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환 박사
보훈공단 보훈교육연구원장
iwoh5@hanmail.net

북한은 5일 오후 8시경 조선중앙TV와「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 대변인 명의의 성명에서 정전협정을 백지화하고 판문점대표부 활동도 전면 중지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은 이 성명에서 핵실험에 대한 유엔의 대북제재 움직임과 한미 합동군사 훈련에 반발하면서“이미 우리 전선군 집단을 비롯한 육군, 해군부대들, 항공 및 반항공부대들과 전략로켓군부대들, 그리고 노농적위군과 붉은 청년근위대들은 경애하는 우리 최고사령관 동지께서 최종수표하신 작전계획에 따라 전면대결전에 진입한 상태에 있다”며“더욱이 미제가 핵무기까지 휘두르며 덤벼들고 있는 이상 우리 역시 다종화된 우리 식의 정밀 핵타격 수단으로 맞받아치게 될 것이다. 누르면 발사하게 되어있고 퍼부으면 불바다로 타 번지게 되어있다. 이 땅은 결코 발칸반도가 아니며 이라크나 리비아는 더욱 아니다. 우리 군대와 인민은 지난날과 달리 경량화되고 소형화된 핵탄을 포함하여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있다”고 기고만장한 공갈협박을 했다.

사흘 후인 3월 7일에는「로동신문」이‘자주권은 목숨보다 귀하다’는 제목의 정론을 통해“우리 군대의 물리적 잠재력은 오늘 더욱 강해졌고 핵전쟁이면 핵전쟁, 그보다 더한 수단을 동원한 전쟁이라도 다 맞받아 치를 수 있다”며“조선정전협정이 백지화된 후 세계적인 열핵전쟁이 일어난다고 해도 그것은 이상한 일로 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우리와 미국 사이에는 누가 먼저 핵 단추를 누르든 책임을 따질 법적 구속이 없다”며“우리의 타격수단들은 격동상태에 있다. 누르면 발사되고 불을 뿜으면 침략의 본거지는 불바다가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같은 날짜「로동신문」은‘민족의 신성한 자주권을 결사수호하고 최후승리를 이룩하자’제하의 사설을 통해서도“누르면 발사하게 되어 있고 퍼부으면 불바다를 펼쳐놓게 될 우리 식의 정밀타격 수단으로 워싱턴과 서울을 비롯한 침략의 아성을 적들의 최후무덤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협박하며,“원수들이 칼을 빼들면 장검으로 내리치고 총을 내대면 대포로 풍지박산내며 핵으로 위협하면 그보다 더 위력한 우리의 정밀핵타격수단으로 맞서는 것이 백두산식 대응방식”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지난 2월 12일 제3차 핵실험을 한 후, 핵폭탄 경량화에 성공하였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하더니 드디어 전면적인 대남·대미 핵 공갈에 나선 것이다. 사실 이러한 상황은 핵실험 이전부터 충분히 예상했던 일이다. 북한정권으로서는 김정일 사후 김정은에게로 이어지는 3대 세습권력 확립에 따르는 내적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의도적으로 긴장국면을 조성해 북한 주민의 시선을‘외부의 적’에게로 돌리는 것만큼 효과적인 수단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심리적 측면에서 볼 때, 우리는 북한의 핵무장이 대한민국의 안보에 심각한 위해를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북한정권은 핵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제로 갖은 위협과 공갈을 하며 자신의 의도를 관철하려 할 것이 불을 보듯 빤하기 때문이다. 그러하기에 눈에 보이는 핵무기 자체보다도 우리 사회에 심리적으로 파급될 북한의 핵 공갈을 더 위험시하고 이에 대한 대비책을 철저히 강구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사실 북한은 스스로 자멸을 각오하지 않고는 한국이나 미국을 상대로 핵무기를 사용하기 어려우며, 설사 핵 발사를 시도한다 하더라도 사전에 그 정황이 포착되기만 하면, 한미동맹의 군력에 의한 선제 정밀타격으로 오히려 북한 지역 내에서 폭발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잘 아는 북한당국으로서는 대미 또는 대남 차원에서 핵 공갈을 더욱 즐겨 사용할 것으로 짐작된다.
북한의 핵 공갈에 대처하는 가장 중요한 방안은 이에 심리적으로 흔들리지 않는 국민통합의 정도에 달려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주지하다시피 국민통합의 정도는 그 나라의 내적 안보의 질을 결정하는 척도에 해당한다. 이 점을 모를리 없는 북한은 끊임없는 대남 선전선동과 교묘한 통일전선전술을 통해 국민통합을 저해하기 위해 우리 사회 내에 국론분열을 획책하며 남남갈등을 조장해 왔다.
그 중간 숙주(宿主)는 바로 통일전선세력이다. 이 세력은 민주화 이후 국가보안법이 점차 구속력이 약화돼가면서 우리 사회 곳곳에 광범위하게 포진해 왔으며, 그동안 북한의 핵 개발을 비롯한 북한당국의 일탈행위들을 옹호하는 행태를 보여 왔다. 무엇보다도 통일전선세력은 반전평화 선전선동을 이용하여 미국, 즉 한미동맹 때문에, 주한미군 때문에 북한의 핵개발이 정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북한의 핵보유 상황이 가져올 후과로서 역내 군비확산에 따른 한반도 및 동북아 안보상황의 악화에 대해서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오히려 북한의 핵 억지력 확보로 미국에 의한‘북침전쟁’을 막을 수 있어 한반도 평화를 담보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는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이 세력은 북핵이 민족공멸을 초래할 화근이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 편에서 억지논리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통일전선세력은‘대한민국 정체성’이 아니라, ‘북조선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안보 위해 세력이다.
특히 통일전선세력은 현대 매체의 총아인 인터넷이나 SNS를 이용하여 국론분열의 틈새를 파고들며 우리의 내적 안보태세를 와해시키려 갖은 방법을 다 동원하고 있다. 그 내용은 주로 반미자주화투쟁 선동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는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만 배제하면 언제든지 한국을 흡수할 수 있다는 논리의 귀결이다.

북한의 핵개발 논리 역시 그 근저에는 반미자주화 인식이 깔려 있다. 북한당국이 미국이 이 땅에 대한 영향력을 포기할 때라야 핵 폐기가 가능하다고 맞서고 있는 사실에서 잘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미국의 영향력이 한반도에 작동하는 한, 달리 말해서 한미동맹이 존속하고 미군이 한국에주둔하고 있는 한 북한은 결코 핵보유 의지를 꺾지 않으려 할 것이고, 기회만 있으면 대남 심리전 차원에서 핵 공갈을 일삼을 것이란 점을 미루어 알 수 있다.
북한의 핵 공갈을 극복하는 길은 사전에 남남갈등을 극복하며 국민통합을 강화하는 데 있다. 오늘날 우리 대한민국을 위해하고 있는 안보위협은 눈에 보이는 북한의 핵무기보다도 오히려 우리 사회 내에 내재하고 있는 국론분열과 갈등이라는 점에서 그러하다. 한국이 한미동맹으로 미국의 확고한 핵우산을 보장받고 있는 한 북한의 무분별한 핵공격은 얼마든지 제어할 수 있다.

북한이 노리는 것은 그들의 대남 선전선동과 통일전선전술이 쉽게 먹혀들 수 있는 우리의 정신적 헤이라는 점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적은 최신 정보능력을 통해 얼마든지 예측이 가능하고, 드러난 표적에 대해서는 첨단기술의 물리적 대응능력을 통해 얼마든지 제어할 수 있겠지만, 우리 내부에 있는 적은 우리의 정신전력을 차츰차츰 약화시킴으로써 마침내 안보의식을 허물어뜨리고 부지불식간에 망국의 길로 이르게 한다는 점에서 그 대응이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다. 사실, 특정 국가가 전쟁을 사전에 예방하거나 전승할 수 있는 국가안보 태세를 완비하기 위해서는 군사력에서 상대적으로 월등히 우월한 물리적 타격 능력의 확보가 필수적이지만, 결코 놓치지 않아야 할 것이 바로 정신전력의 강화이다. 제아무리 강력한 무력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라 할지라도 국민통합이 약화되어 갈등과 분열로 몸살을 겪는 상황에서는 적을 이기기가 결코 쉽지 않은 법이다.
북한으로부터 발원되는 위기국면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우리 사회의 통합력을 극대화시키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정치사회가 사회통합 기능을 회복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런데 작금의 첨예한 여야 간 정치 대립 상황에서는 결코 이루기 힘든 꿈이다. 물론, 여야 정치권이 인내를 가지고 대화하고 타협하고 결국 합의에 이르는 정치과정을 보여주기만 한다면, 보다 손쉽게 국민통합에 이를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우리의 정치문화 수준이 이러한 단계로 진입하는 데는 아직은 요원한 것 같다. 그렇다면 북한의 위협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은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곧 시민의식의 성숙이다. 시민 각자가 분별력을 가질 때라야 북한의 어떠한 심리전도 막아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