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항전의 상징 알라모 요새 전투
운병계모 위불가측(運兵計謀 爲不可測) ― 『손자(孫子) 구지 제11편』



노병천
(예)육군대령, 리더십박사
전 나사렛대학교 부총장
한국전략리더십연구원 원장

알라모 전투는 1835년 10월부터 1836년 4월까지 계속된 텍사스 독립 전쟁 속에 벌어진 전투다. 텍사스 알라모 요새에서 185명의 민병수비대 전원이 장렬히 전사한 사건은 미국의서부 역사상 가장 유명한 사건 중 하나였다.

이 소재는 그동안 수차례 영화화되었고, 이와 관련된 서적 출판물만 하더라도 1백 50여종이 넘는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은1960년 존 웨인이 감독하고 주연한 ‘알라모’일것이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찾는 관광명소가 되었지만, 1836년 알라모 전투 당시 무려 천명이넘는 병사들이 전사했던 치열한 전투의 현장이다. 또한 알라모 전투는 오늘날 텍사스주가멕시코로부터 독립할 수 있었던 중요한 사건이었다.

1820년대 초 멕시코 정부는 멕시코 북동부에 위치한 텍사스주를 개척하고 싶은 마음에미국의 식민지 개척자들에게 토지를 양도해주었다. 스티브 오스틴이 모집한 미국 출신의이주민들이 1822년 가장 먼저 텍사스에 도착한 것을 시작으로 수많은 미국인들이 텍사스로 이주했다. 하지만 이들은 멕시코의 시민이아니라 여전히 미국 시민으로 살고자 했다.

그리하여 당시 텍사스에 거주하고 있었던 약 2만5,000명의 미국인들은 멕시코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무력을 동원, 멕시코 세관과 요새들을 파괴하기에 이르렀다. 이어 멕시코 소속하에 자치정부 수립을 요구하며 샌안토니오를점령했고, 1836년 2월에는 드디어 독립을 선언하게 된다.

위기에 직면한 멕시코 정부는 멕시코 대통령인 산타 안나 장군의 지휘 하에 샌안토니오를 탈환할 계획을 세운 뒤, 약 6000명의 대군을 이끌고 샌안토니오 시내에 있는 알라모 요새로 향했다. 산타 안나는 스스로 ‘중미의 나폴레옹’이라고 믿는 독특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텍사스 시민군을 몰아내려는 의지가 너무강해서 행렬의 맨 앞에 있는 그를 보고 참모들이 “이번 전쟁에서는 포로는 없겠는걸!”이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이들을 맞아야 하는 알라모 요새의 시민군은 제임스 네일 대령을 비롯해서 겨우 80명밖에 되지 않았다. 시민군 사령관 샘 휴스톤은 제임스 보위 대령과 25명의 병사를 알라모 요새로 보냈는데 이때 그에게 알라모 요새를 파괴하고 포대와 함께 동쪽으로 후퇴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 요새 파괴 명령에 보위 대령과 네일 대령은 난감했다. 마침 네일 대령이 병이 나서 요새를 떠나자 보일 대령은 명령을 어기고 오히려요새를 보강하기 시작했다. 2월 2일이 되자 윌리엄 트레비스 대령이 소수의 기병대원을 이끌고 알라모에 합류하면서 알라모 요새의 인원은 130명으로 늘어났다.

이렇게 해서 알라모 요새의 삼인방 대령이모였다. 척후병이 산타 안나가 이미 리오 그란데 강을 건넜다고 보고했지만, 트레비스는 그가 초봄까지는 공격하지 못할 것이라고 여겼다. 그리고 군수품과 증원을 요청하는 편지를보냈다.

텍사스 지원군을 모집하는 포스터에는 외교분쟁을 피하기 위해서 지원군이라는 말 대신에 이민자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트레비스와보위는 지휘권을 두고 심각한 대립을 했지만결국 보위가 지원병을 맡고 트레비스가 정규군을 맡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2월 8일, 데이비드 크로켓과 14명의 테네시기병 지원병이 더 합류했다. 영화 알라모에서개털 모자를 쓴 존 웨인은 크로켓 역을 했다. 산타 안나의 멕시코 군이 마을 외곽에 나타나자, 트레비스는 증원요청을 급하게 보냈다.

2월 24일 편지에 따르면 “텍사스 시민과 전세계 모든 미국 국민에게 보냅니다....... 저는절대로 항복하거나 물러나지 않겠습니다.......승리 아니면 죽음만이 있을 것입니다!”는 결연하면서도 간절한 마음이 담겨있었다.

2월 23일, 산타 안나의 멕시코군은 군악대의 트럼펫 연주에 맞추어 산 안토니오 마을을 점령했다. 멕시코군은 보병과 기병을 혼성한 부대였고 사거리는 짧지만 위력 있는 총과20여문의 대포까지 갖추고 있었다. 이들은 산훼르난도 교회의 종탑 위에 “자비는 없다(noquarter)”라는 깃발을 걸은 후에 알라모 요새를 포위하기 시작했다.

3월 3일, 적진 한 가운데를 뚫고 마지막 지원군이 알라모에 합세했다. 이들은 트레비스의 지원 요청으로 달려온 마지막 사람들이었다. 이제 알라모 수비군은 186명으로 늘어났다. 멕시코군은 모든 힘을 모아 세 차례나 거세게 몰아붙였다. 알라모 용사들은 굴하지 않고용감하게 멕시코군에 맞서 저항했다. 마침내3월 6일, 멕시코군은 알라모 요새 안마당 외벽의 무너진 틈을 타 물밀듯이 쳐들어왔다.

수도원 벽을 두고 육박전이 벌어져 처참한시체가 곳곳에 널렸다. 입구부터 막사까지 피가 흘러 수도원 전체에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막바지에는 탄약이 떨어져 총을 막대기로 쓰면서 싸웠다. 전투는 90분 만에 끝났다.

186명의 텍사스 의용군은 전원이 장렬하게 전사했다. 단 한 명만 빼놓고. 개털 모자의 크로켓이다. 영화에서는 장렬하게 전사하는 것으로 묘사되었지만 사실 그는 포로가되어 나중에 처형을 당했다. 사족이지만 차라리 알라모의 용사들과 함께 전사했으면 더좋을 뻔했다.

손자병법 구지(九地) 제11편에 보면 “군대를 운용하며 책략을 세우되, 가히 적이 예측하지못하도록 한다.”(運兵計謀 爲不可測)이라는 말이 있다. 산타 안나는 샘 휴스턴의 깊은 책략을 읽지 못했다. 샘 휴스턴은 산타 안나가 모르게 ‘반격’을 준비하고 있었고, 이때 필요한 것이 ‘시간’이었다.

나폴레옹의 말처럼 때로 “공간과 인명까지양보하면서 결정적인 시간을 얻을 수 있다면그 전략은 성공적”인 것이다. 13일이라는 소중한 시간을 이용해 샘 휴스턴의 텍사스군은 전열을 가다듬을 수 있었고, 드디어 4월 21일 산하신토 전투에서 멕시코군을 대패시켰다.

이때 700명의 멕시코 군인들이 죽었고, 730명이 포로가 되었는데, 텍사스군은 불과 두 명만이 전사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전투에서 멕시코의 대통령인 산타 안나가 포로로 잡혔다. 그 후 산타 안나는 미국의 잭슨 대통령에게 텍사스의 독립을 약속하고 6월말 멕시코로귀국할 수 있었다.


運兵計謀 爲不可測
運兵計謀 爲不可測
군대를 운용하며 책략을 세우되,
가히 적이 예측하지 못하도록 한다.

만약 멕시코의 산타 안나가 샘 휴스턴의책략을 미리 알아채고 알라모 요새에 1,000명 정도의 멕시코군만을 남겨두고, 나머지5,000의 병력으로 산하신토 전투를 준비 중이었던 샘 휴스톤을 추격했다면 어찌되었을까? 알라모 요새의 병력은 200명도 안 되는극히 소수였다.
6,000명의 멕시코군이 굳이 저 작은 알라모요새에 한꺼번에 들이닥칠 필요가 있었을까?전쟁이 불리해지면 얼마든지 증원을 요청해도되었을 텐데 말이다.

그런데 산타 안나는 알라모 요새에만 집착하는 어리석은 전략을 구사했다. 거의 광적으로 집착했다. 그리하여 알라모 전투에서멕시코군도 무려 1,000명이 넘는 전사자가발생했다.

1836년 독립을 성취한 텍사스 공화국은 미국에 합병을 요구했으나 남북전쟁의 조짐 등으로 인해 이를 잠시 보류했다가 1845년 미국의 한 주로 편입되어 오늘에 이르게 된다. 역사에 있어서 큰일을 이룰 때는 반드시 누군가의희생이 있다.

희생 없는 위대한 승리는 없는 것이다. 포대와 함께 후퇴 명령을 내렸지만 그것을 거부하고 끝까지 남아 멕시코군을 묶어두었던알라모 요새의 용사들의 희생은 결코 헛되지않았다.

이후로 “알라모를 잊지 말라”가 텍사스 민병대의 표어로 정해졌고, 후에 제2차 세계대전에서는 “진주만을 기억하라”로 다시 사용하게되었다. 지금 내가 성공했는가? 그렇다면 이 성공을위해 누군가가 희생했을 것이다.나 혼자 잘 해서 일을 성공시켰다는 자만은버려야 한다.

가만히 돌아보면 누군가가 이를 위해 땀을흘렸고, 피를 흘렸고, 자신을 바쳤을 것이다.

일의 성공 뒤에 숨어서
희생한 사람을 찾아보자.
運 兵 計 謀
돌 운 꾀 군할사 모 병 꾀 계
爲 不 可 測
할 위 아 닐 불 가 옳 을 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