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승 박사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본지 편집위원장
seokseung333@hanmail.net


이제 2015년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지금 동북아에서는 중국과 대만, 동남아에서는 미얀마에서의 민주화열풍, 그리고 저 멀리 중동과 중남미에서는 이란과 미국의 핵협상 타결, 미국과 쿠바간의 공식수교 등 다른 어떤 한해보다도 화해의 기류가 크게 조성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발칸반도의 화약고’로 불리우는 세르비아와 알바니아간의 역사적인 정상회담 개최, 오바마 미국대통령의 라오스 방문 등 역사적으로 길이 기록될 만한 사안들이 우리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이렇듯 지구촌 곳곳에서는 눈에 띠게 화해분위기와 기류가 형성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족인 남북한간에는 아직까지 “관계개선과 평화통일을 위한 움직임”이 제대로 나타나고 있지 않아 대조적인 분단현실을 나타내고 있다.
즉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과 대만의 ‘마잉주’ 총통은 싱가포르에서 1949년 분단이후 무려 66년만에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가졌으며, 여기에서 일단 ‘하나의 중국’은 인정하되 각자의 해석에 따른 국가명칭을 사용하기로 하는 이른바 ’92공식’(※ 중국과 대만이 지난 1992년 ‘하나의 중국’을 지향한다는 원칙을 합의한 것)을 23년만에 확인하였다.
또한 쿠바도 1961년 ‘피델 카스트로’라는 독재자가 혁명을 통해 집권한 이후부터 미국과의 국교가 단절되었으나, 날이 갈수록 강화되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의 쿠바에 대한 경제적 제재와 봉쇄는 카스트로정부에게 “무능한 독재정치의 파산”을 선고하게 만들었다. 이에 다급해진 쿠바는 미국과의 국교회복을 요청하게 되었고, 급기야 지난 7월에는 54년만에 양국의 수도에서 각기 대사관을 재개함으로써 반목했던 과거를 청산하고 새로운 시대를 맞게 되었다.
이런 쿠바의 상황변화는 지금 전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로 평가되고 있는, 마치 “외로운 섬과 같은 은둔의 국가”인 북한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이어 지난 1979년 이슬람 과격학생들이 테헤란주재 미국대사관에 난입하여 미국인 52명을 1년 이상 억류하는 사건이 발생하여 미국과의 국교가 단절되었던 이란은 거듭되는 핵개발의혹으로 미국을 비롯한 유엔 상임이사국 및 독일이 각종 금융제재조치를 취하자 이를 견디다 못한 ‘로하니정부’는 지난 7월 오스트리아의 빈에서 핵협상을 최종 타결하였다. 이에 따라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군사시설을 포함한, 의심되는 시설과 인력에 대한 사찰을 전면적으로 실시하기로 하였고, 미국을 비롯한 유럽연합은 그동안 취해왔던 이란에 대한 금융제재를 해제하기로 하였다. 이런 합의에 대해 이란의 ‘로하니 대통령’은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환영하였고, 이는 핵개발을 내우면서 무려 42년간 철권정치를 행하다가 비참한 최후를 맞은 리비아의 독재자 ‘카다피’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라 하겠다.
이런 점 역시 “있지도 않은 미국을 비롯한 외부로부터의 침략”을 명분으로 하여 핵개발에 광분하고 있는 북한의 김정은정권에게 매우 큰 교훈을 안겨준다고 볼 수 있겠다.

여기에 덧붙여 동남아시아에 있는 미얀마는 천연가스 등 풍부한 자원과 노동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방속도가 가장 늦은 마지막 개척지라고 불리우는 나라이자 50여년간 군부독재가 이루어져 왔던 독재국가로 널리 알려져 왔다. 그러나 지난 달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수십년동안 한결같이 민주화에 헌신해 왔던 ‘아웅산 수지여사’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이 총선에서 압승을 거둠으로써 민주화의 훈풍이 불고있어 새삼 내외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후에 미얀마의 ‘양곤’에서 열린 여러 정당간의 회의에서 ‘테인 셰인 대통령’은 “아웅산 수지여사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으로의 순조로운 정권이양을 할 것”이라는 약속을 하였기 때문에 미얀마의 정국은 오랜 기간동안의 독재정치를 끝내고 새로운 민주정권이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결국 독재권력이 아무리 인민들을 총칼로 위협하더라도 ‘인간다운 삶’을 살고자 하는 미얀마 인민들의 민주화와 개혁개방열망을 언제까지고 억누를 수는 없다는 점을 나타내주는 예이기도 하다.
이밖에도 ‘발칸반도의 화약고’라 불리는 세르비아와 알바니아의 정상들이 지난 5월 하순 알바니아의 수도 ‘티라나’에서 만나 역사적인 화해를 이룬 점, 그리고 내년 중에는 ‘오바마 대통령’의 라오스 방문 등이 예정되어 있는 등 화해와 협력의 움직임 전세계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거나, 있을 예정으로 있다.
결국 이런 모든 사례들은 개혁과 개방은 그 어떤 물리력으로도 막을 수 없는 시대적 추세이자 요청이라는 점, 그리고 핵무기 개발이라는 ‘무모한 정책’을 추진하다가는 정권자체가 위태롭게 된다는 점 등을 짙게 시사하는 것으로 볼 수 있겠다. 이렇듯 세계 거의 모든 지역에서 화해와 협력의 물결이 넘실대고 있는 것은 그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역사적 조류이기 때문에 북한도 하루라도 빨리 이런 물결을 타고 인민들에게 보다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 주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선 앞에서 검토한 여러 사례에서 큰 교훈을 얻어 무모하기 이를 데 없는 핵개발을 포기하고 남북이 고위급접촉을 통해 일구어낸 ‘8.25합의’를 이행하는데 진정성을 보여야 할 것이다. 특히 ‘8.25합의’ 가운데 이산가족상봉의 정례화, 남북당국간 회담 등 여러 합의사항에 진정성, 전향성을 가지고 임하여 지속적인 남북관계 발전이 이루어지도록 힘을 쏟는 것이야말로 실추된 민심을 추수리고 백척간두의 위기에 빠져있는 정권을 되살릴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라 보여진다.
덧붙여 여기서 한 가지 빼놓을 수 없는 점은 앞의 여러 사례에서 보듯이 총칼의 위협아래에 더 이상 굴복하지 말고 “자신의 주어진 권한”을 자기 스스로의 힘으로 되찾고자 하는 북한 인민 스스로의 자구적 노력도 매우 중요하다고 보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