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근
이화여자대학교 겸임교수

서문
2016년을 보름 앞둔 12월 16일 조간 신문기사 제목 중 눈에 확 띠는 것이 ‘한국 경제 한 겨울의 이빨 빠진호랑이’ 이라는 우울한 기사였다. 경제문제와 더불어 우리를 더욱 걱정스럽게 만드는 것은 경제보다 훨씬 더 심각하고 위험한 국가안보 문제다. 경제는 잘살고 못사는 문제와 관련 있지만 국가안보 문제는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와 관련이 있는 것이다.

2016년 우리나라가 당면할 안보 상황은 2015년못지않게 심각하고 어려울 것이라 예상된다. 지난몇 년 동안 나쁜 방향으로 진행 되던 국제 안보 문제들이 호전되기 보다는 기왕의 진행 방향으로 더욱 박차를 가해 나갈 것이라고 보여 지기 때문이다 .

작금 진행되는 부정적인 국가안보 관련 국제정세 추세들은 한반도, 한반도 주변 그리고 세계라는 3가지 차원에서 분석할 수 있을 것이다. 본 에세이는 이 3가지 치원에서 약되는 안보 이슈들이 2016년에는 어떤 방향으로 전개 되어질 것이라고 추론되며 이에 따라 한반도 안보 상황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에 대해 설명을 제시하는 방식을 취하고자 한다.

한반도 차원의 안보문제

대한민국의 국가안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은 우선 북한이 야기하는 안보 위협에서도출된다. 북한이 제기하는 안보 위협은 핵폭탄의위협, 북한 정치 및 경제제체의 불안으로부터 야기되는 위협 등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을것이다. 핵위협부터 논해 보기로 하자.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하기 꼭 2 주일 전인 2013년 2월 13일 단행된 북한의 3차 핵실험은 북한의 핵폭탄이 히로시마 급 위력을 가진 폭탄이지만 아직 그 크기와 무게가 상당하기 때문에 북한이 보유한 미사일에 장착될 수 없는 상태로 판단되었다. 당시 미국 및 서방 전문가들은 ‘방치할 경우’ 북한은 3년 정도면 ‘완전한 핵무기 체계를 갖출 수 잇을 것’ 이라고 예측한 바 있었다. 북한은 이후 미사일에 장착가능 한 핵폭탄을 제조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여 왔다. 2015년 여름 간행된 대한민국 국방백서는 북한이 핵무기 체계를 완성할 수있는 시점이 별로 많이 남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그렇다면 2016년 중 북한은 실전에 사용 될 수 있는 수준의 핵무기체계를 배치 할 수 있다는 말 일것이다. 북한이 만약 사용 가능한 핵무기 체계를 보유하게 된다면 그날 이후 한반도의 안보 상황은지금과는 판이하게 달라지게 될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은 북한이 대규모 도발을 감행 해 올 경우,한미 양국군이 북한지역으로 공격해 들어가는 작전계획을 가지고 있다. 5027이라 불리는 이 계획은 북한에게 파멸을 각오하지 않는 한 전쟁을 도발하지 말라는 억제전략인데, 이 전략은 북한이 핵을 보유하지 않은 상황을 가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시적이다. 북한이 핵전쟁 수행 능력을 갖춘후에도 우리가 북한에게 대규모 전쟁을 벌일 각오를 할 수 있을지 심각하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 다음은 김정은 정권의 취약성에 관한 문제다.

2015년에만도 김정은은 현영철 대장을 반혁명분자로 몰아 처형 했고 김정은 집권이후 상당기간 2인자로 군림했던 최룡해를 숙청했다.

12월 중에는 중국에 파견했던 모란봉 악단을 단1회의 공연도 없이 북한으로 불러들이는 국제적으로 황당한 사건도 저질렀다.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김정은 정권은 언제라도 단말마적인 무력 도발을 일으킬 가능성이 농후하다. 2015년 8월 목함지뢰 사건은 북한이 대한민국을 테스트 해본 사건이었다. 우리 국방부는 북한에게 책임자를 처벌할 것을 요구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해 주겠다고 경고 했지만 북한이 책임자를 처벌하지도 사과를 하지도 않았다. 북한측의 ‘유감표명’ 을 한국 측이 사과나 마찬가지라고 해석하자, 북한 당국은 이해하기 쉬운 말로 사과가 아니다 라는 사실을 재차 밝히기도 했다.

북한의 제반 도발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만 할대한민국의 2016년은 정치 일정으로 떠들썩한 한해가 될 것이다, 4월의 총선, 총선이후 대선국면으로의 진입 등은 북한의 도발에 일사불란한 대응 태세를 갖추는데 유리한 조건은 아닐 것이다. 이 같은기회를 틈타서 북한은 4차 핵실험을 단행하거나 지난 8월의 목함 지뢰 폭발과는 비교가 될 수 없는 대규모의 도발을 감행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를 사전에 막아야 하며 도발이 있을 시, 2015년여름처럼 북한 마음대로 상황이 반전(반전)되지 않을 것임을 분명하게 알려야 한다. 도발을 야기한 집단이 자기 마음대로 호루라기를 불거나 공을 쳐서위기를 모면하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

북한의 도발 가능성과 더불어 북한 정권의 내적 안정성 문제 또한 심각하다. 2015년 한해 동안에만도 현영철 대장과 최룡해가 숙청되는 굵직한 일이발생 했다. 2인자 급에 해당되는 고위급 인사의 지속적 숙청과 차단은 김정은 정권의 공고화 과정이기 보다는 김정은 정권이 혼란의 연속임을 나타낸다. 언제라도 내적으로 불안정한 정권은 탈출구를 외부에서 찾았다. 북한의 강도 높은 대남 무력도발과 한국 내 좌익세력에 의한 보다 적극적인 반정부운동 전개 등에 대해 면밀한 대응책을 준비해 두지않으면 안될 일이다. 북한은 특히 2016년 4월 예정인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둔 대한민국을 골탕 먹일수 있는 각종 방안을 강구하고 있을 것이다.

한반도 주변 국제정세의 악화
한반도 주변 국제정치 상황은 지난 수년간 점차 나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미국, 일본, 중국, 그리고 동남아시아 국가 들 간의 긴장이 지속적으로 고조 되고 있는데 긴장원인은 전통적으로전쟁 발발 가능성이 가장 높은 요인인 영토문제로 인한 것이라는 사실에 유념해야 한다. 중국은1978년 개혁개방을 단행 한 이래 무역국가로 급부상 하게 되었고, 세계적인 무역 국가로 성장한중국은 본격적으로 바다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

중국은 자신의 앞바다 격인 동지나해와 남지나해 대부분을 마치 자신의 영토인 것처럼 주장하고나서기 시작했다. 중국은 이미 1947년에 남해 9단선을 서태평양 전체에 그어 놓고, 그 선(線)속의 바다인 동중국해, 남중국해 및 수많은 도서들의 영유권을 자신이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해 오고 있었다.

특히 중국은 점차 막강해지고 있는 해군력을 출동시키고 있으며, 최근에는 산호초, 사구 등에 인공구조물을 설치, 이들 인공 섬을 군사기지화 시키기시작할 정도다.

물론 중국은 평화적인 목적을 위해서 그런다고하지만 전투기가 이착륙 할 수 있는 활주로 등 군사시설이 함께 건축되고 있는 현실을 간과할 나라는 없다. 최근 중국은 인공 섬들 주변에 12해리(약 22km) 영해를 선포했다. 국제법상 영해는 영토와 같은 취급을 받으며, 허락 없이는 다른 나라의 배나 비행기가 들어갈 수 없다. 물론 중국의 이같은 주장은 국제법 위반이다. 인공 섬은 영해와영공을 가질 수 없도록 규정 되어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대화를 통해 남지나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던 미국은 지난 9월 초 오바마-시진핑 회담에서 아무런 분쟁해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본격적인 군사적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중국이 영해라고 선언한 수역에 최신예 이지스군함을 항진 시킨다거나. 중국이 영해라고 선언한 수역의 상공, 즉 영공에 B-52 폭격기를 비행 시키는 등 본격적인 군사작전 모드로 돌아서고 있는중이다. 중국학자들은 미국의 폭격기가 자신들의섬 위를 직접 날았다며 항변한다. 2015년 년 말 호주 공군기 역시 자유항행을 원칙을 고수하기 위해 중국이 영해라고 선언한 수역을 비행했다.

미국과 증국의 군사행동은 마치 냉전 당시 미국과 소련 군사력의 치킨 게임을 방불케 한다. 아베수상은 미국이 중국이 선언한 영해에 군함을 투입시키는 작전에 일본 해상자위대 군함을 투입할 수있다며 적극적인 의지를 천명 했다.

자유항해의 원칙을 고수하기 위해 중국의 행동을 격렬하게 반대하는 미국과 일본, 필리핀, 베트남, 호주, 인도 등이 미국과 연합전선을 형성해서 벌이고 있는 서태평양에서의 해양 분쟁은 2015년중반 이후 더욱 격화되는 모습을 보였으며, 2016년에도 완화될 조짐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남지나 해역에서 국제분쟁이 발발 할 경우 한국의 무역로는 너무나도 심각한 위험에 당면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국제정치학자들은 무역로를 생명선이라고도 부른다, 막히거나 끊길 경우 국가의 존망이위태로워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동지나 해에서의국제분쟁은 우리나라처럼 국제 의존도(수출총액과 수입 총액의 합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 가100%에 이르는 나라가 결코 남의 일처럼 방관할수 없는 일이다. 국제법을 자의적으로 어기고 있는 중국을 눈치를 볼일이 아니라 자유항행의 원칙을 고수하기 위해 노력하는 나라들의 연합에 적극개입해야 하리라고 본다.

세계적 차원에서의 안보문제
세계적인 차원에서 볼 때도 한국이 당면한 안보 상황은 그다지 우호적이지 못하다. 우선 지난11월 13일 야기된 프랑스 파리에서의 테러 사건은 이슬람에 기반을 둔 테러조직 ISIS 에 의한 대서방 선전포고와 다를 바 없다. 미국, 러시아, 중국 등이 벌이는 전 세계적인 차원에서의 패권 경쟁 구도 역시 악화 되는 방향으로 진행 중 이다.

2016년 11월 치러질 미국의 45대 대통령 선거전은 국제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세계정치를 안정화 시키는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 미국의 관심을국내적인데 몰두하게 만드는 역효과도 있을지 모른다. 임기 마지막 해를 맞이하는 오바마 대통령이 국제적 골칫거리들을 해결하게 위해 얼마나 적극적으로 팔 걷고 나설지 의문이라는 말이다.

파리의 대 학살극은 가히 유럽의 9-11이라고 할만큼 잔인한 것이었다. 이슬람 대제국의 건설을궁극적 목표로 삼는 ISIS 라는 조직은 문자 그대로이라크와 시리아에 상당 크기의 영토를 장악하고있는 ‘나라’ 다. 이들은 포악하기가 알카에다의 수준을 훨씬 넘는 극악무도한 자들이기에 오사마 빈라덴 조차 함께하기를 거부했던 테러 집단이다.

이들은 현재 아랍에 존재하는 국가를 다 몰락시키고 이슬람 대제국을 건설하겠다는 야망을 가지고있기 때문에 기존 아랍 국가들과도 원수지간이 되어 격렬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현재 국가체제가 허약한 이라크와 시리아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수니파 소속의 과격 테러분자들이다.

최근 본토에서 개발된 무진장한 셰일 석유 덕택에 꿈에서나 그리던 에너지 자급이 가능하게 된 상황을 맞이한 덕택에 미국은 현재 중동문제에 노골적으로 개입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다. 미국은 최근수년 중동의 테러리즘 대신, 중국의 패권 도전을 견제하는 데 보다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었다.

그러나 ISIS의 도발 격화는 궁극적으로 미국의 반테러 전쟁 노력을 다시 강화 시킬 것이 분명하다, 한국 역시 국제테러리즘의 공격 대상에서 청정지역은 아니다. ISIS 테러집단은 지난 12월 자신이 공격대상으로 삼고 있는 60개국 명단을 발표했다. 당연히 한국이 포함되어 있다. 일부 논자들이말하는 한국이 미국과 동맹이기 때문에 테러의 표적이 되었다는 주장은 온당치 못하다. 한국이 테러의 대상이 되는 것은 ‘한국이 지향하는 가치가테러리스트들의 그것과 다르기 때문’ 이라고 말해야 타당하다. 그런데 한국은 반테러 법안조차 없는 상황이다. ISIS의 테러가 더욱 기승을 부리게될 2016년, 우리도 테러를 방지하기 위한 법적, 군사적 안전장치를 조속히 갖추어야 한다.

2016년 미국과 중국의 패권갈등 역시 더욱 첨예화 될 것이다. 그리고 미국은 한국에게 전략적 선택을 강요할 것이다. 한미 두 나라가 동맹국인 이상 미국의 요구는 당연하다. 물론 한국은 중국과경제관계를 핑계로 주저하는 모습을 보였다. 안보와 경제 중 어떤 것이 더 중요한 지를 생각하면 이문제는 그렇게 심각하게 번민할 이슈도 아니다. 돈보다 건강이 중요하지 않은가?

2016년 희망의 새해가 되어야 하겠지만 그것은우리 스스로 유비무환(有備無患)의 마음자세를갖춤으로써 가능해 질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