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새해가 밝아온 지도 벌써 3개월로 접어들고 있는 지금, 북한에서는 제3대 권력세습자인 김정은의 정치적 리더십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별다른 자질이나 능력, 그리고 경험도 없이 너무 어린 나이에 한 나라를 이끌어 가야하는 중책重責을 맡아서 인지 김정은의 이런 오락가락하는 리더십은 우려와 함께 불안감까지 불러일으키게 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가뜩이나 어려운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는 2천 4백만의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무슨 큰 변고變故가 나지나 않을까” 하는 웅성거림이 일고 있다고도 한다. 물론 이런 김정은의 불안정한 리더십은 어제오늘에 대두된 것이 아니지만, 그 전조前兆는 그가 제3대 권력세습자로 공식화되기 이전부터 그 대강大綱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지난 2009년 11월말 북한당국이 전격적으로 제시한 “100 : 1”의 화폐교환조치였으며, 이와 함께 “150일전투니 100일전투니 하는 노력배가운동”이었다. 그러나 이런 조치나 운동들은 주민들의 허기진 배를 채워주기는커녕 더욱 더 곯게 하였고, 이마에 더욱 더 깊은 주름을 패이게 하는, 그런 처참한 결과만을 초래하였다.
한 나라를 다스리는 최고지도자 자리에 있는 김정은은 겉과 속이 전혀 다른 정책을 내놓기 일쑤였다. 지난 해 4월 육성연설을 통해 “더 이상 인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공언公言했던 김정은이 그 이후 인민들을 위해 내놓은 생활개선정책은 너무나도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었다. 가정의 단란한 행복을 위해 집에서는 다양한 꽃을 키워야 한다거나, 문수물놀이장이나 미림승마장, 마식령스키장 등에서 수영도 하고 말을 타고 스키도 타야 한다는 것이 대표적 예이다. 당장 먹을 양식이나 부식副食조차 제대로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주민들의 척박하기 그지없는 생활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런 정책을 편다는 것이 얼마나 비현실적인 것인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김정은은 당-정-군내의 최고위 간부들의 충성심을 유도하기 위해 매년 미화美貨로 6억 달러가 넘는 거금巨金을 들여 해외에서 값비싼 승용차나 시계, 양주 등을 수입하여 나누어주고 있다. 그런가 하면 ‘김씨일가’의 우상화를 위해 전국에 3,200개에 달하는 영생탑永生塔과 400여개의 우상화벽화, 평양 만수대언덕에 김일성-김정일부자의 대형동상을 세우기도 하였다. 그러면서도 김정은은 각급 매체를 통해 이른바 ‘인민대중제일주의’라는 원칙을 내세우면서 인민을 가장 먼저 생각하고 가장 위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특히 “인민을 위한 일에서는 만족이란 있을 수 없다”는 말까지 하면서 자신의 정권이 “인민을 위해 복무하고, 인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기까지 하였다. 이런 가운데 지난 2월에는 김정은이 구두를 신은 채로 평양의 한 고아보육시설에 들어가 아이들을 만나고 있는 장면이 힌 매체를 통해 보도되었다.
이 사진에서 김정은은 구두를 신은 채로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있었으며, 그를 수행한 중-장년의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손에 필기구와 수첩을 들고 구두를 신은 채 서 있었고, 아이들은 모두 양말을 신고 있었다. 아이들이 살고 있는 보육원에 구두를 신고 들어간다는 것은 화급火急한 사고가 난 경우가 아니면, 생각조차 할 수 없는 무례한 짓이다. 결국 이런 김정은의 행태는 김정은이 고아들까지 챙기는 자상한 어버이가 아니라 그들을 구둣발로 짓밟아 옴싹달싹 못하게 하는 파렴치한 독재자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김정은정권이 최근에 들어서는 동족同族인 우리 정부를 대상으로 “상호 적대행위를 하지 말자”는 중대제안을 하면서 3년 4개월만의 이산가족 상봉에도 임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그 당사자인 김정은은 항공육전병부대의 현지야간훈련을 참관하면서 인민군들이 빈틈없는 경계태세를 갖출 것을 지시했다는 조선중앙통신의 보도를 내놓고 있다. 이런 사실은 바로 한 손으로는 사이좋게 지내자고 악수를 청하면서도 다른 한 손으로는 비수를 들고 상대방이 허점을 보이기를 기다리는 이율배반적인 행태에 다름 아니다. 그렇다면 김정은의 결코 정상적이라고 할 수 없는, 현재 북한정권이 나타내고 있는 갈짓之 자 행태의 반인민적 정책은 어디에서 연원하는 것일까 여기에는 여러 가지 분석이 가능하겠지만, 대략 3가지 정도의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첫째는 이제 겨우 30살에 불과한 김정은의 권력세습 준비기간이 김정일에 비해 매우 짧았기 때문에, 지도자로서의 자질함양과 개발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김정은은 현지시찰을 할 경우에도 이것저것 관련된 문제를 타산하지 않고 즉흥적으로 자기 마음내키는 대로 경거망동하는 것이다. 고모부였던 장성택의 처형과정이 그 대표적 사례인데, 그는 숙청에서 처형까지의 과정을 일사천리로 진행하여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는 등 많은 후과를 발생케 하고 있다. 둘째, 할아버지인 김일성의 목소리와 복장, 생김새까지 모방하여 ‘불귀不歸의 객客’이 된 지 20년이 되어가는 이른바 ‘할아버지 따라하기’ 또는 ‘김일성 리더십의 환생’을 도모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김정은을 둘러싼 간부들은 그의 면전에서는 “간이나 쓸개라도 떼어줄 듯”이 아첨을 떨고 충성심을 보이는 척 하다가도 그 현장을 떠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표변하는 등 비아냥 거리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김정은 스스로가 매우 열등감과 자격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자신의 아버지인 김정일처럼, 공개석상에서 할아버지와 같은 어른들 앞에서 아무런 거리낌 없이 담배를 물고 지시를 하고 있는 장면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말하자면, 이른바 ‘나이컴플렉스’에 시달리는 김정은은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통해서 자기 부하나 인민들에게 여유스러움과 어른스러움을 과시하는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다고 하여 있지도 않은 지도자의 카리스마나 리더십이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이를 바라보는 북한 인민들의 마음에는 시름이 가셔지지 않고 있다. 결국 김정은이 이렇듯 반인민적인 정책을 쓰고, 오락가락 하면서 경거망동을 하는, 그 이면에는 나이에 맞지 않게 너무나도 큰 모자를 써서 시야조차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중압감이 작용한 데서 나오는 것이라 볼 수 있겠다. 아니면, 언제 어디서 상황이 어떻게 변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지속적으로 작용하는 가운데 현대의학으로도 치유하기 힘든 정신병, 아니면 매우 심리적 ‘트라우마’가 그를 압박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그 원인이 어디에 있든, 김정은이 이런 반인민적이고 표리부동한, 흔들리는 리더십을 계속할수록 인민들의 불평과 불만을 더욱더 쌓여가고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는 김정은정권의 파멸을 앞당기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