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유회 후기

2019-05-23 19:23:14, Hit : 58

작성자 : 서일규
  사실 가기 전 정말 걱정이 많았어요. 동현이가 연극에 대해 정말 거부감이 많았거든요. 그런데 저도 조금은 공감할 수 있었어요. 제가 군대에 있을 때, 강제로 주말에 무언가를 보고 오는 일들이 있었어요. 그런데 저는 굳이 쉬는데 불러서 억지로 뭘 시키니까 귀찮고 짜증났거든요. 그래서 그러면 무얼 하고 싶냐고 물어보니 PC방을 가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서로 게임 오버워치 얘기를 많이 했기 때문에 같이 하자고 약속도 했어요. 그리고 연극을 정말정말 보기 싫다길래 사실은 이러면 안 되지만, "중간에 나가서 피씨방 갈래?"라는 얘기를 제가 꺼냈어요. 그러니까 동현이가 반색하더라고요. 야유회가 정말 기대된다고 웃으면서 말하기에 일단 한 숨 돌렸어요.

  하지만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죠. 사실 연극장이 협소하고 나가기 힘들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생리 욕구로 인해 인간의 존엄성을 잃을 지경이 아닌 이상 남들의 시선을 뒤로하지 않는 이상은 나가지 않는다는 것도요. 그래서 그렇게 말을 꺼내고도 조금 미안했어요. 내가 얘를 기만한 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렇게 여러 생각에 빠진 채 야유회가 시작됐어요. 동현이는 떠들썩하게 몰려 다니면서 시끄럽게 떠드는 걸 정말 싫어해요. 그래서 원에서 나와서 사당역까지 걸어갈 때, 걸음이 빨라졌어요. 제게 다른 사람들이랑 다른 칸에 타도 되냐고 묻기도 했고요. 다른 분들과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라 나중에 얘기를 하고, 우선 일회용 교통카드를 뽑으려고 했어요. 그런데 뽑고 혼잡한 인파를 헤치고 내려가니 아무도 없는 거에요. 민승이의 전화를 받아 보니 이미 출발했다네요. 빨리 걸어와서 조금 시간 맞춰서 천천히 뽑았는데 너무 여유부리지 않았어야 했나 봐요. 인원 체크를 제대로 못 해서 미안하다는 말을 들었는데, 사실 그 혼잡한 곳에서 전원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쉽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결국에는 동현이가 원하던 대로 다른 사람들과 따로 열차를 탔어요.

  도착해서 연극장 입구에서 동현이의 기분은 정말 좋지 않았어요. 그렇기 때문에 제가 신나서 말을 하면 안 되겠다 싶더라고요. 저도 글 처음에 썼던 상황에 제 자신이 있다고 생각하고 텐션을 좀 낮췄어요. 거기서 저를 걱정스럽게 쳐다보신 분이 몇 계셨는데 화난 거 아니었어요. 그냥 연기한 거였어요. 연기가 나름 괜찮았는지 상황은 원하던 대로 흘러갔어요. 그리고 입장했는데, 저희 자리는 맨 앞이었어요. 동현이도 나갈 수 없다는 걸 알아챘나 봐요. 핸드폰을 끄라고 하자, '밝기 최대한 낮추면 되는 거 아니에요?'라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옆에서 다시 이야기하니 끄긴 끄더라고요. 그래도 연극은 정말 재밌었어요. 저도 정말 많이 웃다가 옆을 슬쩍슬쩍 봤는데, 동현이에게도 정말 만족스러웠나 봐요. 끝나고 감상평을 물어 보니 꽤 괜찮았다고 했는데, 아마 동현이에게는 극찬의 표현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이후에는 약속한 대로 피시방에 갔어요. 약속한 대로 같이 오버워치를 했는데, 사실 저희는 정말 잘 했는데(저는 힐러로 킬딜금 찍었어요) 팀이 너무 못하더라고요. 그래서 세 판 연속으로 졌어요. 그런데 피시방에서는 현금영수증이 안 된다길래 식사를 하기 위해 자리를 옮겼어요. 조금 걷다가 마녀주방이라는 파스타집이 있길래 거기로 향했어요. 알고 보니 다른 팀들도 많이 왔더 갔더라고요(물어보니 있던 층이 달라서 마주치지는 못했어요). 거기서 스테이크랑 파스타를 먹었는데, 맘에 들었나 봐요. 시간은 조금 부족하긴 했는데, 둘이서 파스타 소스 남은 것까지 깔끔하게 비웠어요. 스테이크도 너무 맛있었고요.(야채는 제가 다 먹었어요)

  그리고 약속 시간에 역으로 행했어요. 돌아갈 떄는 미리 말을 하고 같은 열차지만 다른 칸에 탔어요. 원에 도착해서는 역시 빨리 걸어서 먼저 도착한 후, 올려보냈어요. 정말 힘들었어요.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아동과 함께 있으면서 제 기분까지 맞춰야 된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이니까요. 온몸에 진이 다 빠지는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다같이 한강 간다는 것도 가지 않고 집에 도착해서 8시쯤 바로 잠들었어요. 다음 야유회 때는 동현이가 조금 더 야유회에 대해 기대했어면 좋겠어요. 그래서 조금이나마 즐겁게 활동에 임해 주면 더 좋을 듯 해요. 나름 만족한다고 말했던 오늘의 야유회를 기억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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