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인 10월30일에는 지실 야유회가 있었습니다.
밖에서 뛰어노는걸 별로 즐기지는 않지만 원 안에서 밖에 보지 못 했던 아동들과
야외로 나간다는 사실은 충분히 들뜰만한 일이었습니다.
8시반까지 원으로 모이기로 되어있어서 집이 먼 저는 핸드폰 알람 모닝콜 탁상시계 등등 모든 알람을 동원하여 다섯시 오십분에 일어나
고 싶었지만 기억에도 없이 그 모든 알람을 다 꺼버리고 6시 반에 일어났습니다.
늦으면 큰일이 날 것만 같아서 엄청난 속도로 준비를 하고 후다다닥 사당으로 갔습니다.
다행히 딱 8시 30분에 원에 도착했습니다.
모두 모여있을거란 예상과 달리 절 맞이 한 것은 강석선배가 창문으로 머릴 내밀고 "안녕~"이라고 하는 모습 뿐 다른 안녕은 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방으로 들어가보니 아직 수현이와 태국이 그리고 강석선배 밖에 안오셨더라구요. 이젠 저도 알아요 지실타임을.
얼마 지나지 않아 하나둘씩 지실 사람들이 도착을 하고 나갈 준비를 하느라
왔다갔다 하는 아동들과도 인사를 나누고 생일을 맞은 재림이에게 작은 선물과 함께 (아침에 급조했는데 좋아해줘서 정말 기뻤습니다.) 생일 축하를 해주고 아홉시 반 쯤 서울숲을 향해 출발 했습니다.
사당에서 서울숲이 있는 뚝섬까지는 꽤 오랫동안 지하철을 타야하는 거리였습니다. 그래도 이것저것 이야기 하다보니 금새 뚝섬역에 도착을 했습니다.
서울숲이라는게 있다는 말만 들었고 가보지 못 했었는데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넓고 잘 되어있어서 놀랐습니다. 아동들도 밖으로 나와 기분이 좋은 것 같았구요. 가져간 카메라로 아동들과 사진 찍고 놀면서 시간이 좀 지났습니다.
첫번째로 한 게임은 발야구 였습니다. 아동이랑 선생님이랑 둘 씩 짝을 지어서
가위바위보를 한 다음 진팀 이긴팀으로 팀을 나눴습니다. 3out 으로 하다가
지나치게 아웃이 속출해서 5out 으로 바꿨습니다. 너무 오랜만에 해보는 발야구라 어색하고 헷갈렸지만 재밌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공을 차다가 신발이 날아가는 것을 보는게 특히 흥미로웠습니다. 공격 수비가 몇번이나 수차례 진짜 많이
바뀌었지만 게임은 끝나지 않았습니다.끝이 안보이는 게임에 조금씩 지쳐갈때 쯤 그곳에서 행사를 해야됐던건지 어쩐지 전 잘 모르겠으나 어쨌든 승부가 나지 않은채로 발야구를 마쳤습니다.
그 다음엔 장소를 잔디밭으로 이동했습니다.
동그랗게 둘러앉아 수건돌리기를 시작했습니다. 유치원 땐지 초등학교 땐지
언제 해본게 마지막인지 기억도 안나는 수건돌리기가 신기하고 정겨웠습니다.
아동이 걸리면 담당선생님이 같이 나오고 선생님이 걸리면 맡은 아동이 나오고 보조교사가 걸리면 아동을 지목해서 벌칙을 수행하기로 했습니다.
수건을 눈치채지 못 해 한사람씩 걸려들고 노래를 불렀습니다. 중간에 효준이었나 예준이었나 잘 기억이 안나는데 아무튼 그 작고 귀여운 아이가 옷을 뒤집어 쓰고 춤을 추는데 정말 귀여웠습니다. 마지막에 걸린 사람은 저였습니다. 모자에 수건을 넣을수도 있다는걸 간과한 나머지..
어쨌든 화목한 분위기의 수건돌리기가 끝났습니다.
배고픔이 극에 달했을 때 드디어 점심시간이 왔습니다.
점심메뉴는 소풍의 필수요소인 김밥이었습니다. 그냥 간단한 김밥이었지만 정말 말그대로 꿀맛!!삼삼오오 잔디밭에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며 김밥을 먹었습니다.
그러나 한줄을 다 먹었는데도 배가 안불러서 슬펐습니다.
점심을 먹은 후에는 한쪽에서는 줄넘기를 하고 몇명씩 모여서 놀기도 하고
창현오빠는 지은이에게 경제를 가르쳐주고 계셨습니다. 야유회에서 공부라니
신비로운 광경에 그 쪽으로 가서 구경을 했습니다.알고보니 지은이가 보고서를 써야하는게 있어서 창현오빠가 설명을 해주시는 거였습니다. 수경선배의 보조교사를 했을 때 지은이가 공부를 열심히 하는 아이라는걸 이미 알았었지만 야유회에서도 숙제를 하는걸 보니 다시한번 기특하고 대견했습니다.
그 옆에 잠깐 있다가 줄넘기가 벌어지고 있는 곳으로 갔습니다.
주환선배,강석선배,찬이,치현이.예준이 등 몇 명이 학교종에 맞춰 줄넘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학교종이 "땡땡땡" 할 때 빠르게 세번을 넘어야 하는게 고비더군요. 아동과 선배님들이 구분이 안 갈 만큼 모두들 줄넘기에 열중하는 모습이 재밌고 보기 좋았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잘 맞춰서 뛰는지 신기하기도 하고, 제가 하면 줄에 머리를 맞기나 할 것 같은데요.
시간은 어느새 많이 흘러가 있었고 이제 마지막 순서인 짝피구가 남아있었습니다.
발야구 할 때 가위바위보 했던 사람이랑 다시 가위바위보를 해서 팀을 나누고 짝을 정했습니다. 저는 창현오빠와 짝이 되었습니다. 오빠는 자신을 보호해 줄 것을 당부하며 자꾸 저의 등 뒤에 찰싹 붙어계셨습니다. 처음엔 게임 시작하면 앞으로 나오시겠거니 생각했는데 아무리봐도 정말 제가 공을 받아내게 될 것 같아 두려운 나머지 창현오빠의 등을 떠밀어 앞에 세웠습니다.
공이 이리저리 날아다니기 시작하고 손이 떨어지면 아웃이기 때문에 옷을 꽉 붙잡고 이리피하고 저리피하고 스릴이 넘치는 피구~
창현오빠가 게임전의 약한모습과는 달리 너무나 잘 막아주셔서 꽤 오랫동안 코트 안에 있었습니다. 모두들 평온한 모습이었다가 공만 잡으면 갑자기 살기가 느껴지는 표정으로 변하는게 야유회가 아닌 피구대회에 온 듯한 기분이 들게 했습니다.
그리고 유난히 눈에 띄던 짝이 있었습니다. 바로 희준이와 재림이죠.
희준인 공이 앞으로 오면 한손으로 쳐내고 잡고 밑으로 오면 무릎으로 막고 정말 멋있었습니다. 여자 선생님들이 희준이 멋있다고 감탄을 하기도 했습니다.(사실 저도 그 중 하나입니다).
희준재림이가 아웃되질 않고 계속 살아남아서 피구가 오랫동안 끝나지 않았습니다.
피구하던 곳 바로 옆이 비탈길이라 공이 멀리가면 데굴데굴 굴러갔는데 그 공을 잡기 위해 우르르 뛰어가서 벌어지는 공 쟁탈전도 볼거리였습니다. 여기서 또 놀랐던 것 하나 창민이는 정말 발이 빠르더라구요.
짝피구도 끝이나고 이제 돌아갈 시간!
놀았던 자리를 치우고 다시 원으로 가기위해 뚝섬 역으로 출발했습니다.
지하철에 사람이 많아서 자리가 없었는데 몇 정거장 지나서 자리가 하나 났습니다.
옆에 있던 선화에게 빨리 앉으라고 했더니 선화가 계속 "선생님 앉으세요~"해서
결국 제가 앉아버렸습니다.; 또 자리가 생겨서 은영이도 앉았고 선화는 같이 있던 선생님 둘을(은영이와 저요) 먼저 앉으라고 한 뒤에야 자리에 앉더라구요. 미안했지만 괜히 고맙고 감동했습니다.
지하철이 사당에 도착하고 원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날씨가 추웠던게 옥의 티라면 티겠고 정말 즐겁고 유쾌한 하루를 보냈습니다.
아동들과 함께 이렇게 밖에 나가서 놀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았으면 하는 바람도 생겼습니다.
체육대회에 참가하지 못 했던 저에겐 이번 야유회가 지실에 들어온 후 처음 경험해 본 특별한 행사였고, 그렇기 떄문에 더욱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아이들과 지실 회원 모두에게 좋은 추억으로 마음 속 깊이 새겨지길 바라면서 후기를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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