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잘 자야 일도 잘 한다
알렉산더의 히다스페스 전투
일이노지(佚而勞之) ― 『손자(孫子) 시계 제1편』



노병천
(예)육군대령, 리더십박사
전 나사렛대학교 부총장
한국전략리더십연구원 원장

‘미인은 잠꾸러기다’는 말이 있다. 진짜일까? 아시아투데이에 게재된 내용을 보면 아주 흥미롭다. AFP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스톡홀름의 과학자들은 18~31세 남녀 23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실시했다. 연구팀은 실험자들을8시간 동안 잠을 재운 후 사진을 찍고 이어 31시간 동안 잠을 못 자게 한 후 또 사진을 촬영했다. 연구팀은 65명에게 무작위 섞은 46장을보였다. 이들은 잠을 못 잔 사람들이 잠을 푹잔 사람들에 비해 평균 6% 덜 건강해 보였고,4% 덜 매력 있었으며 19% 더 피곤해 보인다고답했다. 그렇다면 ‘미인은 잠꾸러기다’라는 말이 맞는 것일까?

잠은 미인을 만들기도 하지만 잠은 사람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사람이 잠을 자지 않고 견딜 수 있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하루? 이틀? 사흘? 범인을 취조할 때에 잠을 재우지 않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한다. 대체로 3일만 잠을 재우지 않으면 어지간한 것은다 토해낸다. 그래서 ‘잠 고문’만큼 무서운 것이 없다고 한다. 옛날 중국이나 나치 독일에서“잠 안 재우는 형(刑)”이 있었다. 전쟁에 있어도 수면은 승패를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수면을 제대로 취하지 못하면 전쟁에서 패하기 쉽다. 때문에 수면도 전략적으로 다뤄져야 한다.

인도 서북부 지방 히다스페스 강에서 벌어진 알렉산더 대왕의 히다스페스 전투는 전사에 빛나는 대표적 양동작전이다. 그런데 이 작전의 성공 요인 중의 하나는 인도 군으로 하여금 잠을 자지 못하게 만들었다는데 있었다. 기원전 326년, 알렉산더는 중앙아시아에서의 정복 작전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인도로 원정을떠났다.

인더스 강을 건넌 알렉산더는 드디어 인도 서북부에 있는 히다스페스 강까지 진출했다.알렉산더의 진군 소식을 들은 인도 군왕 중 한명인 포러스는 보병 3만 명과 기병 4천 명을동원해 히다스페스 강 맞은편에 강력한 진을쳤다. 당시 알렉산더의 병력은 보병 6천 명과기병 5천 명에 불과했다. 인도의 포러스 군과비교하면 3분의 1밖에 되지 않는 규모다. 더구나 앞을 가로막고 있는 히다스페스 강은 그 폭이 800m나 되었고, 마침 비가 쏟아져 강물이범람하는 상황이었다.

정면 도하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알렉산더는 새로운 전략을 짰다. 양동작전을 구사하는것이었다. 우선 강물이 줄어들 때까지 기다린다는 유언비어를 퍼뜨렸다. 그리고 낮에는 적이 보는 앞에서 군수품을 강 앞으로 옮겨 놓았고 배에 탔다 내렸다 하는 승하선 훈련을 수시로 실시했다. 또 밤이 되면 횃불을 밝히고 함성을 질러댔다. 잠을 자지 못하게 만든 것이었다. 이것이 며칠째 계속되자 포러스 병사들은잠을 자지 못해 완전 녹초가 되고 말았다. 알렉산더는 이때를 놓치지 않고 최소한의 병력만남겨둔 채 부대원들과 함께 쏟아지는 비를 뚫고 25km 상류로 올라갔다. 그리고는 아도마나 섬 앞에서 전격적인 도하작전을 실시해 포러스 군의 배후로 기동했다.

알렉산더는 그가 즐겨 쓰던 전술인 중장보병의 압박과 기병을 우회하는 전술을 사용했다. 이를 위해 중기병 대장 코에누스에게는 부대를 우회해서 인도군의 우익과 배후를 분쇄하라는 임무를 주었다. 그리고 본인이 지휘하는 알렉산드로스의 방진은 포러스의 좌익 쪽으로 사선기동으로 접근했다. 이에 맞서는 포루스 왕은 전면에 코끼리 100두를, 측면에는기병 및 전차부대를 배치해 알렉산더의 공격을 대비했다. 용감한 코에누스의 기병대는 인도군의 우익배후를 강타하여 더 이상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도록 제거해버렸다. 사실상이 전투에서 코끼리는 알렉산더군에게 엄청난충격과 공포를 가져다주었다.

정면으로 코끼리와 맞닥뜨린 병사들은 코끼리의 코에 말아 감겨져 사정없이 공중으로 내동댕이 쳐지고 짓밟혔으며 날카롭게 갈아놓은 어금니에 찔려 비명 지르며 죽어갔다. 이렇게 병사들이 코끼리 부대에 겁을 먹고 후퇴하려고 하자 알렉산더는 홀로 코끼리 부대를 향하여 돌진해 죽음 직전의 부상까지 당하며 독전했다. 이에 병사들은 다시 용기를 얻어 제자리로 돌아와서 싸웠다. 이때 알렉산더는 코끼리 부대를 무력화시키기 위해서 아주 영리한꾀를 내는데 바로 코끼리를 조련한 조련사인‘마하우트’를 골라서 죽이는 것이었다. 마하우트는 코끼리가 태어나자마자 훈련을 담당하기 때문에 그 어미 코끼리보다도 더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마하우트가 없어지면 코끼리는 당황해서 혼란에 빠지게 된다. 알렉산더는 기마궁수를 동원해 마하트마를 먼저쓰러뜨렸다. 과연 주인을 잃은 코끼리가 혼란에 빠졌고,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알렉산더 부대의 창병에 의해 눈을 공격당했다. 코끼리는눈을 잃은 육체적 고통과 주인을 잃은 정신적고통에 난동을 부리며 오히려 자기편인 포러스군을 마구 짓밟았다. 결국 전 인도군은 산산히 분쇄되었고, 여기서 추격이 가해져 포러스는 포로가 되고, 그의 군대는 격멸 당했다. 이전투에서 알렉산더는 승리를 거두었다.

포러스군은 포러스의 아들 2명 과 병사12,000명이 전사했고 9,000명이 포로가 되었다. 알렉산더군은 보병 4,000명, 궁병 200명이 전사했고 8,000명 정도가 부상당했다. 비록 이겼지만 알렉산더군도 적지 않은 피해를 입은 것이다. 알렉산더는 비록 코끼리 부대 때문에 많은피해가 있었지만 코끼리에 매료되었다. 그는 수많은 코끼리를 서쪽으로 보내는 일을 추진했는데 이는 전투용 코끼리를 훈련시켜 더 강력한군대를 만들기 위함이었다. 히다스페스 전투에서 승리한 알렉산더는 동방으로의 원정을 계속하려했지만 오랜 원정에 피로에 지친 병사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바빌론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10일간의 고열에 시달리다가 33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결국 히다스페스 전투는 그의 마지막 전투가 된 것이다.

손자병법 시계(始計) 제1편에 보면 ‘일이노지’(佚而勞之)라는 말이 있다. 적이 편안하게있으면 피로하게 만들라는 뜻이다. 피로하면제대로 싸울 수 없다. 그래서 알렉산더는 포러스군이 잠을 자지 못하도록 밤새 소리를 치고횃불을 올렸던 것이다. 잠을 자지 못하면 피로해지고 정신이 몽롱해진다. 잠을 전략적으로이용한 천재적인 알렉산더의 지혜다.

성경에 나오는 여리고성 함락작전을 보면이와 비슷하다. 여리고성은 이스라엘 군인들이 그 주변을 칠일 동안 13바퀴를 돌아 함락시켰다. 이때 이스라엘 군인들이 행진하며 성 주변을 돌 때 성안에 있는 여리고 군인들은 잠을못자고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그리고 마침내지쳐서 완전히 녹초가 되었을 때 성벽이 무너졌고 이스라엘 군인들이 달려들었다. 만약에여리고성의 군인들이 지쳐서 녹초가 되지 않았다면 이스라엘 군인들이 성안으로 들어왔을때 펄펄 힘이 넘치는 여리고성 군인들을 상대해서 많은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이스라엘 군인들이 한 명도 죽지 않고 무혈로성을 점령했다. 이것이 ‘일이노지’ 병법의 최고 성과라 할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이탈리아 전선에 투입됐던 미군들의 하루 수면 시간을 보면 평균 4시간에서 6시간 정도였다. 또28%의 군인들은 4시간 이하의 수면을 취했다고 한다. 심지어 2시간 이하의 수면을 취한 병사도 많았다. 미군들은 이런 심각한 수면 부족으로 효과적인 작전을 수행할 수 없었다. 구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나 미국의 왕복우주선 챌린저호의 폭발 사고 원인도 불규칙한 교대 근무에 따른 수면 부족이란 분석도 있다.

佚而勞之
일 이 노 지
편안하게 있으면 피로하게 만들어라

1959년 미국의 심리학자와 의사들은 당시 유명한 뉴욕의 DJ였던 피터 트립을 대상으로 8일 동안 잠을 재우지 않는 실험을 했다. 사람이잠을 자지 않을 때 어떤 신체적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면밀히 관찰한 것이다. 잠을 자지 못한지 3일째가 되자 착시와 환각 증상이 나타났다. 5일이 지났을 때에는 성격 파탄이 일어나기 시작했고, 8일째가 되자 검사하려는 의사를 보고 자신을 생매장시키려는 사람으로 착각하고 도망치기까지 했다고 한다.

미국 국립수면재단에 따르면 성인은 적어도하루에 6시간, 가능한 한 7시간 이상의 수면을취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미국 유타대학 심리학 연구팀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사람이 19시간 동안 잠을 자지 않으면 체내 알코올 농도가0.08%인 상황과 같게 된다고 한다. 체내 알코올 농도 0.08%는 운전자일 경우 사고 위험이평소보다 4배나 높아지는 상황이다. 가끔 운전사가 졸면서 운전하다가 대형 사고를 일으키는 일이 있다. 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사고를 일으킬 당시의 운전사의 뇌파를 측정해 보면 수면 상태와 같다고 한다. 따라서 올바른 판단 능력을 갖고 정상적으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하루에 최소한 5시간은 자야 한다고 연구팀은 결론 내렸다.

잠을 잘 자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운동을 하고 자기 전에 미지근한 물로 목욕을 하는 게 좋다. 무엇보다도 걱정 근심이 있으면 잠을 잘 자지 못한다. 일부러 걱정 근심을 하려고 작정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가능한 마음을 비우고 느긋하게 생각하는 태도를 가지면 좋다. 확실히잠을 잘 자는 사람이 일도 잘 한다. 짜증을 내는 사람을 보면 밤에 잠을 잘 자지 못한 사람일경우가 많다.

잠 잘 자는 것도 복이다.
佚 而 勞 之
편안할 일 말이을 이 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