 오랫동안미중·북중 관계와 동북아 정세를 연구한 세계적 권위자다.

-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 바람직한 한중관계는.
“북핵문제와 관련해‘중국과 한국의 관계 롤을 어떻게 할 것인가’그 문제에 들어가기 전에 가장 중요한 것은 한중 두 나라 간에 신뢰를 먼저 쌓는 것이다. 그러면 다른 문제는 자연스럽게 풀릴 수 있다. 한중 간에 군사적 신뢰를 형성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고 좋다. 하지만 일단 기후 변화나 글로벌 현안에서 한중이 협력하면서 군사적 신뢰관계까지 형성하면 북핵도 잘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 한국과 미국은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중국이 핵심적인 키를 쥐고 있다고 보고 있다. 중국 역할론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국의 역할과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다고 생각하나.
“중국의 역할이 정말로 중요하다는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중국이 지금 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접근 방법으로 3가지 정도를 제시할 수 있다. 첫째는 과거처럼 직접적인 관계를 통해 해결하는 양자협력이다. 양자협력에도‘부드러운’소프트하고, ‘강한’하드한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북한과 대화를 통해 협조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소프트한 방법이다. 하드한 방법은 지금하고 있는 기름이나 식량 지원을 완전히 끊는 것이 아니고 어느 일정 기간만 끊고 압력을 가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둘째는 다자협력 방법이다. 6자회담을 다시 시작하거나 아니면 꼭 6자회담이 아니더라도 3개국 또는 4개국이 다자 접근을 통해 북한을 대화와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는 것이다. 북한을 일단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야 그 다음에 뭔가 얘기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셋째는 글로벌하게 접근하는 것이다. 국제사회 일원으로서 유엔의 대북제재를 성실히 수행하고 유럽연합(EU), 다른 나라들과 협력해서 북한의 변화를 모색하는 것이다.
이 3가지 중에서 양자접근법이 가장 중요하다. 중국이 북한에 근본적으로 원하는 것은 중국의 방법을 따르라는 것이다. 개방과 경제우선 정책을 따르라고 계속 사인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 북한이 따라오지 않고 있다. 북한이 선군정책을 경제우선정책(Economy first policy)으로 바꿔 주기를 중국은 강하게 원하고 있다. 아울러 북한이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 다자협력에서 미국의 역할이 있다면.
“중국뿐만 아니라 미국도 할 역할이 있다. 북한에 대한 정권 보장 확신을 계속 언급해 줘야 한다. 그래야 북한이 국가 생존과 안보, 보존에 대한 위협이 줄어든다. 미국이 정권 보장을 계속 약속해 주는 역할이 다자 접근법에서는 꼭 필요하다.”



- 김정은 북한 정권이 들어선 이후 북한의 연이은 핵과 미사일 도발로 새로운 시진핑 중국 정부와 관계가 많이 틀어졌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북중 간에는 부침이 많다. 지금 두 나라 관계가 약해졌고 소원해졌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국제 상황에 따라 회복될 것이다. 중국은 북한을 절대로 버릴 수 없다. 지금 북한의 붕괴를 막기 위해 에너지와 식량을 계속 지원하고 있다. 북중관계가 국제적 상황에 따라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다. 지금 낮아 보이지만 단절될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
- 최근 시진핑 중국 주석이 김정은에 대한 불만이 많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중국이 현재 북한을 컨트롤할 수 있다고 보나.
“중국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있다. 하지만 절대적일 수는 없다. 특히 개인적 문제인 지도자 성향까지 통제할 수 있는 그런 영향력까지는 갖고 있지 못하다. 그렇지만 북한이 계속 무너지거나 붕괴하는 것도 원하지 않고 있다. 중국이 계속 인도적 지원을 해 나가고 있다.

전체적으로 볼 때 중국이 통제를 하되 북한 내부적으로 중국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에 김정은이 내부적 판단에 따라 태도를 바꿔 주기를 바라고 기다릴 뿐이다. 거기에 중국이 직접적으로 통제하는 수단은 없고 간접적인 통제 수단은 있을 수 있다. 중국이 북한을 직접 통제하는 라인은 없다.”
- 미국이 중국을 움직여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나.
“지금도 그렇고 6자회담 전에도 그런 시도가 있었다. 기본적으로 미국이 하고 있는 방향이다. 중국이 처음에는 선뜻 나서려고 하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이 계속 설득했다. 그래서 중국이 6자회담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현재도 그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은 단순히 북핵 문제 해결만을 위해 미국을 돕고 있는 것이 아니다. 동북아 지역의 리더 역할을 할 생각을 갖고 있으며 지금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지금 미중이 고위급 교류를 활발히 하고 있다. 지금까지 봤을 때는 성공적이다.”

- 북핵과 북한 문제 해결을 계기로 오바마-시진핑 간 새로운 미중관계가 형성되고 있다는 평가는.
“지금 새로운 리더십에 의한 새로운 관계가 형성됐다. 중국은 경제적 관점에서 지역 문제에 중점을 두고 역할하고 있다. 미국은 군사적, 정치적 역할을 하고 있다. 서로 역할 분담을 하면서 새로운 관계가 만들어졌다. 그만큼 북한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다.”

- 앞으로 미중 관계를 전망한다면.
“동북아 지역에서 중국은 경제 중심, 미국은 정치·군사 중심으로 서로 역할 분담을 하면서 협력을 지속한다면 지금보다 더 좋은 관계가 유지될 것이다. 미중 관계는 긍정적인 포지티브 3C와 부정적인 네거티브 3C 두 가지 방향이 있다. 포지티브 3C는 협력(Corporation) 조정(Coordination) 타협(compromise)을 의미하는데 이를 잘하면 좋은 방향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다. 부정적인 네거티브 3C인 경쟁(Competition) 갈등(Conflict) 대결(Confrontation)로 들어가지 않도록 현재까지는 잘 지내고 있다. 앞으로 이러한 방향으로 가면 네거티브 쪽으로 가지 않고 포지티브 쪽으로 갈 것으로 판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