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영
한양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

트럼프(Donald John Trump)는 2017년 1월 20일 제45대 미국 대통령에 취임하였다.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선택과 집중의 개입주의, 보호무역주의로의 변화를 상징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등장은 글로벌 질서를 재편하려는 중국과갈등과 충돌이 예상된다. 중국은 트럼프의 기세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듯출범 전에 랴오닝항모를 칭타오에서 발진시켜 타이완해협을 통과, 동중국해를지나 남중국해로 진입하는가 하면 전폭기 편대가 한국과 일본의 방공식별구역을 휘젓고 다니면서 무력시위를 하였다. 중국은 또한 한국에 사드를 실제 배치하게 될 경우 상상을 뛰어넘는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미국의 고율관세와 환율조작국 지정 시 중국은 보잉 여객기 구매 취소와 미국산 농산물 수입 금지 등으로 보복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한편, 김정은의 신년사에서 ICBM개발이 마감단계에 와있다는 메시지에 대해트럼프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응수한 바 있다. 미 의회 인준청문회에서 메티스(James N. Mattis) 국방장관 내정자는 북한의 ICBM 개발저지를 위해 군사대응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며, 북한의 핵시설 격퇴조치를 담은 선제타격계획을의회에 제출하겠다고 답변하였다. 가히 요동치는 격랑이 아태지역을 휘몰아치고 있고 한반도를 뒤덮을 형국이다. 비상한 전략과 결기로 응전하지 않는 한 표류할 뿐 아니라 침몰할 수도 있는 위기 상황이다.

이러한 전략인식과 문제의식 하에 먼저 트럼프 행정부의 안보정책을 전망하고, 중국의 해양대국화 전략을 분석하려 한다. 미중 안보질서를 전망하면서 한국에 대한 함의를 알아보고, 동시에 북핵·미사일 위협과 도전에 대한 한·미·중 간의 대응전략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트럼프 신행정부의 외교안보정책 전망트럼프 신행정부는 힘에 기반을 둔 외교안보정책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 “압도적 우위의 군을 재건하여 어떤 국가도 미국의 군사력을능가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국정기조를천명하였다. 감히 어떤 세력도 도전하지 못하도록 군사력을 유지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며 국방을 위해 돈을 쓰는 것은 경제활성화를 위해서도 현명한 일이라고 주장한다.1)

특히 공화당 정강정책에서 밝혔듯이 국제사회에서 미국은 약해졌고,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이 쇠락하고 있다는 인식을 갖게한 오바마 행정부를 비판하면서 힘을 기반으로 미국을 재건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세계 경찰국가로서의 임무수행에 턱없이못 미치는 해군력, 보잘것없고 노후화된 공군 전투기, 임무수행에 요구되는 2/3수준에 불과한 해병대 전투력, 2차 대전이전 보다 더 못한 육군의 병력 유지, 탄도미사일개발 및 전개를 소홀히 해온 오바마 행정부였다는 것이다. 급기야 시리아 IS세력을 잠재우지 못하고, 러시아가 크림을 병합하고우크라이나 일부를 점령한 사태가 벌어졌으며, 중국이 대담하게 힘과 강압에 의해 남중국해에서 공세적으로 도발하는 사태까지초래케 되었다고 비난한다.2)

서구 동구권 국가 회원국이 러시아 유혹에동요되고 기존 유럽 회원국도 구심력 없이표류하는 NATO가 트럼프 신정부 대외정책의 최대 도전이 아닐 수 없다. BREXIT와 미국이 신고립주의로 나갈 때 서구(The West)의 의미가 사라지고 각자 도생의 시대로 전환되는 것이 아닌가하는 시각도 등장한다.

시리아, IS테러사태 관련 미국을 포함한NATO, 러시아, 중동국가 등 관련국가간 첨예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가운데 IS세력이 현저히 약화되는 상황에서 러시아와 협력하여 시리아 아사드 독재정권과 반군을동시 인정하는 안이 시리아 사태 수습책일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은 트럼프의 등장을 크게 우려하지않았던 측면이 있었다. 경제력에 바탕을 둔중국 주도의 글로벌 질서 재편을 추진할 수있을 것이라는 자신감과 미국과 미 동맹국의 의지를 시험해보는 공세적이고 도발적인 군사행동을 일삼아 왔다. 그러나 트럼프의 Tillerson국무장관 지명과 강경파 군출신의 안보부서장 임명은 미중간 무역불균형(2015년 3,657억 달러 적자)과 환율 조작시정 등을 통해 미국이 경제적인 압력을 행사하고 중국의 공세전략에 신사적으로 대응했던 오바마 정부와 달리 용납할 수 없을것으로 전망된다.

동시에 남중국해 등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것에 대해 과감한 무력 투사를 배제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현재 5,900억 달러의 국방비를 1조 달러로 증액하면서 47만5000명인 육군을 54만 명으로 증원하고 해병대는 36개 대대, 해군 순양함 22척을, 공군 전투기는 1,200대로 각각 늘리겠다고 공약했다. 또 최첨단 미사일방어 시스템을 개발하고 하겠다는 것으로 나타난다.3)

아프간·파키스탄에서의 테러와의 전쟁, 부정과 마약 암거래를 차단하기 위해아태지역의 동맹·우호국가와 협력을 강화할 것이며, 사이버테러와 전자파(EMP,Electronic Magnetic Pulse)에 공동 대처할것을 요구하고 있다.

중국의 군사력 증강과 공세적 반접근지역거부(A2AD: Anti-Access & Area Denial)전략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권역별 안보협력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전망된다. 한미일3자간 군사공조체제 구축,아세안국가와 호주를 묶고, 인도와 중앙아시아를 아우르는 협력체제 강화가 예상된다. 러시아와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겠다는의도도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1970년대 닉슨 행정부가 구소련을 압박하기 위해 중국과 협력체제를 강화했던 전략이 역으로 적용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군사력 증강은 2020년까지 미 해군력의 60%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배치하고, 현재 50척의 미해군함정을 65척으로 증강 배치하며, 이지스 전투함을 현재 5척에서 2017년까지 7척을 증강하고, 연안전투함 및 상륙준비단의우선 배치와 5척의 항모를 태평양지역에항시 배치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F-35 최신예기와 해상기반 X밴드 레이다를 주일미군기지에 배치했듯이 최첨단 전력을 괌과 싱가포르, 주일 미해·공군기지에 대폭적으로증강시켜 중국을 에워싸겠다는 것이다. 안전략한편, 2012년 10월 후진타오 중국 주석은 해양강국 건설을 천명하면서 ‘진주 목걸이 전략’을 추진할 것을 밝혔다. 2015년 발표된 중국의국방백서에서도 대륙중시전략인 중륙경해(重陸經海)에서 해양을 중시하는 중해경중(重海經陸) 전략으로 전환을 제시하면서 근해 방어형에서 원양 호위형이 결합된 해양강국전략으로 전환할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 일본의 재무장 및 해양권익침해 등을 최대 위협으로 평가하고 있다.

무역의 90%이상을 해상에 의존하고 있는 중국은 해로가 차단되었을 때 중국의 지속적 경제발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인식하여 특히 동중국해, 남중국해지역에 대한 배타적인 주권을 행사하기 위해 반접근·지역거부(A2/AD, Anti-Access and Areal Denial)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의 핵심이익이 걸려있는 지역에 외부 세력의 접근을 차단하고 핵심지역 장악을 거부한다는 전략으로 도련선전략으로 구체화된다. 중국은 2020년까지 일본과 대만, 필리핀, 남중국해를 연하는 제1도련선을, 2030년 그 너머 괌을 포함하는 일대까지 세력권을 확장하고, 중화인민공화국 건립100주년이 되는 2049년에는 하와이까지 진출하여 태평양을 미국과 양분하겠다는 전략에따라 해양대국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중국은 전략의 중점을 현대적 첨단해군력을 구축하여 주권과 해양권익을 수호하고전략적 해상교통로를 보호하며, 군사경쟁에서전략적 주도권을 장악하여, “중국의 꿈은 강국의 꿈이고, 강국이 되려면 강군이 필요하다”는군사력 강화의지를 시현하고 있다. 랴오잉 항공모함을 진수한 데 이어 항모 2척을 건조하고핵추진 잠수함을 포함하여 잠수함 8척, 구축함 6척 및 호위함 12척 등 추가 해군전력을 건조할 계획이다.4)

남중국해는 중국의 사활적 핵심이익으로 간주하며 해양진출의 교두보로서 미국의 재균형전략과 분쟁당사국이 다수 포함된 ASEAN국가, 일본, 한국, 호주, 인도까지 연대해서 중국을 견제했을 때 중국의 핵심이익에 정면으로도전받는다고 인식, 무력행사도 불사하겠다는입장이다.

육, 해, 공, 제2포병군에 이어 육군지도기구,로켓군, 전략지원센터를 창설하였으며, 기존의 7개 군구에서 동, 서, 남, 북, 중부 5개 전구로 개편, 합동전구인 공세적 군사작전체제를구축하였다. 특히 동부전구는 동중국해의 센카쿠/댜오위다오 영토분쟁에, 남구전구는 남중국해 분쟁에 대비하기 위해 해·공군전략을전구사령관이 운용할 수 있는 합동군체제로개편한 것이 특징이며, 작전지역에 우발사태시 전구사령관이 즉각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전략과 의지가 읽힌다.

상하이협력기구(SCO, ShanghaiCooperation Organization)와 아시아교류신뢰구축회의(CICA, Conference onInterchange and Confidence-Building Measures in Asia)로 미국을 견제하면서, 중국의 서부지역에서 중앙아시아를 거쳐 유럽으로 진출하고, 서태평양에서 인도양을 거쳐 아프리카 지중해로 뻗어가는 일대일로전략(OneBelt One Road)을 지원하기 위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설립하여 미국 주도의 질서에 맞서겠다는 형세이다.

미·중간 안보질서 전망과 우리의 대응미중 양국이 보다 공격적 군사전략을 추구하면서 아태 지역 해양에 잠수함, 탄도미사일, 전략 폭격기 등 공격적 군사력을 집중적으로 배치할 때, 그리고 미국이 공해전투(Air-Sea Battle) 전략 및 자유항행작전(Freedom of Navigation Operation)을 보다 공격적 전략으로 전환하고,잠수함 및 항모세력을 전진배치하거나, 중국이원해(遠海)보호 전략을 확대하고, DF-21D 등탄도미사일과 잠수함 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해상 차단 등의 작전을 실시할 경우, 미중간 해양 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5).

동북아 지역해에서 확고한 통제력을 확보하려는 중국의 전략적 의도를 고려할 때 다음 분쟁은 이어도를 포함한 센카쿠/댜오위다오 영토분쟁지역의 동중국해로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에게 있어서 동중국해는 남중국해와 동등한 군사안보적 가치로 평가되기때문이다. 이 때 한중 간에 이어도 관할권 분쟁이 무력으로 비화될 수도 있을 것이다.

미중 양국간에 해양분쟁이 발발하고, 확대된다면, 동중국해 및 남중국해를 경제활동이나국가이익 측면에서 활용해온 한국 등 동아시아여타 국가들에게는 치명적인 손실이 될 것이다. 한국은 미국과의 동맹 및 파트너 관계 속에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중요 해역에서의 항행자유 및 국제규범이 확보될 수 있도록 공동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남중국해 및 동중국해는 한국의 경제활동 수행을 위해서도 중요한 해역이기 때문에 이 해역의 안정과 항행자유의 보장은 한국으로서도 중요하다. 동시에북한문제 해결 및 양자간 경제관계 측면에서중요한 중국과의 관계가 미중간 관계의 악화로인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지 않도록, 미중 양국간 역내 해양질서의 안정과 평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다차원에서 기울일 필요도 있다.

한편, 중국의 반접근·지역거부전략이 시현된사례로 천안함 피격 후 한·미간 서해지역에서대잠연합훈련을 추진하려 했을 때 중국의 무력시위로 항모가 진출하지 못하고 남해 및 동해상에서 훈련을 실시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시사해주는 바가 크다. 심지어 중국의 전폭기가방공식별구역을 침투하고 중국 해군전력이 동해지역까지 진출하게 되면 한국은 완전 포위되는 형국이 될 것이다. 한반도 분쟁 시 “서해에서 누가 제해권을 장악했는냐?”에 따라 전쟁의승패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던 전사에서 보듯이중국의 반접근·지역거부전략이 작동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제주민군복합항구의 전략적 가치는 더욱 크다. 또한 ‘방어적 충분성’에 기초한 전력 건설이 필수적이다. 군사적 대비 측면에서 향후 한국군은 분쟁 가능성에 대한 대응능력 및 도발을 거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자체적인 억지력을 확보해야한다. 동맹국 미국은 물론 일본과 군사공조체제 구축을심각하게 고민해야 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