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승 박사
협성대학교 대학원 교수
본지 편집위원장
seokseung333@hanmail.net

전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이자 인권(人權)을 유린하는 것으로 정평이 난, ‘동토(凍土)의 땅’이라 일컬어지는 북한에 ‘김정은정권’이 뿌리를 내린 지 어언 3년이 경과하고 있다.

금년 1월 신년사를 통해 “북남관계 개선과 경제발전에 필요한평화로운 환경조성”을 역설하였던 북한의 현실은 이로부터 1년이다 되어가는 지금 “다람쥐 쳇바퀴 돌 듯” 강성국가 건설구호와 주장만 난무할 뿐 나아진 것이라고는 좀처럼 찾기가 어려운 실정에있다.

지난 2월 하순 금강산에서 3년 4개월여만에 남북한 이산가족 상봉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남북 서로가 “비방하고 중상하지 말 것”을 제안한 당사자인 북한이 과거의 그릇된 대남행태를 버리지 않은 채 전 한반도의 공산화통일 달성을 위한 야욕을 간단없이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남북한관계는 좀처럼 개선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즉, 지난 2월 남북한 고위접촉을 통해 ‘상호 비방중상 중지’를 내외에 굳게 확약한 바 있지만, 북한은 ‘아시안리더십컨퍼런스’가 열렸던 지난 3월 동해상에 사거리 500km가 넘는 스커드급 탄도미사일 2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하는 등 금년 중에만도 110여발에 달하는 미사일과 방사포를 쏘았기 때문이다.

특히, 금년 한 해 중 드러난 북한의 움직임은 겉으로 보기에는 평상시와 다름없이평온한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내부에서는‘장성택 처형’ 이후 당-정-군 권력핵심 내부의 암투(暗鬪)가 매우 활발하게 벌어지고있는 것으로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한 대표적 사례로는 ‘백두혈통’임을 강변하는 김정은이 동생인 ‘김여정’까지 정치무대에 세워애써 적통(嫡統)임을 강변하고 있으나, 내심으로는 서자(庶子)라는 자책감에서 유례없는 ‘공포정치’를 강행하고 있는 것을 들수 있다.

여기에 덧붙여 최고위층의 자식들로 구성된 ‘봉화조’의 부정부패와 관련한 소문이꼬리에 꼬리를 물고 전파되고 있기 때문에‘정중동’의 흐름은 북한사회 권력핵심 내부에서 “언제 어디서 어떻게 터질지 모르는화약”과 같이 불안정한 정황을 나타내고 있기까지 하다.

바로 이런 가운데 북한은 지난 3월 제13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선거를 실시하여중앙선거위원회 보도(3.10)를 통해 “전체선거자의 99.97%가 선거에 참가하여 100%찬성투표를 하였다”고 밝히는 가운데 김정은이 ‘제 111호 백두산지구’에서 100% 투표와 100% 찬성을 기록하였다고 선전하면서 총 대의원 687명 가운데 376명을 새로뽑아 약 55%의 교체율을 보였다.

또한 금년 한 해중 눈길을 끄는 사안은 박근혜대통령의 ‘드레스덴 구상’(3.28)에 대해서는 한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최고권력기구인 국방위원회의 ‘대변인 담화’(4.12)를통해 본색을 다시 드러낸 점을 들 수 있다.

이 담화에서는 “통일이라는 중대한 민족사적 위업을 불순한 기도실현에 악용하려 한다면 용서받지 못할 대역죄가 될 것”이라단언하는 가운데 “이 선언은 민족반역과 위선, 반통일 속내로 얼룩진 시대의 퇴적물이며, 대북 3대 제안은 남북관계 개선과 발전과는 거리가 먼 부차적이며 사말사적인 것들 뿐”이라 비난하였다.

이와 함께 내외의 주목을 받은 사안으로는 ‘김정은의 용단’임을 내세우면서 인천공항에 내린 이른바 ‘실세(實勢) 3인’의 행각이다. 그 주인공들은 바로 왕별(차수)을 단공식서열 2위인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인황병서와 국가체육지도위원장 최룡해, 당대남담당 비서 김양건 등 적어도 북한내에서는 ‘내로라’하는 인물들이었다. 그러나이들이 돌아간 후 북한에서는 예의 그러했던 것처럼 서해 연평도해상을 고의적으로침범하여 우리 해군과 총격전을 주고받았는가 하면, 경기 연천지역에서 대북전단을담은 ‘고무풍선’에 총격을 하여 긴장을 조성하기도 하였다.

이런 북한의 일면 화해(和解)제스처, 타면총격행태 등은 정권수립이래 지속해 오고있는 전형적인 화전(和戰) 양면전략이자 상투적인 위장평화공세로서 “개꼬리 3년 묻어두어도 황모(黃毛)가 되지 못한다”는 속담을 새삼 환기시켜 주고 있다.

이런 사안들 이외에 금년도 북한의 움직임 중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아마도 김정은의공개활동일 것이다. 그의 ‘공개활동 재개(再開)’는 어쩌면 그리도 김일성-김정일의행태와 비슷한 지 “과거가 거의 그대로 재현된 것”과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였다. 즉, 그동안에도 ‘최고수령’이라는 이들의 공개활동 보도가 나오지 않았을때는 국내외의 많은 언론들이 각종 ‘믿을만한 소식통’을 원용하여 “지병(持病)설, 윤화(輪禍)설, 실각(失脚)설” 등 각양각색의 추측이 주종을 이루었다.

금년의 경우에도 예외없이 각종 추측은“김정은이 총정치국장인 조명록(2010년 사망)에 의해 체포되었다느니, 뇌사상태에 빠졌다느니” 하는 등 그야말로 난무(亂舞)하였다.

대남면에서 가장 두드러진 사안은 제2차‘남북고위급 접촉’의 무산과 관련하여 북한당국이 각급 기관과 단체를 동원하여 그 책임을 우리측에게 전가하면서 원색적 비난을 쏟아냈다는 점일 것이다. 그 대표적인 단체가 바로 북한 조선로동당의 대남전위단체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인데, 성명(11.1)을 통해 “우리가 삐라살포행위에 대해 이미우리의 최고존엄에 대한 가장 엄중한 도전이라는 것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괴뢰패당이 더욱 도전적으로 인간쓰레기들의 망동을 비호, 두둔, 조장하고 있다”고 단언하였다.

그런가 하면 ‘조평통’ 서기국 보도 제1078호(11. 6) 및 조선중앙통신사 논평(11. 7) 등을 통해 “최근 괴뢰패당이 그 무슨 통일헌장 제정이니 뭐니 하는 놀음을 벌려 온 겨레의 비난과 조소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전제하는 가운데 “이는 가장 공명정대하고 합리적인 민족공동의 통일헌장인 조국통일 3대헌장과 그를 재확인하고 실천에 구현한북남선언들의 역사적 의미를 약화시키고이에 대한 내외의 지지와 관심을 차단해 보려는 불순한 기도의 발로일 뿐 아니라 저들의 반통일대결적 정체를 가리우고 여론을오도하여 통일에 관심이 있는 듯이 내보이고, 현집권자의 치적으로 내세우며 체제통일의 개꿈을 실현해 보려는 것”이라 비난하였다.

이런 가운데 새삼 내외의 주목을 끌었던동향은 바로 ‘조평통’의 인터넷 선전 및 선동매체로 중국 선양시에 본부를 두고 있는‘우리민족끼리’라는 웹싸이트에서 ‘탈북자, 너는 누구냐’라는 시리즈물을 통해 탈북자들을 “사회적으로 그냥 두어서는 안될범죄자, 추악한 배신자, 인간쓰레기”라고극렬하게 비난하고 있는 점이다. 이 매체에서는 지난 6일부터 새누리당 의원인 조명철,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 박상학, 뉴포커스 대표 장진성 등 탈북민을 대상으로 차마입에 담기 어려울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이 매체에서는 대상 탈북민들의 가족까지 동원하여 ‘거짓과 진실’이라는 프로(10.30, 10. 31)를 통해 ‘인적정보’를공개하는 등 이들의 북한생활을 왜곡폄하하고 있다.

이어 ‘한-미 작전권 재연기 합의’와 관련하여서는 “이는 미국의 강도적 요구를 반영한 것으로 미국이 우리와 군사적 대결정책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고 비난(11.4, 조선중앙통신)하였고, 호국훈련 실시(11.10~21)에 대해서는 ‘조평통’ 서기국 보도 제1079호(11.11) 및 조선평화옹호전국민족위원회 대변인 담화(11.13)등을 통해 이를 ‘북침전쟁연습’이라 규정하였다.

이밖에도 조국통일연구원의 ‘세월호 참사’ 관련 상보(11.11)를 통해 서는 이를 “반인륜적 반인권적 만행”이라 규정하면서“남조선당국의 솔직한 인정과 심판대에 나설 것”을 요구하는 등 ‘남북기본합의서’와‘6·15남북공동선언’ 등에서 합의한 “상호비방중상 중지, 내정불간섭 원칙”을 스스로파기하는 철면피한 모습을 나타내기도 하였다.

대외면에서 가장 두드러진 사안으로는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특사로 ‘친서’를 휴대한 채 방북한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장(DNI)에게 북한당국은 한동안 억류하였던 미국인 인질 2명(‘케네스 배’와 ‘매튜밀러’)을 석방(11. 8)한 점과 강석주, 리수용의 유럽 및 미국 방문, 최룡해의 러시아 방문 등이 올 한해 좁을대로 좁아진 국제적 입지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으로 나타나고 있으나, 현재까지 나타난 성과는 ‘빛좋은 개살구’ 처럼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