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은 평양에서 4일간의 일정(6.15-18) 으로 당 중앙위원회 제8기 3차회의를 개최하였 다. 이 회의에서 김정은위원장은 매우 이례적으 로 식량부족을 시인하는 가운데 민생안정과 경 제난 타개를 국가의 핵심과제로 설정하면서 민 생관련 ‘특별명령서’를 발령하였다. 이는 아마도 코로나-19사태로 국경봉쇄가 이어지고, 유엔 등 국제사회의 제재로 인한 경제난 가중으로 내부 사정이 결코 녹녹하지 않은 상황을 반영한 것으 로 보여진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김위원장은 “국가존엄과 자주적인 발전이익을 수호하고 평화적인 환경 과 국가의 안전을 믿음직하게 담보하자면 대화 와 대결에도 다 준비되어 있어야 하며, 특히 대 결에는 더욱 빈틈이 없어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이는 미국의 바이든행정부 출범 이후 북한이 내 놓은 첫 공식반응으로 지난 1월의 제8차 당 대회 시 미국을 최대주적으로 규정한 것과 대비되는 것으로, 그 저변에는 당분간 상황관리를 하면서 “대화여건이 마련되면 응하겠다”는 함의(含意)를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가운데 호주의 민간연구기관인 ‘경제평 화연구소’(IEP)가 공개한 ‘2021년 세계평화지 수보고서’에서는 북한이 GDP의 24%를 군사비 에 지출하는 등 조사대상국 가운데 비율이 가 장 높은 국가로 평가되었다. 그 뒤에는 레바논 (13.5%), 오만(10.8%), 리비아(10.5%) 등이 따랐 다. 이와 함께 북한은 사회안전 및 안보, 국내의 갈등상황, 군사화 정도를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환산하는 ‘평화지수’ 항목에서도 163개국 가운 데 151위를 기록하였다. 이렇듯 국내적으로는 만성적인 경제난으로 인 해 대다수 인민들이 기아(飢餓)선상에서 허덕이 는 열악한 상황속에서도 지속적으로 군비(軍費) 를 증강시키고 있는 북한은, 기회가 주어질 때마 다 ‘평화협정’ 체결을 주장해 오고 있는데, 이번 호에서는 그 대강(大綱)을 살펴보기로 한다. 북한의 ‘평화협정’ 체결 주장은 민족상잔(民族相殘)의 대비극이었던 6·25전쟁이 3년여의 기간 끝에 ‘정전협정’으로 일단 마무리된 이후부터 간 헐적으로 제기되기 시작하였다. 잘 알려져 있는 바와 같이 북한은 김일성이 주도면밀한 계획과 준비를 한 후 소련의 사주(使嗾)와 중공의 방조 (傍助)를 통해 일으킨 이 전쟁을 ‘조국해방전쟁’ 이라 지칭하면서 정전협정 체결일(1953.7.27.) 도 ‘조국해방전쟁기념일’(’전승절‘)로 각색(脚色) 하여 중앙보고대회를 비롯한 군열병식, ’충성의 편지‘ 이어달리기, 전쟁노병대회 등 각종 기념행사를 매년 성대하게 치루고 있다. 이런 평화협정 체결주장은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1년도 채 되기 전인 1954년 4월 스위스의 제 네바에서 당시 외상(外相)이었던 남일이 처음으 로 제의하였으며, 이후인 1962년 10월 최고인 민회의 제3기 1차회의에서 김일성은 시정연설 을 통해 남북간의 긴장상태 해소를 위해 미군철 수와 함께 “남북이 서로 상대방을 공격하지 않을 데 대한 평화협정”을 체결할 것을 주장하였다. 이렇듯 북한이 평화협정을 체결하자고 제의한 배경에는 그들이 우리보다 국력(國力)이 한 수 위 에 있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 평화공세의 일 환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후인 1973년 4월에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5 기 2차회의에서 정무원 총리 김일은 ‘보고문’을 통해 다시 남북평화평화협정 체결을 주장하였는 데, 이는 전년인 1972년의 ‘7.4남북공동성명’ 채 택 이후에 개최된 ‘남북조절위원회’에서 북한이 주장한 내용을 거의 그대로 반복한 것이었다. 이 에 대해 박정희대통령은 1974년의 연두기자회 견(1974.1.18.)을 통해 북한의 제안은 “우리를 무장해제시켜 놓고 적당한 기회가 오면 무력으 로 남침하여 적화통일을 하려는 것”으로 단정하 는 가운데 “무력침범 금지약속, 내정불간섭, 휴 전협정 존속을 포함한 상호불가침협정을 체결할 것”을 제의하였다. 북한은 1974년에 접어들어서는 최고인민회의 제5기 3차회의(3.25)에서 ‘중국의회에 보내는 편 지’를 채택하여 대미(對美) 평화협정 체결을 처음 으로 제의하였다. 당시 북한은 “우리나라에는 주 한미군이 주둔하고 있고, 미군이 남한의 통수권 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미국과의 직접적인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전개하였다. 아마도 미국과 평화협정이 체결된다면, 남북관계에도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며, 이렇게 되면 통일문제를 자주적 평화적으로 해결하는데 유리환 환경이 조 성될 것이라 판단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후인 1984년 1월 북한은 중앙인민위원회· 최고인민회의 상설회의 연합회의에서 ‘서울당 국에 보내는 편지’를 채택하여 남북한과 미국 간 ‘3자회담’ 개최를 제안하였다. 이 회담에서 미 국과는 평화협정 체결문제를, 남북한은 불가침 선언 채택문제를 논의할 것을 주장하였다. 이런 제의는 1988년 11월의 중앙인민위원회·최고인 민회의 상설회의·정무원 연합회의를 통한 ‘조선 의 자주적 평화통일을 추진하기 위한 포괄적 평 화방안’에 이르기까지 지속되었다. 특히 북한은 1988년 12월 중국의 베이징에서 미국과 처음 으로 정무참사관급 외교관접촉을 시작한 이래 1992년 12월까지 무려 28차례에 걸쳐 이루어진 회합을 통해서도 대미 평화협정 체결주장을 계 속하였다. 북한의 이런 평화협정 체결주장은 1990년대 에 접어들면서 미국과의 직접적인 협상을 주축 으로 한 것으로 변하게 되었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1994년 4월의 외교부 대변인 성명이 었다. 당시 북한은 한반도 정전체제를 대체할 ‘새로운 평화보장체계’를 수립할 문제를 다룰 협 상을 제의하였는데, 이는 1996년 2월의 외교부 대변인담화를 통해 그 윤곽이 드러났다. 즉 미국 과 북한 간 평화협정을 체결할 때까지 정전협정 을 대신할 ‘잠정적인 협정’을 체결할 것을 데 주장하였는데, 이를 위해 군사정전위원회를 대신 할 ‘공동군사기구’를 구성하여 여기에서 비무장 지대의 관리와 무장충돌과 돌발사건 해결 등 문 제를 협의하자고 하였다. 이와 함께 북한은 같은 해 4월에는 조선인민군 판문점대표부 담화를 통 해 “정전협정에 규정된 군사분계선과 비무장지 대의 유지 및 관리와 관련된 임무를 포기한다”고 선언하는 등 정전협정체계를 무력화시키는 가운 데 대미 평화협정의 체결필요성을 강변하기 시 작하였다. 이런 북한의 주장은 2000년대에 진입하면서 다소 그 궤(軌)를 달리하는 양상을 보였는데, 그 대표적인 사례가 2002년 10월의 외무성 대변인 담화였다. 이 담화에서 북한은 “미국과의 불가침 조약을 체결하는 것이 핵문제 해결의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방도”라고 주장하는 가운데 그 연장선 상에서 2005년 7월의 외무성 대변인담화에서는 “선(先) 평화체제 구축, 후(後) 대마관계 개선 및 한반도비핵화”라는 입장을 표명하였다. 이후에 도 북한은 신년 공동사설이나 각급 기관·단체의 성명이나 담화를 통해 “지금이야말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교체하여야 할 때”라고 역설하면서 “선 평화협정 체결, 후 한반도의 군사적 대치상태 해소 및 미국과의 신뢰보장문제 해결”의 순서를 제시함으로써 대미 평화협정 체결에 최우선 순위 를 두는 정책기조를 나타내고 있다. 이렇듯 북한의 ‘평화협정’ 체결주장이 시기별 로 다소 다른 양상을 나타내고 있는 이유, 아니 그 저의(底意)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즉 북한이 한동안 우리와의 평화협정 체결을 주장하다가 1973년 이후부터 대미 평화협정 체결로 그 대상 을 바꾼 이유는 무엇인가? 우선 북한이 대미 평화협정 체결을 주장하는 이유는 “6·25전쟁의 교전당사자가 미국과 북한 이며, 미국이 정전협정의 실질적 서명당사자이 며, 주한미군이 남한의 군통수권을 장악하고 있 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북한은 1992년 ‘남 북기본합의서’를 통해 남북 간에는 이미 불가침 합의가 채택되었기 때문에 이제는 미국과의 평 화협정 체결을 통해 한반도 평화체제의 수립이 완결될 수 있다는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북한의 주장은 국제법상 일고(一考)의 가치도 없는 일방적인 궤변(詭辯)에 불과하 다. 왜냐하면 6·25전쟁은 북한의 기습남침으로 자행된 것으로, 그 주된 교전당사국은 우리이기 때문이다. 또한 유엔군 사령관이 미국인이기 때 문에 미국이 정전협정의 당사자라는 주장도 “정 전협정 서명자의 국적문제와 그가 행한 법률행 위가 귀속되는 당사자문제를 혼동한 것”이기 때 문에 객관적 타당성을 상실한 것으로 해석할 수있다.

이어 주한미군과 군통수권문제를 거론하 는 것은 분명한 내정간섭(內政干涉) 차원의 문제 이며, 한미연합사령부가 보유한 전시작전통제권 을 제외한 모든 군통수권은 우리가 가지고 있으 므로 잘못된 것이며, 남북기본합의서를 거론하 면서 우리를 배제한 채 미국과의 평화협정 체결 을 주장하는 것도 큰 모순이다. 이어 북한의 대미 평화협정 체결주장은 그들 이 정권 수립 이래 지속적으로 기도(企圖)하고 있 는 ‘연방제통일’을 목표로 한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에 입각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왜냐하면 북한의 이런 주장은 한반도 평화문제를 그 주된 당사자인 우리를 애써 배제하는 가운데 대미 직 접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는 착오(錯誤) 에서 나온 것임과 동시에 한미 동맹관계를 약화, 이완, 파기시키려는 술책(術策)에 다름 아니기 때 문이다. 그런가 하면 이런 주장을 통해 한미사령 부 해체 및 주한미군철수를 실현함으로써 우리 의 군사안보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함의를 시 사하는 것이지만, 현실적인 상황은 북한의 이런 기도가 ‘오뉴월 개꿈’과 같은 미망(迷妄)에 불과 한 것이다.

그만큼 한미관계는 돈독하며, 북한의 의도대로 좌지우지(左之右之)될 수 없는 동맹관 계이기 때문이다. 또한 북한은 대미 평화협정 체결과 함께 기회 가 주어질 때마다 ‘평화’나 ‘우리민족끼리’를 내 세우는 가운데 나름대로의 통일전선전술을 구사 해 오면서 연방제통일을 도모하고 있으나, 이 역 시 현실적으로는 표리(表裏)가 부동(不同)한 술책 임이 하나둘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에 실익(實益) 면에서는 매우 효용성이 희박한 선전선동술에 불과하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결국 북한의 대미 평화협정 체결주장은 그것 이 비록 실현된다고 하여도 현실적 한반도의 평 화가 담보될 수 없는 선전선동 차원의 비현실적 인 제안에 불과하며, 더욱이 그 주된 당사국인 우리를 애써 배제한 가운데 제기되는 것이기 때 문에 제안자체가 큰 문제가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한반도의 평화와 관련된 문제는 오롯이 그 당사자인 남북한이 “민족자결원칙과 당사자 해결원칙”에 따라 서로 머리를 맞대고 지속적으 로 협의, 해결해야 이루어질 수 있다고 보여지 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