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열수
성신여자대학교
국제정치학교수

올해는 정유년 붉은 닭의 해다. 붉다의 의미는 잘 떠오르진 않지만 닭의 의미는 금방 떠오른다. 닭이 울면 날이 밝아 온다는 것이 연상되기 때문이다. 어둔 밤을 지새운 자들에게 새벽은 희망을 의미한다. 그래서 괜스레 2017년에는 무엇인가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가지게 된다.

이런 희망 섞인 기대에도 불구하고 2017년은 이런 기대대로 움직일 것 같지 않다. 오히려1597년에 발생했던 정유재란의 어두운 기억이 반복될 것 같아 걱정이 앞선다. 러시아, 중국, 일본에 이어 미국마저도 국가이익을 최우선하는 지도자가 등장함으로써 지구촌 전체가불확실성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강대국들은 기존의 국제질서를 유지하거나 또는 새로운 국제질서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런 노력보다는 국가이익을 위해 자기 살길 찾기(各自圖生)에만 몰두하는 것처럼 보인다. 영국이 그랬고 미국이 뒤따라가고 있다. 2017년의 국제정세는 어떻게 변할 것인가?

그리고 이런 국제정세의 변화에 맞춰 한국은 어떤 전략을 추진해야 할 것인가? 이런 질문에 대해 나름대로의 해법을 구해보고자 하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다. 국제정세의 변화에가장 큰 영향을 미칠 미국 지도자로 등장한 트럼프 대통령의 대외 정책 전망부터 살펴보는것이 순서일 것 같다.

새로운 지도자의 등장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오랫동안 신자유주의적 입장에서 자유무역을 해 봤지만 오히려 미국의 살림살이는 더 팍팍해졌고 동맹을위해 병력과 예산을 투입해 봤지만 별로 얻은게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선거 캠페인으로“다시 한 번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자”(MakeAmerica Great Again)로 정했다. 미국을 다시위대하게 만들려면 국제질서를 위해 손해 보는 장사를 할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내 이익을먼저 챙기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가되어야 한다.

트럼프의 이런 인식이 고스란히 미국의 대외정책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는 미국이 체결했거나 체결하고자 하는 모든 FTA를 재협상하려 한다. 미국의 이익이 철저히 반영되지 않으면 FTA 탈퇴도 불사하겠다는 것이다. 10조 달러를 인프라에 투자해서 미국 경제도 살리고 해외로 나가고자 하는 기업을 못나가도록 하고 심지어 해외에 있는 미국 기업들을 미국 본토로 불러들이겠다(reshoring)는야심찬 생각도 가지고 있다.

트럼프의 안보 정책은 신고립주의라기보다는 오히려 힘을 통한 평화(peace throughstrength) 정책에 더 가깝다. 트럼프는 후보 시절 국방비를 매년 자동으로 삭감해야 하는 연방예산자동삭감조치(sequester) 정책을 페기하고 국방비를 1조 달러까지 증액시키겠다고했다. 육군도 49만 명에서 54만 명으로 늘리고, 함정도 270척에서 350척으로 늘리며, 공군전투기도 1100대에서 1200대로 늘리겠다고했다. 해병대도 23개 대대에서 36개 대대로 증강하겠다고 했다.

트럼프는 자신의 인식을 정책으로 추진해 나갈 조직을 새로 만들고 또 최적의 인물을 선택했다. 트럼프는 우선 국가안전보장위원회(NSC)와 같은 위상을 지닌 국가무역위원회(NTC)를 신설했다. 트럼프는 무역 적자를 줄이고 성장을 촉진해 일자리 엑소더스를 막을 무역정책과 경제정책을 총괄할 NTC위원장에 대중(對中) 강경론자인 나바로(Navarro) 교수를 임명했다. 그는 중국의 부상을 비판적 시각에서 분석한 수권의 책을 저술했고 한국과의 FTA에 대해서도 대단히 비판적인 사람이다.

트럼프의 안보라인도 강경한 사람들로 채웠다. 안보보좌관에는 국가정보국장을 지낸플린(Flynn)을, 국방부장관에는 중부사령관을 역임한 매티스(Mattis)를 임명하였다. 국무장관에는 세계의 분쟁지역을 누비면서 계약을 체결하고 푸틴 대통령을 설득해 계약을 성사시켰던 협상의 달인가로 불리는 엑슨 모빌CEO 출신인 틸러슨(Tillerson)을 임명하였다.

경제라인과 안보라인을 채운 이들의 성향은과거 부시(George W. Bush) 대통령 시절의 네오콘(Neo-con)과 흡사하다. 네오콘은 힘이 곧정의라는 신념하에 군사력 바탕으로 미국의세계 패권국 부상을 목표로 했다면 트럼프의경제 및 안보라인은 협상을 통해 국가이익을확보함으로써 위대한 미국의 재건을 목표로하고 있는 것 같다.

동아시아: 미중간 갈등 증폭 중국의 부상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비교적 협력과 갈등이 주기적으로 교차하는 사인 곡선을 그려왔다. 적이면서 친구인 프레너미(frienemy) 상태를 유지해 왔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런 관계가 변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최선의 시나리오는 미국과 중국이 안보와 경제의 교환을 추진하는 것이다. 미국은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배타적 권리를 묵인하면서 항행의 자유를 소극적으로 주장하는 대신 중국은 위안화를 평가 절상하고 미국의 무역적자를 해소하는 방법이 여기에 해당된다. 미국은 경제적 이득을 챙길수 있는 대신 패권적 위상은 잃을 수도 있는시나리오이다.

중국을 적극적으로 견제하고자 하는 최악의시나리오도 있다. 트럼프는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전화 통화를 함으로써 하나의 중국 정책을 흔들고 중국의 위안화 평가 절하와 미국산제품에 대한 고율의 관세, 그리고 남중국해 인공섬 건설에 대해 비판했으며 심지어 훔쳐간드론을 돌려받지 말라고도 했다. 또한 NSC에는 나바로 교수만큼이나 대중 강경론을 주장하는 필즈베리(Pillsbury)라는 중국 전문가도있다. 그는 중국이 패권을 장악하지 못하도록미국이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트럼프의 백악관 참모들은 부시 대통령 시절의 네오 콘들이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려 했으나 9.11테러 발생으로 그 기회를 상실했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지금부터라도 본격적으로 중국을 견제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이렇게되면 오바마의 아시아 중시(Pivot to Asia)정책보다 더 강한 대 중국 정책이 수립될 수 있어남중국해의 파고는 더 높고 더 거세질 수도 있다. 중국의 항공모함이 서태평양에 발을 담갔다가 남중국해로 운항한 것은 그저 훈련 목적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유럽: 지정학적 분쟁과 협력
탈냉전 초기 러시아와 유럽은 비교적 협력적 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동구가 민주화되고 NATO가 동진을 거듭하자 러시아는 위기의식을 느끼게 되었다. 더 이상 영향권을 상실하지 않겠다고 느낀 러시아는 그루지야를 침략했고 우크라이나의 분열에 개입했다. 러시아가 2014년 3월 크림반도를 합병하자 미국과유럽연합은 러시아에 대해 경제제재를 가하기시작했다. 이로써 미국 및 유럽연합과 러시아의는 본격적으로 적대적 관계로 돌아섰다.미국의 유럽 MD 추진도 이런 적대 관계 형성에 한 몫을 했다. 2012년 오바마 행정부는나토 정상회의에서 '유럽 미사일 방어 시스템4단계 조치' 착수 계획을 발표했다. 1단계는터키에 탐지 거리 1800㎞ 이상의 X밴드 레이더 설치 및 스페인에 이지스함 배치, 2단계는루마니아에 MD 구축, 3단계는 폴란드에 MD구축, 4단계는 미국 본토 겨냥 탄도미사일 요격 시스템을 완성한다는 것이었다. 러시아의강력 반발에도 불구하고 현재 2단계까지 완료한 상태이다.

러시아도 서진 정책을 노골화하기 시작했다. 러시아 공군기들이 핀란드와 스웨덴, 에스토니아, 라트비아의 영공을 빈번하게 침범하기 시작했다. 이에 NATO는 2016년 개최된 정상회의를 통해 폴란드와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러시아 접경 4개국에 4,000명이 넘는 4개 대대 병력 파병을 결정했다. 러시아도 가만있지 않았다. 러시아는 2016년 11월, 역외 영토인 칼리닌그라드에 전술 탄도미사일 '이스칸데르'와 방공미사일 S-400 부대,대함미사일 바스티온 부대 등을 배치한다고발표했다.

NATO의 동진, 미국의 유럽 MD, 러시아의크림 반도 합병, 러시아의 서진, 러시아 접경국가에 NATO의 병력 파병 결정, 칼리닌그라드에 탄도미사일 배치 등 미국 및 유럽연합과러시아 사이에서 도전과 응전이 쉴 새 없이 이어졌다. 급기야 러시아의 위협에 불안을 느낀중립국 스웨덴은 작년 6월 미국과 방위협정을체결했다.

오바마 행정부가 등장하자 말자 취했던 대러시아 정책은 리셋(reset)이었다. 그러나 러시아와의 관계는 꼬일 대로 꼬이고 말았다. 트럼프는 이런 관계를 타파할 가능성이 높다. 후보시절 크림반도의 러시아 귀속을 인정하는듯한 발언, 푸틴 대통령이 오바마보다 훌륭한지도자라는 발언, 발트 3국이 러시아의 공격을 받을 경우에도 자동 개입하지 않겠다는 발언, NATO는 시대에 뒤떨어진 조직이라는 발언 등이 푸틴과 러시아인의 마음을 움직이고있기 때문이다. 후보시절 러시아에서 트럼프에 대한 호감도가 유난히 높았다는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다.

핵능력의 확대와 확장 문제로 두 정상 간에설전이 있긴 했지만 이것은 에피소드로 끝날가능성이 높다. 트럼프는 그 동안 중국과 밀월관계를 과시했던 러시아를 중국으로부터 떼어놓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NATO의 동진 중단,동유럽 미사일 배치 중단, 크림반도 합병 인정, 대러시아 경제제재 등이 교환될 수도 있을것이다. 유럽의 방위비 증액과 NATO 분담금증액 등은 덤으로 챙길 수도 있다.

중동: 이란, 시리아, 그리고 IS중동 문제는 이란 핵협상, 시리아 내전, IS 등크게 3가지로 대별된다. 이란 핵문제는 2015년 7월, P5+1+1이 협상을 통해 타결했다. 이란핵문제 발생 13년 만의 일이었다. 이란 핵 활동의 투명성을 제고로 이란 핵개발을 적어도10년 이상 늦출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였고 추후 협상을 통해 이란 핵개발을 완전히 차단할수 있는 계기도 마련했다.

이란도 유엔 안보리 결의가 해제됨에 따라이슬람 혁명이 일어난 지 무려 36년 만에 국제사회로 복귀하게 되었다. Win-Win의 협상 결과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집권 시이란 핵합의를 폐기하겠다”고 선언한 자신의공약을 지키기 위해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유대인을 사위로 둔 트럼프는 유대인 정착촌 건설을 지지하는 등 친 이스라엘 성향을 지니고 있어 이란 핵개발에 민감한 이스라엘의의견을 존중할 가능성이 있다.

시리아에는 3개의 무장집단이 치열한 전투를 계속하고 있다. 러시아와 시아파 국가들이지원하고 있는 정부군, 서방세계와 수니파 국가들이 지원하고 있는 반정부군, 그리고 시리아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자 하는 IS가 서로가 서로에 대해 총부리를 겨누고 있다. 작년 연말 반정부군의 거점이었던 알레포를 정부군이탈환하자 반정부군과 IS의 위세는 꺾였고 아사드 정권은 견고해졌으며 러시아의 영향력은제고되었다.

미군의 이라크 철수와 시리아 내전을 계기로 영향력을 확대한 IS는 이라크와 지중해 동부 연안 국가들을 아우르는 신정일체의 칼리프(Khalīfah) 국가를 건설하고자 했다. 극단적이슬람 무장단체들이 IS에 충성을 맹세했고IS는 참수, 화형 등 반인륜적 방법으로 인질을처형함으로써 명성을 얻었다. 시리아 내전과IS 준동으로 수십만 명의 난민들이 발생했고이들이 유럽을 향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동지역에 개입할지, 개입한다면 어느 정도 규모로 개입할지 아직 예단하기 힘들다. 이라크와아프가니스탄에서 입은 손실이 아직 아물지않은 시점에서 트럼프가 동맹과 협력해 IS를격퇴하겠다는 자신의 공약을 지킬지 두고 볼일이다.

동북아: 북한 핵문제
북한은 작년에 두 차례에 걸쳐 추가 핵실험을 함으로써 핵보유국가의 길에 들어섰다. 핵미사일 병진 노선이 노동당 강령에 명시됨으로써 비핵화에 대한 기대는 멀어졌다. 트럼프행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세 가지다.플랜 A는 오바마 행정부가 뒤늦게 시동을 걸기 시작한 ‘강력한 대북 제재 및 레짐 체인지(정권교체)’를 더욱 강화하는 것이다. 플랜 B는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뒤늦게 인식하고 이를 제거해야 된다고 주장하는 ‘선제공격’이다.플랜 C는 비교적 비둘기파에 속하는 인사들이주장하는 ‘북핵 동결’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플랜 A, B, C 중 하나를 선택할 수도 있고 A+B, A+C를 선택할 수도 있다.그러나 적어도 집권 직후 플랜 C를 가동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플랜 C는 좋은 아이디어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북핵 용인과 다를 바가 없다. 파키스탄과 인도 모델로 가는 첫 번째발걸음이기도 하다. 북핵 동결의 대가가 한·미군사훈련 중단, 대북 제재 해제, 평화협정 체결, 주한미군 철수 등이라면 미국은 오히려 힘을 사용하려 할 것이다.

한국 안보 전략
2017년에는 4개의 큰 안보쟁점이 서로 맞물리면서 돌아가는 한 해가 될 것이다. 국가이익을 우선시하는 주변 4국의 리더십이 협력보다는 갈등을 심할 시킬 가능성이 있다. 강대국들간의 갈등이 증폭되면 한국의 입지는 좁아진다. 다양한 시나리오를 상정하여 맞춤형 외교를 펼쳐나가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선 한미동맹을 중심에 두고 미국과 정책공조를 펼쳐나가야 한다. 남중국해에 대해선기존의 입장을 견지할 필요가 있고 미국의 IS격퇴 등 중동 개입 문제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협조할 필요가 있다. 북핵 문제는 비핵화 차원에서 빈틈없는 공조를 이뤄가야 한다. 물론미북 대화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미러 사이에 관계 개선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미국이 유럽국가에게 약속했던것들이 어떻게 지속되거나 또는 변경되는지유심히 관찰할 필요도 있다.

외국과 약속한 사드 배치나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은 신뢰성 확보 차원에서 일관성있게 추진해 나가야 한다. 트럼프가 공약했던한미 FTA 재협상, 방위비 분담금 증액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3,000t급 핵잠수함 건조 허용, 한미미사일정책 수정 등 우리가 반대급부를 요구하면 된다. 정유년 닭의 울음소리가 워닝 콜이 되지 않도록 미리 미리 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