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근
육군 소령
육군 교육사령부

정치 지도자, 조직 경영자, 군대 지휘관이 조직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부하들의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게 하며 효과적인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가치의식을 가져야 할까?
“모범(模範)을 보인다는 것은 다른 이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좋은 방법 정도가 아니라, 단 하나의 방법이다.” 이는 적도 아프리카에서 ‘헌신과 박애’를 실천함으로써 ‘인류의 형제애’를 위해 노력한 선교의사 알베르토 슈바이처1)가 남긴 명언이다. 정직, 신의, 소통, 신상필벌, 정성, 창의… 등의 가치의식이 답이 될 수도 있겠지만 슈바이처의 명언처럼 솔선수범(率先垂範)이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의식이라 생각된다.
솔선수범(率先垂範)이란 ‘남보다 앞장서서 행동하여 몸소 다른 사람의 본보기가 된다.’2)는 의미이다. 말 그대로 먼저 본보기를 보여줌으로써 조직의 구성원들에게 공감을 얻고 자발적으로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며, 이를 통해 리더와 조직구성원이 한 마음이 되어 조직의 목표 달성을 위해 나아가게 하는 것이다. 아무리 높은 경지의 인격과 실력을 겸비했다고 해도 조직을 위해 솔선수범하지 않는 리더는 존재 가치가 없다. 솔선수범은 진정한리더가 지녀야 하는 고귀한 가치이며 반드시 실행해야 할 덕목이다.

손자는 『손자병법』 모공편에서 “상하동욕자승(上下同浴者勝)”을 이야기했다.3) ‘상급자와 하급자가 하고자 하는 욕구가 같은 쪽이 승리한다.’는 의미인데,즉 리더와 부하가 ‘한마음 한뜻이 되는 군대가 승리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마음 한뜻이 되는 군대가 되기 위해서는 리더는 어떻게 해야 할까? 바로 솔선수범에의해 부하들을 감화시켜 리더가 지향하는 방향으로 따라오게 하는 것이 진정한리더십의 요체라 생각한다.

“우리는 이제 강하고 결연한 적에 맞서죽음의 계곡으로 들어갈 것이다. ‘귀관들모두 다시 데려오겠다.’는 약속은 할 수없다. 그러나 여러분들 앞에 이것만은 맹세한다. 우리가 전투에 투입되면, 내가 맨먼저 적진을 밟을 것이고 맨 마지막에 적진에서 나올 것이며, 단 한 명도 내 뒤에남겨놓지 않겠다. 우린 죽어서든 살아서든 다 같이 돌아올 것이다.” 이는 1965년11월 베트남 중부의 전략적 요충지였던플레이메 이아드랑 계곡전투에 투입되었던 미 1기병사단 제 7기병연대 1대대장할 무어 중령이 전투를 치르기 전 부하들앞에서 한 다짐이었다.

베트남 전투에 투입된 무어 중령이 이끄는 1대대 400여명은 이아드랑 계곡에고립되고 통신이 두절된 상황에서 북베트남 정규군과 치열한 교전을 벌이게 된다. 5배가 넘는 북베트남 정규군 2개 연대2천여명의 병력에게 포위되어 구축한 방어선이 무너지고 백병전을 치러야 하는절체절명(絶體絶命)의 순간에 연대 본부는 무어 중령에게 ‘본대로 복귀하여 상황을 브리핑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그러나무어 중령은 명령을 거부하고 브러큰애로우를 요청한다. 부하들을 버리고 돌아가느니 차라리 부하들 곁에서 적들과 함께 죽을 결심으로 자신의 방어진지에 무차별 폭격을 요청한 것이다. 이 결정을 통해 무어 중령의 부대는 오히려 북베트남군에게 전사자 1,800여명이라는 궤멸에가까운 막대한 피해를 입히며 첫 전투를승리로 마무리한다.




우리는 무어 중령의 전투사례에서 ‘솔
선수범’에 대한 귀중한 교훈을 얻게 된다.무어 중령은 죽음을 무릅쓰면서도 ‘내가 맨 먼저 적진을 밟을 것이고 맨 마지막에 적진에서 나올 것이며, 단 한 명도 내 뒤에 남겨놓지 않겠다.’는 부하들과의 약속을 지켰고, 부하들의 생명을 끝까지 책임지는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했다. 미국의 무어 중령이 그랬듯이, 우리 역사에서 솔선수범을 가장 잘 실천하여 군신(軍神)이 된 영웅이 있다. 그가 바로 이순신이다.
“이순신은 밤이면 병사들을 쉬게 하고 자신은 반드시 화살을 다듬었다. 또 몸소 적의 칼날을 무릅쓰고 총탄이 좌우에 떨어져도 동요하지 않았으며 장병들이 붙잡고 만류하여도 이순신은 ‘내 목숨은 하늘에 달렸는데 너희들만 수고하게 하겠는가?’라고 하였다.5) 이순신은 전장의 가장 위험한 시간과 공간에서 부하들과 늘 함께 했고, 총탄과 화살이 빗발치는 전투에서 죽기를 각오하고 싸웠다. 이를 본 부하들은 지휘관 이순신을 믿고 ‘반드시 이길 수 있다.’는 확고한 의지로 전투에 임했다. 이순신이 어떻게 솔선수범을 실천하여 백성들을 독려하였고 어떻게 승리의 촉진제로 활용했는지 알아보자.
첫번째, 이순신이 조산보만호와 녹둔도둔전관을 겸임하고 있을 때 녹둔도 전투에서 일화다. 여진 오랑캐 수백명이 이순신이 지키는 농장을 기습했다. 이순신이 부하들을 데리고 벼를 수확하고 있을때 순식간에 기습을 당해 두명의 부하가 전사했다. 이순신이 급히 달려가 선두에 선 오랑캐들을 향해 활을 쏘아 여러 놈을 죽였다. 그러자 기세가 꺽인 오랑캐들이 마구 달아나기 시작했다. 이순신은 왼쪽 다
리에 화살을 맞으면서까지 악전고투, 적을 물리치고 이운룡 등과 함께 추격하여 사로잡혀간 백성 60여 명도 되찾아왔다. 이순신은 다리에 맞은 화살을 부하들 몰래 뽑아서 내던지고 그대로 오랑캐들을 추격하여 혁혁한 전공을 세웠다.6) 이순신은 왼쪽 다리에 화살을 맞고도 끝까지 고통을 참으며 싸워 적을 물리치고 백성들을 구출했다.
두번째, 이순신이 사천해전에서 총탄을 맞고 부상을 당하면서까지 끝까지 싸운 일화가 있다.
“그날(사천해전이 있던 날) 공도 철환을 맞아 왼편 어깨를 뚫고 등에까지 박혀서 피가 발뒤꿈치까지 흘러 내렸다. 그러나 공은 그대로 활을 놓지 않고 종일 독전하다가 싸움이 끝난 뒤에 칼끝으로 살을 쪼개고 철환을 파내었는데 깊이가 두어 치나 되었다. 온 군중이 그제야 알고 모두들 놀라지 않은 이가 없었지만, 공은 웃고 이야기하며 태연하였다.”

이순신은 이 부상으로 어깨가 깊이 상했고 상처부위에 진물이 흘러내려 갑옷을 입기조차 힘들 정도로 심한 고통에 시달렸다. 사천해전은 사천의 선창가에 함선을 매에 두고 육지로 피해 올라가 조총을 쏘아대는 왜군과의 싸움이어서 매우 위험천만한 해전이었다.8) 그런 해전에서 최고지휘관이 적에게 노출되는 위치에서 지휘를 했다는 사실과, 총탄을 맞고도 아군의 사기와 전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까봐 고초를 참고 견디어낸 것을 보고 감동하지 않는 부하가 없었을 것이다.
셋째, 명량해전에서의 진두지휘(陣頭指揮)이다.

이순신은 삼도수군통제사로 재임명 된 후 불과 한달 여만에 명량해전을 맞게 된다. 칠천량해전에서 대패한 조선수군의 사기는 침체되었고, 전선이라고는 고작 13척 밖에 없었다. 그에게는 왜군을 물리칠 비책이 필요했다. 이순신은 천험(天險)의 요새인 ‘울돌목’을 선택했다. 울돌목의 목을 지키면서 전선과 화력의 우세, 좁은 물목과 거센 조류의 지형적인 이점을 활용한다면 이순신은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바닥에 떨어진 조선수군의 사기를 끌어올리고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어 전투의지를 확립해야 하는 시급한 문제를 안고 있었다.

명량해전을 하루 앞둔 1597년 9월 15일, 전라우수영 앞에서 이순신은 부하들을 모아놓고 “병법에 말하기를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면 살고, 반드시 살려고 하면 죽는다. 그리고 한 사람이 길목을 지키면 천명도 두렵게 할 수 있다.”(兵法云 必死則生 必生則死 一夫當經 足懼千夫)9)는 명연설로 부하들의 전의를 고양시켰다. 다음 날 전투가 시작되었을 때 이순신은 자신이 탄 배를 맨 앞에 포진시키고 나머지 12척의 배는 그 뒤에 횡렬진으로, 그리고 그 뒤에 의병들이 탄 100여척의 향선들을 포진시켜 전선으로 위장했다
.

명량해전 당일 왜선 133척이 전라우수영으로 몰려오면서 전투가 시작되었다. 초기의 급박했던 상황은 난중일기에 치밀하게 기록되어 있다.
“여러 장수들은 적은 군사로 많은 적을 대적하는 것이라 스스로 낙심하고 모두 회피할 꾀만 내는데 우수사 김억추가 탄 배는 벌써 2마장 밖에 나가 있었다. 나는 노를 바삐 저어 앞으로 돌진하며 지자(地字), 현자(玄字) 등 각종 총통을 마구 쏘니 탄환은 폭풍우 같이 쏟아지고 군관들이 배 위에 총총히 들어서서 화살을 빗발처럼 쏘니 적의 무리가 감히 대들지 못하고, 나왔다 물러갔다 하였다. 그러나 여러 겹으로 둘러싸여서 형세가 어찌 될지 알 수 없어 온배에 있는 사람들이 서로 돌아다보며 얼굴빛이 질렸다. 나는 조용히 타이르되,「적선이 비록 많다 해도 우리 배를 바로 침범치 못할 것이니 조금도 마음을 동하지 말고 다시 힘을 다해서 적을 쏘아라.」하고 여러 장수의 배들을 돌아보니 먼 바다에서 물러가 있는데 배를 돌려 군령을 내리자 해도 적들이 더 대어들 것이라 나가지도 돌아서지도 못 할 형편이 되었다.”10)
부하장수와 수군 대부분이 왜선의 기세에 얼굴빛이 질려 전투를 회피하면서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을 때 이순신의 대장선이 홀로 적진 속으로 들어가 포환과 화살을 폭우같이 쏘았다. 수십분의 전투가 진행되었고 이순신 혼자 버티기가 힘들 즈음 깃발과 초요기를 올려서 부하들이 함께 싸워줄 것을 독려한다. 이순신은 해군대장으로서 무너지는 국가를 구하기 위해 열세한 전력으로 목숨이 위태로운 해전의 최선봉에서 지휘했다. 이순신의 용전분투를 본 부하 장졸들은 용기백배하여 힘써 싸워 왜적들을 물리쳤다. 그리하여 13척의 열세한 전력으로 왜선 133척과 전투에서 왜선 31척을 격침시키고 승리한 것이다.11) 이는 정유재란기에 또 한번 왜군의 수륙병진정책을 좌절시키는 결과도 가져다준다.
이순신은 매번 전투에서 부하들과 생사고락을 같이했고, 선봉장이 되어 전장의 최첨단에서 왜군과 맞서 싸웠다. 제 목숨은 생각하지 않고 용맹하고 과감하게 부하들을 이끌었기에 휘하 장병들은 죽기를 각오하고 싸웠다. 그런 솔선수범이 부하들을 감화시켜 매번 해전에서 승리하는데 큰 원동력이 되었다.
이렇듯 솔선수범은 중요하다. 조직의 리더가 먼저 불타지 않고서는 결코 조직원들을 불태울 수 없으며, 자기가 본보기를 보이지 않고서는 구성원들에게 이를 강요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솔선수범이 더욱 빛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을 너그럽게 끌어 안을 수 있는 포용력, 공명정대함, 투철한 사명감이 수반되어야 한다. 무어중령과 이순신의 일화에서 보았듯이 리더의 솔선수범은 부하들의 자발적인 충성심을 유도하고 사기를 진작시키며 전투력을 극대화시킨다. 진정한 리더의 동기부여는 ‘어떻게 하라!’는 지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솔선하여 부하들과 같이함으로써 스스로가 리더를 따르게 하는 것이다. 오는 4월 28일은 충무공 이순신 탄신 470주년이 되는 날이다. 매사 솔선수범으로 부하들을 이끌고 불패의 신화를 창조한 이순신을 기억하고 그의 탄신을 축복하는 하루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