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승 박사
본지 편집위원장
‘동북아교육문화진흥원’원장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초빙교수
seokseung333@hanmail.net

 지난 달 17일은 김가정권의 제2대 절대권력세습자이자 희대의 독재자였던 김정일이 역사의 뒷무대로 사라져 간 지, 만 5년이 되는 날임과 동시에 제3대 권력세습자인 김정은이 집권한 지 만 5년이 되는 날이었다. 살아 생전 2천 4백만 주민의 피와 땀을 짜내며온갖 악행과 자신만의 부귀영화를 누렸던 이 독재자가 제 명대로살지 못하고 비명횡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 날에 즈음하여 북한전역에서는 김정일을 기리는 각종 추모행사가 진행되었다. 여기에는 그의 3남인 김정은이 이런 추모분위기를 조성함으로써 모든주민들로 하여금 김가정권의 신격화, 우상화를 강화함으로써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저의가 내포되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번 호에서는 이런 북한내 움직임과 관련하여 김정일이 생전에인민들을 위해 어떤 악행과 고통을 안겨준 인물이었는지, 그리고그의 대를 이은 김정은이 집권 5년을 마무리해 가고 있는 지금 인민들에게 어떤 악행을 저지르고 있는지에 관해 집중적으로 분석해보기로 한다.

 이 날에 즈음하여 북한내 유일한 관영통신인 조선중앙통신(KCNA)은 물론이고 당 기관지인 로동신문, 내각의 기관지인 민주조선 등은 김정은의 삼지연군 현지지도(11.28) 소식을 필두로 하여“아버지인 김정일이 한평생 높이 추켜들었던 혁명의 붉은기를 절대로 놓지 말고 사회주의 강대국을 반드시 일떠세우자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그런가 하면해외로부터 추모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오스트리아와 스위스, 독일, 체코 등에서 “김정일을기리는 회고모임이 열렸다”고 보도하면서 이들 나라의 주체사상연구소 관계자들이 “김정일을 조선의 사회주의를 굳건하게 수호하고 전체인민을 사회주의강국 건설로 힘차게 불러일으킨 강철의 영장이자 조국통일의 새로운 전환적 국면을 열어놓은 불세출의 영웅”이라 칭송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곁들여 추모식을 거행하는 가운데김정일의 생전업적을 칭송하기 위한 사진전시회, 영화감상회 등을 개최하면서 “김정일의 아들인 김정은의 사상과 위업은 필승불패이며조선의 앞날은 휘황찬란하다”고 선전하였다.

 이처럼 북한당국이 대대적인 추모분위기 조성을 통한 김정일의 업적을 미화, 칭송, 추앙하는 것은 북한주민들로 하여금 그들이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과 국제사회의 냉대(冷待)분위기를 잠재우려는 고도의 술수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지금 북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새로운 대북 제재결의 2321호(11.30)로 인해“석탄수출 등 교역은 물론이고 외교활동에도극심한 타격을 받아 혈맹국인 중국으로부터도배척을 받는”, 가련하기 짝이 없는 처량한 형편을 의도적으로 은폐하려고 하는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김정일은 지난 1994년7월 김가정권의 시조라 할 수 있는 김일성이심근경색으로 사망하자 “천하의 제1효자”인것처럼 유훈통치 및 조문정치를 앞세우면서 3년간 권력전면에 나서지 않았었다.

그러나 이후인 1997년 7월부터는 이른바 ‘선군정치’라는 용어를 앞세우면서 조선인민군위주의 폭압정치를 감행하기 시작했다. 당시김정일이 내세운 선군정치란 그가 상중(喪中)인 1995년 1월 1일 신년벽두에 찾았던 ‘다박솔초소’에서 비롯된 것으로, 군민일치, 관병일치, 군정배합의 실현을 강조한 것이었다. 김정일은 이런 선군정치를 통해 “모든 사회가 군을따라 배울 것”을 독려하는 가운데 이른바 ‘군민일치 모범군 쟁취운동’을 벌이면서 군과 사회의 일체화를 도모하였다.

 특히 2004년 4월의 개정헌법에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주권은 로동자, 농민, 군인, 근로인테리를 비롯한 근로인민에게 있다”라는 조항에서 이전의 헌법에 없던 군인을 추가시켰다. 여기에 덧붙여 선군혁명역량, 선군혁명노선, 혁명적 령군체계 등의 단어를 포함시킴으로써 노골적으로 선군사상을 부각시키기도 하였다.

 당시 북한당국은 선군정치가 “군대는 곧 당이고 국가이자 인민”이라고 주장하면서 군위주의 정책을 펼쳤으나, 이런 선군정치는 인민들에게 오히려 정반대로 역작용만을 초래하였다. 즉 부족한 자원을 국방을 중심으로 한 특권적 부문에 집중시킴으로써 자원배분을 왜곡하였고, 이로 인해 경제가 피폐해지고 주민생활은 극도로 궁핍해 졌을 뿐이었다.

 이런 선군정치는 가뜩이나 어려운 북한의인민경제에 “혹을 떼려다 또다른 혹을 붙인격”이라고나 할까,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김정일은 아버지인 김일성시대부터 자신을 못마땅하게 여겨온 많은 엘리트들을 이른바 ‘심화조사건’이라는 것을 들이밀어무자비하게 처형하는, 피비린내는 숙청작업도감행하였다. 김정일은 김일성이 1950년대 중반과 1960년대 중반까지 유일사상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단행하였던 피비린내나는 숙청작업인 ‘8월종파사건’ 못지않은 작업을 단행한 것이 바로 ‘심화조사건’이다.

 이를 통해 김일성의 측근들을 제거하고, 또한편으로는 흉흉해진 민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전체 인민에 대한 대대적인 성분조사사업을 사회안전성에 지시하여 무려 2만 5천명을 혹독하고 잔인하게 숙청하였다. 그리고는이런 작업에 직접 관여한 사회안전성 정치국장인 채문덕과 농업담당 비서 서관히 등을 또다시 숙청함으로써 토사구팽, 즉 “토끼사냥을 마친 사냥개를 잡아먹는 사냥꾼”과 같은 반인륜적인 만행을 서슴치 않았다. 이 사건은 김정일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 어떤짓도 마다하지 않고 해내는 ‘악귀(惡鬼)’라는점을 여실하게 보여준 것이라 하겠다.

 또 김정일시대엔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어수백만명의 무고한 인민들이 굶어죽는 참사도벌어졌는데, 김정일은 인민들의 실생활 개선이나 향상에는 털끝만한 관심이나 배려도 돌리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우상화와 측근세력들의 호화방탕한 부문에만 치중하였다. 즉 인민들은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입지 못해 배고픔과 온갖 질병에 시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이를 애써 외면하면서 전국각지에 김일성동상이나 자신의 치적비 등 정치선전물 건립과 특각 건설 등에 엄청난 자원을 쏟아부었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해외에서 값비싼 요트나 자동차, 시계 등을 수입했으며, 심지어최고급 꼬냑이나 치즈 등을 측근들에 대한 선물용으로 수입하여 귀중한 외화를 탕진하였다. 보다 더 큰 문제는 “있지도 않은 외부로부터의 침입이나 공격”을 앞세우면서 핵실험이나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거의 미친 듯이 광분하는 모습을 보이기조차 하였다.

 그리고 이런 김정일의 비정상적이고 비이성적인 행태가 결국은 200만, 300만명의 인민들이 굶어죽는 ‘고난의 행군’을 초래했던 것이다. 인민을 위해 응당 쓰여야 할 귀중한 자원을자신의 우상화, 측근들과의 초호화파티나 선물제공,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돌리다보니 극도의 경제적 어려움을 스스로 불러들인 ‘고난의 행군’을 가져오게 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난의 행군 원인을 “100년만에 찾아왔다”는 자연재해탓으로 돌렸으니, 정말 이해하기가 어려운 작태를 내보였다.

 결국 돌이켜 보면 김정일은 정말 인민들의피와 땀을 짜내어 자신의 부귀영화(富貴榮華)만을 추구하다가 비명횡사한, 반인륜적이며무책임하기 이를 데 없는 독재자에 불과하다.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가 큰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게 되는 것은 김정은의 업적(?)인데, 흔히 쓰는 말에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것이 있다. 이 말이 딱 들어맞는 것이 김정은의 5년째 집권이라고 할 수 있는데, “잘 될 잎은떡닢부터 알아본다”는 말처럼 김정은은 김가정권의 제3대 절대권력 세습자로 등장하기 이전부터 이미 그 본성을 여실하게 드러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집권 직전, 그러니까 김정일이 와병(臥病)상태로 있을 때인2009년 11월말 그야말로 급작스럽게 실시한“100:1”로 단행한 화폐교환조치였다. 당시 북한당국은 아무런 사전예고도 없이 전광석화식으로 한 가구당 북한 인민폐로 ‘15만원’이라는상한선을 정하여 100대 1의 화폐교환조치를취하였다. 이 때문에 알토란 같이 한푼 두푼을모아왔던 일반 주민들은 “마른 하늘에 날벼락,백주(白晝)의 날강도”와 같은 이런 조치로 인해 가지고 있던 화폐가 종이장처럼 되었고, 이에 분노를 느끼면서도 어쩔 수 없이 감내해야했던 수만명의 주민들은 화폐를 불쏘시개로사용하였는가 하면, 좌절감에서 벗어나지 못한 주민들은 아까운 생명을 버리는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였다.

 이후에도 김정은은 겉으로는 할아버지인 김일성흉내를 내면서 마치 자신이 그 화신이라도 되는 양, 머리모양이나 걸음걸이, 목소리등을 통해 인민들을 위한 지도자처럼 행세했다. 2014년에는 직접 육성연설을 통해 “이제두 번 다시는 인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도록 하겠다”고 공언(公言)하면서도 마천령스키장, 미림승마장, 문수물놀이장 등 인민들이실제로 이용할 수 없는 초호화시설을 건립하는데 엄청난 자원을 쏟아부었다.

 또한 김정일과 마찬가지로 집권 5년동안 승용차, TV, 컴퓨터, 시계, 모피, 화장품 등 사치품을 외국에서 수입하느라 매년 5억달러가 넘는 외화를 탕진하였다. 여기에서 그친 것이 아니라 2013년 2월의 3차 핵실험에 이어 올해 1월과 9월 등 총 3차례의 핵실험을 하였으며,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비롯한 중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반평화적인 도발까지도계속하고 있다.

 이렇듯 김가정권은 너나 할 것 없이 입이나구호(口號)로만 “인민을 위하고 인민을 위해 존재하는 정권”임을 강변할 뿐, 실제로는 인민들의 등을 타고 앉아 온갖 반인륜적이고 반평화적인 행태만을 일삼는 양상군자(梁上君子)와같은 극악무도한 독재자와 다를 바가 없다. 그러다보니 집권 5년동안 단 1번도 외국의 정상(頂上)과 만나지 못하는, 심지어 세상에서 둘도없는 혈맹이라고 주장하는 중국의 시진핑주석조차 외면하는 ‘외톨이 중의 외톨이’와 같은 가련한 처량한 신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경제사정 역시 나아지기는커녕 날이 갈수록형편이 어려워져서, 이 상태가 계속되다가는인민들의 폭동이 자연스럽게 찾아올, 그런 최악의 상태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집권초기에 김정은은 김정일의 2002년 ‘7.1경제관리개선조치’를 모방하여 이른바 ‘6.28방침’이라는 것을실시하였다. 즉 협동농장의 분조규모를 과거의150여명정도에서 10-25명 단위로 나누고 이를 다시 3-5명의 포전담당제로 세분하며, 공장과 기업소에서의 독립채산제 도입 등을 시도하였으나, 그 결과는 처절하게 실패하였다. 여기에 덧붙여 인민들에게 무리한 공출이나 세외부담을 안기다 보니 북한의 경제는 김정일시대에비해 나아지기는커녕 날이 갈수록 피폐하게 되어, 이 지구상에서 가장 못사는 후진국이라는오명을 떨쳐 내는 것은 그야말로 연목구어(緣木求魚)처럼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게 되었다.
 
 결국 새로운 해를 맞는 2017년인 지금 북한의 국제정치적 위상이나 대내정치 상황, 그리고 경제형편은 김정일시대보다 더더욱 악화되어 “개혁개방과 핵개발포기”라는 근본적인 정책전환이나 변화가 없이는 체제자체를 유지하기도 어려운, 그야말로 사면초가(四面楚歌)상태에 처해졌다고 볼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