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전투기(F-X)사업 이대론 안된다
- 일본 중국 러시아 주변국들 2016년께 스텔스기 실전배치…한국만 노후기종
- 전문가들“사업 왜 하는지 근본적 고민 절실… 일본은정책적 요소 고려 배점”



김종원
아시아투데이 정치부 차장
kjw8619@gmail.com


차기전투기(F-X) 후보기종인 F-15SE와 유로파이터, F-35A가 모두지난 8월 23일 방위사업청에 가계약서(초안)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사업비 8조3000억원 초과로 최종 기종선정 대상에서 사실상 배제된 것으로 알려진 유로파이터와 F-35A도 가계약서를 냄으로써 앞으로F-X 사업이 어떤 결과를 낼 지 주목된다.
방사청 관계자는 지난 8월 25일“F-15SE, 유로파이터, F-35A가 모두 가계약서 초안을 냈다”면서“(후보 기종의) 초안을 검토해 각 기종과가계약을 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계약서 초안 검토에는 보통 2∼3주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사청은 가계약 뒤 3개 후보기종 모두를 대상으로 1주일 간에 걸쳐 다시 한번 종합평가를 할 예정이다. 이 관계자는“3개 기종이 모두 종합평가를 받지만 9월 중순 열릴 예정인 방위사업추진위원회(위원장 김관진 국방부 장관)에는 사업비를 충족한 F-15SE를 선정해 달라는 내용의 차기전투기 기종선정 안건이 상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전투기의 성능과 가격 등을 평가해 순위를 매기는 종합평가에서F-15SE가 우수한 점수를 받으면 최종 기종으로 선정한다.

하지만 사업비를 초과한 다른 기종보다 낮은 점수를 받으면 방추위에서 어떤 결론이날 지 예측하기 힘들다.F-15SE의 성적이 좋지 못하면 방추위가 방사청이 상정한 안건을 부결시키면서 가격 입찰을 다시 하거나 예산 증액, 순차적 도입과 시기 조정, 사업의 원점 재검토 등 다양한 의견을 제시할 수도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F-X 사업에 관여하고 있는 관계자들에 따르면이번 방추위에서 F-15SE가 선정되지 못하면 추가 가격입찰이 실시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전문가들은“지금 우리 정부와 군은 왜 차기 전투기 사업을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은 없고단순히 절차만 따지는 것 같아 참으로 안타깝다” 면서“일본은 스텔기 기능을 갖춘 F-35 전투기 도입을 결정할 때 기종 자체 평가에서는 유로파이터가 종합 1위를 했지만 여러 가지 정책적 요소를 고려한 배점에서 F-35로 결정했다”고 지적했다.“대한민국 공군력·국방력 3류로 전락모든 정책결정자 책임져야 한다” 주변국, 스텔스 전투기 전력화 온 힘한국군만‘두 눈을 가리고’전투무엇보다 전문가들은“대한민국 공군력과 국방력을 3류로 만들 작정인가”라고 강하게 비판하면서“차세대 전투기(F-X) 사업을 결정하는데 관여했던 모든 정책 결정자들은 차후에라도 분명히 그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한민국 국방력을 좌우하는 차세대 전투기(FX)사업에 대해 일반 국민과 군 전문가들의 비판이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지고 있다.

 한국 공군과 일선 전투기 조종사들이 미래 안보환경과 전장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원했던 스텔스전투기인 록히드마틴사의 F-35A는 최종 가격 입찰에서 총사업비 안에서 가격을 제시하지 못했다.8조 3,000억원이라는 창군 이래 최대 국책사업인 F-X 사업이 당초 이렇게 처리되리라고는 아무도 예견하지 못했다.‘한국 정부의 정책 결정 능력이 과연 이것 밖에 되지 않는가’라며 국내외 업계관계자와 전문가들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사실 이번 입찰에 참여한 미국 국방부와 록히드마틴사, 보잉사, 유럽 EADS는 방산 관련 세계 최고
업체들이다. 일부 전문가들은“이들 업체 관계자들이 한국 정부와 국방부를 얼마나 한심하고 우습게볼 지 생각만 해도 얼굴이 뜨겁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공군 예비역과 조종사들, 군사 전문가들은 지금처럼 F-X 사업이 진행된다면“한국이 3류 공군, 3류 국방부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주변국들은 이미 스텔스 무장력을 갖춘 전투기로 전력화를 서둘고 있다. 일본은 2016년부터 스텔스기인 F-35 42대를 실전 배치한다. 일본 정부는더 나아가 F-35 100대 추가 구매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중국도 2016~17년 실전 배치를 목표로 스텔스기종인 J-20·J-31 두가지 기종을 개발하고 있다. 러시아도 PAK-FA로 불리는 T-50 스텔스기의 2016년 전력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호주는 이미 스텔스 전투기 F-35A 100대를 구입해 2015년부터 실전 배치에 들어간다. 싱가포르도 스텔스 전투기인 F-35A 구매를 곧 결정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만도 스텔스 전투기 구매를희망하고 있다.

이처럼 주변국들은 발빠르게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 전력화에 온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북한과주변의 잠재적‘적’들로부터 심각한 위협을 받고있는 한국군만이‘두 눈을 가리고’전투에 나서려고 한다.한국군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최신예 전투기는이미 40년 전에 개념 자체가 설계된 기종이다. 40년 수명이 다 된 기종으로 생산이 중단 단계에 들어가 다른 나라들은 관심조차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예비역 공군 소장은“지금 한국 정부가 과거예산 개념을 갖고 미래 30~40년 운영할 전투기를사는 것은 정말로 말이 안된다”면서“현재 거론되고 있는 기종은 미국에서 조차 단종된 부품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 구형 전투기를 사서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고 지적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외군사판매(FMS)라는 방식에 있어서 추정가를 단순히 사업비로 비교한다는 그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지적한다.사실 미 정부가 보증하는 추정가는 그 범위 안에서 사업을 해 주고 남으면 나중에 사후 정산을 해서 돌려 주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사업 비용이 더적게 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추정가를 갖고 단순 가격 비교를 해서 예산 범위안에 들어오지 않았다고 아예 탈락시키는 것은 게임 자체가 불공정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스텔스 전투기는 초기 운영 유지비가 많이 들어가지만 전체적으로 정착이 되면 F-16 전투기보다약 10% 정도만 비용이 더 드는 것으로 전해졌다.하지만 현재 획득 비용이 싼 다른 기종은 나중에운용 유지비까지 판단했을 때는 결과적으로 훨씬더 많은 예산이 들어 간다는 지적이다.
한 군사 전문가는“한국 국방부와 합참, 방사청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사업을 진행한다고 하면서 정작 우리 공군이 요구했던 스텔스 기능과 내부 무장창까지 완화하면서 사업의 룰 자체가 엉망이 됐다”면서“오히려 우리 공군에 가장 필요하고 미래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최첨단 기종이 배제되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차기전투기 F-X 기종 선정 원점서 재검토해야 한다
공군·전투기 조종사 원하는 기종이 대원칙
주변국 위협 판단 최첨단 기종 선정 절박


차기 전투기 사업은 우리 공군력은 물론 대한민국 국방력을 좌우한다. 총사업비 8조 3,000억원이들어가는 F-X사업이 정말로 제대로 가고 있는지우리 국방력과 국익 차원에서 원점부터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더 나아가 세계안보 환경과 전략 차원에서 차기전투기를 선정하는 F-X사업은 단순히 경제적 논리로만 따져 졸속처리할 문제가 아니다.대원칙은 과연 우리 공군과 일선 전투기 조종사들이 어떤 기종을 원하는지다. 실제 무기와 장비를직접 운용할 당사자가 어떤 기종을 원하는지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 돼야 한다.

전투기는 대한민국 공군 조종사들의‘목숨’이다.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세계 안보환경에서 제공권을 장악하고 전투 초기 적진 깊숙이 은밀 침투해서 전장을 지배해야 한다. 짧게는 10년, 길게는40년 앞을 내다보고 최첨단 전투기를 도입해야 우리 공군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예산을 맞추고‘약간’의 세금을 아끼기 위해 현재 기종보다 조금 업그레이드해 무기·장비를 장착한다면 그게 무슨 차세대 전투기인가? 그 기종으로는 전장을 장악하고 적과 싸워 이길 수 없다. 차기 전투기 선정은 수많은 우리의 아들과 딸, 아버지, 남편의 목숨이 달린 문제다.

국내외 대다수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개발 수준이이미 핵무기 단계에 진입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 국방부는 비대칭전력인 북핵 위협을명분 삼아 예정된 한·미 전시작전통제권 재연기까지 검토하고 있다. 차기 전투기는 잘만 선정하면 북한과 주변국에는‘무시무시’한 비대칭 전력이 될수도 있다.청와대와 정부, 국회, 우리 군은 다시 한번 실질적인 우리 공군력 강화와 주변국 위협을 감안해 차기 전투기 사업을 원점에서 충분한 시간을 두고 꼼꼼히 재검토해야 한다.

예산과 시간에 쫓겨 차기전투기 선정을 지금처럼 졸속으로 처리하게 되면 우리 국방력은 물론 사랑하는 아들과 딸, 아버지, 남편의 목숨을 어떻게담보할 수 있을 지 벌써부터 걱정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