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경
예)육군 중령
문화재청 비상계획관

전쟁사를 연구하다보면 승리한 전쟁과 실패한 전쟁의 공통점들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그 중에서도 실패한 전쟁의 공통점 중에서 전쟁임박시의 적 정보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결여되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싶다. 나라간의 전쟁은 그 규모가 크고 방대하여 사전에 전쟁준비를 위한 많은 징후들이 노출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적에 대하여 파악된 많은 첩보와 정보가 정치적인 목적에 의하여 변질·각색되어 정확한 평가를 할 수 없었으며, 평가 책임자의 전문성 결여와 상황인식 능력이 부족하여 이를 왜곡되게 평가하기도 하였다. 또한 문제를 직시하기보다 자신의 입장에서 유리하게 분석하고 평가하여 문제가 없는 것으로 의도를달리하려는 경향도 있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사전에 보고되고 확인되었으나 이를 그릇되게 평가함으로써 이에 대하여 준비되지 않은 가운데 적으로부터 기습을 당하여 초기에 상상할 수 없는 피해와 손실로 큰 혼란이 야기되어 더 큰 피해와 고통이 뒤따랐다. 즉 지피지기면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 : 적을 알고 나를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인데, 부지피부지기면 백전필패(不知彼不知己, 百戰必敗 : 적을 모르고 나도 모르면 백번 싸워도반드시 패한다.)한 것은 당연한 결과임을 역사는 정확히 일깨워 주고 있다.

그 예로서 [그림 1]에서처럼 첫째, 6.25전쟁 전 첩보원이 목숨을 걸고 적진에 침투해촬영한 T-34 전차 사진과 전방부대의 전쟁임박 상황보고마저도「북한군 부대교체 징후」정도로 판단하는 등 지극히 안이하고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말았다. 둘째, 임진왜란전에도 일본의 전쟁준비 징후가 있다는 보고에 이를 확인하기 위하여 두 명의 통신사를 보냈는데, 그 결과 전쟁준비를 하고 있다는 측과 그렇지 않다는 상반된 보고에 따라 전쟁임박의 첩보가 희석되었다. 실제는 서인과 동인 측에서 각 1명씩 2명의 통신사를보냈는데 서로가 정치적인 입장이 달라 전쟁임박의 실상을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한쪽의 주장은 어처구니없이 사실과 달리 전쟁임박설을 부정하였다. 그래서 단지, 내부적으로 평화를 바라는 마음에서 안일하게오히려 전쟁이 임박하지 않다고 하는 쪽으로 국론을 모우는 우를 범하여 강토가 유린되고 온 백성들이 참혹한 수난을 겪어야만했다. 셋째, [그림 2]와 같이 천안함 폭침도살펴보면 사전에 북한의 잠수정이 사라진정황을 군의 정보계통에서 먼저 포착하였다. 이에 철저히 대비하라는 합참의 지시도있었으나, 기존처럼 관행에 젖어 단순한 첩보로 간주하여 철저히 대비하지 않았기 때문에 무방비 속에서 기습을 당하여 천안함이 침몰하게 되었으며, 46명의 소중한 목숨이 산화하였다.


우리는 이제 적에 대한 첩보획득에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 현대전에 있어서는 적보다 우위의 정보력이 승패를 결정한다고 볼수 있다. “조금 더 빨리”, “조금 늦게”에 따라적에 대비할 수 있는 우리의 준비정도는 큰차이가 있을 것이다. 이에 따른 대비정도가승패를 좌우함은 당연하다. 만약 조금 늦게알고 이에 대하여 사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는다면 적은 반드시 기습을 달성할 것이며,우리는 기습을 당할 것이다. 기습은 크고 강한 군대라 할지라도 작고 약한 군대에게 충분히 당할 수 있다는 말이다. 즉, 남북과 대치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 속에서 조금 늦게 적의 의도와 활동을 알게 된다면 이는 백전백패다. 반면 조금 더 빨리 알아서 대비한다면백전불태다. 그래서 현대전은 정보전이라고하는 것이며, 적의 동태와 의도를 알기 위하여 모든 노력을 쏟아서 정보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이유이다.

더불어 이러한 정보 중에서도 꼭 알아야할 것이 또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모든 전쟁을 개시함에 있어 에서처럼 상대국의‘국론 분열정도’를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국론의 분열정도를 파악하고 아무리 작은 나라라고 하더라도 이를 가늠한 후에 전쟁을 결정하게 된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국론이 분열되지 않는다면 국론을 분열시키려는 획책들을 강구하여 노력을 기울인다. 그 예로써 6.25 시좌우간의 분열이 심했고 이러한 분열을 통제하고 진압하는데 많은 노력이 낭비되고있었으며, 임진왜란 시에도 서인과 동인으로 붕당 되어 심각한 대립의 날을 세우고 국론이 분열되어 있었다. 이러한 갈등의 틈새를 확장하기 위하여 적은 많은 노력과 자원을 쏟는다. 또한 외국의 사례에서도 볼 수있는데 베트남의 경우도 미군과 연합군의지원 아래 상대적으로 강력한 군사력과 경제력을 보유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론이 분열되어 아주 미약한 월맹군에게도 패하게되었던 것이다. 우리도 최근 통합진보당의종북 논란을 보면서 국회까지 입성하고 이들이 운영하는 회사에 선거홍보용 판촉물관련 문제들이 노출되는 등 많은 국민들이우려하고 있다. 이처럼 적은 상대방의 내부분열을 위하여 갈등을 조장하고 부추기기 위하여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볼 때 이를가볍게 보아서는 안 된다.

이들의 심각성이 우려의수준을 넘는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가운데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법적인 조치이지만, 무엇보다도 국민적인안보정서가 확대되어 종북주의자들이 발붙일 수 없도록 국민적인 안보의식이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또한 국론을 분열시키려는세력에 대한 단호한 국민여론과 깨어있는안보의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의안보 DNA가 반드시 이를 막아내고 한 치의빈틈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적에 대한 첩보와 정보획득에 더많은 노력과 자원을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적에 대하여 모르고 기습을 당한다면 아무리 강한 우리 군대라 할지라도 적의 의도에 말려들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의 첩보 및 정보를 획득하기 위하여 더 많은 노력과 자원을 투자해야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전시작전통제권이2015년에서 몇 년 더 연기되겠지만 조만간에 환수되는데 독자적인 정보력 구비는 더욱 중요하고 사전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또한 적에 대한 첩보와 정보는 반드시 확인하고 이를 토대로 사전에 경고하고 대비하는태세가 중요하다. 더불어우 리 내 부 의국론을 분열시키는 자들을 색출하고이들이 뿌리내리지 못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특히, 외교ㆍ안보를 위한 문제는 국론이 초당적인입장에서 합의되고 의사결정이 이루어 질수 있는 정서가 절실하고 이러한 모습이 강한 국가이고 국민들에게 더욱 신뢰받는 정치지도자의 모습일 것이다.

백전불태의 대비태세 사례

또한 전쟁사례를 분석해 보면 어려운 가운데서도 나라를 구하기 위하여 남다른 노력으로 위기를 극복한 이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전쟁 상황 속에서도보이지 않는 곳에서 본분에 충실하게 대비한 사례와 국가의 존립을 다투는 위기 속에서도 스스로 일어난 의병들이 있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고 싶다. 왜냐하면우리 역사를 살펴보면 수많은 외침이 있었으나 그래도 멸망하지 않고 5천년 역사를유지해온 것은 그 나름의 우수한 안보 DNA가 있었기에 가능하다고 평가할 수 그 예로서 첫째, 6.25는 적의 기습공격에 의하여 서부전선은 삽시간에 무너졌지만 동부전선인


6사단일대([그림 4]에서와 같이 김종오 장군의 춘천지구)의 전투는 훌륭하게 방어함으로써 적의 공격을 지연시켰으며, 더불어적의 서부지역과 동부지역의 협공의 시기를 더욱 지연시켰다. 이에 적의 계획 실행에더 많은 시간의 지체를 강요하여 작전의 차질을 빚게 하였다. 이는 결국 미군을 비롯한16개국 UN군의 지원이 가능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었다는 것이다. 이로써 낙동강전선에서 버텨줌으로 인하여 인천상륙작전을 감행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된 것이었다.만약 동부전선의 6사단이 서부전선처럼 순식간에 무너졌다면 오늘날 대한민국의 존재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둘째, 임진왜란 때는 전쟁개시 직후 전국에서 자발적으로 일어난 의병활동을 들 수있다. 이들이 적의 배후를 교란하여 적의 힘을 약화시키는데 큰 역할을 하였다. 특히,전라도지역으로 진출하려는 적을  칠백의사들이 금산일대에서 죽음으로써막아내어 곡창지대와 물산이 풍부한 전라도가 적에게 점령되지 않았다. 이는 적의 병참지원에 심각한 곤란을 주었으며 반면, 이를 토대로 재기할 수 있는 기틀이 되어 적을몰아낼 수 있었다. 이 두 가지 예에서 보다시피 만약 6.25전쟁 시 동부전선의 6사단이 막아내지 못했다면, 미군을 비롯한 UN군의 지원을 받지못했을 것이며, 임진왜란 시 전라도가 적의수중에 들어갔더라면 왜적들에게 나라를완전히 빼앗겼을 것이다.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에 대비하라는 말이있다. 망전필위는 거꾸로 전쟁을 잊으면 반드시 위기가 온다는 뜻이다. 우리 한반도에서 6.25이후 60년 이상 전쟁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물론 월남파병과 평화유지군 파견사례는 있지만 우리 땅에서의 전쟁은 없었다. 이는 두 가지로 볼 수 있는데 첫째, 우리국방력으로 충분히 전쟁을 억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 여러 가지 국·내외적인 복합요인에 의하여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다는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역사 속에서 전쟁이 60여 년 동안 없었다는 것은 드물었다. 이점을 다시 분석해보면 세대를 30년으로 볼 때, 2개 세대가 전쟁을 모르고 지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다시 말해서 우리가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안보의식은 어느새 많이 약화되어 평화가 쉽게얻어지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는 것이다.

즉, 평화를 유지하기 위하여 갖추어야 할 안보의 비용과 대가를 낮게 평가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우리의 내부로부터 점점 약화되어 국론이 분열되고 안보비용에 대한 지출과 국민적인 응원이 줄어든다면 결국 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지속적인 안보교육과 현장체험과 견학을 통하여 이러한 안보관을 다시세우고 이런 토대 하에서 외부로부터의 어떠한 침입도 억제하고 이들이 오판을 하였을 경우에는 심대한 대가를 지불케 하는 우리의 태세가 준비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쟁임박시의 상황을 보면 적이 전쟁을개시하는 것은 우리의 상황에 달려 있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이다. 이는 곧 우리의 태세가 무너지고 분열되면 적은 전쟁을 개시할 수 있다는말이다.

즉, 우리의 태세를 갖추는 것이 전쟁을 억제한다는것이다. 이러한측면에서 적이바라는 것은 국론이 분열되고 국민의 안보의식이 약화되어 안보비용과 지원을 줄인다면 적이 바라는 바대로 되는 것이다. 이것은 대치하고 있는 적뿐만 아니라 잠재적인침략국이 될 수 있는 주변국가도 동일한 시각으로 봐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제 경제대국이기 때문에 국방비의 지출도 36조에 육박한다. 이것은 군사적인 부분의 능력은 현재도 대단하고 앞으로는 더욱 강해질 것이다. 하지만 내부의 분열과 이를 획책하고 조장하는 세력이 많아진다면 큰 허점이 될뿐더러 이러한 세력들에 의하여 강한 군사력도 그 힘을 점점 잃게 될 것이다.



끝으로 [그림 6]에서와 같이 이순신 장군이 명량해전에서 싸운 것처럼 우리는 내부의 적들을 더욱 두려워해야 하며 이들이 발붙일 수 있는 토양이 없도록 국민안보의식을 먼저 강화해야 한다. 더불어 국론분열을교훈삼아 외부의 위협과 위험에 일치단결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지피지기를 통하여적과 나를 아는데 소홀함이 없어야 하며 이를 균형적으로 관리하고 능동적이고 선제적으로 대비함으로써 백전불태의 태세에[그림 5] 칠백의총 한 치의 소홀함도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