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근
육군 소령
육군 교육사령부

우리 조상들이 수많은 시련과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한 것을보면 한국인은 대단히 ‘우수하고 위대한 민족’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우리는 지난 반세기 동안 정치에서 민주화를 이루어냈고 놀라운 경제성장을 하였으며, 사회․문화․안보 등 모든 분야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어냈다. 우리가 이와 같은 눈부신 발전을 이룰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나는 무엇보다 중요한 요인으로 영웅들의 리더십을 생각한다. 위기 때마다 구국의 영웅들이 있었고, 그러한 영웅들에게는 탁월한 리더십이 있었다.

리더십은 조직 내부에 활력을 불어넣어 조직경영의 올바른 방향과 지침을 제공하는데 리더십을 올바르게 적용하기 위해서는원칙이 필요하다. ‘원칙중심의 리더십’에서 스티븐 코비는 ‘리더십의 올바른 원칙은 방향을 제시해 주는 나침반과 같다.'고 했다.

원칙 중심의 삶은 우리를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해 주며, 우리가가진 잠재력을 효과적으로 발휘하도록 해준다.1) 지금 우리에게는 나침반과 같은 원칙이 필요하다.

이순신은 철저한 원칙 중심의 리더였다. 그에게는 목숨과도바꿀 수 없는 절대불변의 가치관, 즉 원칙이 있었다.

첫번째, 자립정신(自立情神)이다. 이는 제 힘으로 사는 정신이다.2) 이순신은 주위 사람들에게 “대장부가 세상에 나서 나라에쓰일진대 죽기로써 충성을 다하고 쓰이지 못한다면 농사짓고 살면 족하지, 권세 있는 곳에 아첨하여 한 때의 영화를 사는 것 같은 것은 내가 제일 부끄럽게 여기는 것이다.”라고 항상 말했다.3)훈련원 봉사 시절 이조판서로 있었던 일가
친척인 이율곡이 류성룡을 통하여 한번 만나보기를 희망하였다. 그러자 이순신은 “나와 율곡이 같은 성씨라 만나 볼만도 하나 이조판서로 있는 동안에 만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하여 끝내 가지 않았다.4) 또 병조판서 김귀영이 자신의 서녀를 이순신에게 첩으로 시집 보내기를 희망하여 중매인을 보냈다. 이순신은 “벼슬길에 갓 나온 내가 어찌 권세 있는 집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겠는가?” 하고 중매인을 돌려보냈다.

두번째 정의의식(正義意識)이다. 1579년 훈련원에 봉직할 때 병조정랑 서익이 와서 자신과 친분관계에 있는 자를 승진시키려 하자 인사담당관으로 있던 이순신은 상관의 부당한 지시를 용납하지 않았다. “아래에 있는 자를 건너뛰어 올리면 당연히 승진해야 할 사람이 승진하지 못하게 되는 일이라 공평하지 못 할 뿐더러 또한 법규도고칠 수 없다.”는 것이 이순신의 항변이었다.6) 또 이순신은 ‘공정(公正)’이라는 대의를 위해 부적절한 인사를 하지 않았고 오직원칙 있는 인사를 고집했다. 1580년 발포만호 시절 직속상관인 전라좌수사 성박이 거문고를 만들기 위해 사람을 보내 객사 뜰에있는 오동나무를 베어오게 하였다. 이순신은 “이것은 관청의 물건이요. 또 여러 해 길러 온 것을 하루아침에 베어 버릴 수 있을것이냐?”라고 거절하면서 심부름 온 사람을 돌려보냈다. 아무리 직속상관이라도 ‘나라의 물건을 사사로이 사용하는 것은 옳지않다.’고 생각해서 막아섰던 것이다.7)

1594년 3월 6일 남해현령 기효근으로부터 명나라 선유 도사부 담종인이 보낸 ‘왜적을 무찌르지 말라는 패문’을 접수하고이순신이 매우 분개하여 다음과 같은 답서를 보냈다. “왜적이 스스로 흔단(釁端)을일으켜 군사를 이끌고 바다를 건너와 죄없는 우리 백성들을 죽이고, 또 한성(서울)으로 쳐들어가 흉악한 짓들을 저지른 것이이루 말할 수 없으므로 온 나라의 신하와백성들의 통분함이 뼛속에 맺혀 이들 왜적과는 같은 하늘 아래서 살지 않기로 맹세하고 있습니다.”8) 이순신은 일본의 반역사적, 패륜적 행위에 대해서 정의의 심판을 내려야 하며, 이를 위해서 단 한 척의 왜(倭)의 함선도 돌려보내지 않고 필사적으로 격파하고자 했다.9)

세번째, 신의(信義)이다. 평소 관계가 깊었던 우의정 정언신과의 일화가 있다. 정언신은 1583년 니탕개의 난 때에 현지에서 토벌을 총지휘했던 순찰사였기에 당시 전투에 참가했던 이순신의 역량을 누구보다 잘알고 있었고, 1589년 1월 비변사에서 무신을 불차채용(不次採用) 하겠다면서 추천하라고 하자, 이순신을 추천한 장본인이기도 했다.10) 이처럼 정언신과 이순신은 각별한 관계가 있었다. 그런데 이순신이 상경하여 우의정 정언신을 인사차 방문하려는데 마침 죄에 연루되어 옥(獄)에 있게 되었다. 이때 옥문을 지키는 의금부 금오랑들이모여 앉아 술을 마시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이순신은 “죄가 있고 없는 것을 막론하고 한 나라의 대신이 옥중에 있는데 이렇게당상에서 풍류를 잡고 논다는 것은 미안한일이 아니오?”라며 정중히 항의하였다. 이말을 들은 금오랑들은 얼굴빛을 고치고 사과하였다고 한다.11) 정언신과의 평소 친분과 정언신에 대한 두둔으로 자칫 오해와 누명을 쓰게 되어 역적으로 몰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순신은 지난 날 우의정정언신이 자신에게 대해준 각별한 배려와믿음을 저버리지 않았다.

네번째, 도덕성(道德性)이다. 그는 청렴(淸廉)하였고 그 당시 조선사회에 만연되었던 부정부패를 척결하기 위해 노력했다.

1579년 겨울 이순신이 충청병사 군관으로재직하고 있었을 때 그가 거처하는 방에는다른 아무것도 없고 다만 옷과 이불뿐이었으며, 근친(覲親)하러 가게 되는 때면 반드시 남은 양식을 주관자에게 돌려주었다고한다.12) 또한 이순신은 전쟁이 있기 전 좌우수사를 보좌하는 부지휘관에 해당하는우후를 적극 활용하여, 수시로 그들을 파견하여 각 포구를 돌며 방비 태세를 점검하고 특히 부정부패 실태를 철저히 조사하도록 하였다.13) 또 각 6방의 회계 상태를 점검하는 등 조직운영의 투명성 확보에 주력하였다. 왜와 전투가 시작된 이후에도 이탈한 병사들 처리와 관련된 뇌물수수 등 부정부패에 대한 단호한 조치를 취했다. 도망간격군을 뇌물을 받고 잡아 오지 않은 귀화인김호걸과 나장 김수남 등을 바로 처형시켰다. 부정부패가 조직의 단결을 저해하고혼란을 가중시키는 원인으로 인식해서 이순신은 무엇보다도 엄격하게 처리했다.

다섯번째,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생관(死生觀)이다. 이순신은 죽음에 대해서두려워하거나 회피하려 하지 않았다. ‘사람의 목숨은 하늘에 달려있다.’는 유교적인 운명관, 즉 생(生)과 사(死)는 자연의 이치이며 하나라는 사생관(死生觀)을 지니고있었다. 1587년 가을에 이순신은 함경도조산보 만호로 임명되어 녹둔도 둔전관을 겸하게 되었을 때 수비하는 군사가 적어상관인 함경도 북병사 이일에게 군사 증원을 요청하였으나 거절당했다. 걱정한대로오랑캐가 침범하여 많은 피해를 입었으나이순신의 활약으로 군사 60여명을 구출해오는 등 혁혁한 전과를 올렸다. 그러자 병사 이일은 자신의 죄를 은폐하기 위해 이순신을 죽이려고 누명을 뒤집어 씌운다.

이때 친구인 선거이가 눈물을 흘리며 “술을 마시고 들어가는 것이 어떻겠소?”하고물으니 이순신이 정색을 하며 “죽고 사는것이 천명인데 술은 마셔 무엇하겠소!”라고 태연하게 대답하였다.17) 또 1597년 한성 감옥에 투옥되었을 때, 감옥 문지기가면회 온 조카 이분을 불러 뇌물을 쓰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함께 걱정해 주었다.

그러자 이분은 그 말을 이순신에게 전했을때에 그는 고맙다는 말 대신에 오히려 화를 내며 “이놈아! 죽으면 죽었지 어찌 도리에 어긋난 일을 해서 살기를 꾀한단 말이냐! 죽고 사는 것은 천명에 달렸다. 죽게 되면 죽을 뿐이다.”라고 말하였다.

420여년 전 이순신이 보여준 확고부동한가치지향의 삶은 혼란한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인생의 방향을 명확하게 일깨워 준다. 쉽게포기하거나 남에게 의지하려는 우리에게절대 기대지 말고 혼자만의 힘으로 일어나서 해결하라고 한다. 험난한 정의보다 안일한 불의를 택하려는 우리에게 어렵더라도정의를 택하라고 한다. 우정보다는 물질과소유를 추구하는 우리에게 그래도 의리라고 강조한다. 청렴보다는 쾌락과 편의를 추구하려는 우리에게 더불어 사는 인생인데도덕적이 되라고 한다. 죽음을 두려워하고피하려는 우리에게 삶과 죽음은 떼어질 수없는 한 조각이므로 내일 죽을 것처럼 오늘을 열정적으로 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