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하 朴晸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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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백리, 멸사봉공滅私奉公, 여민동락與民同樂”
이 단어들은 한 나라의 녹祿을 먹는 관료官僚들이 마땅히 지녀야 할 덕목이자 행동준칙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이들은 국민이 피땀 흘려 일한 노력 중에서 국가의 안전보장과 안녕질서, 공공복리를 위해 국가에 낸 세금을 자신이 수행한 업무에 대한 대가로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을 일컬어 통칭‘공직자公職者’라고 하는데, 그들은 과연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떻게 공직에 임하고 있는 것일까? 국민의 편익과 권리를 위해 힘써야 마땅한 그들은 과연 국민들을 위한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일까?

공직公職을 평생의 직업으로 삼고 있는 이 분들은 기본적으로 국민이 요구하는 일을“국가와 민족을 위해 사심私心을 버리고 공평무사公平無私하게 처리하는 것”을 소명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은 누가 뭐래도‘국민으로부터 주어진’권한과 영향력을 공익公益만을 위해 사용해야만 하는 사람들이다.
바로 이런 점에서“공직자가 바로 서야만 나라가 바로 설 수 있는 것”이며, 공직자를 영어로는 ‘Public Servant’, 우리 말로는 공복公僕이라고 하는 만큼‘국민의 하인’이라는 생각으로 봉사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가져야만 할 것이다. 또한 이런 마음가짐을 가진 사람들이 공직자가 되어야만 진정으로 국민의 안정과 편의를 보장받는 국가의 토대가 마련될 것이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사안을 유심히 들여다 보노라면, 우리가 응당 바라는 바람직한 공직자 상像과 현실은 너무도 크게 차이가 나는 것처럼 보인다.

있다. 또한 국익과 공익을 위해 멸사봉공의 자세로 임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사익私益을 기준으로 무엇인가를 받는 걸 병적으로 좋아하는 모습을 보이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 일부 공직자들도 있다.
이런 공직자들의 바람직한 자세에 대해서는 옛날부터 많은 얘기들이 회자되고 있다. 그 중의 하나가 바로‘청백리’인데, 이 제도는 조선조에 관리들 중에서 청렴결백한 사람만 선발하여 후세에 길이 거울삼게 했던 관기숙정官紀肅正을 위한 제도를 일컫는 말이다. 즉“성품과 행실이 올바르고 무엇을 탐하는 마음이 없는 관리”로서 오늘날의 표현대로 하자면‘노블리스 오블리제’와 비슷하다.

또한 중국 당나라 시절부터 전해오는‘배휴裵休’에 얽힌 이야기도 오늘날 공직자들이 한번 쯤 음미해 볼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되어 간단히 소개해 보고자 한다. 지금 식으로 얘기하자면‘샴쌍둥이’로 부리는‘배휴’는 기형아로 태어나 그 부모가 등을 갈라 약을 바르고 치료를 해서 키웠다고 한다.
살이 많이 붙은 아이는‘배휴’는 형兄이 되고, 적게 붙은 아이는 동생同生이 되었는데, 어려서 조실부모하고 외삼촌한테 의탁하고 살다가 동생은 어디론가 혼자 가서 행방불명이 되었다.

외삼촌댁에서 기거하던 어느 날‘일행선사’라는 한 스님이 길을 가다가 이 집에 들르게 되었는데, 미간을 찌푸리며 말하기를,“저 아이를 하루 빨리 이 집에서 내 보내시오”라고 말하는 것을 듣게 되었다. 그 이유를 묻자“저 아이는 지지리도 복이 없는 아이라 훗날 거렁뱅이가 될 것이며, 이 집에 계속 머물고 있으면 집안도 거지신세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둥 뒤에서 이 얘기를 들었던‘배휴’는 본인이“이 집에 있으면 망한다”고 하니 떠나겠다는 인사를 하고 외삼촌의 집을 나와 스스로 거렁뱅이 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몇 년간 이런 생활을 하다가‘배휴’는 어느 절 목욕탕에 목욕을 하러 들어갔다가‘부인삼대婦人三帶’라는 아주 진귀한 보배덩어리가 떨어져 있는 것을 보게 되었고, 많은 망설임이 있었지만, 그는 하루 종일 주인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그 보물은 어느 노모가 삼대독자인 아들을 살리기 위해 가산을 모두 팔아 촉蜀나라에까지 가서 구해온 것이었다. 이런 보물을‘배휴’는 노모에게 건네 주었다.

몇 년 후‘배휴’는 우연찮게 지나던 길에 외삼촌댁에 들리게 되었는데 때마침 외삼촌과 함께 있던‘일행선사’를 다시 만나게 되었고, 그를 본 선사는“장차 이 나라의 정승이 될 것”이라고 말하였다. 이에 외삼촌은“몇 년 전에는 거렁뱅이가 될 팔자라고 하시며 집에서 쫓아내라 하시더니 이제와 어찌 정승이 될 것이라”고 하는지 그 이유를 묻자, 일행선사는“그 때는 저 아이가 어떻게 하면 얻어먹고 살아갈 지에 대한 생각만 하였으나, 이제는 어떻게 하면 남을 위하고 도울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바뀌었으니 틀림없이 정승이 될 것”이라 답했다. 그리고 훗날‘배휴’는 일행선사의 말처럼 당나라의 영의정이 되었다. 말하자면“남을 위하는 마음으로 가난한 이웃을 돕겠다”는 생각이 거지팔자를 정승팔자로 바꾼 것이다.

얘기가 좀 길어졌지만, 이 고사故事는 오늘날의 공직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결코 적지 않을 것이다. 시골동네의 이장里長부터 면서기, 시·도·군에 근무하는 공직자는 물론이고 대통령, 장·차관, 국회의원, 판·검사, 장군 등 직위고하를 막론하고 국민의 혈세로 월급을 받는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주어진 직위와 권한을 이용하여 사익私益을 채울까 고민만 한다면, 이것이 바로‘배휴’가 외삼촌집에 기거하면서 가졌던 생각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스스로 찾지 않은 것은 오래가지 못하기 마련이며, 스스로 일구지 않는 것은 헛되어서 아무것도 남지 않기 때문에 결국 본인의 비굴함을 자초하는 것일 뿐이다.

공직자로서 맡은 바 소명의식을 버리고 사리사욕私利私慾만을 위해 착취하고 빼돌린 재물을 축적하고, 축적된 재물을 모아 자식에게 물려준 공직자들을 우리는 그동안 수도 없이 많이 보아왔다. 그러나 그들이 과연 타의 모범이 되는 청백리의 범주에 들 수 있을까? 자신의 가치를 가장 잘 드러내는 것은 재물도 사익도 아니고 스스로의 마음이자‘인식’이다. 그렇기에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거지도 될 수 있고 정승도 될 수 있는 것이 바로 사람인 것이다.

바로 이런 점에서 오늘날과 같이 혼탁해지고 있는 공직자의 비리와 부정부패, 부도덕성을 새삼 반추하면서 자신이 어떤 길로 어떻게 가야 할 것인가를, 옷깃을 여미고 성찰해야 할 때가 아닐까? 일찍이‘석가釋迦’는“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말라”고 갈파했다. 불필요한 공직자, 먹고 노는 공직자 등 국민의 세금만 낭비하는 공직자는 없는지 철저히 감독하고, 사정하여 정의로운 공직사회가 조성되고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공직풍토가 정착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여성 지도자인 독일의‘메르켈’ 총리가 3연임을 하게 된 데에는 자유주의 경제정책으로 10년간‘중환자’신세를 면치 못했던 독일경제를 되살려냈다는 이유도 있지만 독일언론이‘엄마 지도력’이라고 표현하듯이 따뜻한 배려와 실용적 정책 수용 자세가 정치적 성공의 핵심이었다.
국민들의 생활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도움이 된다면 정파논리를 떠나 과감하게 수용하는 생활밀착형 실용주의 노선이야말로 지금 우리나라 공직자들이 가져야 할 자세가 아닌가 생각해 보면서 칼럼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