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역 장성/권해조
한국안보평론가협회 부회장
(전)주일 국방무관
kwonhj43@hanmail.net



지난 4월 9일부터 폐쇄되었던 개성공단이 재가동 될 것인가? 지난 6월 박대통령의 현충일 기념사 직후, 북한의 전격적인 남북대회의 제의로 6월 9~10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남북 실무자회담을 가졌다. 회담결과 6월 12~15일 서울에서 당국자회담을 개최하기로 하였으나 대표자 격(格)을 놓고 무산되고 말았다. 그러던 중 다시 7월 3일 오후 5시 판문점 연락관을 통해‘장마철 공장 설비자재의 피해와 관련해 기업관계자들의 긴급수립대책을 위한 개성공단방문을 허용하겠다.’고 발표하였다. 7월 6일 판문점 통일각에서 개최된 제1차 남북실무자회담에서 7월 10일부터 진출업체 관계자들이 개성공단 설비정비에 들어가고 가동중단 재발방지 등 개성공단 정상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후속회담을 다시 열기로 합의하였다.
그 후 7월 10일 개성공단에서 개최된 제2차 실무회담에서 공단 정상화문제의 접점을 찾지 못한 채 15일 제3차 회담을 하기로 하고 회담을 끝냈으며, 15일 제3차 회담과 17일 제4차 회담, 22일 제5차 회담에서도 의견접근을 도출 못하고, 마지막 기대를 모았던 7월 25일 6차 회담에서는 차기회담 일정도 정하지 못한 채 결렬되고 말았다. 지금까지의 북한의 대남협상 전략으로 보아 당분간 개성공단의 재가동은 어려울 전망이다.
개성공단은 2004년 문을 열어 많은 난간도 있었지만, 지금까지 남북화해 협력의 상징이자 통일경제로 가는 지름길로 남북한 모두에게 경제적, 정치적, 상징적 이익을 주는 마지막 보루였다. 그러나 지난 5월 3일 전원철수 후 수 차례 입주자 대표들의 방북신청도 허용하지 않았다. 박대통령이 지난 달 6일 현충일 기념사에서‘이제 북한이 선택하는 길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며 한반도 행복시대를 열어가는 길에 북한당국의 적극적인 동참을 요구한다.’고 밝히자, 북한은 기다렸다는 듯이 조평통(조국평화통일위원회)이‘6·15를 계기로 개성공업지구 정상화와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남북 당국자 회담을 가질 것을 제의한다.’는 특별담화문을 전격발표를 하였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이산가족 상봉과 남북관계를 가로막고 있던 난제들을 포괄적으로 다룰 수 있다며 회담장소와 시일은 남측에 일임했다.
이어 통일부 장관은 12일 서울에서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이산가족 문제 등 남북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남북장관급회담을 개최하자고 밝혔다. 그리하여 3개월 만에 직통전화선 통통라인(통일부장관 - 통일전선부장)도 재가동되고, 9~10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남측대표 천해성 정책실장과, 김성혜 조평통 부장 간의 회의를 거쳐 6월 12~13일 서울에서 개최하기로 합의하였다. 그러나 북한은 당국회담 수석대표로 북한 조평통 사무국장과 우리 측 차관과의 격(格)을 문제 삼아 회담이 무산되고 말았다.
북한은 회담무산 이유를 남측으로 전가했지만, 북한의 회담제의 의도의 진성성이 문제시 되고 있다. 북한은 노동당 통일전선부가 아닌 대남통일전술사업을 담당하는 산하외곽 사회단체의 조평통 강지영(57) 서기국장(차관보급)을 모자만 바꿔 대표로 나온 것부터 문제였다. 그리고 대화제의도 그동안 사용했던 전형적인 수법이었다.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 11월 연평도 포격 등 긴장수위를 높이다가 미중정상회담(2011. 1. 20)을 앞두고‘무조건 대화’공세를 펼쳐, 2월 8~9일 판문점 회담까지 성사되었으나, 마지막 날 북한의 일방적 퇴장으로 끝내고 말았다. 지난 당국자회담도 3차 핵실험과 개성공단 패쇄 등으로 긴장의 수위를 높여오다가 6·15 기념행사와 6월 7~8일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전격 제의하여 일시적 대화국면을 조성했다가 바로 무산시켰다.

북한의 이번 7월에 또다시 회담을 제의한 배경에는 7·4 남북공동성명 발표 41주년을 맞은 명분과 7월3일 오전 123개 전체입주기업 대표들의 대책회의에서 64개 업체가‘공단 설비를 개성에서 빼내 국내외 타 지역으로 이전 하겠다’는 절박한 호소결과로 보인다. 그러나 근본적 이유는 작년 12월 3차 핵실험 후 강공으로 국제사회의 강력한 압박과 지난 달 한미, 한중 정상회담을 거치면서 한 미 중 3국의 북한 비핵화 원칙을 확인하는 대북공조의 영향과 7월초 브루나이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고립탈피, 특히 북한이 외치는 대외유치 등 경제적인 포석 등으로 보인다.
지난 달 6일 판문점 통일각에서 남측 서호(남북협력기구 지원단장), 북측 박철수(중앙특구 개발지도 총국 부총국장)를 대표로한 남북한 제1차 당국간 실무회담을 가졌다. 16시간의 마라톤회담결과 (1) 오는 10일부터 기업인의 현장 설비점검과 정비, (2) 완제품, 원부자재 및 설비의 반출허용, (3) 방북인원의 신변안전보장, (4) 개성공단 재가동 원칙 등 4개항을 합의하고, 10일부터 재발방지 대책논의 등 후속조치 회의재개를 포함한 합의문을 발표하였다. 이번 실무회담에서 남측대표는 기업피해에 대한 책임 있는 입장표명과 재발방지 문제에 분명한 보장을 요구하였고, 북측대표는 조속한 개성공단의 원상복구와 재가동에 무게를 두었다.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제1차 실무회담합의문에서 우리가 주장한 피해책임과 재발방지대책이 미흡하고 곧바로 정상화되기는 어려워 제2차 실무회담에 큰 기대를 가졌다. 그러나 제2차 실무회담도 10일 10시 30분부터 개성공단 종합 지원센터에서 7시간 동안 회의를 하였으나 최종합의문을 도출하지 못하고 17시 44분경에 종료하였다. 2차 회의에서도 남측은 북측의 일방적인 공장가동 중단 조치에 따른 재발 방지책을 강조한데 반해, 북측은 중단책임을 남측에 떠넘기며 조속한 가동만 주장하여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그리고 북한이 최고 존엄에 대한 비난문제 등을 말하자 우리 측도 우리체제의 최고 존엄이 있음을 강조했다. 그리고 북한은 이번에도 통상 협상수법인 의제와 무관한 6·15 공동선언 이행과 우리 민족끼리 주장 등을 제의 했다고 전했다. 그리고 북한은 협상이 결렬된 뒤 판문점 연락관채널을 통해 금강산관광 재개와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실무접촉을 17일과 19일 금강산과 개성에서 열자고 제안했다. 이에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실무접촉은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자고 수정 제의하고, 금강산 관광실무회담은 개성공단 문제에 집중 후에 하는 것이 맞다 는 입장으로 거부의사를 전달했다. 이에 북측은 다음날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관광 실무접촉은 모두 취소한다고 통보해 왔다.

지난 7월 15일 제3차 회담부터 7월 22일 5차 회담에서도 남북이 종전과 같은 주장만 되풀이하여 공단 정상화방안에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고, 마지막 기대를 모았던 7월 25일 제6차 회담에서는 차기 일정도 잡지 못하고 끝나고 말았다. 결국은 이번 6차에 걸친 남북한의 개성공단 실무회담도 7월 27일 정전 기념일(북한의 전승절)에 맞추어 북한의 대외적 선전수단으로 계획된 의도로 보여진다.
그리고 7월 15일 제3차 실무회담에서는 우리 측 수석대표를 서호 대신 김기웅 통일부 정세분석 국장을 협력지구지원단장으로 임명하여 교체했으며, 북한도 회담대표 허영호 대신 황충성으로 교체하였다. 우리 측 수석대표 교체는 13일부로 예정된 통일부 고위공무원 정기인사 이동 때문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15일 실무회담부터 본격적으로 개성공단의‘발전적 정상화’를 논의해야 하기 때문에 향후 협상의 장기화를 염두에 둔 정부의 포석으로 평가되고 있다. 신임 김기웅 단장은 지난 정부에서 개성공단사업지원단 지원총괄팀장을 맡았고, 새 정부 대통령직 인수위에 파견되었으며, 200여회 남북회담에 간여한 남북협상 베테랑이다. 북한도 법률전문가 허용호 대신 남북경협 실무에 밝은 대남사업 총괄조직인 민경협 소속 황충성으로 교체하여 장기전에 대비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7월 27일 정전협정 60주년(북한측 전승절)기념일에 북한의 최대 규모 군사퍼레이드와 8월에 실시하는 한미연례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 가디언(UFG) 연습이 계획되어 당분간은 후속회의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는 1989년부터 1995년까지 6년간 걸친 대남. 대미 핵협상 사례와 같이 앞으로도 남북관계에 많은 진통이 예상되지만 남북이 서로 꼼수와 상대방의 비방을 버리고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상생의 묘수를 찾아야 한다.

한편 개성공단이 차단 된지 102일 만인 12일부터 개성공단 입주기업인들의 방북하여 시설정비와 물자반출이 시작되었다. 방북기업인에 의하면 3개월 만에 공개된 개성공단은 황폐한 유령도시를 방불케 하였다. 출입사무소의 시계탑도 시간이 맞지 않았고, 공단 내 신호등도 꺼져 있었다. 보도블록에는 잡초가 무성했으며, 편의점, 주유소 사무실은 단전(斷電)되어 있었다. 500억 원을 들여 지은 종합지원센터도 냉방장치가 고장 나있고 구내식당 냉장고도 사용금지 봉인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합의된 반출기간인 12~13일은 자재와 설비의 부식이 우려되는 전기, 전자, 화학업종 기업, 15~16일은 섬유, 신발, 기타업종, 17~18일은 아파트형 공장입주 기업인들이 방북할 예정이었다. 방북 첫날인 12일에는 44개사 130여명과 공단관리위, 한전, KT관계자 등 174명이 대형트럭 123대를 몰고 방문했으며, 이들은 공단 내 일부 설비나 기계를 반출하는 과정에서 북측당국과 일부 실랑이도 있었지만 북한 직원 30여명의 지원협조 속에 포장과 차에 실어주어 장마 비를 맞으며 완제품. 원자재 등을 싣고 오후 5시경에 돌아왔다. 13일에도 관리위 40명과 기업사 직원 115명이 112대의 차량에 분승하여 방북하였고, 15일에도 47개 업체 110여명이 방북하여 완제품과 원자재를 싣고 왔으며, 7월19일까지 총 3,793톤의 물품을 반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성공단 가동중단으로 우리 측 123개 기업의 피해액만 1조 566억 원이 이르며 입주를 포기한 기업만도 65개 기업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북한도 30여만 명의 주민생계를 유지해온 5만 3천여 명의 근로자들의 일자리도 잃고 연간 9천만 달러의 임금도못 받게 되었다. 개성공단의 중단책임은 북한에 있음은 전 세계가 알고 있다. 북한은 더 이상 최고 존엄이니 다른 이유로 중단 책임을 남측에 전가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이번 회담에서 반드시 기업들의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피해보상과 앞으로 북한의 일방적 가동을 중단 방지하는 제도적 안전장치를 제시해야한다. 또한 정치적 동기에 따라 공단의 가동과 중단이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되며 공단 운영의 통행, 통관, 통신의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운영규범이 작성되어야 한다. 특히 공단 내에서 남한과의 인터넷, 무선통화 사용도 허용되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협상(negotiation)이란 둘 이상 국가 간에 이해관계가 상충될 경우 공동의 합의에 도달하기 위하여 당사자 간 이해를 조정하는 교섭과정으로 외교의 주요수단이다. 따라서 협상은 갈등상황에도 적대 반복보다는 타협을 통한 조정을 강조하며, 일방주의 보다 상호주의를 지향하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협상전략 전술을 보면 모든 대외행위를 반제 민족해방을 위한 투쟁으로 보고, 협상을 투쟁에 사용하는 수단으로 보고 있으며, 특히 남북협상은 남조선혁명을 위한 도구적 역할로 파악되고 있다.
앞으로 남북협상과 대화는 북한의 다양한 협상전략전술에 대응책이 필요하다. 첫째는 정책추진의 일관성이며, 둘째는 조급한 협상태도를 지양해야한다. 셋째는 북한의 협상형태의 철저한 연구와 협상력을 제고해야 하며 특히 협상전문가를 육성해야 한다. 그리고 북한은 항상 약속을 뒤집고, 담담 타타 전술로 불리하면 시간을 끌어 유리할 때 공격한다. 자주 평화 민족 등 용어혼란전술과 통일 전선전술로 남남갈등을 조장한다. 이제 우리정부도 과거와 같이 북에 끌려 다닌 답습을 탈피하고, 대화를 위한 형식적인 대화가 아닌 실질적이고 의미 있는 대화를 해야 한다. 북한도 과거처럼 남측에 굴종이나 굴욕을 강요하는 형태에서 벗어나 상호 존경과 신뢰를 지켜 새로운 발전적인 남북관계를 유지시켜야 한다. 박대통령이 프랑스 국제관계 분석잡지 앵태나쇼날(Politique Innternationale) 2013년 가을호에서‘개성공단을 중단시킨 것도 북한이고 해결할 책임도 북한에 있다. 일방적인 약속파기로 가동이 중단되는 악순환을 반복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시간이 걸려도 룰과 원칙이 통할 수 있도록 개성공단 문제를 해결 할 것임을 밝혔다.

결론적으로 개성공단은 남북한이 힘겹게 잉태시킨 소중한 생명체로 남북한이 평화를 정착시키고 공동 번영의 비전을 구현하는 현장이다. 이번 개성공단 실무회담 개최에 전 국민과 공단 입주기업인들은 큰 망을 갖고 기대를 하였으나 결국은 파국으로 실망을 안겨주었다. 북한은 개성공단을 여러 차례 정치적 대남 압박수단으로 악용해 왔고 결국은 일방적 조치로 전면폐쇄까지 감행했다. 현실적으로 개성공단의 정상적인 재가동을 위해서는 북한이 책임을 인정하고 잘못된 관행, 손해배상, 재발 방지대책 등 근본적인 해결책이 선행되어야 한다. 북한이 경제적 손실을 무릅쓰고 자살적 행동을 선택한 것은 이유가 있겠지만 개성공단은 이미 생명력을 잃었고, 시설과 장비는 고철에 불과하다. 정부는 냉혹한 현실과 현명한 판단으로 우물에 돌을 던지는 과오를 범해서는 안 된다.
앞으로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후속실무회담을 재개와 조속한 재가동을 기대하며 이를 바탕으로 이산가족 문제, 금강산 관광 등 남북한 전반적 문제에 대한 고위급회담으로 이어져 박대통령이 구상하는 한반도프로세스가 발전적으로 이뤄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