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희
한국방위산업학회 이사
애드원커뮤니케이션즈 회장

절실했던 자주국방
2014년은 전력증강계획(율곡사업)추진 40주년이 되는 해다. 율곡사업은 자주국방을 위한 한국군 최초의 전력증강계획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율곡사업은 오늘날 우리 국군이 최첨단무기로 무장한 세계최강의 군대로 발전하는데 초석이 되었다. 율곡사업이 추진되기 이전까지는 우리 군의 전력증강은 미 군원장비에 전적으로 의존했었다.
그러니 자주국방은 감히 엄두도 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설상가상으로 68년 1월 21일 무장공비 청와대 기습사건, 미 첩보함 프에블로호 납치사건, 11월 울진 삼척 무장공비 침투사건 등 북한의 끊임없는 도발 만행과 그해 7월 “자국방위의 책임은 자국스스로 져야한다”는 미 행정부의 “닉슨독트린” 선언 등 우리의 안보상황은 휴전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는다.
그러나 당시 박정희대통령은 “자주국방만이 살길이다”라고 생각하고 1968년 2월 7일 경전선개통식에서 처음으로 “자주국방”을 언급하면서 250만 예비군창설과 독자적으로 무기개발을 하겠다고 공식 선언한다. 이에 따라 1968년 4월 1일 “일하면서 싸우자”는 슬로건과 함께 향토예비군을 창설하였다.


그리고 1970년 1월 국방부를 연두 순시한 박대통령은 자주 국방력 강화와 이를 위한 무기개발전담부서 설치를 지시함에 따라 1970년 8월 6일 국방과학연구소(ADD)를 창설하고 본격적인 무기개발에 들어간다.
율곡사업의 탄생과정
율곡계획의 작성책임은 당시 합참 전략기획국이 맡았다. 작성책임을 맡은 합참은 73년 7월 27일 최초의 군사전략서인 “합동기본군사전략”을 작성하였으며 74년1월에는 육 해 공군의 제안을 바탕으로 한 군 장비 현대화 계획을 합동 참모회의에서 의결한다. 국방부는 합참의 계획을 토대로 재원마련과 무기개발계획 등을 담아 1974년 2월 25일 국방과학연구소에서 군수뇌부가 모두 참석한 가운데 박대통령을 모시고 1차 보고를 드린다.
보고서의 제목은 “전력증강 8개년 계획”이었다. 보고가 끝난 후 보고자였던 이재전 장군(예비역 중장, 작고)이 “이 사업은 고도의 보안을 요하는 사업이므로 암호명을 쓰는게 좋겠다.”고 건의하자 박대통령이 무엇이 좋겠냐?고 물어 역사속의 명장 중 충무, 을지, 율곡 등을 제시하자 10만양병설을 주창한 “율곡이 좋겠다”며 직접 낙점하여 암호명 “율곡사업”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그 후 다시 계획을 보완한 다음 1974년 3월 15일 최종 대통령재가를 받으므로써 본격적인 추진에 들어간다. 그리고 업무를 신속하고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해 청와대 경제2수석실에서 율곡사업을 전담하도록 한다.
율곡사업의 추진 경과
율곡사업은 74년부터 92년까지 3차례로 나누어 추진되었다. 재원은 총 24조 2,993억 원으로 방위비의 30%가 넘는 엄청난 금액이다. 이 예산은 당시 모든 언론사들이 2년 동안 모금한 161억 여원과 1975년부터 1990년까지 한시적으로 신설한 방위세로 충당하였다.
사업 추진 기구는 심의의결기구로 국방차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5인위원회(율곡추진위원회)를 두고 집행기구로는 각 군에 율곡집행단을 편성하였다. 각 군의 율곡집행단이 사업계획서를 작성하여 5인위원회에 상정하면 이를 심의 의결하고 대통령까지 보고 후 재가를 받아 실행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투명한 사업관리를 위해 특명검열단을 별도로 두고 감사업무를 수행토록 하였다.
그 결과 1974년 최초로 M16 국산화 성공을 시작으로 1970년대 말부터 소구경박격포, 유탄발사기, 대전차로켓포, 무반동총, 4.2인치 박격포, 105mm 155mm 곡사포 등을 양산하고 전력화하였다.
그 외에도 탄약, 포탄, 지뢰 등을 대량 생산하고 방탄헬멧, 방탄조끼, 방독면, 개인전투식량 등이 국내 방위산업체들에 의해 전력화되기 시작하였다. 이와 같이 1차 율곡사업(’74~’81)을 통하여 육 해 공군이 필요한 대부분의 기본병기를 개발 완료하고 본격적인 양산을 통해 전력화를 성공적으로 추진하였다.
2차율곡사업(’82~’86)은 1970년대 구축한 생산능력을 기반으로 한국형전차, 장갑차, 자주포, 구축함, 기동헬기, 각종통신장비 등 정밀무기체계에 대한 국내개발 및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됨으로써 우리의 방위산업이 군이 요구하는 대부분의 무기체계를 독자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단계까지 도약하게 된다.


한편 1980년대 초부터 시작한 30mm 자주대공포(비호), 단거리지대공유도무기(천마), 180Km급 지대지 유도무기(현무) 등에 대한 개발은 정밀유도무기에 대한 국내 최초의 도전을 성공적으로 이끈 성공사례 이기도 하다.
3차율곡사업(’87~’92)은 목표를 “방위산업의 자립기반구축”에 두고 정부가 주도하던 육성정책을 업체가 주도하도록 유도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초창기 시행착오를 겪어 방위산업이 주춤하기도 하였으나 정부가

1988년에 “방위산업특별법”을 개정하여 주요 방산물자 생산업체를 중점 지원하면서 다시 활기를 되찾았다.
한편 전력증강사업은 1990년 9월 “818군 구조 개편”에 따라 큰 변화를 겪는다. 1, 2차 율곡계획 추진으로 우선 북한대비 지상전력 부족분을 해소하고 다음으로 해 공군 전력을 확보하여 각 군 전력의 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위하여 전력정비사업(1992~1996), 방위력개선사업(1997~1998), 획득사업(1999~2001) 등으로 명칭이 변경되면서 추진되었다.
지금은 10대 방산수출국으로 우뚝
우리의 방위사업은 2006년 1월 독립적으로 방위사업청을 신설하여 모든 업무를 통폐합하면서 새롭게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2000년대 들어오면서 무기개발도 첨단무기 중심으로 지능화되었다. K-21보병전투장갑차, K-10탄약운반차, K-2전차의 국내개발이 완료되어 생산됨으로써 기술적으로도 국제경쟁력을 갖추게 되었다.
함정의 경우 2003년에는 4,300톤급 구축함이, 2007년에는 대형수송함이, 2008년에는 7,600톤급 구축함(KDX-Ⅲ)이 연이어 전력화되었다. 또한 400톤급 유도탄 고속정, 2300톤급 호위함, 3000톤급 잠수함(SS-Ⅲ)건조를 위한 기본설계에 착수함에 따라 대부분의 전투 함정에 대한 국내 건조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항공기의 경우도 T-50 고등훈련기 개발이 완료되고 이를 공격기(FA-50)로 개조하기 위한 개발 착수와 한국형기동헬기(KUH)도 개발을 시작하였다. 또 이 시기에 개발에 성공한 신궁, 천마, 철매, 홍상어, 청상어 등 유도무기와 어뢰도 본격적으로 국내생산을 통해 전력화 되는 한편 우리의 기술로 만든 자주포, 전차,

장갑차, 함정, 훈련기 등은 세계적인 명품무기로 인정을 받게 되었다.
그러면서 방산수출도 대폭 늘어났다. 2000년 이전에는 2억 달러 내외를 유지하던 수출이 2008년에 10억 달러를 넘어서고 2011년에는 23억 달러 지난해에는 34억 달러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우며 세계 10대 방산수출국으로 우뚝서는 계기가 되었다.
수출대상국도 2006년 44개국에서 현재 80여 개국으로 배가 늘었다. 수출 품목도 항공기 부품, 엔진정비, 탄약류, 자동차 등에서 KT-1 기본훈련기, K-9자주포, K-2전차 등 다양한 분야로 꾸준히 확대되고 있으며 지난해 연말에 T-50IQ(훈련기 겸 공격기)의 이라크 수출은 11억달러로 역대 최대 규모의 실적을 올리는 쾌거를 이루었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 40년 동안 연구개발비로 16조원을 투자하여 그의 12배인 187조원의 경제효과를 유발하였으며, 특히 390개에 달하는 민간기술이전으로 총 1조 1,000억 원의 민수 파급효과를 낸 것으로 분석되어 정부가 추진하는 창조경제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2013년 3월 22일 한국형헬기 수리온 출고식 기념사에서 “방위산업이 창조경제의 핵심동력”이라고 강조한바 있다.


1970년대 초반 국방과학연구소를 중심으로 시작되었던 무기의 연구개발과 3차례의 율곡사업을 통해 육성된 방위산업은 오늘날 우리군을 첨단무기로 무장한 세계 최강의 군대로 발전시키고 자주국방의 기틀을 마련하는데 초석이 되었다.
이제는 그동안 축적된 기술과 노하우를 활용하여 문화, 예술, 스포츠 분야에서 이미 한류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처럼 율곡사업추진 40주년을 맞아 “방산한류”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