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균
한국방송작가협회 회원
현재 국군방송 라디오 작가


어린이들 세계에서는 또래보다 나이가 어리거나몸이 아픈 약자를 경기와 놀이에끼워주기 위한 ‘깍두기’라는 배려의문화가 있다. 이에 국방, 군사, 정치, 경제 등의 분야에서비전문가인 필자가 일종의 ‘깍두기’ 신분으로 다양한 이슈에대한 소견을 국민들의 눈높이에서 피력해 보려 한다.

봄이다. 이제 꽃샘추위의 기세도 꺾여가고있다. 올 겨울은 유난히 춥고, 길었다. 체력이급격히 떨어져서인지 새해부터 시작된 감기가 한 달이 넘도록 낫지 않았다. 처음에 오한으로 시작된 감기는 영양제를 맞고 나서 낫는가 싶더니 기침으로 이어졌다. 2주가 지나도록 기침이 멈추지 않아서 또, 영양제를 맞았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콧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체력은 약해지고, 감기는 낫지를 않다보니 모든 일에 의욕이 떨어졌다.

하루의 대부분을 앉아서 일하고, 운동도거의 안 하다 보니 체력이 바닥난 모양이다.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글을 쓰기 위해 달리기를 시작했다. 그는 달리기를통해 강인한 체력과 집중력, 그리고 지구력을 얻었다. 그가 세계적인 작가로 롱런하는비결은 바로 체력에 있다.

이 사실을 알고 난 후부터 운동을 시작했다. 체력이 강해야 머리도 돌아가고, 의욕도생기고, 얼굴도 밝아진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것이었다. “앉아있는 시간이 길수록 조기 사망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조사 결과때문에 서서 일하는 직장인들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라는 뉴스를 본 이후로 서있는 시간도 늘려가고 있다.

이제 지하철에서 빈자리가 생겨도 일부러앉지 않고, 서서 간다. 집에서 TV를 볼 때도마찬가지다. 그러다가 문득 군 복무 중에 경계 근무를 섰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 주간에 1시간, 야간에 1시간 정도 근무를 섰으니매일 최소한 2시간 정도는 서있었다.

그동안 거의 매일 차를 운전하면서 이동하고, 일할 때나 쉴 때나 늘 앉아 있다 보니 하루 평균 서있는 시간이 30분 정도밖에 안 됐었다. 그러다 보니 경계 근무를 서느라 하루평균 2시간 정도를 서있었던 “그때가! 그 시간들이!” 무척 소중하게 느껴졌다.

아둔한 사람이라서 그때는 못 느꼈다. 1시간 동안 서서 경계 근무를 서야 된다는 것이귀찮고, 지루하게만 느껴졌다. 매일 아침마다 단체로 군가를 부르면서 달리기를 하는것도 괴로웠다. 달리기 때문에 아침이 밝아오는 것이 싫을 정도였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는 바보 같은 생각만한 것 같다. 만약, 그때처럼 지금도 매일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하루에 몇 시간씩 서있으면, 한 달이 넘도록 감기로 고생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전역 후에도 군 복무를 할 때처럼 꾸준히 규칙적인 생활을 했으면, 어쩌면‘무라카미 하루키’처럼 강인한 체력과 집중력, 그리고 지구력이 생겨서 大作을 썼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든다.

‘그냥’이란 없다. 모든 일에는 다 의미가 있다. 당장 눈앞의 현실과 이익만 보기 때문에 소중한 의미를 못 느낄 뿐이다. ‘한 방의 성공’도 있지만, 대부분의 성공과 성취는 실패를 거듭하면서 이루어진다. 실패를 무의미하고, 부정적으로만 생각하면 발전은 없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이번 겨울에 한 달이 넘게 감기로 고생한 것도 의미가 있다는생각이 든다. 감기 때문에 건강의 소중함을더 절실히 깨닫게 됐고, 일의 추진력도 키우고 있으니까.

무엇보다 일상의 소소한 일들도 무시해버리지 않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사람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그러고 보면,생전 처음 한 달이 넘게 감기로 고생한 이번겨울은 꽤 의미 있는 계절이었다.

김춘수 시인은 ‘꽃’이라는 명시의 끝 부분에서 “잊혀 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라는 표현을 했다. 지금의 일과 생활과 사람들을 그렇게 ‘잊혀 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로 생각하면서 살면, 우리의 삶 또한 더 의미있어지지 않을까. “그냥이란 없다. 모든 일에는 다 의미가 있다.” 밤하늘을 바라보면서 시를 낭송하듯 이 말을 읊조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