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투리

엠티 후기

2004-11-07 19:08:00, Hit : 255

작성자 : 안은광

엠티 후기

-慢性肢體

10월 30일 아침:

주말이라서 그런 것일까? 주중 내내 억눌러왔던 게으름이 살며시 내 안에서 고개를 들었다. 텔레비전에서는 '그대는 별'이라는 다소 느끼한 제목의 아침드라마가 방영되고 있었다. 게으름이 술, 드라마는 안주거리가 되면서 아주 기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을 때, 영주의 전화가 왔다. 나른하고 멍한 내 정신을 깨우는 영주의 목소리가 들렸다. 거부할 수 없는 반 협박의 목소리에 나는 가방을 얼른 메고 안양역으로 달려갔다.

10월 30일 낮:

먹을 복은 있는지 딱 점심식사 시간에 도착했다. 배도 부르고 햇볕도 따사하니 바다로 나갔다. 정확히 말하자면 갯벌. 갯벌의 진흙은 참 고왔다. 미끌미끌한 게……. 그래, 초반에는 이렇게 생각했다. 갑자기 여기저기서 날아온 진흙 덩어리. 진흙 덩어리에 서로의 사랑을 듬뿍듬뿍 담는지 참으로 크고 무시무시했다. 누군가의 진흙 덩어리가 내게로 날아왔다. 그래, 오냐! 오오오! 불타오른다! 잠시 나도 그 애정에 보답을 했다. 물론 썩 과녁-머리는 10점. 사지는 5점-에 잘 맞히지는 못했다. 아쉽다.

10월 30일 저녁:

술과 안주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술잔이 오가면서 여기저기서 이야기꽃이 피었다. 분위기도 무르익어가고……. 그냥 기분이 좋아져서 웃음이 피식 나왔다. 술이 사람을 취하게 한 것이 아니라 익숙하고 편한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분위기가 기분 좋은 느낌을 가지게 하는 것 같았다. 못했던 이야기도 풀어보고 맞장구도 쳐주고. 괜히 한 번 이야기 걸어보고. 시간이 훌쩍 지나 마피아 게임을 할 때까지……. 미소 지어 지는 하루였다.

11월 01일 아침:

아침이 오고 떠나야 할 시간이 성큼 다가왔다. 아쉬움이 몰려왔다. 짧은 만큼 꽤나 강렬한 추억이 되어버린 엠티. 올 가을 되새기며 웃을 수 있는 추억을 하나가 생겼다.

P.S 세세한 이야기들은 각자의 추억 속에서 떠올리기를……. 고마운 사람은 딱히 꼬집어서 말할 수가 없다. 그냥 모두 즐거운 엠티 만드느라 수고했고 고맙다고 말할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