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호]보육사체험 - '98 문명수

2006-02-09 13:34:04, Hit : 155

작성자 : 강수경
이렇게 올려도 돼나 ^^; 명수 선배님께 허락 받지 않아서 약간의 죄책감(?)을 가지고서 ㅋ보육사체험 후기를 쓰신게 있길래 ^^ 옮겨 옵니다 ^^; 뜻과 여름 카테고리에 있던 글이예요..


[31호]보육사체험 - '98 문명수

초점 : 하루(9일), 일과 중 각 시간대 point, 이모님과의 관계, 식당 아주머니와의 관계, 지실 외 봉사자와의 관계, 아이들과의 관계


제목 : 왕눈이 개구리가 되고 싶은 작은 소망(눈을 크게 뜨자)

=> "보육사의 생활 및 애로사항을 알며, 활동 이외의 아동들의 생활을 체험하여 상호이해의 폭을 확대하자."라는 보육사체험의 목표를 교육부장 윤수형의 낭랑한 외침으로 우리 15명의 가족은 밤을 지새우는 준비와 하늘을 찌르는 기대로 2박3일의 이모로서의 호흡을 시작했었다.

느낌과 교훈을 저장하는 뇌기능의 약화로 1999년 2월 9일 하루에 나의 두 눈의 초점을 맞춰보고자 한다. 이른 아침 6시 잠에서 깨어났다. 각자 나름대로의 보육사 체험 목표를 실행하기엔 너무 정신없었던 어제를 생각하며, 오늘은 기필코 소기의 성과를 얻어야지 하는 마음에 잠에서 깨어났다. 겨울이어서 일까? 아니면 항상 내가 늦게 일어나서일까? 온유방은 암흑의 세계였고 집밖은 별들의 잔치였다. 갑자기 김국진ㅗ김용만의 '첫차를 타는 사람들'이 생각난다. 자! 우리 모두 그 분들에게 존경의 박수를 보냅시다. 2층 온유방에서 서늘한 새벽 공기에 젖어 있는 계단과 강당을 지나 식당에 다다랐을 때, 내 두 눈에서 잠이 달아나 버리고 말았다. 이미 이모님들이 아침식사 음식을 마련하시고 밥상에 그 음식들을 배분하려고 하시는 모습을 목격했기에, 명수 잠귀신도 탄복하여 줄행랑을 쳐버린 것이다. "이모님, 왕입니다요."를 연발하면서 배분을 도와드렸다. 이모님들에게는 일상이 되어버려 나의 그런 말이 오히려 식상할 지 모르지만 늦은 아침까지 이불을 감싸 앉고 비지땀을 흘리는 내 모습을 연상했을 때 표현할 수밖에 없는 말이었다. (교훈1. 이모님은 부지런하다.)

이젠 아이들 잠을 깨워야 한다. "혜영이 누나! 이제부터 우린 수호천사가 되는 거예요."라고 같은 방에 배정되어 있는 혜영이 누나에게 말한 적은 없지만 온유방 아이들을 잠귀신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소망의 생각이었다. 재솔이, 창민이, 인욱이, 상준이, 조원이, 현우, 정기, 병욱이, 우진이를 잠에서 깨우는 일 때문이다. 어떤 규칙이 있는 상록 생활이지만 잠이 많은 어린이들에겐 아침 6시 반쯤에 밥을 먹기 위해 일어나는 건, 아니 깨어나는 걸 강요당하는 건 정말 곤욕일 것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아이들을 깨워야만 했다. "밥 먹어. 밥 먹고 자. 아이 착해라. 이모가 빨리 내려오래."등등 갖은 애교의 말로 잠귀신을 몰아내려고 시도해 보지만 이모보다 내가 만만한가 보다. 앉아서 자는 병욱이, 덜 깬 상태에서 바지 입다가 넘어지는 우진이, 넘어지는 모습을 보고 놀려대면서 다시 잠을 청하는 인욱이, 약간은 거친 말투지만 "야! 밥 먹어."라하며 형으로서 아우들을 챙기는 조원이, "에~이. 밥 안 먹어."라고 가슴 아파하며 깨워야만 하는 선생님을 몰라주며 말하는 현우, 과연 아침밥과 잠의 역학관계는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학교 가기엔 너무 이른 아침 집단 생활에서 오는 아이들의 슬픔 아닌 슬픔인 것 같아 가슴이 저몄다.(※한편으로 재미있었다.) 이모님의 도움을 받은 안타깝고, 한편으로 웃음 띤 얼굴로 식당으로 내려와 밥 먹는 아이들의 모습을 봤다. 한참 크는 아이에겐 약간 모자란다 싶은 밥의 양(명수는 어렸을 적 많이 먹었다.)을 마지못해 아니 간신히 먹는 아이들, 식기도가 잠이 돼버린 아이, 숟가락질에 흥미를 잃어버린 아이 등 가지각색이었다. (교훈2. 이모님은 아이들의 잠귀신을 몰아낸다.)

식사후의 식당을 청소하고 방으로 올라갔다. 지실 선생님의 보육사 체험은 내가 생각해도 아이들에겐 축복인 것 같다. 각 방 청소구역을 나를 포함한 각 방 지실 선생님들이 대신해주기 때문이다. 물론 아이들과 같이 하지만 지실 선생님 혼자 하는 게 훨씬 나은 것 같고, 이것 역시 정말 재미있다. 난 방 및 3층 계단부터 2층 계단까지 쓸고, 닦고 열심히 했다. 그래서 알게 되었다. 담당아이들이 얼마나 성의 없게 하는지... 보육사 체험이라는 때문에 청소를 열심히 하기도 했지만 정말 일이라는 것은 자발적으로 좋아서 해야만 진정한 결실(깨끗함)을 맺는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아이들은 이른 아침 청소가 하기 싫어도 할 수밖에 없다. 집단 생활에서의 하나의 약속인 것이다. 부모님과 같이 산다면 대개 이른 아침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지만 우리 상록 아이들은 해야만 한다. 잠에 빠져있을 다른 아이들을 생각했을 때, 하나님께서 먼 훗날 다른 아이들보다 상록 아이들은 더 큰 은혜로 채워졌으면 했다. 계단이 내 두 눈으로 봐도 어제보다 깨끗하다. 내 속이 이렇게 후련한데, 그만그만한 것만 보아온 아이들은 얼마나 했겠나? 가슴 뿌듯~♥ (교훈3. 아이들은 이른 아침 청소한다.)

8시쯤 아이들이 밀물처럼 집을 빠져나간다. 완벽한 등교 준비로 한번에 방을 나서는 아이, 준비물을 찾느라고 이방 저방 전전긍긍하는 아이, 대문 밖까지 나갔다 실내와 못 챙겼다고 다시 방으로 들어오는 아이 등 들락날락하며 한대 엉켜 분주히 움직이는 아이들 모습이 정말 흥겨웠다. "이모", "이모"하며 요구사항을 말하고 "학교 다녀오겠습니다."하는 말과 거기에 상응하는 이모의 말속에 부모와 자식간의 정서적 교류 같은 것이 이루어져 어느 오솔도솔한 한 가정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정말 좋았음을 부인할 수 없다. (교훈4. 이모에겐 부모의 마음이 있다.)

어느새 상록은 조용해졌다. 재잘재잘거리고 쿵쾅쿵쾅거리던 아해들이 즐거운 학교로 가버린 9시쯤 상록은 어미 잃어 애타게 울다가 지쳐버린 강아지 마냥 그렇게 힘없이 고독에 잠겼다. 상록에 존재하는 건 은근히 쉴(?)시간을 기다리는 지실 선생님과 아이들에 대한 신경 때문에 못한 자신만의 시간을 활용하려는 이모님들 뿐이다. 10시까지 이리저리 왔다갔다했다. 이모님들의 행동엔 여유가 있어 보였는데, 난 너무 마음의 여유를 찾지 못하고 긴장 속에서 몸을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프로와 아마추어만도 못한 나와의 차이점이라 생각하며, 앞으로의 일들을 생각했다. 잠시 후 지실인들과 원장님이 한 자리에 모였다. 원장님께선 보육사체험을 통해 우리가 무엇을 하길 원하는지 물으셨고, 어떻게 했으면 하시는지 조언을 하셨다. 그리고 상록의 재정적 현실과 복지 현실에 대해 약간을 주관적이었지만 우리가 거의 절대적으로 수긍할만한 말들을 하셨다. 원장님과 같이 앉아서 얼굴을 보며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이 처음이 왜 이렇게 깊게 다가오는 것일까? 어쩌면 상록과 수 해의 인연을 맺어왔지만 상록에 종사하시는 분들과 함께 마주한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한다. 우리(지실)를 이해해주지 못하는 상록을 비판할 때가 상록 입장에서 생각해 본 적보다 많은 것 같고, 그들(상록) 또한 우리에게 문제점에 대해 지적한 것이 스스로 우리와의 연계관계에서 어떤 도움을 주었으면 하는 요구와 우리의 요구에 귀를 기울인 것 보다 많았지 않았나 생각했다. 서로가 앞으로 노력해 서로를 알 수 있는 대화가 상호교류 속에 많았으면 좋겠다. 11시쯤 우린 다시 흩어져 각자의 위치로 돌아가 다시 몸을 움직였다. 나 역시 온유방으로 올라가 이모와 담소를 나누고, 학교 갈 나이가 되지 않아 상록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병욱(주연이와 공부)이도 보고, 또 다시 왔다갔다했다.

이젠 기다리고 기다리던 점심시간이다. 지실은 아해들을 상대하지만 상록에 있는 모든 직원 및 봉사자들과도 친분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점심준비부터 설거지가 끝나는 시간까지 줄곧 있으면서 좋은 시간을 보냈다. 그래서 그럴까 보육사 체험이 끝난 이후 가끔 그분들을 뵈면 반갑게 맞아 주신다. 이날 점심 메뉴는 국수였다. 피곤하고 허기져서 그런지 모르지만 두세 그릇을 순식간에 없앴다. 상록에 그렇게 많이 먹는 아이가 있다면 수십 번 쫓겨났으리라... 점심 후 왠지 지실인들이 많이 지쳐 보였다. 물론 나도 많이 피곤하고 머리도 띵했다. m.t에서 하루, 이틀 정도는 멀쩡한 이들이 왠지 많이 힘들어 보였다. 보육사체험에 대한 긴장 때문일까? 어떤 것을 꼭 느껴야하고 해야한다는 무언의 중압감 때문일까? 아니면 늦게까지 회의하고서 자신관리도 없이 어제 늦게까지 비디오(어제 p.m12시쯤 뮬란을 봤다.)를 봐서일까? 아마 모든 것이 복합적으로 반응해서 그랬을 것 같다.(바보들의 행진^^;) 하지만 품은 뜻은 맺고 마는 지실인들은 힘을 다시 냈다. 1시30분부터 초딩부터 하나 둘씩 아해들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이제 다시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내 아동은 김정기. 초등6학년 졸업반으로써 일찍 오게 됐다. 난 천사로서 반갑게 맞아주고 못된 천사로서 공부라는 큐피트 화살을 가지고 정기를 괴롭혔다. 하지만 아침에 이모가 쫓아준 잠귀신이 이모가 없는 틈을 타 정기를 괴롭혀 잠에 빠져버렸다. 보육사체험이니까 오늘만 봐주지 하고 눈높이 선생님들을 도와 다른 초등 아해들과 공부를 했다. 중딩 아이들도 하나 둘씩 돌아왔다. 오후 튀김 간식을 챙기고 소망방(여)에서 이모님들과 차를 마시고, 아이들 도시락 씻고 할 일 없어 빈둥대기도 하고 기타 등등을 하며 그렇게 오후를 보냈다.

그 다음부턴 정신과 몸을 조화시키며, 체험을 하던 지실인들이 몸보다 정신으로 하기 시작했다. 몸의 피곤함을 잊고 아이들을 대한다는 생각 때문에 5시∼7시 저녁을 준비했다. 그런데 KBS에서 촬영을 나와서 그런지 밥을 나르고 반찬을 놓을 때 왠지 어색해 죽는 줄 알았다. 왜 그럴까? 밥 먹는 아이들은 어떨까? 많은 촬영 때문에 너무 익숙할까? 어쨌든 그렇게 저녁을 끝내고 최대긴장의 시간으로 돌입했다. 성교육 2차였다. 무엇이 우릴 두렵게 했단 말인가? 어제 성교육 1차가 있었는데, 3개월 정도의 성교육 준비와 좀 미숙하지만 체험 이틀 전 가졌던 성교육 리허설을 무색하게 했었다. 그것의 후유증일까? 우리의 아이들의 태도에 대한 빗나감과 예상이 성교육 실패라는 혼돈으로 빠져들게 해서 두 번째는 초긴장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하나님이 우리의 정성을 아셨는지 우리를 도우셨다. 저녁식사 준비 전부터 우리의 활동 모습을 촬영했던 KBS가 돌아가지 않고 남아서 성교육하는 모습을 찍으려고 했다. 때문에 원장님께서 중학생뿐만 아니라 고등학생까지 필히 참석하고 카메라의 클로즈업에 당황하시는 은미 누나의 지도아래 차트를 통해 성과 관련해 약간의 지식적인 것을 배운 후 낙태 비디오를 봤다. 중학교 아이들, 특히 여자아이들이 많이 놀란 것 같았다.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는 태아가 자기를 죽이려고 태반으로 들어온 수술 기구를 피해 필사적으로 피하는 모습에서 성교육은 지도할 나도 적잖은 충격을 받았고, 오히려 내가 더 많은 것을 배운 것 같았다. 비디오를 본 후 아이들의 충격을 해소해주고 혼전 순결에 대해 말해주기 위해 세조로 나눠 토론을 했다. 개구쟁이 짓궂은 녀석들이 갈라져서 일까, 어제에 비해 차분한 가운데 묻고, 답하며 함께 생각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 같다. 기분이 좋았다. 알고있는 것이 많이 부족해 경험에 빗대어 솔직하게 아이들에게 말해야 하면서도 아이들의 주의가 산만해 하지 못하고 성과 관련해 사회적 통념에 따라 당위적으로 말했던 것이 많은 아쉬움으로 남는다는 생각이 든다. 성교육 후 하루의 일과를 반성하고 주요 활동에 대해 평가하는 회의를 했다. 많이 피곤하고 지쳐 보이는 게 역력해 보였지만 느낄 건 다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지실인 인가보다. 회의 후 서로에게 정말 잘했다고 격려하며 공식적(?)인 하루 일과를 마치고 내일의 일과를 생각하기엔 너무도 귀한 잠자는 시간과 잠자기 전의 시간을 즐겼다. 아이들과 함께 보는 TV로, 과자와 음료로, 삼삼오오 앉아 마주보는 얼굴로 그렇게 깃털보다 가벼운 시간을 즐겼다.

평소 우리가 알지 못했던 상록의 제반 여건 및 상황, 구성원들을 다시금 지실의 동반자 아니 그들의 동반자로서 지실을 재확인 시켜주었던 보육사 체험 속에서 지실인 간의 우정, 아이들과의 사랑, 다른 구성원들과의 연대 및 조화를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각자에게 다가갔던 보육사체험의 교훈이 무엇이고 목표에 얼마만큼 도달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우리가 확실히 공통적으로 느꼈으리라 생각되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우리는 아이들을 힘들게든 가볍게든 사랑하고 품에 안을 수밖에 없는 아름다운 구속이다.


김한얼
한번도 보육사체험을 안해봐서 궁금했는디 2006-02-14
13:15:02

수정 삭제
정혜진
와.. 완전 반성, 반성.
.. 우리는.. 에효 - ..
2006-02-11
22:20:06

수정 삭제
신문찬
와~!! 역시 명수형 멎져!!! 2006-02-10
09:26:05

수정 삭제
잠깐!
글은 인터넷에서 자신을 나타내는 유일한 모습입니다.
한줄의 댓글이나 답글로도 강수경님은 무척 기뻐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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