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귀근
연합뉴스 국방부 출입기자
threek@yna.co.kr

지난 8월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 때 올해 우리 장병들이 보여준 진한 전우애는 국민들에게 군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줬다. 추가 도발 위험 속에서도 훈련한 대로 경계를 하면서 부상한 전우를 신속하게 후송했던 장면에 모든 국민들이 안타까운 마음으로 격려를 보냈다. 사건을 되돌아 보자면 지뢰 도발 당시 열상감시장비(TOD)로 촬영된 영상에 장병들의 전우애와 기강이 배여 있었다.
비무장지대(DMZ) 수색대대 장병들은 전우 2명이 부상을 당한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후송작전을 펼쳤다. 후송을 하면서도 엎드려 자세로 북한군 공격에 대비하는 장면도 또렷하게 나타났다. 평소 강한 훈련과 다져진 군 기강이 위험 속에서도 고스란히 빛을 발한 것이다. 국민들은 이런 군의 모습을 원하고 있다.

“위기상황에서 나를 구해주는 것은 전우뿐”
톰 행크스 주연의 영화 ‘라이언일병 구하기’가 떠오른다. 진한 전우애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전쟁영화의 진수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4형제 모두 2차대전에 참전한 라이언 가에서 며칠간의 시차를 두고 3형제가 이미 전사하고 막내 제임스 라이언 일병(맷 데이먼 분)만이 프랑스 전선에 생존해 있음을 알게 된다.
네명의 아들 가운데 이미 셋을 잃은 라이언 부인을 위해 미국 행정부는 막내 제임스를 구하기 위한 매우 특별한 작전을 지시한다. 결국 사령부에서 막내를 찾아 집으로 보낼 임무는 밀러(톰 행크스 분)에게 부여되고, 이것은 이제껏 수행했던 임무보다 훨씬 어렵고 힘든 것이었다. 대략 이런 내용의 줄거리다. 한 명의 전우를 구하기 위해 모두 8명으로 구성된 구출팀의 활약상과 전쟁의 광기를 잘 보여준 작품이다.

미국은 산자 뿐 아니라 전사자의 시신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가서 발굴하고 있다. 미국의 '전쟁포로 및 실종자 확인 합동사령부'(JPAC)가 바로 그 일을 하는 곳이다. 미국 국방부 산하로 하와이에 있는 JPAC은 2차 세계대전과 6·25전쟁, 베트남전, 걸프전, 이라크전 등에서 전사한 미군 유해 발굴과 신원 감식 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며 우리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의 모델격이다.
"조국은 당신들이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슬로건으로 일하는 이 곳은 450여명의 인력에 연간 예산만 600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북한에서도 유해발굴 작업을 벌여 200명이 넘는 미군 전사자 유해를 수습한 바 있다. 산자나 죽은자를 지켜주는 것은 오직 전우 뿐이라는 것을 이 기관의 활동이 잘 말해준다. 물론 이런 활동은 정부의 예산 뒷받침도 중요하다.
‘나 아닌 전우가 먼저’…새로운 병영문화 창출돼야
국방부와 각 군은 병영문화 개선 운동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2016년에도 계속된다. 구타와 폭행, 가혹행위 등을 없애고 마음 놓고 군 생활을 하면서 여가 시간에는 자기개발도 하자는 것이 병영문화 개선 운동의 요체이다. 선임은 후임을 끌어주고 후임은 후임끼리 서로 보살피고 도우면서 행복한 병영을 이루겠다는 것이 최종 목표이다. 현재 우리 병영은 조금은 미흡하지만 이런 최종 목표를 향해 힘차게 전진하고 있다. 상당한 부대에서 병영문화 개선 운동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국방부는 설명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 가정 한 남아(男兒)’가 보편화되어 있어 군에 입대한 장정은 모두 귀한 집 자식이다. 내가 가정에서 귀하게 커서 군대에 왔다면 남의 집 자식도 내 처지와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병영에서는 ‘나 아닌 전우가 먼저’라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전우를 귀하게 생각하는데 어떻게 폭행과 폭력 등을 행사할 수 있겠는가? 병영문화 개선 운동의 최종 목표치가 목전에 다가왔다는 국방부 설명도 있듯이 내년에는 모든 장병들의 마음가짐이 달라져야 한다고 본다. 구타와 폭행, 언어폭력 등이 사라지는 원년으로 만들자는 마음가짐을 갖자.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 때 우리 군은 이미 군기강과 전우애를 보여주지 않았는가. 못 해낼 일도 없다.
“1일 5감(感)으로 병영문화 바꾸자”
군부대에서 '감사 나눔 운동'을 펼치며 병영문화 개선에 앞장서는 민간단체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행복나눔 125'라는 이름의 이 단체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5년째 육·해·공군 부대에서 '행복한 병영 만들기' 운동을 주도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이 단체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군부대는 약 380곳에 달한다. 직접 부대를 찾아 정훈장교를 포함한 간부들에게 인성교육 프로그램 전수하면 간부들이 현장에서 이를 실천하는 운동이다.
숫자 125는 '1일 1선(善)', '1월 2독(讀)', '1일 5감(感)'을 의미한다. 매일 한 번 선행을 하고 매월 2권의 책을 읽으며 하루에 5번 감사한다는 뜻이다.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1일 5감이다. 감사의 생활화가 행복나눔 125 인성교육 프로그램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을 도입한 부대에서는 병사들이 매일 수첩에 감사할 일 5가지를 쓰도록 하고 감사·칭찬 게시판을 운영한다.
신병교육대의 경우 신병들이 부모님께 감사할 일 100가지를 편지에 써서 집으로 부친다. 갓 입대한 신병들이 부모님의 은혜를 깊이 깨닫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감사의 생활화로 병사들의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고취한 효과는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 이 단체의 설명이다. 입대 직후만 해도 '관심 병사'였던 사람이 '모범 병사'로 전역하거나 군 복무에 회의를 느껴 전역을 고민하던 간부가 군 생활의 보람을 찾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 단체 대표인 손욱(70) 씨는 “과거에는 '군대 가서 사람 되자'가 목표였다면 이제는 군대 가서 리더도 되고 인재도 되도록 하자는 것이 목표”라며 “기업을 포함한 사회 전반이 병영 문화 개선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군에서 확산시켜볼 가치가 충분한 운동이라고 군 관계자들은 평가하고 있다.
‘평일·휴일 면회제도’같은 톡톡튀는 정책 많아지길
지난해 각종 사건사고를 계기로 새로운 병영문화 개선 차원에서 국방부가 병사들의 평일·휴일 면회제도를 도입했는데 호응이 폭발적이라고 한다. 그동안 최전방 GOP 부대는 남방한계선 철책을 지키는 근무 특성과 외진 곳이라는 지리적 특성 탓에 그동안 면회가 허용되지 않았다.
제1야전군 사령부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지난 6월 말까지 기준으로 예하 전방부대에서 시행된 평일·주말 면회 장병은 1천937명이고, 부모 등 면회객은 3천199명에 이른다고 한다. 유형별로는 최전방 GOP 부대의 주말 면회 장병이 1천464명으로, '페바(FEBA : Forward Edge of Battle Area)' 부대의 평일 면회 장병 473명보다 3배가량 많았다. GOP 면회는 부대마다 차이는 있지만 통상 일주일, 최소 2∼3일 전에 신청해야 한다. 면회 예정 병사의 근무를 조정하고 민통선 출입을 위한 절차를 밟는 등 사전 준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전방 GOP를 제외한 나머지 부대는 평일에도 장병 면회가 가능하다.
육군의 한 관계자는 “GOP 부대의 주말 면회와 일반 부대의 평일 면회 허용이 사기를 북돋우는 데 큰 도움이 되고, 구타·가혹행위 등 병영 내 부조리 근절에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평일․주말 면회제도는 국방부가 올해 시행한 국방정책 중 가장 호응을 얻고 있다. 이 제도는 부모님의 입장에서 생각해낸 제도이다. 최전방에 근무하는 자식들의 안부로 매일매일 속 태울 부모들의 마음을 고려한 정책으로 평가된다. 내년에도 이런 톡톡튀는 국방정책이 많이 만들어지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