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軍隊)에서 지휘관의 지휘책임은 무한한 것인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지금까지 우리 군이 정치권 및 사회여론 에 휘둘려 과도하게 지휘책임을 물었던 것은 아 닌지.. 시간이 지나면서 아쉬움이 남는다. 군대 문화 속에서 지휘책임과 관련된 문제를 공론의 장에서 다루는 것을 우리 군이 터부시 해왔던 것 도 사실이다. 지휘관의 보직해임이나 징계, 구속 및 기소 등의 처벌 같이 부대 사기에 결정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항을 공공연하게 언 급하고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논하기가 곤란한 문제일수록 공론의 장에서 활발하게 논의하여 합리적으로 규정화하고,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관습으로 공감대를 만들어 가는 것이 필요하다. 일반사회 와 군대가 두루 공감할 수 있도록 지휘책임에 대 한 규정과 문화가 정립되었을 때 우리는 한 걸음 더 선진군대로 나아갈 수 있다. 지휘관도 사람이 기 때문에 지휘책임을 묻는 근거와 사유가 분명 할 때 처분권자의 조치를 수용할 수 있을 것이 다. 나아가 군 기강을 확립하고, 후배들에게 타 산지석의 교훈이 되는 지휘책임의 순기능적 역 할도 기대할 수 있다. 사례1. GOP 경계작전 실패 2012년 10월 2일, 북한군 병사 1명이 경계 근무 중 초소를 이탈하여, 동부전선 00보병사 단 DMZ 철책을 넘어서 귀순하는 사건이 발생 하였다. 북한군 병사는 이날 22시 30분경 아(我) GOP 철책에 도착하였으나, 경계등 불빛이 너 무 환해 동쪽으로 200m 가량 이동하여 23시경 에 월책(越柵)하였다. 월책 후 후방도로를 따라 110m를 이동하여 인접초소로 찾아갔으나 근무 를 서지 않는 빈 초소였다.

다시 200m를 걸어 가 동해선 경비대의 현관문을 두드렸으나 반응 이 없어 맞은편 소대막사로 이동해 창문을 두드 려 귀순의사를 표시하였다. 소대장 등 아군 장병들은 23시 19분경 북한군 신병을 확보하게 되었다.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 던 일명 노크귀순사건이다. 당시 국방부는 경계 작전 실패에 대한 지휘책임을 물어 해당 대대장· 연대장·사단장은 즉각 보직해임 후 교체하고, 추 가적으로 GOP 경계작전 지도와 감독을 부실하 게 한 군단장과 군사령관은 장관이 ‘엄중 경고’ 하였다. 그리고 지휘통제실 근무수칙을 위반한 합참 근무자까지 포함, 장군 5명과 영관장교 9명 등 총 14명을 문책하였다. 사례2. 구타 및 가혹행위에 의한 사망사고 2014년 4월 7일, 서부전선 00보병사단 포 병대대 의무대에서 선임 병사들이 후임 병사 를 집단 구타해 죽음에 이르게 한 구타 및 가혹 행위 사고가 발생하였다. 피해자 윤 일병이 포 병대대 의무대 생활관에서 선임 병사들과 만두 등 냉동식품을 나눠 먹던 중, 의무대에 파견된 앰뷸런스 운전병인 이모 병장을 포함한 선임병 4명에게 정수리와 가슴 등을 구타당하고 쓰러 진 상태에서 추가적으로 폭행을 당하여 의식을 잃었다. 음식물이 기도를 막아 뇌사상태에 빠 진 윤 일병은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지만, 결국 다음 날 사망하였다. 수사결과, 폭행을 당해서 다리를 절뚝거림에 도 그걸 꾀병이라고 하면서 도리어 구타 및 가혹 행위가 4개월간에 걸쳐서 반복되었음이 밝혀졌 다. 이것이 국민적 공분을 크게 불러일으킨 일명 윤 일병 사건이다. 구타 및 가혹행위를 한 가해 자들은 전원 구속기소 되어 중형에 처해졌다. 후 속조치로 국방부는 감사팀을 투입하여 허위 보 고 및 누락, 지휘감독 소홀 등의 사실을 밝혀 관 련자들을 문책하였다. 당시 중대장에서부터 대 대장, 연대장, 사단장, 군단장까지 지휘책임을 물어 보직해임하고, 중대장과 대대장은 직무유 기로 입건하여 중징계하였다. 제시한 두 가지 사례에서 우리는 지휘책임의 엄중함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된다. 지휘관들 에게 지휘책임을 물은 이유는 노크귀순사건의 경계작전 실패와, 윤일병 사건의 병영 내 구타 및 가혹행위 근절을 위한 지휘감독 소홀이었 다. 이 두 사례의 공통점은 군대 내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 하는 국민적 공분 (公憤)을 불러일으켜 대군 신뢰도를 크게 저하 시켰다는 점과, 그로 인해 사단장, 군단장 등 고 급지휘관까지 강도 높은 지휘책임을 물었다는 점이다. 그동안 군대 내에 잠재되어 있던 GOP 경계작전과 부대관리 상의 고질적인 문제점들 이 적나라하게, 총체적으로 표출되는 사건사고 였기 때문이다. 반대급부로 군의 사기 또한 크 게 저하되었다. 40여 년 직업군인으로 복무하면서 이러한 사 건사고들을 내가 직접 당해보지는 않았지만 간 접적으로 경험하게 되었다. 그때마다 지휘관들 의 문책범위가 국민과 정치권, 그리고 언론의 여 론 향방에 크게 좌우된다는 점과 사단장, 군단장 등 고급지휘관까지 과연 문책할 사안인가에 대 한 의문, 그리고 “중·소대장은 파리 목숨이다”라 는 농담처럼 말단의 중·소대장은 거의 대부분 처 벌받는다는 점에 대해 개인적으로 문제의식을 갖게 되었다. 이에 법과 규정에 근거하여 합리적 절차에 의해 합법적으로 지휘책임을 물은 것인지, 상급 지휘관의 과도한 지휘권 남용은 아닌지, 초급 지휘자(관)에 대해서 과연 처벌만이 능사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의 잘못된 인식과 관행은 개선되어야! 우리 군은 앞에서 지적했듯이 6·25전쟁 이후 평시상태가 길어지면서 사건사고와 관련하여 지 휘책임을 묻는 사례가 주로 많았다. 군 본연의 임무 수행이나 부대목표 달성의 실패, 그리고 전 투준비태세 평가결과 불합격 등으로 지휘책임을 묻는 사례는 거의 없었다. 물론 사건사고로 비전 투손실이 발생하는 것도 전투준비태세 차원에서 보면 전투력 손실의 중요한 요인이다. 또 국민의 신뢰를 저하시키고, 부대 사기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전투력 발휘의 저해 요인이 된다. 그러나 전투준비태세 구비 여부보다 사건사고 와 관련하여 지휘책임을 더 많이 묻는다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순기능보다 는 역기능이 더 크다. 전투준비태세 확립에 초점 을 맞춰 지휘관에게 책임을 묻는 제도와 문화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지휘책임과 관련한 규정과 방침이 분명하지 않고, 공감대 형성도 부족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국방부훈령 ‘제2편 제3장 지휘·감독책임 및 개인책임’ 항에 부대관리 상의 지휘책임에 대 해서만 구체화 되어 있는 수준이다. 원칙이나 한 계가 모호한 가운데 지휘책임을 과도하게 묻게 되면 오히려 지휘관의 지휘행동을 왜곡시키거나 위축시킴으로써 부대 목표 달성을 저해할 수 있 다. 지휘관이 지휘책임을 피하기 위해 사건사고 예방 차원에서 부대원의 기본권을 침해하거나, 사건사고를 은폐 또는 축소하려는 악습이 고질 (痼疾)화될 수 있다.

또한 전투준비태세 확립을 위해 부대를 동적 으로 운용하여 실전적 교육훈련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고, 사고발생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부대를 정적으로 운용하는 사고예방 위주 부대 지휘를 할 가능성이 크다. 전투준비, 교육훈련, 부대관리 상의 지휘책임에 관한 훈령과 규정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불합리하게 지휘권을 남용하여 지휘책임을 묻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지휘책임은 통상 징계제도를 통해 이루어진다. 그러나 일부 지휘관은 이러한 공식적인 징계제도에 의해 지 휘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지휘권을 남용하여 일벌백계(一罰百戒)식 처벌을 지시하는 경우가 있다. 예컨대, 상급지휘관이 음주운전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수차례 했음에도 불구하고 음주 운전으로 인한 사고가 계속 발생하자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목적으로 관련자를 구속수사하고, 그 소속 지휘관을 징계하도록 지시했다면 그 조 치가 과연 정당한 지휘권의 행사이고 적절한 책 임 추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러한 방식의 부 하들에 대한 책임 추궁은 불합리할 뿐만 아니라 개인의 기본권을 심대하게 침해하는 지휘권 남 용이 될 수 있다. 자신을 제외한 부하 간부들에게만 책임을 묻 는 것 또한 부대의 성패에 대한 최종 책임이 지 휘관에게 있다는 사실을 망각한 조치이다. 지휘 권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서 지휘권의 한계와 책 임을 분명히 하고, 학교 및 부대 교육을 통해 체 계적으로 학습시킬 필요가 있다. 지휘책임은 지휘권에서 발원되었다. 지휘(command)의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 는 기본적으로 먼저 지휘통제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지휘통제(command & control)는 지휘 관 및 참모가 군사적 단일체로서 예하부대를 지 휘하고 통제하는 것이다. 지휘통제는 전투수행 기능의 하나로서 모든 작전가용요소를 통합하여 작전수행의 주도적 역할을 하는 중심 기능이다. 전투수행기능은 지휘통제, 정보, 기동, 화력, 방 호, 작전지속지원의 6대 기능으로 구성되는 대 표적인 군사적 역할과 활동들이다. 따라서 지휘 관 및 참모는 각 기능들을 유기적으로 통합함으 로써 전투력 발휘의 승수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 도록 지휘통제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지휘통제는 지휘관과 참모가 함께 수행하는 술(術)과 과학(科學)이다. 術(Art)적 요소는 직관 력과 통찰력이, 科學(Science)적 요소는 축척된 지식과 교리적 수단 및 절차가 바탕이 된다. 지 휘통제에서 지휘(指揮)는 지휘관의 비중이, 그리 고 과학보다는 술적인 영역이 더 많이 작용한다. 통제는 참모의 비중이, 그리고 술보다는 과학 차 원의 영역이 주로 작용한다. 그리고 지휘의 근원 은 권한이고 요체는 결심이다. 통제의 근원은 체 계적인 조직이고 요체는 계획 및 명령이다. 따라 서 지휘는 리더십을 촉매로 직관력과 통찰력에 의해, 통제는 정보공유 및 의사소통을 촉매로 축 적된 지식, 교리적 수단과 절차에 의해 행사되고 더욱 확장된다. 지휘관과 참모는 지휘와 통제가 상호 조화롭 게 통합되도록 하면서 술적인 요소와 과학적인 요소를 융합하고 병용함으로써 보다 효과적인 임무완수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지 휘의 술은 직관력과 통찰력에 의해 발휘되므로 빠른 판단과 결심이 용이하나, 합리성은 다소 결 여될 수 있다. 통제의 과학은 축적된 지식, 교리 적인 수단과 절차를 적용하여 보다 과학적이고 합리적이나, 논리적인 판단과정을 거쳐야 하므 로 일정한 시간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지휘의 술과 통제의 과학은 상호 보완적으로 조화롭게 통합되어야 한다.

지휘는 지휘권에 입각하여 부대를 이끌어 가 는 일체의 행위를 말한다. 지휘권(Command authority)이란 지휘관이 계급과 직책에 의해서 예하 부대와 부하들에게 합법적으로 행사하는 권한이다. 법규와 상급부대 지휘관의 지휘·감독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는 재량행위의 일종이다. 지휘는 근본적으로 지휘관의 영역이지만 권한의 일부를 참모에게 위임하여 참모가 지휘관을 대신하여 행사할 수도 있다. 지휘는 합법적이고 합 리적인 권한의 행사, 적시 적절한 결심, 그리고 합리적인 리더십 발휘를 통해 효율적으로 구현 될 수 있다. 합법적이고 합리적인 권한의 행사에서 ‘권한’ 은 지휘관이 임무를 완수할 수 있도록 합법적으 로 보장된 지휘권이다. 권한은 결심하고 지시, 지도하기 위하여 사용한다. 권한은 비록 합법적 으로 보장된 것이지만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믿고 따를 수 있도록 지휘관은 개인적 권위를 확 립하여야 한다. 이러한 개인적 권위는 구성원들 에게 성공적인 작전수행에 관한 믿음과 확신을 심어주고 권한을 더욱 능숙하게 행사해 나갈 수 있도록 촉진시켜 준다. 권한에는 반드시 책임이 수반된다. 행사한 권한의 결과에 대한 법적인 책임뿐만 아니라 작전의 성패에 관한 책임도 져야 한다. 권한은 참모에게 일부 위임할 수 있으나, 책임은 절대 로 위임할 수 없다. 결국 지휘책임은 지휘관의 권한 행사 즉 지휘권에서 발원(發源)된 것이기 때문이다. 통제는 부대활동과 전투수행기능을 제한, 조 정, 협조, 통합시키는 활동이다. 지휘관과 참모 가 함께 수행하는 영역이나 주로 참모가 관장하 며, 지휘관의 결심을 지원하고 구현한다. 통제의 궁극적인 목적은 작전을 함께하는 모든 부대가 임무완수를 위해서 하나의 방향성을 가지고 작 전을 하도록 하면서 전투력 발휘의 효율성을 보 장하기 위한 것이다. 상급부대가 예하부대를 간 섭하거나 구속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부분은 제 한시키되 작전에 공동으로 참여하거나 노력을 함께 해야 할 부분은 협조시키고 통합하는 순기 능적 활동이다. 통제는 체계적인 조직, 계획 및 명령, 정보공유 및 의사소통에 의해 효율적으로 구현된다. 참모 가 주로 관장하는 영역이므로 통제활동 결과에 대해서는 참모가 책임을 져야 한다. 참모책임은 참모가 자기 책임분야에 대해서 지휘관에게 지 는 개인책임이다. 부대성패에 대한 지휘책임은 오로지 지휘관만의 책임이다. 책임은 결코 위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휘권은 헌법과 법률에 근거한다. 지휘관의 지휘권은 대한민국의 헌법과 법률에 그 근거를 두고 있다. 헌법 제74조에는 군에 대 한 최상위의 지휘권으로서 대통령의 국군 통수 권이 명시되어 있다. 국군조직법 제2장(군사권 한)에는 국방부 장관, 합참의장, 각 군 참모총장, 그리고 각 군의 예하부대 또는 기관의 장의 지휘 관계, 소속 부대 및 기관에 대한 지휘·감독권에 대해서 규정하고 있다. 군의 존엄과 군기(軍紀)의 표상인 지휘권은 이처럼 헌법과 법률에 의해서 보장된 권한이기 때문에 우리가 통상 지휘책임 을 물어야 할 상황이 발생했을 때에도 합법적이 고 합리적으로 신중하게 적용해야 한다. ● 헌법 제74조 ①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 군을 통수(統帥)한다. ② 국군의 조직과 편성은 법률로 정한다. ● 국군조직법 제2장 (군사권한) 제8조(국방부 장관의 권한) 국방부장관은 대통령 의 명을 받아 군사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고 합동참모의장과 각 군 참모총장을 지휘·감독 한다. 제9조(합동참모의장의 권한) ② 합동참모의장은 군령(軍令)에 관하여 국방부장관을 보좌하 며, 국방부장관의 명을 받아 전투를 주임무 로 하는 각 군의 작전부대를 작전지휘·감독 하고, 합동작전 수행을 위하여 설치된 합동 부대를 지휘·감독한다. 제10조(각 군 참모총장의 권한) ② 각 군 참모총장 은 국방부장관의 명을 받아 각각 해당 군을 지휘·감독한다. 다만, 전투를 주임무로 하 는 작전부대에 대한 작전지휘·감독은 제외 한다. 제11조(소속 부서의 장의 권한) 각 군의 부대 또는 기관의 장은 편제 또는 작전지휘·감독 계통 상의 상급부대 또는 상급기관의 장의 명을 받아 그 소속부대 또는 소속기관을 지휘·감 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