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역 장성/권해조
한국안보평론가협회 부회장
kwonhj43@hanmail.net

문제의 제기
최근 국제사회에서 해양 분쟁이 격화되고 중국의 해양팽창정책과 해군력이 급속히 강화되는 상황에서 남중국 해역에서 영유권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 그 일환으로 중국이 이어도를 자국의 관할권에 있다고 언급하고 작년 11월 23일 전격 발표한 중국방공식별구역(CADIZ)에 이어도를 포함시킴으로서 한중간의 해양 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어도의 지리적 특성과 중요성
이어도는 우리나라 마라도 서남쪽 149km, 중국의 영해기점인 퉁타오童島에서 247km, 일본의 도리시마鳥島에서 276km에 위치한 동서 1.4km, 남북 1,8km의 타원형태의 수중암초로 평시 4.6m 수면아래 잠겨있으며 강풍 때 수면위로 보이기도 한다. 이어도는 옛 부터 제주도민들에게는 신화속의 섬으로 인식되어왔고, 근래 이청준의 소설을 통해서도 알려져 있다. 서양에는 1901년 영국 상선 소코트라호(Socotra)호가 이어도 부근에 좌초되어 알려졌다.

이어도는 한중일이 접하는 바다중간의 한중대륙붕 중첩구역에 위치함으로서 당사국들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제4광구에 속하지만 중국도 북부관구 내에 포함시키고 있다. 우리나라는 1987년 제주지방 해양수산청에 의해 ‘이어도’로 명명命名하고1995년부터 수심, 해 조류 관측 등 현장해양조사를 시작하였다. 그리고 8년간의 어려운 공사 끝에 2003년 6월 헬기장이 설치된 해양과학기지를 완공하여 과학목적의 무인해양기지로 운용하고 있다. 이어도는 그 해저 및 주변수역의 경제적, 해양 과학적, 군사 안보적, 전략적 측면에서 대단히 중요하다. 말라카-중동을 잇는 해상교통로(SLOC)가 시작되는 전략적 핵심지역으로 해난사고 방지와 안전통항관리 기능을 할 수 있다. 또한 많은 해저자원과 대규모 어장의 형성으로 경제적 측면에서 가치가 클 뿐만 아니라 배타적 경제수역(EEZ)에 따른 관할권 행사와 실효적 지배의 근거가 되어 한중, 한일 간 해양경계획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역이다.

국제법적 관점
이어도는 수중암초에 철제구조물을 설치한 형태로 국제법상 ‘도서’ 즉 연안국의 영토로서 법적 지위를 가질 수 없으며, 이를 기준으로 영해, 경제수역 등의 경계선의 기선이나 기준점이 될 수 없다. 따라서 이어도는 한, 중 · 일이 접하는 바다의 중간해역과 특히 한중 대륙붕의 중첩구역에 위치하여 UN 해양법 측면에서 자국에 유리하게 다양한 이론과 해석이 제기될 수 있는 소지가 많다.
한국과 중국은 바다 폭이 400해리 미만으로 경계선 획정에 관한 유엔해양법협약이나 국제관례상 중간선 원칙(median line principle)이 일반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이어도는 한중해역의 한국측해역내에 위치함으로서 관할권이 한국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은 형평의 원칙(equitable principle)에 의한 ‘육지의 자연연장이론’을 주장함으로써 1996년부터 2009년까지 16차례 한중간 EEZ 경계선 획정회담에도 불구하고 합의를 못하고 있다.
한중간의 갈등 현황
우리나라가 2003년 해양과학기지를 설치하자 중국은 즉시 불법시설물이라고 비난하면서 한중간 갈등이 시작되었다. 중국은 1999년부터 이어도 부근을 집중 탐사하여 2006년 이어도를 쑤옌자오蘇岩礁라 호칭하면서 중국 관할구역으로 주장하고, 2011년 6월 이어도 부근 침몰한 중국선박 인양작업 중인 우리선박에 허가 없이 EEZ안에 작업 중지를 요구했고, 2011년 11월 해양국 동해분국이 이어도 등에 순찰활동예정을 발표하였다. 2012년 3월 류츠구이劉賜貴 해양국장이 해양국 감시선과 비행기 정시순찰 범위에 이어도 포함을 언급했고, 류웨이민劉爲民 중국외교부 대변인도 쑤옌자오는 한중 배타적 경제수역에 위치하여 양국 관할권 주장이 맞물리는 곳으로, 협상을 통해 해결해야하며 어떤 나라의 영토도 아니기 때문에 영토분쟁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 후 중국 관영언론도 이어도 관련 한국에 협박성 사설을 게재하였고 작년 11월 중국방공식별구역에 이어도를 포함시켜 발표하면서 노골적인 마각을 드러내고 있다.
중국이 이어도에 집착하는 것은 대양대국화를 꿈꾸는 중국의 해양전략의 핵심이익과 미일 봉쇄를 뚫는 결정지역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어도는 중국을 향한 한미일 3각동맹의 해상감시기지로 중국본토까지 통제가능 지역이며 군사적 전략적 시각에서 보면 중국의 목젖에 해당하는 0.5 열도선(중국 도련선)에 위치한 중요한 지역이다. 또한 중국이 칭다오를 모항으로 하는 북해함대와 저정성浙江省 닝보寧波를 모항으로 하는 동해함대가 이어도 인근지역을 지나지 않으면 태평양으로 진출하기 어렵고 이어도 인근해역은 수심이 안정적이어서 대양해양의 진출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국의 전략적 의도는 한국의 실효적 지배 무실화로 판단되며, 그동안 축적해온 제반 근거와 항공 순찰활동을 통해 서해 동중국해 EEZ 획정시 유리한 입장과 중국의 내해內海화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따라서 중국은 이어도에 대한 탐사, 지도상 표기, 제도정비 및 홍보를 통해서 국내적 역량을 강화하고 국제법과 역사적 근거 측적을 시도하고 있다. 또한 중국의 해군과 해양경찰력의 효율적 운용으로 국제사회 영향력 확대와 필요시 무력운용 가능성에 대비로 보이며, 최근 역내도서 영유권 분쟁 발생에 대비하여 해군과 해양경찰 전력을 증가하고 있다.
우리의 대비 방향
이어도 대비 방향은 첫째로 이어도가 군사적 의도나 해양영토 확장의도가 아닌 순수한 과학기지로서, 기후환경 예보, 해양조사자료, 항해안전 경고활동 기능역할 등을 국제사회에 알려야한다. 현재 우리가 설치한 해양과학 기지는 유엔해양법 56조 1항의 규정에 따라 우리의 배타적 경제수역 내에 설치한 해양구조물이기 때문에 국제법상 아무런 문제점이 없다.
둘째는 과학기지의 자체감시체제 강화와 우발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먼저 과학기지 자체 안전관리 강화와 무단테러 접근 등 대비책을 강구하고 해경, 해군과의 유기적인 협력 체제를 구축해야한다. 그리고 우발상황대비계획 발전으로 해양영토관리기본법 제정과 연계하여 발생할 수 있는 주변국과의 갈등과 충돌사항에 적적극적이고 효과적으로 대응 할 수 있는 법 제정과 평시 정부차원 유관기관(외교, 국방, 국토해양 등)과 정보 공유, 대응공조 등 위기사항 대응 개념을 발전시켜 유사시 즉각 시행체제를 갖추어야 한다.
셋째 유사시 대응전력 조기 확보이다.
먼저 해경함정과 헬기를 탑재한 대형함정의 확보를 적극 추진해야한다. 그리고 대청도 어청도 흑산도 등에 해경전진기지와 제주해군강정기지의 조기 건설, 노후 해상초계항공기 조기교체 등 기동전단작전수행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넷째 한 중일의 방공식별구역 협조와 EEZ 경계선 조기 획정노력이다. 이어도는 1969년 일본, 작년 11월 중국에 이어 12월 한국 방공식별구역에 포함되어 3국간 협력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이어도에 대한 대국민 관심부여와 일관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그리고 문제해결도 해양법만 접근하지 말고 인문학적 접근과 여러 방면을 고려하여 국민들에게 해양문제에 대한 이해와 인식을 넓혀야한다. 정부는 우리의 입장을 단호하게 천명하고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하며, 특히 중국의 이어도 정책은 대한반도 전략과 미국에 대한 전략 차원으로 보고, 제 3자를 통한 해결방법과 국제재판 대비 등 다방면을 강구해야한다,
결론
이어도는 미국의 신 아시아 중시정책과, 일본의 해양영토 확장 시도, 중국의 해양강국건설 정책에 맞물려 희생양이 될 지역이다. 특히 이어도에 대한 중국의 외교적 법적인 강경자세와 해군, 해경의 활동도 증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우리정부도 이어도 주변해역이 우리의 관할해역으로 확고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법적 논리와 학문적 뒷받침아래 모든 외교적 노력을 경주함과 동시에 바다를 지킬 수 있는 힘의 배양이 국가적 차원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과제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어도에 관한 문제점은 EEZ대륙붕 문제, 어업관련 문제, 방공식별구역문제 등이 핵심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양국 해양경계를 조기 획정해야 하며, 한중 해양 경계획정 논리를 강화하고 중국을 이해 설득시켜야 한다.
이어도는 우리의 21세기 청해진이다. 우리의 수출입 해상수송로 보호와 230여종의 주변해양자원의 보고를 위해서 반드시 지켜야 한다. 이어도는 대한민국의 관할이 명확하고 중국과의 분쟁의 대상이 아니다. 한중협력 강화방안을 고려하여 기본적으로는 우호적으로 대해야하나 관할권문제는 단호한 입장을 보여야한다. 특히 이어도가 한중일 방공식별구역에 포함되어 한중일 방공防空 협의체 구성이 시급하다. ‘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곧 세계를 지배한다.’고 한미 해군대학교장 마한(Alfred T. Mahan)제독의 경고를 상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