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귀근
연합뉴스 국방부 출입기자
threek@yna.co.kr

국방부 직할부대인 국군사이버사령부 요원들의 정치개입 의혹이 강력한뇌관이 되어 군을 비롯한 우리 사회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 국방위 국정감사에서 튀어나온 사이버사의‘정치적 중립성 훼손’의혹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어 그 결과에 따라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사이버사의 일부 요원들이 정치적 상향의 글을 트위터나 블로그에 올리거나 퍼나른 것이 사실로 들러나면서 국방위 국감이 온통 이 문제로 주목을받고 있다. 이 때문에 국방부와 합참 등에 대한 정책 감사를 준비해온 일부의원들의 노력이 묻히거나 아예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개중에는몇해 전부터 반복되는 주제에 숫자나 통계를 바꿔 마치 새것인양 자료를 돌리는 경우도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사이버사‘정치글’폭발력 갖춰
10월 14일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방부에 대한 국감에서 첫 번째 질의자로 나선 민주당 김광진 의원이 사이버사의 정치개입 의혹을 처음으로제기했다.
김 의원은“(사이버사령부) 530 요원들이 지난 18대 대선에서 여러 댓글작업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내부 제보와 여러 가지 근거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댓글 작업을 알지 못한다.(국방부의대선개입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부인했다.

이에 김 의원은“사이버사령부 직원들이 국내 사이트에 댓글 다는 것을 보고 받았나”라고 묻자 김 장관은“북한이 우리 대한민국 정부의 실체를 부정하고 선전모략, 선동하기 때문에 그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답변했다.

김 의원은 또“530부대의 공식 명칭은‘사이버 심리전단’인데, 대선이 끝난 직후 이들 요원들에게 포상을 일괄적으로 줬다고 하는데 공적이 뭐냐”고따졌다. 그러자 김 장관은“포상을 준 적이 없다”고 답했다가 계속된 추궁에“그것은 평상시 북한에 대한 공적에 관련해 준 것이지 선거 직후 줬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모호하게 답했다.

이날 김 의원과 김 장관이 주고받은 문답 내용은 다음날인 15일 아침 조간신문에 활자화됐다.
일부 신문은 민주당 의원들의 추가 포착 내용까지 더해 사이버사 요원 3명이 트위터와 블로그에민주당 문재인 후보 등을 비난하는 내용의 글 300여건을 게시하거나 퍼날랐다고 보도했다.

이같은 보도에 대해 김 장관은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을 통해 조사 착수 의지를 간접적으로전달했다. 김민석 대변인은“오늘(15일) 아침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국민이 오해할 수 있다. 이 부분(댓글 의혹)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며 법무관리관과 조사본부장을 불러서 사실 확인을 위한 합동조사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국방부는 지난 18대 대선 과정에서 군의 정치적 중립을 준수하도록 강조하는지시를 다섯 차례에 걸쳐 했다”면서“국군사이버사령부도 자체적으로 직원들에게 정치적 중립을 유지할 것을 4차례 걸쳐서 강조한 바 있다고” 전했다.

국방부‘의혹 조사’브리핑 6시간 만에 3명 확인돼
김 장관이 의혹 조사를 지시했다는 김민석 대변인의 브리핑이 있은지 6시간 만에 사이버사요원 3명이 정치성향의 글을 작성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군 당국이 자체 조사한 결과 사이버사령부 소속 군무원 2명과 부사관 1명이 야당을 비난하고 정부를 옹호하는 등의 정치적 성향의 글을 올리거나 리트윗(재전송)을 한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이들은 4~5일 혹은 일주일에 1건 정도 정치적 성향의 글을 올리거나 리트윗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중 한 군무원은 대선을 한 달 남짓 앞둔 작년 11월 5일 트위터를 통해“민주당 문재인은 서해 NLL을 북한과 공유하겠다고 한다. 피로 지켜왔던 국군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민주당 문재인은 국군통수권자로서 대통령 자격이 안 된다” 라는 내용의 글을 리트윗했다고 한다.
하지만 군 당국의 조사는 민주당의 자체 조사를 뛰어넘지 못하고 뒤늦게 대응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민주당은 자체 조사를 거쳐 1명이 더 있다는 사실을 추가 확인했고 22일 국방부 발표에서 4명이 자신들의 트위터, 블로그 계정을 통해 글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국방부는 중간발표를 통해 4명이 개인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했을 뿐 상부의 지시를 받지 않은 것으로 진술했다고 주장했다. 물론 민주당은 축소 발표이고, 시간 벌기용 수사라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4명 외에 추가적으로 더 있다고 트위터 계정을 계속 공개하고 있다.

사이버사령부 조직도 공개했다가‘보도자제’요청
10월 22일 합동참모본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민주당의 한 의원은 사이버사령부의 조직도를 그린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합참과 사이버사령부와의 업무 관계를 질의하기 위해 준비된 질의자료였지만 국방부가 기밀로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는 사령부의 조직도를 공개한 것이다.

국방부는 곤혹스러웠지만 사이버사의 정치개입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에서‘벙어리 냉가슴만 앓듯’끙끙거리고 있었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사이버사령부의 조직도가 공개된 이상 더 이상 같은 이름으로, 같은 편제로 운영할 수 없는 것 아니냐”면서 조직 재편의 불가피성을 우회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사이버사령부는 북한군의 사이버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2010년 창설된 부대다. 중국과 러시아, 일본 등도 사이버부대를 편성했지만 그 실체는 공식적으로 확인하지 않고 있다. 자기 나라에 그런 부대가 있다고 공식적으로 밝히는 것은‘사이버공격의 한 주체’로 오해받을 수 있기때문에 철저히 은폐하고 있는 것이다.

주변국이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조직도는 까발려졌고, 그날 저녁 이 의원실에서는 긴급히국방부 출입기자들에게 메일을 돌렸다. 메일은“오늘 배포한 함동참모본부 국정감사 보도자료중 사이버사령부 조직도가 민감한 사안이므로 보도를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이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을 주워 담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이었다.

군 본연의 임무 망각할 때 사고터져‘교훈’
이번 국감에서 불거진 사이버사령부 정치관여 의혹은 군 본연의 임무를 망각하면 언제든지사고가 터진다는 교훈을 남기고 있다.

우리 현대사에서 정치군인들이 남긴 오욕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군의 정치적인 중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00년 남북정상회담 때 김정일이 했다는 발언이 생각난다. 김정일은“군인은 놀려두면 앞에 총이 있기 때문에 쏘고 싶어한다. 때문에 놀려두면 안된다. 우리는 철도 선로 복구에 인민군을 동원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에 확인된 사이버사령부 요원 4명의 행동을 김정일의 말에 빗대자면‘앞에 PC가 있기때문에 쓰고 싶어한다. 놀려두면 안 된다’… 이런 식으로 비유하는 것이 너무 비약일까? 이들이 자신들의 임무가 무엇인지를 한 순간도 망각하지 않았다면 이런 행동을 할 수 있었을까라는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계급 사회인 군에서 상관의 명령이나 지시가 있었다면 또 상황은 달라진다. 그래서 상관의 부당한 명령이나 지시는 그 조직을 나락으로 떨어지도록 하는 파괴력을 갖고 있다.
군은 군형법 제94조(정치관여), 군인복무규율 제18조(정치적 행위 제한), SNS 활용 행동강령 지시 등으로 정치적 관여를 일절 금지시키고 있다. 정치에 관여해 현대사의 오욕을 남긴 선배 군인들의 전철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들이다.군형법 제94조는“정치단체에 가입하거나 연설, 문서 또는 그 밖의 방법으로 정치적 의견을 공표하거나 그 밖의 정치운동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금고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군인복무규율 제18조는 정당, 정치단체에 가입하거나 특정 정당 지지 또는 반대 행위, 특정후보자 당선 또는 낙선하게 하기 위한 행위, 정치적 중립성을 저해하는 행위 등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작년 8월 내린 SNS(소셜네트워크) 활용 행동강령 지시도 정치적 중립 저해 등 불법행위를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방부는 이 지시를 어기는 장병에 대해서는 형사처벌과 징계 등 엄중 처벌하는 한편 위반행위에 동참한 장병도 조사 결과에 따라 처벌토록 하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사이버사령부 4명이 글을 올리고 한 것은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밝힌 내용이서 군인복무규율과 국방부의 SNS 행동강령 위반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생뚱맞은’질의… 숲을 보지 못하는 단편 질의 눈총
올해 국방위 국감에서 일부 의원들의 질의는 수년 째 진행 중인 국방개혁 흐름과 역행하거나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단편적인 수준에 그친 것도 많았다.
사실 장군의 특권의식을 줄여 행정적 낭비요소를 없애자는 것도 국방개혁의 한 흐름이다. 계룡대의 장군 식당을 없애고 승용차에 별판(성판)을 달지 말자는 것도 다 이런 개혁 흐름 속에서나온 것이었다. 하지만 일부 의원은 국방부에서 아예‘성판’을 제작해서 보급해 달고 다니도록 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별을 뜻하는‘성(星)’이란 글자를 대신해‘성스러울 성(聖)’을 쓰자고도 했다.

단편적인 사안을 부각하는 자료도 많았다. 각 군이 미래위협에 대비해 어떤 전력을 설계해야하고, 어떤 군사적인 부분에 외교력을 모아야 할지 등을 짚어주기 보다는 단편적인 사안을 따지는 사례도 목격됐다.

호통 치는 자세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국방위원 자격이 군에 대한‘갑’쯤으로 여기는 잠재의식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호통치고 윽박지르며 피감기관을 몰아 붙였던 그런 시대는갔다고 본다. 과거 암울했던 시대에는 이런 방식이 국민들에게는‘대리만족’을 주었기 때문에박수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젠‘갑’과‘을’을 철폐하자는 시대다. 그런 흐름에 따르고 논리적으로 조근조근 조여가는 모습을 보일 때 박수를 받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와는 달리 직접 군부대를 찾아가 장병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설문조사를 실시해 해결책을찾으려는 열정을 보인 의원도 있었다. 이런 노력이야말로‘현장 국감’,‘군생(軍生) 국감’으로 평가받는다. 내년에는 자료 제출 요구만큼 현장을 누비며 해결책을 찾는 국감이 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