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하 朴晸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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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또 한 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사람들은 계사년(癸巳年)의 마지막 달력을 넘기면서 바삐 달려왔던 한 해를 돌이켜보고, 새마음 새포부로 갑오년(甲午年)을 맞이하려 세모의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 해 그 많은 일들 가운데 우리 뇌리에 가장 깊이 각인(刻印)되는 것은 역사상 처음으로 국민이 직접 뽑은‘여성대통령’의 탄생이다. 우리의 여성대통령은 취임 후 왕성한 외교 활동으로 대한민국의 위상을 국제사회에 널리 떨쳤을 뿐 아니라, 한반도 안정과 평화를 공고히 하는데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다. 미국을 비롯해 중국, 러시아 정상들과 우호적이고 의미 있는 회담을 마치고, ASEAN, EU 등 여러 국제기구와 그 나라 정상들과의 만남을 통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참 뜻을 알림으로써 동조를 이끌어내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한편, 국내에서는 2007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비롯한 이석기 사태, 법무부의 통합진보당 해산청구,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의혹 등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급기야 가톨릭 전주교구에서의 연평도포격도발사건 왜곡과 대통령 사퇴발언까지 나오면서 공안정국 시비로 번지고 있다.
이밖에도 청와대 전 대변인의 성추문사건, 법무부차관의 성접대 의혹, 검찰총장의 혼외자녀 문제 등 도덕적으로 추한 면모가 드러나 국민의 역겨움이 극에 달했는가 하면, 노인층을 대상으로 한 기초연금과 영·유아 양육수당, 무료급식, 청년실업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제기되기도 했다. 정말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한 해였다.

북한은 남북한 간 유일의 경제협력 현장인‘개성공단’을 일방적으로 폐쇄했다가 4개월 만에 재개했는가 하면, 1천만 이산가족들의 비원(悲願)을 조금이나마 해소시킬 계기가 되었던 이산가족 상봉을 한반도 상황을 구실로 또다시 무산시키는 철면피한 행태를 나타냄으로써‘개꼬리 3년을 묻어 놓아도 황모(黃毛)가 되지 못한다’는 속담을 재연하였다.
이렇듯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회고하면서 세계 유일의 분단국, 155마일에 이르는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있는 우리가 명심하고 또 명심해야 할 것은 일찍이 로마의 명장 베제티우스가 갈파한 “평화를 진정으로 원한다면 전쟁에 대비하라”는 잠언이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3년 전의 천안함폭침 사건과 연평도포격 도발 때 해병대 지원병이 늘어나고 국가 안전 보장에 대한 욕구가 폭발적으로 일었지만 얼마 가지 않아 그 열기가 사그라지는 걸 보며, 우리의 냄비기질에 실망을 금치 못했기 때문이다.

이 나라의 내부 갈등은 막바지에 달해있다. 이석기 R/O의 조직적 반국가사건, 이들을 비호하고 합법정치무대에 등장시킨 제도권 세력, 국가 발전과 안전보장을 위해 필요한 중요 국책사업 현장마다 들쑤시고 다니며 분란을 일으키는 폭력 시민단체, 천안함폭침을 조작극이라며 괴담으로 분열을 꾀하는 선동 패들. 결국 이들이 가는 길은 뻔하다.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 주한미군을 몰아내고, 비대칭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을 가진 북조선을 빽으로‘연방제 통일’을 꾀하겠다는 게 아닌가.
이런 정국의 움직임을 바라보면서 일찍이 세계적 석학 아놀드 토인비가 강조했던“국가의 붕괴는 외부의 도전이 아닌 내부분열로부터 시작된다”는 말을 떠올리게 된다. 더욱이 최근 김정은은“청와대에 3년 내에 인공기를 꽂겠다”고 호언장담을 하는가 하면,‘청와대 불바다, 통일대전 불사’까지 위협하고 있는 마당이 다.
필자는 펌프에서 물이 안 나올 때 물을 끌어올리기 위하여 붓는‘마중물’에 대한 일화를 소개하면서 이 발간사를 마무리 하고져 한다.

어느 날 한 나그네가 넓은 광야를 걷다가 피곤하고 목이 말라 쓰러지기 직전 한 펌프를 발견하게 되었는데, 그 옆에는 한 바가지의 물이 있었다. 하도 목이 말라 그 물을 먹으려 할 때‘이 물은 마중물이니 마시지 말고 펌프에 부어 보다 많은 물이 나오면 먹도록 하시오. 그리고 다 마신 후에는 이 바가지에 다시 물을 채워 놓으시요’라는 글귀가 푯말에 씌어 있는 것을 보았다. 나그네는 푯말의 지시에 따랐고 이 우물은 그 이후에도 마르지 않고 목마른 나그네의 목을 추겨주었다.

손님이 오면 주인이 마중을 나가 그를 맞이하듯, 펌프에 물을 먼저 부어 새물을 맞이하는 마중물처럼, 우리‘군사저널’은 대한민국 국가안보의 전문지로서 마중물의 역할에 충실하여, 국군장병들의 반려로써의 기능과 소임을 다할 것이다. 모쪼록 송구영신(送舊迎新)의 달에 독자 여러분의 의미 있는 12월이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