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남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
대통령학 전문가

안보리 제재 하에서도 핵실험 강행한 북한 금년 1월 초 북한의 4차 핵실험 후 유엔 안보리는 3월 초 비군사적 제재조치로서는 최강으로 평가받는 결의안 2270호를 채택했으며, 이에 따라 각국은 대북제재에 착수했다. 이에 앞서 우리 정부는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하여 매년 1억 달러의 북한 외화벌이를 차단한 바있다. 미국은 2월 18일 대북제재법을 제정하고그 시행을 위한 행정명령을 발표한 이래 광범위한 대북제재에 나섰고, 아울러 세계 각국에북한과의 외교 및 경제 관계의 폐쇄 또는 축소를 요청했다. 우리 정부도 3월 8일 금융제재, 수출입 통제, 해외 북한 영리시설 이용자제 등을골자로 하는 대북제재 대책을 발표했다.

이 같은 국제사회의 제재로 북한은 수출이 급감하고 해외 노동자 진출이 차단되고 통치자금과 핵·미사일 관련 물자를 수송해온 고려항공까지 묶이면서 지난 8월 김정은의 통치자금 규모는 40% 정도 급감했다. 심각한 자금 압박에직면한 김정은 정권이 해외 외화벌이 사업을독촉하면서 해외 주재 북한인들의 이탈이 급증했다. 중국 소재 북한식당 종업원 13명의 집단탈북, 태영호 공사를 위시하여 김정은의 건강을 챙겨온 보건부 간부 출신과 정찰총국 고위장교 출신 등의 망명이 잇따랐다.

그러나 중국은 안보리 결의 2270호의 ‘민생예외’ 조항을 악용하여 북한과의 경제협력을유지해왔으며, 이는 중국이 북한의 핵 보유보다는 북한 붕괴를 더 우려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그래서 북한은 안보리 제재 중임에도 불구하고 9월 9일 5차 핵실험을 강행하고, 뒤이어 각종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할 수 있었던 것이다. 북한의 5차 핵실험 직후 유엔 안보리는 북한에 대한 더욱 강도 높은 제재 결의안을 채택하기 위한 협의에 착수했으나 미국과중국 간의 입장차이로 두 달이 넘도록 새로운결의안이 채택되지 못하고 있다.

김정은의 통치자금은 연간 2조 원 정도로 추산된다. 그 중 1조 원은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에 쓰이고, 5,000억 원 정도는 김씨 일가를 위해, 나머지 5,000억 원 정도는 핵심세력과 특권층의 충성심을 유지하기 위해 쓰이고 있다. 따라서 김정은의 통치자금의 돈줄 차단이 북한핵 개발 저지의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석탄 수출로 북한은 연간 10억 달러 벌어미국을 위시한 국제사회는 대북제재 결의안2270호의 ‘민생 예외’ 조항이 북한으로 하여금제재를 빠져나가는 ‘구멍’이 되어 북한에 실질적인 타격을 주지 못했다고 판단하고, 새로운제재에는 그 같은 예외조항을 제거하는 등 더욱 강력한 제재 조치가 필요하다고 확신한다.

지난 10월 방한한 토니 블링큰 미 국무부 부장관은 중국의 북한산 석탄 수입이 안보리 결의안 2270호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이 2270호의 ‘민생 예외’ 조항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안보리 결의는 민생목적임을 증명하지 않을 경우 북한산 석탄 수입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지만, 중국은 핵과미사일 개발로 전용된 것이 증명되지 않은 한석탄 수입이 허용된다고 “뒤집어” 해석했다고비난했다. 북한은 중국에 석탄 수출로 매년 10억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다. 중국은 북한의 5차핵실험 이후 보다 강한 대북제제 결의안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미국의 ‘민생 예외’ 조항 제거 요구에 반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의 핵개발을포기시키기 위해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등 제3국 기업들에 대해 독자적으로 제재하는 ‘이란식제재’에 나설 것인가를 둘러싸고 열띤 논쟁을벌이고 있다. 그러나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들이 미국의 ‘2차 제재’ 대상이 될 경우 중국의 반발이 클 것이기 때문에 주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미 의회 민주 공화 양당 의원들은북한의 핵 보유는 결코 용납될 수 없기 때문에중국과의 관계 악화를 무릅쓰고 이란식 대북제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오바마 행정부는 만족할만한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이 나오는데 중국이 협력하지 않을 경우 이란에 적용했던 강력한 제재를 북한에 적용하겠다고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이란 핵 개발 저지를위한 미국의 제재에는 원유 등 사실상 모든 무역금지, 이란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 제재, 테러지원국 지정, 인적 제재 등이 포함된 바 있다.

미국은 2년 내에 북한으로부터 실질적인 핵위협을 받게 될 것으로 판단하고 군사적 옵션을 제외한 외교·경제·정보·인권 등 모든 수단을총동원해 북한을 압박하는 동시에 보다 강력한새로운 대북 제재안에 대해 중국의 협력을 강력히 요청하고 있다.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새로운 대북제재안에는 북한의 석탄과 철광석 수출 차단, 북한에 대한 석유 수출 금지, 그리고불법 자금과 핵·미사일 부품 수송을 도맡은 고려항공에 대한 제재도 포함되어 있다.

훙샹그룹 기소는 사실상‘2차 제재’의 시작미국은 새로운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에 ‘민생예외’ 조항 제거를 위해 중국을 압박할 목적으로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기업과 기업인을 대상으로 2차 제재(secondary boycott,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기업과 은행, 정부 등에 대해 제제를가하는 것)에 착수할 것이라고 했고, 이에 따라 미재무부는 9월 26일 중국의 훙샹(鴻翔)그룹과 이회사의 마샤오훙(馬曉紅) 회장 등 4명을 제재 대상으로 삼는다고 발표했고, 뒤이어 미 법무부는훙샹 그룹과 제재 대상 4명을 “유엔 안보리 제재대상인 북한 조선광선은행을 대리하여 대량살상무기의 확산을 위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했다”면서 국제비상경제권법 위반과 미국을 상대로 한사기, 금융기관을 활용한 돈세탁 모의 혐의로 기소했으며, 다른 중국 기업들에 대해서도 북한의핵·미사일 개발과 관련된 물자를 거래한 혐의로조사에 착수했다. 북한은 유엔 안보리 제제를 회피하는 방법으로 북한의 조선광선은행이 중국의훙샹그룹 등과의 합작 방식으로 유엔제재에서수입이 금지된 ‘2중용도 물자’(dual use goods, 민수와 군용 겸용 물자)를 수입해온 것이다 .

이는 강도 높은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을 이끌어 내기 위한 미국의 대 중국 압박 조치인 동시에 북한과 거래하는 다른 중국 기업들에 대한경고 메시지이며 또한 북한과 거래하는 다른나라 기업들에게 경각심을 주려는 목적이 있다. 미국은 정밀 타격(surgical strike) 같은 군사적 수단을 제외하고는 이란 핵개발 저지 때보다 더 강력한 수단을 모두 동원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은 “어떤 국가도 자국법을 중국의 기업과 개인에게 확대 적용하는데 반대한다”면서도 훙샹 그룹의 마샤오훙 회장 등 임직원 11명을 체포했다. 미국의독자적 대북제재에 발맞추어 일본 등 다른 나라들도 독자적 제재에 나서고 있다.

동시에 미국은 북한의 국제금융망 접근 차단에 적극 나서고 있다. 미 재무부는 11월 4일 성명을 통해 “북한을 ‘주요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으로 지정하는 법을 확정하여 이행에 들어간다”고하면서 “북한은 위장회사와 대리인들을 불법 금융거래에 활용하여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면서도 국제제재를 피하고 있다”고 했다. 이 법에는미국 금융기관들이 북한 금융기관의 계좌를 개설하거나 유지하지 못하도록 하고, 북한이 미국금융기관 계좌를 통해 거래하는 것도 금지하는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북한이 미국의 주요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으로 지정되면 중국 등 제3국금융기관도 북한과의 거래가 제한될 수 있다. 미재무부는 제3국 금융기관이 북한에 실명 또는차명 계좌를 유지한 것이 드러날 경우 미국 금융기관으로 하여금 이들 금융기관과의 거래도 중단하도록 할 방침이다.

나아가 미국은 북한을 국제 금융거래망(SWIFT)에서 퇴출하기 위해 EU 등 세계 주요국가들과 협의 중이다. SWIFT 거래망은 전 세계 대다수 은행이 이용하는 국제금융결제체제로 이로부터 북한의 접근을 차단하는 것은 북한을 국제금융거래로부터 퇴출시킴으로써 북한의 핵개발에 들어가는 자금줄을 원천봉쇄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당시 이란의 SWIFT 접근 차단을 한 바 있다.

만약 미국이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 및 은행에 대해 제재하게 되면 해당 기업 및 은행이 달러를 기반으로 하는 국제금융망에서 배제될 것이기 때문에 중국경제에 미치는 타격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중국이 ‘민생 예외’ 규정을없애는 등 강력한 안보리 결의에 동의할지, 아니면 미중관계악화와 중국 경제에 대한 타격을감수하며 북한을 보호하려 할지 주목된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개발에 대해 더 이상 ‘전략적 인내’를 할 수 없다면서 중국이 북한의 석탄 수출 전면 금지 등더욱 강력한 대북제재에 소극적이라면 중국과의 갈등을 감수하고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 등 제3국 기업과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한 2차 제재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물론 내년 1월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오바마 행정부가 강력한 독자제재에 나설지 불확실하다.

트럼프 행정부, 더욱 강력한 대북정책에나설 가능성그러나 북한의 핵 위협은 출범하는 트럼프 행정부에게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되고 있다. 북한이핵탄두 경량화에 성공했을 뿐 아니라 일본과 괌까지 위협할 수 있는 중거리 탄도미사일 개발에성공했고, 심지어 미국 본토까지 위협할 수 있는대륙간 탄도탄(ICBM) 개발이 시간문제로 인식되는 등 북한의 핵 위협이 노골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은 중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더욱 강경한대북정책을 펼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미국사회에 팽배한 실정이다. 김정은의 예측불가능성과 트럼프의 예측불가능성이 충돌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는 심각한 상황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 북핵 문제를 최우선적 과제로 다룰 것이 분명하다. 그들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 더욱 강한 제재, 군사력 사용 등 모든 옵션을 검토할 것이다. 그런데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북한에 대한 유엔 안보리의 제재결의안은 아직도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이 더욱 강력한 안보리 대북제재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선거 과정에서 북한의 핵 개발에 대해 중국의 책임을 강조한 바 있는 트럼프로서는 중국에 압박을 높일 것이다. 즉 북한의 대량살상 무기 개발을 도와주고 있는 중국기업과 은행들을 대상으로 세컨더리 보이콧에본격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고, 그 결과로 미국과 중국 간에 긴장이 고조될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 직면하여 한국의 역할이 중요하다. 만약 한국 내 정치상황 변화로 사드 배치와대북제재에 대한 한미공조 또는 국제공조가 약화될 경우 트럼프 행정부는 한미동맹조차 재평가하려 들지도 모른다. 중국은 한미 간의 이 같은틈을 악용하려 할 것이며, 그 와중에 북한은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자리 잡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며, 이는 한국의 생존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 정치권과 사회 일각에서 대화를 통해 북핵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연 북한은 우리와 핵문제를 논의하려 할 것인가? 결코 그렇지 않을 것이다.

북한의 근본적 변화가 없는 한 6자회담 재개도아무런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다시 말하면,현단계에서의 대화는 대북제재를 위한 국제공조를 약화시키거나 무너뜨리며, 결국 북한을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국제사회의 포괄적이고 일관성 있는 압박만이 김정은 정권으로 하여금 의미 있는 비핵화 협상에 나서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김정은 정권이 기존 노선을 고집할 경우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만이 북핵문제 해결의 유일한 열쇄가 될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