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년여름엠티후기!!

2005-08-10 05:39:03, Hit : 163

작성자 : 전성경
<첫째날>
별로 무겁지 않다고 생각되는 배낭을 메고, 양손엔 침낭과 돗자리를 들고 집을 나섰다. 버스를 타지 않고 지하철을 탔다. 다들 쳐다본다. 시선이 즐거웠다-_ -ㅋ 한시간쯤 후 원에 도착했는데 땀이 송글송글 맺혀있었다. 지리산에서 이제 막 돌아온 사람같았다. 그러다 은광이를 봤는데 짐이 무척이나 간소하다. 설마 안간다고 할까봐 직접 물어보지는 않고[소심;] 짐이 가볍다며 뭐야뭐야만 연발. 은광이 특유의 멋쩍은 웃음을 보이며 말을 얼버무렸다. 머릿속에서는 여름엠티에 대한설득력있는 이야기를 해줘야겠다,생각했는데 "가자~가자아~"한마디에 은광이가 마음을 돌렸다. 허무했다ㅎ 아마 은광이도 갈등아닌 갈등을 하고 있던게 틀림없다. 이것저것 가지러 안양에 갔는데 은광이 어머님 아버님께서 미리 준비를 다 해두고 기다리고 계셨다.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차를 타고 바로 용산역으로 출발. 신기했다. 착착 맞아떨어지는게 뭔가 기분좋은 예감. 용산역에서 사람들을 만나 기차를 탔다. 너무너무 타보고 싶던 밤기차!! 이리저리 왔다갔다한게 조금 피곤했지만 그냥 자기 싫었다.ㅎ 수다떨면서 오니 구례역. 영곤이 생각이났다.



<둘째날>
기차를 타고 오는 내내 전화를 안받는 택시 아저씨 때문에 수경이가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도 역에서 좋은분을 만났다. 가격책정이고,일은 수경이가했는데 아저씨 팔을 부여잡았다는 이유하나로 괜히 으쓱한게 기분이 좋았다ㅎ안개가 너무 짙어서 앞이 잘 안보였는데, 아저씨는 수경이와 얘기를 하면서도 운전을 능숙하게 잘하셨다. 성삼재에 도착했는데 핏빛글자의 '호우주의보,입산금지'가 눈에 들어오면서 날라간 아저씨 모자가 생각날건 또 뭐람. 그래도 옆에 은광이랑 수경이랑 다른 동기들도 선배님들,후배님들 다 있는데 뭐.가자!!,하고 씩씩하게 발을 내딛으려는데 앞이 정말 너무 깜깜했다. 신발끈은 자꾸 풀리고, 세웅이가 노끈으로 단단히 동여매주었다고 생각한 침낭은 어느새 다리끝에 대롱대롱, 목이 조였다. 협심증환자처럼 헥헥댔다-_ -앞이라도 잘 보이면 좋으련만, 지금부터 이래서야 어떻게 종주할까, 벌써부터 걱정이됐다. 날이 밝은지 얼마안되어 노고단산장에 도착했다. 김밥을 줬는데 밥맛이 없었다.잠을 못자서 더 피곤한것같았다. 산행여부를 기다리다가 6시쯤 다시 출발했다. 조금 환해졌을뿐인데 처음 나섰을때보다 훨씬 수월했다. 강수경씨의 ses1집 노래를 구간반복해들으며 힘차게 걸었다. 그러다 조금씩 느려지고 우영선배,태균선배,수현선배,혜진이와 함께 산을 탔다. 발도 아프고 눈도 아프고 어깨가 결리는것같은게 자꾸 힘들었다. 잠깐 앉아서 쉰다는게 졸았나보다. 눈이 맑아지고 어깨결림이 나아졌다. 잠을 안잔게 타격이 컸나보다. 먼저갔던 수경이가 다시 내려와 악수를 해주고 덤으로 사탕도 챙겨줬다. 이것저것 물어봐주고 얘기해주는 수경이 고마웠다. 진짜로 막 힘이났다. 머지않아 점심먹는곳[이름이 기억나지않는;;]에 도착했다. 새벽에 김밥을 마다한게 그렇게 후회스러울수가 없었다. 배가고팠다. 윤하언니가 참치캔을 뜯었는데 그냥 먹어도 너무너무 맛있었다. 곧 라면이 끓여져나왔다. 생각없이 먹었던것같다. 다 먹고나니 그제서야 현우가 보였다. 진짜 미안했다. 흠흠. 미안한 마음에 쵸코바를 몇개줬는데 그래도 여전히 미안했다. 다음부턴 아무리 배고파도 정신을 차려야지-_ -하하;; 설겆이를 하고 왔는데 바로 출발이다. 늦게와서 그런지 얼마 쉬지도 못한것 같은데...털썩ㅠ.

전에 나온 몇몇의 큰바위는 있는 힘껏 기어올라갔지만 이건 정말이지,암벽등반같았다-_ -너무너무 싫다. 뒤에서 우영선배가 정말 많이 도와주셨다. 그냥 잡아주시는것만으로도 너무 힘이됐는데 가방까지 들어주시겠다고해서 진짜 눈물이 날것같았다ㅠ 하늘도 무심하지. 그런바위는 속속들이 나왔고 산행이 버거워졌다. 처음에는 나름대로 감사의 표현을 했는데 점점 자동응답기처럼 잡아주면 감사합니다.고맙습니다만 반복하게되었다. 산장근처에 왔을 무렵에는 넋이 나갔다-_ -사람들소리는 들리는데 올라가도올라가도 보이지 않는 산장. 즐겁게 떠들고 웃는 소리는 들리는데 말이다. 굴레에 걸려든것처럼 영영 못나갈것 같은 기분 나쁜 생각도 들고 짜증도 나고 힘들었다. 소리가 나는걸로 봐서는 선배님들말대로 정말 다 온것같은데 왜 안나오냐면서 심통을 부렸다. 정말 너무너무 죄송했다.ㅠ

산장에 도착해서 밥을먹고 설겆이를 하고 은광이랑 마사지를 했다.마사지라기보다는 서로의 알을 가늠해보는 시츄에이션에 가까웠지만 시원한게 아주 좋았다. 곧이어 심현우가 감기약을 두알 주고갔다. 정말 고마운 녀석이다,생각했지만 얼마 있지 않아 혜진이가 감기약을 찾았다. 우리가 먹었는데-_ -;;졸지에 남의 약 훔쳐먹은 꼴이 됐다. 사실 별로 춥지 않았는데. 심현우의 동기애를 생각하며 감동받아 단숨에 삼켜버린 그 약이 혜진이 약일줄이야. 미안했다. 다음날 혜진이가 아프지 않아서 다행이다. 수경이랑 혜진이랑 은광이랑 넷이서 이야기를 하다가 애자아저씨 눈치를 보고 얼른 누웠다. 눈을 떠보니 셋째날이다.




<셋째날>
전날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고 너무 미안했다. 해놓은 밥만 낼름먹고-_ -음음..다음 식사때부터는 그러지 말아야지.. 수경이랑 현우말로는 이날이 가장 쉬운코스라고했다. 거짓말이래도 믿고싶은 마음으로 한걸음씩 내딛었는데 전날에 비하면 정말 쉬운길이었다. 쌀이랑 반찬을 빼서 배낭도 조금은 가벼워진데다 화창한 날씨에 살랑이는 바람이 참 좋았다. 처음엔 여러 사람들과 함께 출발했는데, 중간에 계속 나먼저 출발했다-_ -;; 얼마 안되서 다시 만나게 되지만ㅎ 아무튼. 전에는 여럿이서 함께 가는게 좋다고 생각했는데 셋이서,넷이서 올라가는게 좋았다. 혼자서 혹은 몇몇이서 가면 아쉬울 것 같았는데, 그때그때 달랐던 페이스덕분에 여러사람을 만날수있어서 그렇지 않게 된것같다. 먼저 출발했다가 진짜 먼저 앞서갔을때는 외롭기도 하면서 약간 후회됐다. 그러다가 태균선배를 만났는데 너무너무 반가웠다. 이날 산행은 그리 힘들지 않았고, 사람들을 그리워하고 있던 때 태균오빠를 만나서 그런지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쉼없이 재잘댔다. 정말 너무 반가웠다ㅎ 가는 길에 등산화가 헐렁해져서 다시 묶으려고 끈을 풀렀는데 끊어져 버렸다. 진짜 놀라고 무서웠다. 끈도 끊기고 어떻게 가나,걱정됐다. 어쩔줄 몰라하며 걱정만 하고 있던 겁쟁이 옆에서 태균오빠가 침착하게 일을 정리해주셨다. 쇳날에 닳은 부분은 조금씩 당겨 올라가게하고, 끊어진 부분은 다시 잇고..진짜 혼자였으면 어쩔뻔했나. 태균오빠가 진짜 너무너무 고맙고 든든했다. 올라가다보니 넙적한 바위가 나왔는데 바람도 시원하게 불어서 잠시 쉬기로 했다. 때마침 배도 고파서 배낭에 있던 라면을 부셔먹었는데 그때상황이 너무 좋았다. 오빠랑 주고받은 몇마디가 세상에서 제일 웃긴 것 같았다ㅎ 생라면과 물로 배를 채운뒤 바람에 몸을 맡겼는데 금방이라도 날아올라갈 것 같은 느낌!! 이런 느낌을 이 날만 서너번은 느낀 것 같다. 오빠한테 '또' 날아갈 것 같다고 하면서 킥킥댄걸 보면.ㅋㅋ 날씨가 좋아서 이것저것 많이 둘러보게 되었다. 밥풀꽃이랑 초롱?꽃 주황색꽃,노란꽃,정말 큰 왕달팽이랑 지렁이도 보고 신났다ㅋ 잠깐씩 쉴때마다 벌 이 날아들었는데 무서우면서 은근히 기분이 좋았다ㅋㅋ 조금 더 가다보니 갈래길이 나왔는데 옅은 안개속에서 희미하게 보이는 산장을 보고 잘 찾아갈 수 있었다. 다행이었다. 도착하니 다들 놀라는 눈치. 내려오면서 태균오빠에게 우리가 선발대임을 재차 확인하며 이 반응을 기대했었다ㅋ 좋다ㅋㅋ 먼저 도착한 사람들과 라면을 끓여먹었는데 나도 나지만, 장정 넷을 당해내기엔 무리. 저녁을 갈망하며 자리에서 물러났다. 정말이지 그림같은 세석산장을 구경했다. 사진찍어줄 것을 부탁한게 아마 처음인 것 같다. 점심을 먹고 소영언니랑 은광,준경이와 함께 먼저 출발했다. 듣던대로 계단이 많다. 한참 올라와서 산장을 뒤돌아봤는데 초록지실티의 현우가 보였다. 반가우면서 웃겼다ㅋㅋ 이제 마지막 계단. 그 앞에 놓여있던, 크지만 멋없는 바위에 걸터앉았다. 준경이는 사진을 찍으면서 올라오느라 우리보다 조금씩 늦곤 했는데, 준경이가 도착하면 우리는 다시 출발했다.ㅎㅎ 2,3시쯤 되자 햇빛이 따가워지고 조금씩 지쳤지만 그리 험하지 않은 길이기에 힘차게 올라갔다. 하지만 곧 초록티 현우에게 추월당했다. 얼마 전까지만해도 분명 엄지손가락만해보였었는데. 아무튼 그렇게 현우와 윤하언니와 함께 올라갔다. 험상궂은 바위를 몇 놈 만나고 다들 조금씩 지쳐있을때 윤하언니가 초코파이를 건네주셨다. 아직은 그래도 견딜만해서 배낭에 잘 챙겨두었다ㅎ 물을 마시고 다시 올라갔는데 금방 꼭대기에 올라왔다. 그 산에서 제일 높은 곳 같았다.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부탁했다. 별로 힘들진 않았지만 초코파이가 먹고 싶었다. 반짝이는 은광눈빛. 나눠먹었다. 초코파이는 정이라지않던가. 비록 오리온은 아니었지만 은광이와 반쪽씩 들고 쑥쓰러운 웃음을 지으며 찰칵. 가던길을 마저 올랐다. 현우가 소영언니가방까지 앞뒤로 메고 먼저 떠나자, 그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소영언니가 이어 내려갔고 머지 않아 앞산 중턱쯤에서 보였다. 벌써 맞은편 산에 가있는게 신기했다. 축지법을 썼는가 했더니 우리도 곧 도착.ㅎ 산과 산이 마주해서 메아리가 잘 울려퍼졌는데 강수경씨 소리가 났다. 강수경씨를 크게 불렀다. 그러자 수경이가 평지인 듯 마구마구 뛰어내려왔다. 역시^^ 산에서 뛰어다니는 것도 놀랄일이지만, 우리 부름에 저렇게 달려와주는 것이 너무 고맙고 좋고.그랬다. 앞으로도, 강수경씨를 필요로할때면 언제든지 달려와줄것같은. 기분좋음^^ 하지만 너무 많이 쉬었기 때문에 악수만 하고 우리는 금방 떠나버렸다ㅋ 어찌하다보니 은광이와 내가 선두였다. 가는길에 유치원 꼬맹이들을 만났다. 이렇게 조그맣고 어린아이들이 이곳까지 올라온게 너무 신기했다. 은광이가 주환오빠 일정을 물었을때 시간관념이 이미 사라져버린 나는 오빠가 내일이나 도착하는 줄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주환오빠가 저만치 서있었다. 조금 긴 머리와 많이 긴 턱수염과 상당히 마른 골격이 꼭 예수님같았다. 배고픈 어린양을 구해주러 올라온. 하하;; 계산을 잘못해서 다음날에나 볼 수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무튼 정말정말 반가웠다. 곧이어 사람들이 모두 올라왔고, 조금 쉬다가 소영언니랑 나랑 은광이랑 먼저 천왕봉으로 가는길에 올랐다. 처음부터 계단 폭이 너무 컸다. 그래도 이제 천왕봉에만 오르면 다왔다는 생각에 힘을 내보려 했지만 기운이 자꾸 빠져나갔다. 조금 올라가서 잠깐 쉬고 있었는데 심현우가 왔다. 먼저 출발해도 항상 금방 따라잡힌다-_ -ㅎ 나는 조금 더 있다 출발했는데 그 뒤에 재민이와 준회가 있었다. 내가 자꾸 늦어지고 힘들어서 그냥 먼저 가라고 했는데도 같이 쉬어줬다. 그것도 꽤 자주 그랬는데, 번번이 정말 고마웠다. 밧줄타고 올라가는게 또다시 여러번 나왔다. 이런거 싫댔잔아ㅠ 아마도 동수에게 건넨 말인듯하다. 미쳤나보다. 조금 올라가다 쉬고, 조금 올라가다 쉬는 것을 반복하자 그렇게도 씩씩하던 아이들마저 지쳐보였다. 미안했다. 준회는 내 푸념섞인 투정들을 죄다 들어주며 그저 수줍게 웃어주었고, 믿기지는 않지만 재민이는 이때 나를 한번도 째려보지 않았다.ㅋ 고마운 사람들^^ 아무튼 이렇게 많은 도움을 받고서 천왕봉에 도착했다. 있지도 않은 헬리콥터를 찾으며 어렵게어렵게 도착한 천왕봉은 그냥 바위였다. 이 허탈감이란...사람들 곁으로 몇자국 기어가다가 비석을 발견했다. 방향을 바꿔 비석으로 돌진. “한국인의 기상이 여기서 발원되다“라고 깊게 새겨진 문구를 보자 월드컵 8강진출때보다 백배는 더 뭉클하고 짜릿한 감정이 느껴졌다. 비석 앞에서 단체사진을 몇 번 찍고 바로 내려왔는데. 올라갈때와달리 봉이 너무 믿음직스러웠다. 몸을 맡겼다. 다른 사람들은 더 쉬운길이 나오면 그리로 갔지만 나한테는 그게 그길-_ -;; 계속해서 몸을 맡겼다. 다리보다는 팔이 더 후들거리기 시작. 무서웠지만 그래도 자기최면을 걸어 끝까지 내려왔다. 그런데 내려가는 길이 꼭 처음 가는 길 같았다. 올라가지도 못하면서 내려올 걱정까지 하느라 잘 살펴보지도 못해서 그런가보다. 내려오면서 나무랑 돌이랑 바람,구름을 찬찬히 둘러봤다. 해가 지는데 너무 쓸쓸했다. 앞에 모두 내려간걸까, 뒤에 오고 있는걸까. 무사히 내려와서 다행이고 내가 막 기특하고 그랬는데, 것보다 후회스러운게 더 컸다. 이제 정신이 좀 들고 나서 한 생각같다-_ -하핫, 해가 져물어서 그런지 길이 더 낯설었다. 사람들 소리는 나는데 올라섰던 입구는 아닌 것 같고, 날은 점점 추워졌다. 봉을 너무 세 개 잡았는지 팔이 덜덜. 몸도 덜덜. 발까지 아팠다.ㅠ 도착하자마자 짐이 있던 돗자리의 작은 틈에 들어가 앉았다. 다른 사람들도 힘들었을텐데 그때는 잠깐이라도 앉아있었으면하는 생각뿐이 안났다. 수현오빠가 돗자리를 하나 더 챙겨주셔서 은광이랑 혜진,소영언니,윤하언니도 앉을수 있었는데 움추려 앉아있다가 살짝 잠이 들었나보다. 고개를 들어보니 세웅이가 캔커피를 내밀고 있었고 옆에 있던 혜진은 훌쩍이며 떨고 있었다. 음음..자리가 모자랐는데 어떻게 구해져서 여자들은 안에 들어와있었다. 미안했다(X). 많이많이 고마웠다. 따뜻한 곳에 있었더니 금방 나아졌지만 밥먹을때 나오라며 신경을 써줬다. 밥을 먹고 그릇을 닦고 양치도 했다. 돌아와보니 정리도 되어있고 비닐도 쳐져있어서 따뜻했다. 수경이랑 화장실에 갔다오는길에 하늘을 봤는데 별이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처럼 많았다. 얼마동안을 쳐다보고 있었는데 별똥별이 지나갔다. 둘이 동시에 소리를 질렀다ㅋㅋ 그리고는 재빨리 소원을 빌었다. 너무너무 좋았는데 아쉬워서 그렇게 한참을 또 서있었다.z 그러다가 추워서 안으로 들어왔고 어느새 사람들이 모여서 술자리를 가졌다. 이번 역시 말을 하기보다는 많이 들었다. 그리고 또 많이 생각했다-_ -에잇. 아무튼 다음날을 위해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는게 아쉬웠다.



<넷째날,다섯째날>
수경이가 깨워줬다. 침낭속에서 잤는데 침낭이 몽둥이찜질을 당한 것 같았다ㅠ 이전 날들은 맨담레오를 발라 간단히 마사지를 하고 잤는데 그냥 자서 그런지 여기저기가 아픈게 맨담레오가 정말 절실했다. 둘째날 누군가 맨담레오를 건넸을때 맨소래담 짝퉁이냐며 마구 웃어댔는데. 진짜진짜 그리웠다. 맨담레오. 배낭을 정리하고 아침을 먹고 신발을 신었는데 이번엔 등산화 끈 윗부분이 말썽. 우영선배가 라이터로 지저서 다시 묶어주셨다. 진짜 자주 놀래고 겁먹고 안도하고 감동받고 고마웠던 것 같다. 천왕봉에서 내려올 때는 생각했던 것보다 잘 내려와서 걱정을 덜했는데 이를 어쩌지, 발도 못 내디겠다. 진짜 왜 이러나 싶을 정도.ㅠ 봉이라도 있으면 매달려 내려갈 텐데. 봉도 없고 딱히 잡고 내려갈 것도 없고, 옆이나 뒤엣사람 없이는 눈뜬장님이었다. 처음엔 그냥저냥 악착같이 내려간다 싶었는데, 자꾸 내가 답답하고 바보같은게 무섭기도 하고 눈물이 날 것 같았다. 할 수 있다면 차라리 진짜 굴러서라도 내려가는게 좋을 것 같았다. 이때도 뒤에 내려오는 사람들한테 먼저가라고 했는데, 그냥 도와달라고 할껄,하며 지금에서야 생각한다. 나는 이제 막 걸음마를 배우는 꼬맹이고 현우랑 세웅이는 진짜로 아빠엄마같았다. 넘어질까봐 옆,뒤에서 계속 신경써주고 잡아줬다. 한번은 잘 내려갈 수 있다고 하다가 엎어질뻔한 적이 있는데 현우가 뒤에서 내 가방을 잡아준다고 뻗은 손길에 놀라 마구 울어댔다. 아.진짜..ㅠ 끊임없이 고마움과 미안함,자괴감을 느꼈다. 내려오면서 점점 힘들고, 다리도 아프고, 얼만큼 왔나보면 거기가 거기고, 맥이 빠졌다. 천왕봉에서 그런것처럼 다른 애들도 나 때문에 힘들어지는게 자꾸 미안했다. 결국엔 현우가 내 가방까지 메고 내려갔다. 계속 가방메고 가다가 못내려가고 주저앉는것보다는, 미안하지만 가방을 맡기는게 나을 것 같았다. 힘내서 최대한 열심히 내려가는게 차라리 더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내가 미안해질까봐 자꾸 거절하는 게 더 못된짓이었다. 내려오면서 여기저기 긁혀서 쓰레기봉지가 뜯어졌다. 세웅이가 손에 들고가겠다고 했다. 난 가방도 없었는데 쓰레기봉지 하나쯤은 줄 수도 있었던 것을 굳이 자기가 계속 들고가겠다고 했다. 가방을 현우한테 주고도 못내려오는게 마음쓰였나보다. ㅠ_ㅠ쿨럭. 자기들도 힘들텐데 내려오면서 나더러 폭포도 보라 그러고, 저기 있는 다람쥐도 보라고 일러줬다. 정말정말 고마운 사람들.ㅠ_ㅠ 반정도 넘게 내려왔을때부터는 산이 험하지 않아서 조금 빨리 내려갈 수 있었는데 나름대로지만 정말 열심히 따라 내려갔다. 마지막으로 중산리 입구에서 한번 쉬고 다시 내려갔는데 사람들이 아무도 없었다. 많이 늦게 도착하긴 했지만 섭섭하기도 하고, 40분이나 걸어가야 하는 길이 막막해지면서 현우와 세웅이에게 더 미안해지려던 참에, 빨간옷 입은 사람들이 저기에 무더기로 보였다. 진짜진짜 완전 고맙고 반가웠다ㅠ_ ㅠ 봉고차를 타고 가다가 한참을 나와서 지리산이 웬만큼 한눈에 들어올때쯤 돌아보고는 정말 영원히 안녕안녕했다.

차에서 잠을 자서 해수욕장에 금방 도착한 것 같았다. 민박집에 짐을 두고 잠깐 쉬다가 바닷가에 갔는데, 물도 바위만큼 무서워하는지라-_ -조금 깊은 곳에도 못 들어갔다. 어디서 이상한 미역같은거나 들고 다니고, 모래에 글새기고, 지워지면 또 새기다가, 발을 묻는 자폐아 놀이-_ -를 했었는데, 혜진이가 정말정말 재밌는 파도타기 놀이를 알려줬다. 파도가 가까이오면 하나둘셋하고 펄쩍 뛰는 놀이다.하하. 아직도 무섭기는 마찬가지라 깊숙한 곳까지는 못들어가지만, 앞으로는 애들이 놀아준다고 할때 얼른 튜브에 올라타야겠다.z 바닷가에서 재밌게 놀다가 먼저 민박집으로 돌아와서 씻고 저녁준비를 도왔다. 맛있는 밥을 먹고 가리사니를 하고 뒷풀이. 밤새 정말 많은 이야기를 한 것 같다. 재밌는 얘기도 많이 했지만 활동에 관한 얘기도 여느때보다 많이 듣고 많이 한 것 같아서 좋다. 음..마지막으로, 겁나서 하지 못했던 것들로부터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고, 좋은 추억 또한 만들어주고, 믿음이라는 걸 마음으로 느끼게 해준 지실사람들 모두에게 정말정말 고맙습니다~^ㅡ^


강수경
ㅎㅎㅎ 내가 빼먹은 것들.. 같이 느끼고 있는 사람 히히히 //

전성경씨 힘이 많이 됐어요. 고마워요~!ㅋㅋ
2005-08-11
10:39:04

수정 삭제
전세웅
아직다 못읽었어요 현우형이 하도 머라구해서,,,이따 다시 읽을께요~ㅋ 2005-08-10
23:52:03

수정 삭제
현우
ㅋㅋ후기 재밌따^^ 그때 니가 느낀게 많이 묻어있는 후기네.ㅎㅎ
소영누나는 아침부터 지실홈피에.ㅋㅋ
2005-08-10
10:07:03

수정 삭제
소영
ㅋㅋ 아침에 홈피에 들어오니
룰루루 전성경씨 후기가 있네
하하하 재밌게 잘 봤어용 ^-^
2005-08-10
09:01:03

수정 삭제
잠깐!
글은 인터넷에서 자신을 나타내는 유일한 모습입니다.
한줄의 댓글이나 답글로도 전성경님은 무척 기뻐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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