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보식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예비역지원팀장

한국군사문제연구원이주관한 중국의 항일유적지답사에 군사연구위원님들과 함께 다녀왔다. 6일간 버스로 1,600여 Km를 이동하는 쉽지 않은 여정이었지만, 매우 많은 것을 보고 느낀 유익한 시간이었다. 첫여정에서 백두산의 웅장함에 절로 탄성이 나왔다. 2번 등정에서 모두 맑은 천지를 보는 행운도얻었다.

첫날부터 환영해 주는 것 같아 몹시기뻤다. 하지만 북한쪽에서는 등정할 수 없는 현실, 발을 딛고 선 이곳이 6·25 전쟁에서우리에게 뼈저린 아픔을 준 바로 ‘중국’이라는 사실에 가슴이 답답해졌다. 이러한 느낌은 발해 옛 왕궁터를 걸으면서 동북공정 문제와 결부되면서 아쉬움이 더했다. 중국의동북공정 문제는 최근에 잠깐 동안 세간의관심을 끌다가, 해결되지 않은 채 슬그머니세간의 관심에서 사라졌기 때문에, 그러한우리의 현실이 더욱 안타까웠다.


청산리와 봉오동전투 전적지에서 군사연구위원님들은 당시의 전투경과 등에대해 열심히 토론을 벌였다. 군문을 떠난지 오래된연구위원님들이지만, 전투경과 등 역사에 대해 해박한 지식과 식견을 갖고 계신 점이 존경스러워졌다. 토론을 하고, 전적지와 기념비를 돌아보면서 ‘항일투쟁의 역사가 먼 과거의 일이 아니라 바로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대 역사의 일부’임을 새삼 느꼈다. 그와 동시에 그동안 역사에 무관심했던 내가 부끄러워졌다. 관리인조차 없는 전적지의 황량함은 우리들의 역사의식이 갖고 있는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731부대 터에서 눈물을흘리는 중국인도 보았다. 하얼빈역의 안중근의사 기념관은 내부에서 저격현장이 보이도록 새롭게 단장되어 있었다. 중국의 필요가 만든 결과이겠지만, 오늘날에 이러한모습이 되기까지는 우리가 중국에 필요한파트너로 성장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윤동주의 모교인 대성중학교도 보았다.

중국 정부는 조선족학교에 한족의 입학을금하고 지원도 전혀 안 한다고 한다. 조선족은 자력으로 자녀교육을 위해 애쓰고 있었다. 우리는 중국의 처사에 울분을 느끼면서도 달리 해결할 방법이 없었다. 단지 서글픈마음에 십시일반 기부금을 모아 전달하는것으로 위안을 삼았다. 조선족 자치구도 중국 정부의 외면에 어려운 여건이었지만 자녀들에게 민족의 전통과 정신을 가르치려애쓰고 있었다. 가이드의 역사지식과 우리말 수준은 감탄할 정도였다. 민족혼이 무엇인지 대대로 가르치는 그들은 진정한 애국자였다.

귀국 비행기에서 학교교육에 현장체험이덧붙여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역사를 손으로 만져보면 느끼는 정도가 확실히 다르다. 역사적 사실이 지금의 나와 관련이 없는, 남의 얘기로 느껴지는 ‘역사인식의 단절’ 해소가 중요하다. 현장체험을 통해 스스로 느끼는 교육이 하나의 대안이다. 개인단위의 산발적 추진은 한계가 있고, 국가정책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번에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 한국군사문제연구원의 배려에 감사드리며, 우리를 친절하게 안내하고 역사에 대해 많은 메시지를 전해준 현지가이드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그리고 앞으로 보다 많은 사람들의 항일유적지를 탐방할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