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운
66사단 중령


지금 남중국해1)에서 일고 있는 격랑이 심상치 않다. 남중국해는 자원의 보고인 동시에 세계 교역량의 50% 를 차지하는 해상 교통로이다2). 올해 초 필자가 중국을 여행할 때 중국에서 판매하고 있는 관광지도에도 남중국 해를중국의 영역으로 표시3)하고 있는 것을 목격하였다. 중국은 역사적 근거4)를 주장하면서 남사군도 암초 7곳 에 인공섬을 만들어 등대, 항만,활주로, 헬기장, 주거시설 등을 건설하고 레이더, 대공포, 전투기를 배치하고 있다. 이에 미국은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10월 27일 인공섬 12 해리내로 구축함 라센(USS Lassen DDG 82)호를 진입시켰다.



 
미국은 유엔해양법협약(UNCLOS)5)에 따라 인공섬은 배타적 경제수역(EEZ)이나영해를 갖지 못한다고 주장하 면서 남중국해에서 자유항행과 작전도 계속할 것임을 천명하였다. 10월 29일 중국 국방부 대변인 양위쥔(楊宇軍)은 ‘남중국해 인공섬 인근해역으로 미국 군함이 진입할 경우 필요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대응할 것임’을 발표하였다. 11월 3일미국과 중국의 고위급 군사회담에서 중국 중앙군사위 부주석 판창룽(范長龍)이 미태평양사령관에게 “중국 군대의 임무와 사명을 강력하게 이행할 것이며, 국가주권과 이권을 강력하게 수호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날 해리스 사령관은 “우리 군은 국제법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언제 어디든지 비행하고 항해하며 작전을 수행할 것이고 남중국해도 예외는 아니다.”라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였다. 한편 중국군 부총참모장 이샤오광(乙曉光)은 “다시미군 군함이 들어올 땐 모든 필요한 조치를 다해 국가주권과 해양주권을 지키겠다.”라고 경고하였다. 그러나 미국은 11월 5일에는 애슈턴 카트 국방장관이 핵항공모함인 루즈벨트호를 타고 남중국해를 직접 순시하였고, 또 다시11월 8~9일 전략 폭격기 B-52 2대를 남사군도인공섬 상공으로 비행시켰다. 중국의 경고를의도적으로 무시한 것이며, ‘자유항 행’의 원칙을 고수한 무력시위를 벌인 것이다.
 
1898년스페인과 전쟁이후 서태평양까지 지배권을 확보한 미국은 잠시 일본, 소련 의 도전을 받았으나 서태평양에서의 항행의 자유를 아시아 전략과 직결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슈퍼파워인 미국과 중국이 남중국해를 두고 빚고있는첨예한 대립은 인류역사를 통해 보아왔던 강대국의 패권경쟁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우리의 관심사는 남중국해에서 일고있는 격랑의파고가 언제 어떠한 형태로 닥칠것인가?, 또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 이다. 이것은 대한민국 생존의 문제인 것이다.

남중국해에서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남중국해 패권경쟁은 미국이 아시아 회귀(Pivot to Asia)전략을 추구하면서 예상되었던일이다. 미국은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봉쇄하기 위하여 한국~일본~필리핀~호주를 연하여강력한 동맹을 구축하고 있다. 그리고 테러와전쟁이후 중동에서 여유가 생긴 미군은 해군력의 60%를 태평양에 배치하고 있다. 미국은직접적인 분쟁 당사국은 아니지만, 아시아 전략의 일환으로 일본, 베트남, 필리핀과 협력하면서 중국을 견제하고 있다. 중국의 국가전략은 도광양회(韜光養晦)6)에서 중화민족중흥을꿈꾸는 중국몽(中國夢)으로 옮겨가고 있다.

중국 부흥을 이끌 일대일로(一帶一路, One BeltOne Road) 전략은 중앙아시아~러시아~유럽을 잇는 육상 실크로드(Silk Road)와 서태평양~인도양~유럽를 잇는 해상 실크로드로 반드시 ‘중국의 앞마당’인 남중국해를 장악해야만가능한 것이다. 1992년에는 『영해 및 접속구역에 관한 법』 제2조에 남중국해의 4개 군도를 중국의 영토로 명기하였다. 또한 2010년 국가의 6개 핵심이익(Core Interests)7)에 남중국해를 포함시켰고, ‘남중 국해는 중국의 주권및 영토보전과 관련된 핵심이익’이라고 미국에 통보하였다. 미국은 2010년 7월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남중국해에 있어서 국제법준수는 미국의 국익‘이라고 표명하고 본격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하였다. 중국의 핵심이익은 절대 협상이나 타협에 의해서 양보될 수 없으며 힘에 의해 끝까지 수호한다는 것이 중국의 기본 방침이다. 시진핑(習近平)은 “어떠한국가도 중국의 핵심이익을 거래할 것이다라고기대해서는 안된다.”라고 천명하였다.

미국과는 신형대국관계(A New Type of Great-PowerRelationship)8)를 제안하면 서태평양으로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2006년 중국 해군 사령관이 당시 미태평양 함대 사령관인 키팅제독에게 ‘태평양을 둘로 분할하자’고 제안했다고한다. 2013년 켈리포 니아에서 시진핑이 오바마에게 “넓은 태평양은 중국과 미국 두 대국을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이다.”라고 하였다. 중국은 미국의 동중국해 및 남중국해로 접근을 거부하는 A2/AD(Anti-AccessArea Denial, 반접근 지역거부) 전략9)을 추구하고 있다. 그러나 1996년 대만과 군사적 위기시 미국의 항공모함 파견으로 물러설 수 밖에 없었던 굴욕을 맛본 중국은 해군, 공군, 제2포병(전략미사일 ), 우주무기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10). 사거리 2,000km로 ‘항모킬러’라 불리우는 DF-21D과 사거리 4,000km 의 DF-26은 이미 실전배치를 완료한 상태다. 특히, 원양해군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신형 이지스 구축함, 원자력 잠수함11) 건조는 물론 항공모함 2척도 건조중이며, 추가 항공모함 2척을 건조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은지난 9월 항일 전승절 기념행사를 통해 대국굴기(大國崛起)에 이어서 군사굴기(軍事崛起)를세계에 과시하였다.




과연 미국과 중국은 충돌할 것인가?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였다. 새로운 강대국의 등장은 기존 강대국과 필연적으로 패권을 다투었다는 것을 인류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미국의 그래함 앨리슨(Graham T.Allison) 교수12)도 기존 패권국(EstablishedPower)과 신흥대국(Rising Power) 사이의 패권 교대는 반드시 전쟁을 통해 이루어졌는데,전쟁의 원인은 기존 패권국이 신흥대국으로부터 공포를 느끼기 때문이라고 설파하였다.


많은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은 직접적인 충돌은 회피할 것으로 예단하고 있다. 지금도 지속되는 남중국해의 갈등이 단기간내 대규모의위 기로 발전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반드시 그렇다고 말할 수 없을것이다. 과연 미국과 중국이 남중국해를 두고충돌할 것인가? 인간과 조직의 본성, 인류의역사를 바꾼 패권전쟁을 통해서 양국의 충돌가능성을 예측해볼 수 있을 것이다. 역사는 반복되고 인간과 조직의 본성은 역사가 흘러도결코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펠로폰네소스 전쟁13)의 원인은 스파르타(established power)가새롭게 부상하는 아테네(rising power)로 부터공포14)를 느꼈기 때문이었다. 스파르타와 아테네는 같은 언어를 사용하였지만 정치 체제,경제활동, 문화적 성격 등이 달랐고 무엇보다도 다른 민족이었다15). 스파르타가 느낀 공포의 직접적인 요인은 아테네를 맹주로 한 델로스 동맹16)의 확대와 함께 강력한 해군력의 보유, 동맹국 으로부터 들어오는 막대한 돈(동맹기금), 아테네로부터 피레우스항과 팔레론항까지 연결한 성벽17)이었다. 다음은 아테네인들이 스파르타인들에게 행한 연설이다.여기서 제국의 팽창과 전쟁의 원인은 인간본성(공포, 체면, 이익)에 기인한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중국의 경제적 부흥,해군력 강화, 남중국해에 건설하고 있는 인공섬 등은 2500년전 신흥대국으로 부상한 아테네가 추진한 일과 너무나 유사하다는 생각은지나친 기우일까? 인류역사상 수 많은 전쟁중에서도 최초 동양(페르시아 제국)과 서양(그리스 연합)이 충돌한 페르시아 전쟁19), 펠로폰네소스 동맹20)과 델로스 동맹이 그리스와 에게해의 패권을 다툰 펠로폰네소스 전쟁, 지중해의패권을 두고 다툰 카르타고와 로마의 포에니전쟁21), 대서양의 패권을 다툰 영국과 스페인의 칼레해전22), 동아시아의 패권을 다툰 러시아와 일본의 러-일전쟁은 모두 인류역사의 중대한 변곡점이 된 패권전쟁이었다.
 
주목해야할 점은 역사상 주요 패권 전쟁은 다른 민족간의 전쟁이었으며, 반드시 해전(海戰)을 포함한다는 사실이다. 패권교대가 전쟁으로 이어지지않은 거의 유일한 경우는 20세기 영국과 미국이다. 여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미국은영국에 뿌리를 두고 있는 나라로 정치체제도유사하였다. 반면 영국의 영토, 인구, 국가 생산력은 미국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다. 따라서 영국이 미국으로부터 공포를 느낄 이유가 없었다. 반면 미국과 중국은 영토는 비슷하지만 민족과 역사, 언어, 인구, 정치체제, 문화등은 판이하게 다르다. 현재 경제력과 군사력모두 미국이 앞서는 것으로 평가되지만 중국의 발전속도는 조만간 미국을 앞지를 기세다.그렇다면 과연 미국은 부상하는 중국으로부터공포를 느끼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