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중·일 북핵엔 긴밀 공조, 한·중 일본 역사왜곡 공동 대응 모양새,
미국 ‘일본 갈등’ 자제 공개 거론 주목  

북한의 핵·미사일과 일본의 우경화로 동북아시아의 외교안보 지형에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북핵 문제에는 한·미·중·일, 일본 역사왜곡과 영토 분쟁에는 한·중이 전략적 대응으로 긴밀 공조하는 모양새다. 최근 일본 아베 신조 정권의 급격한 우경화 드라이브로 한·미·중·일 공조 틀에서 일본이 이탈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미·중 관계의 틀을 만들어 나가고 있는 미국도 일본의 우경화 돌발 변수에 적지 않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
미국은 그동안 중국을 정치·경제·군사적으로 견제하고 동북아 지역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일본과 단단한 동맹관계를 과시해 왔다. 하지만 북한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중국의 역할론이 버락 오바마 행정부 안에서 힘을 받고 있어 동북아의 공조 틀이 미세하게나마 중국 쪽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근 한·중·일을 순방한 존 케리 국무장관은 북핵과 동북아 군사적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미국과 중국이 ‘특별한 관계’(special relationship)라고 언급한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그동안 일본의 침략 역사 왜곡과 한·일, 중·일간 영토 분쟁에 대해 원론적인 언급만 해오던 미국이 최근 부쩍 공개적으로 일본에 자제를 요청하고 있는 점도 상당한 변화를 감지하게 한다.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일본의 우경화와 군국주의 부활을 비판하고 나섰다. 미국의 유력 경제전문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4월 24일(현지 시간) 주요 기사에서 아베 총리가 이끄는 일본 정부의 최근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도 이날 ‘일본의 불필요한 군국주의’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야스쿠니 신사참배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일본을 방문 중인 윌리엄 번스 미 국무부 부장관도 일본 측에 야스쿠니 문제를 거론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지난 4월 25일 보도했다. 번스 부장관은 가토 가쓰노부 일본 관방 부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각료들의 야스쿠니 참배에 대한 일본 정부의 생각을 묻고, 한국과 중국의 반응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번스 부장관의 구체적인 발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질문을 제기한 것 자체가 야스쿠니 갈등으로 한·중과의 대북 공조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데 대한 간접적 우려 표명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의 ‘침략 부인’ 발언이 주변국과의 외교 갈등으로 불거지자 일본 정부 대변인격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지난 4월 25일 “단편적인 발언이 아니라 전체적인 톤을 보고 우리의 역사 인식을 평가해 달라”며 진화에 나섰다.
스가 장관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가 일본의 중요한 인접국인 한국·중국과의 관계 전체에 영향을 주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면서 “역사 인식 문제를 외교·정치 쟁점화하는 것은 바라지 않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아베 총리가 한국, 중국과 영토 분쟁으로 민감한 시점에 4월 28일 중국과 밀월관계를 갖고 있는 러시아를 방문해 파장을 낳고 있다. 대규모 투자기금 조성과 경제 협력을 주제로 삼아 쿠릴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 반환 협상에 돌파구를 마련할 복안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흥규 성신여대 교수(정치외교학)는 “북핵 문제를 어떻게 다루냐에 따라 동북아 안보와 정세에 있어서 상당한 지각 변동의 개연성이 높다”면서 “북핵과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는 미·중이 2011년 1월 워싱턴 정상회담에서 서로 협의와 조정, 타협을 통해 현안을 풀어 나가기로 이미 합의한 내용들이 지금 상당한 교감 속에 진행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중·러·북의 북방 3각 구도는 이미 1970년대에 깨졌으며 실질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최근 지역 차원에서는 중·일간에, 전 세계적 차원에서는 미·중간에 세력전이 일어나고 있는 등 전략적 차원에서 복합적인 고차원 방정식의 이해관계 게임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중 ‘북핵·일본 우경화’ 맞선 새로운 3각동맹 구축? ‘북핵해결’ 미·중 외교 - 국방라인 동시 가동 … 한·중 ·일 역사인식·영토분쟁 한목소리 대응     

특히 북한의 핵도발 위협과 일본의 우경화 가속 페달 속에 한·미·중 외교안보 3각 협력체제가 새로운 국제질서로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 한반도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을 중심으로 한국과 일본이,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북한과 러시아가 대립하는 구도가 형성돼 왔다.
하지만 이젠 가시적인 북한의 핵위협에 맞서 미국을 중심으로 한국과 중국이 긴밀히 협조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다만 최근 일본이 과거 역사 인식과 영토 분쟁을 둘러싸고 한·중과 강하게 마찰을 빚고 있어 한·일, 중·일 관계에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야말로 동북아시아의 외교안보 정세가 급격히 요동을 치고 있다. 
우선 국제사회 질서를 주도하는 미국과 중국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외교·국방 라인까지 동시에 가동하며 본격적인 협력체제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미국을 방문 중인 중국 6자회담 수석대표 우다웨이 외교부 한반도사무 특별대표는 지난 4월 23일(현지 시간)에도 미국의 고위 당국자들과 잇따라 만나 북한 핵을 비롯한 한반도 현안을 긴밀히 논의했다. 미·중은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고조된 한반도 긴장을 풀고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유도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폭넓게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북한의 진정성 있는 비핵화 의지가 확인돼야 한다는 점을 대화의 조건으로 제시했다. 중국도 북한의 태도 전환을 위해 노력할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패트릭 벤트렐 미국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우다웨이 특별대표가 전날 국무부에서 미국 6자회담 수석대표인 글린 데이비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 클리퍼드 하트 미국 국무부 6자회담 특사와 만나 북한 핵 문제를 비롯한 한반도 현안을 집중 논의했다고 전했다.
우 대표는 또 북한 제재를 담당하는 댄 프리드 조정관, 로버트 킹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 특사와도 회동했다. 조셉 윤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대행과 웬디 셔먼 정무차관, 대니얼 러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과도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대북 정책을 실무적으로 관장하는 고위 인사를 모두 접촉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4월 24일까지 미 워싱턴에 머문 우 대표는 이번 방문 성과를 토대로 6자회담 조기 개최 가능성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은 우 특별대표나 그보다 고위직 인사의 평양 방문을 조만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베이징에서도 미·중 고위 국방 당국자끼리 협의가 이어졌다. 중국을 방문 중인 마틴 뎀프시 미국 합참의장은 지난 4월 23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예방해 두 나라 군사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뎀프시 의장은 특히 미군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이 중국을 봉쇄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동북아 지역의 안정과 번영을 위해 미국이 노력하고 있음을 설명했다.
무엇보다 북한에 대한 상당한 영향력을 보유한 중국이 북한에 대한 적절한 대응을 통해 핵무기 개발을 중단하도록 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중국과 미국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협력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두 나라가 군사 부문에서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팡펑후이 중국 인민해방군 총참모장은 전날 뎀프시 의장과 회담 이후 북한의 4차 핵실험 가능성을 거론하며 중국도 북한의 핵실험에 반대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분명히 했다.
뎀프시 의장은 중국 안보 수장인 창완취안 국방부장 등과도 만나 미군은 중국군과 교류 협력을 강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한편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도 24일 오후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박근혜 정부와 시진핑 중국 주석이 출범한 이후 처음으로 두 나라 외교장관 회담을 열었다.
이날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는 한·미 대화 제안으로 중대 변곡점을 맞고 있는 한반도 위기의 출구 전략을 모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각료와 정치인들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도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패트릭 벤트렐 미국 국무부 부대변인은 지난 4월 23일(현지 시간) 최근 역사 문제나 영토 분쟁 이슈로 긴장이 높아지는 한국과 일본, 중국과 일본 관계에 대해 대화와 외교로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재확인했다.

일본 우경화 원인과 우리의 대응은?

우리 목소리 정확히 낼 수 있는 전략적 준비 절실하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 “친한파 없어지는 것은 가장 아쉬워 …
다양한 설득 채널 구축 시급.”

일본이 우경화의 가속 페달을 세게 밟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최근 들어 노골적으로 일본의 침략전쟁 전체를 부정하는 역사 인식까지 내비치고 있다. 일본 자민당 아베 내각이 오는 7월 참의원 선거에서 대승하면 헌법의 ‘재무장’ 부분까지 개정하려 들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온다.
일본 연구의 국내 최고 권위자인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사진)을 만나 일본 우경화의 원인과 우리의 대책에 대해 들어봤다. 진 센터장은 일본 우경화의 원인에 대해 “일본 국민들이 경제 침체로 인한 패배감이나 일본의 정체감의 반작용으로 강한 일본을 바라고 있으며 그것이 하나의 내셔널리즘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진 센터장은 또 “예전에는 일본 정치권에 사회당이나 양심세력, 평화세력이 있었지만 지금은 완전히 없어졌다”면서 “보수가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이웃나라에 굉장히 강경한 자세를 갖고 있는 정치인들이 많아졌고, 그것이 국민들과 맞아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진 센터장은 이러한 구조적인 원인과 함께 가장 직접적인 요인은 바로 아베 정권을 출범시킨 민주당 정권의 실패라고 지적했다.
진 센터장은 “일본의 민주당 정권은 한국에 대해서도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고 담화도 냈다”면서 “하지만 중국과 영토분쟁,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 같은 것을 보면서 민주당처럼 유화적인 정책을 취해서는 안되겠다는 컨센서스가 일반 국민과 정치권에서 이뤄졌다”고 분석했다.
진 센터장은 이러한 일본의 급속한 우경화 심화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 있는 전략적 마인드가 절실하고 지적했다.
진 센터장은 “일본의 친한파들이 점차 없어지는 것이 굉장히 아쉬운 부분”이라면서 “우리가 역사에 있어서는 계속 강경하고도 원칙적인 대응을 하면서 우리 입장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진 센터장은 “일본을 계속 설득해 나가는 다양한 채널을 이용하는 것도 필요하다”면서 “일본의 현재 국면이 결국은 여러 가지 다양한 압박에 의해 타협할 수 있는 국면이 왔을 때 우리의 목소리를 정확히 낼 수 있는 전략적 준비가 가장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