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승 박사
서울교대 겸임교수
본지 편집위원장
seokseung333@hanmail.net

지금 북한을 통치하고 있는 3대 세습독재자인 김정은은 김일성-김정일 못지 않는 강압적인 정책으로 그들 주민들을 억압하면서 착취하고 있다. 특히“먹을 것 입을 것”이 없어 중국 등 제3국으로 목숨을 담보로 한 채 강을 건너는 주민들을 향해“탈북을 하는 자는 반드시 색출하여 3대에 걸쳐 그 가족을 멸하라”는 듣기만 해도 섬찍한 특별지시를 내리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최근에는 해외에 근무하는 고위 외교관 자녀들에게“9월 말까지 귀국할 것을 지시했다”고 하는 소식까지 전해져 오고 있다.

일본의‘산께이신문’이 내외소식통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9. 20)한 기사에 따르면, 최근 해외에 파견된 북한 고위 외교관 자녀들의‘실종’이 잇따르는 등 외국사정을 알게 된 세대가 망명하거나 비판세력을 형성하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에서 김정은이 직접 이런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또한 이런 조치는 최근 북한이 개성공단의 정상화에 합의하고 4만여 명의 근로자들을 재투입하는 등 남북관계 개선의지를 나타내면서도 기실 북한 내부에서는 이른바‘자본주의적 독소’의 전파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 아닌가라고 조심스럽게 진단하고 있기까지 하다.
이런 해외주재 외교관 자녀의 본국 소환지시에 대해 중국내 북한 관계자들은 국내사정상‘재외거주자 감축’이라는 명분을 내세운 것으로써 외교관 자녀의 무조건 본국소환만이 아니라 외화벌이를 하는 무역기업 주재원을 대상으로 하는“자녀는 한 명만 남기고 귀환하라”는 내용이라 밝히고 있다.
문제는 외화벌이꾼을 비롯한 해외 고위 외교관 자녀를 대상으로“전부이든, 한 명이든”이런 황당하기 이를 데 없는 일방적인 소환지시가 21세기 최첨단 과학사회에서 공공연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있다.
오늘날 지구촌의 모든 국가들은 자국의 국민이 원하면 특별히 외교관계를 맺지 않은 비수교국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국가들에 자유롭게 들어가고 나올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하고, 또 해외여행의 자유를 광범위하게 부여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 국가의 공항이나 항구에는 새로운 문명이나 문화를 접하려는 해외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으며, 지구촌 하늘과 바다에는 이들 관광객을 실은 비행기와 선박이 장사진을 이룰 정도이다.

물론 이런 얼토당토 않은 북한당국의 해외파견 외교관 등 자녀의 본국 소환지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그리 놀랄만한 일은 되지 않을 수 있다.

즉, 김정일이 생존하였을 당시인 지난 2007년에도 북한당국은 해외에 체류하는 모든 자녀들의 강제귀국을 명령한 적이 있었다.
당시 이런 소환지시를 받은 대상자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녀들의 본국송환을 피하기 위해 국가안전보위부 등 힘있는 기관에 뇌물을 고이거나 해외로 망명을 시도하여 매우 큰 물의를 일으켜,“얻는 것보다는 잃는 것이 훨씬 많은 결과”를 초래하였다.

이런 일방적 본국소환지시의 후과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북한당국은 이번에는“자녀 1명에 관한 잔류”를 인정하였겠지만, 내리먹이기식 이런 조치의 후과는 얼마 되지 않아 더욱 크게 나타날 것이 틀림없다.

아니 벌써부터 그 심상치 않은 조짐이 나타나고 있으니, 아프리카에 주재하고 있는 한 외교관은“소환명령이 이행되는지 하부의 의견이 받아들여져 철회될 것인지 지켜보겠다”고 매우 불만에 찬 목소리를 제기하고 있을 정도이다.
아직까지 북한이 해외에 파견하고 있는 외교관이나 외화벌이꾼의 정확한 숫자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북한내에 있는 고위간부들이 그 자녀를 해외에 연수차 보낸 유학생들까지 포함하면 5천여 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물론 비공식적으로 외화벌이에 종사하는 공안기관이나 공작기관에 종사하는 관계자의 자녀들을 포함하면 그 숫자는 이보다 더욱 커질 수 있다.
문제는 이들 해외에 파견되어 있는 북한 인민들을 대상으로 마치 손바닥을 뒤집듯이 뚜렷한 이유나 명분도 없이 그저 일방적으로 소환지시를 내리는 북한당국의‘자기 마음대로식’의 처사가 예기치 않은, 폭풍과도 같은 후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 있다.
북한당국은 해외에 파견된 외교관들의 경우, 행여 이들이 외국으로 망명할 것을 두려워하여 가족 중 일부를 항상 인질로 잡아두거나, 아니면 체류기간을 2~3년으로 한정하여 지속적인 혁명화교육을 받게 하고 있다.

심지어 이들 해외체류 인민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고 통제하기 위해 국가안전보위부 요원으로 하여금 그림자처럼 미행하게 하거나 동행하게 하는 등 주어진 제 임무를 수행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간섭해 왔다.
그렇기 때문에 해외체류 외교관이나 외화벌이꾼들 사이에서는 이런 지나친 감시와 통제조치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나타내면서 반발을 하거나, 상대적으로 매우 자유로운 활동을 하는 외국외교관들을 바라보면서 내심으로 그 포위망을 벗어나고자하는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을 정도이다.
최근의 경우만 해도 지난 5월 평양 인민보안부 고위 책임자의 딸이 중국에서 유학하다가 이런 감시와 통제망에 환멸을 느껴 한국으로의 망명을 단행 등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런 망명사례는“이 세상에 태어나면서부터 자유로운 존재”인 우리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매우 기본적인 인권사항은 그 어떤 이유와 명목을 들이대더라도 구속하거나 참견할 수 없는 것임을 잘 나타내주고 있다.
바로 이 점에서 우리는“구두닦이 등을 하면서 고생한 끝에 성공한 사람이 이런 고생을 하는 사람을 더욱 괄시하고 핍박한다”는 말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즉, 김정은의 경우 다른 북조선 인민들과는 달리 부모를 잘 만나 어려서부터 스위스 베른공립중학교 등에서 유학을 한 경험을 갖고 있다.
이런 이력 때문에 김정은은 다른 어떤 사람보다도 외국에서 유학하는 학생들의 처지를 잘 안배하여 줄 것으로 기대하였으나, 기실은 이번의 경우처럼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즉, 유학과정에서 체득한 선진외국의 자유로운 학습활동이나 고도의 물질문명의 움직임이 북한내부에 직간접으로 전파되어‘김씨일가’의 세습독재체제에 암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을 누구보다 더 두려워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이 점은 김정일이 정권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반대파를 조직했다는 이유를 내세워 옛소련이나 중국에서의 유학경험자들을‘반혁명, 반당분자’로 몰아 무자비하게 숙청했던 점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다.
김정은 역시 해외에서 생활한 이들 유학생이나 고위 외교관의 자녀들이 자신의 무자비한 세습독재정치에 반기를 들거나 비판세력을 형성하여 위협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공포의식에 사로잡혀 이런 일방적 소환조치를 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궁지에 몰린 쥐가 죽기살기로 고양이에게 덤벼드는 것”처럼 김정은이 자신의 영속적인 독재정치를 위해, 손바닥으로 햇볕을 가리려는 것처럼 급변하고 있는 내외정세의 흐름을 막아보려고 하는 것이야말로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 곧 드러나게 될 것이다.
결국 김정은의 이런 해외 유학생이나 고위 외교관의 본국 송환조치는 외국으로의 정치적 망명, 특히 우리나라에로의 잇따른 망명을 초래하게 하는 변인으로 작용하여 북한체제의 붕괴를 가속화시키게 될 것이다.
또한 이런 흐름은 지금 북한내의 인민들, 특히 김정은체제를 옹호하고 보위해야 할 최고위 간부들사이에서도 불평과 불만이 팽배해 가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눈여겨 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