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유창
제9공수 특전여단장
육군부사관학교장
행정학박사
현, 삼육대학교 교수

“전·사적지 탐방을 통한 새로운 정신교육 제언!”

오늘날 대부분의 국민들은 군이 많은 문제점을 안고있는 것처럼 우려하고 있다. 군 간부가 솔선하여 병사들의 의·식·주 여건을 대폭적으로 개선하고 상하 및 동료간 소통을 활성화하는 등 획기적인 병영문화를 보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걱정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군의 정신교육(양성교육+병영교육)의 방법을 새롭게 보완하는 방안을 제언하고자 한다.
군인의 병영생활의 기본사항을 규정한 ‘군인복무규율’ 제4조 강령 군인정신에 보면 “군인정신은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필수적인 요소이다. 그러므로 군인은 명예를 존중하고 투철한 충성심, 진정한 용기, 필승의 신념, 임전무퇴의 기상과 죽음을 무릎쓰고 책임을 완수하는 숭고한 애국애족의 정신을 굳게 지녀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군인정신교육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군의 ‘외부적인 요인’과 ‘내부적인 요인’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먼저 군의 ‘외부적인 요인’으로는 첫째, ‘주적 개념’ 교육에 대한 일관성이 부족하여 병사들에게 적지 않이 혼동을 주었다. 둘째, 통진당 해산, ○○○와 ○○○ 사건 등 종북좌파활동과 같은 사회적 안보환경이 약화되고 애국심이나 국가관을 가르쳐야 할 학교교육의 정체성이 부족하였다.

다음 ‘내부적인 요인’으로는 첫째, 군이 정신교육의 부실을초래한 위에서 언급한 ‘외부적인 요인’을 극복할 수 있는 효과적인 정신교육패러다임 개발과 교육방법 보완에 소홀히 했다는점이다. 여기에는 군이 강한 교육훈련도중요하지만 사고예방에 관심을 가질 수 없는 부대여건도 한 몫하였다고 볼 수 있다.이러한 상황에서 군의 새로운 정신교육방안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제언하고자 한다.

군의 정신교육 부실을 초래한 ‘외부적인 요인’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은 여기서 언급하지 않겠다. 이는 군 스스로가 해결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정치적, 사회적 및 범국민적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부적인 요인‘를 보완할 방안에 대해서만 구체적으로 논하고자 한다.그 방법의 첫째는 군이 통일을 대비한 ‘새로운 패러다임(소프트웨어+하드웨어분야)의 정신교육’을 준비해야 한다.

먼저 소프트웨어분야는 통일에도 대비하면서 신세대 장병의 눈높이에 맞는 다양한 시청각교육교재를 개발해야 한다.

교육방법도 교육하는 간부의 욕심이 아닌 교육받는 병사의 수준에 맞는 교육방법을 구체적으로 보완해야 한다. 기존 교육내용에 고착되지 않고 통일 후까지를염두에 두고 신세대 병영문화를 아우르는신개념의 시청각교육 패러다임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는 각 군별 정훈감실보다 큰틀에서 국방부 주관하에 안보, 통일, 사회교육 전문가와 국. 내외 군사교육훈련 전문가까지 참여하는 ‘육·해·공군의 교육훈련 합동대토론회’ 등과 같은 보다 큰 틀에서 새로운 교육훈련의 패러다임을 만드는것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예를 들어 학교교육인 양성교육(신병, 부사관, 사관학교등), 간부보수교육과 실무부대 병사들의교육과정은 기존 교육훈련개념을 탈피하여 육·해·공군별로 새로운 패러다임의 시청각 정신교육교재와 교육방법을 개발하여 구체적인 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다음은 하드웨어분야로 정신교육은 지휘관, 정훈장교와 교관에 의해서 주둔지에서만 한다는 기존 정신교육의 개념을바꾸어야 한다. 애국애족의 국가관 확립,충·효사상, 명예와 임전무퇴의 기상으로죽음을 무릅쓰고 책임을 완수한 선열과선배전우의 유적지와 전적지를 답사하는실증적 체험훈련을 강화하는 것이다. 실증적 체험훈련을 신병교육훈련계획에 반영시키고, 실무부대는 야외훈련과 행군시 체험훈련으로 시행하자는 것이다. 부대의 인접지역에 소재하고 있는 다양한전·사적지를 발굴하고 관리하면서 장병들의 호국정신을 함양하는 교육장으로활용하자는 것이다.

이쯤에서 외국의 예를 살펴보자. 이스라엘민족은 사해 서편광야에 우뚝 솟아있는(410m) 천혜의 요새 ‘마사다’를 잘 활용하고 있다. ‘마사다‘는 BC 40년경 이스라엘을다스리던 로마제국의 ’분봉왕 헤롯‘이 반란이 일어날 경우 대피하기 위해 1,000여명이 2~3년간 먹을 수 있는 식수, 식량과 왕궁, 병영 및 마굿간까지 마련한 요새다. AD66년경 로마제국의 속지인 팔레스타인지역에서 반란이 일어나자, AD 70년 8월 로마10군단 ’디도장군‘이 예루살렘을 함락시키고 유대인을 대량 학살하였다. 이에 ’에센파‘(열심당)란 극렬집단 960여명이 ‘마사다’에서 2년 넘게 로마군에게 저항하였다. AD73년 로마군이 요새를 점령하기 직전에 생존자들은 “포로로 잡혀 굴욕을 받느니 차라리 죽자”고 결의하였다. 이들은 먼저 자기 가족부터 죽이고, 백부장들은 십부장을죽이고 백부장은 서로 죽이는 방법으로 전원이 자살하였다. 로마 군단장이 이것을 보고 “정신적으로 우리가 졌다”고 말하였다고 전해진다. 오늘날 이스라엘은 이 ‘마사다요새’에서 장교 및 하사관 임관식을 비롯한 호국행사를 거행하면서 조상들의 호국정신을 기리고, 또 체험케 하고 있다.

반면 우리는 어떠한가? 병자호란(1636.12~1637. 1) 당시 청태종이 침공해 오자 선조는 남한산성에서 내려와 삼전도에서 치욕적인 항복을 하였다. 우리 민족의 부끄러운 사적지인 남한산성1)과 삼전도비(청태종 공덕비)2)를 우리들은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가? 안타깝게도 이들 유적지는 어른들의 이념논쟁으로 학교와 학생들로부터도 철저하게 외면당하고 있다. 군의 경우도 별반 나을 게 없다. 우리 군의 선배들이치욕의 역사현장을 잊지 않기 위해 남한산성의 서문 아래에 특전사령부(1972년, 송파구 거여동)를 창설하였다. 그리고 특전장병들의 모든 훈련은 남한산성 일대에서 실시하였다. 이에 행정병들과 초급 학군장교들을 교육하는 종합행정학교와 학군교까지남한산성 아래에 자리잡았다. 병자호란의치욕의 사적지인 남한산성이 젊은 병사들과 초급 장교들, 그리고 특수전 부대원들의애국심을 일깨우는 살아 있는 정신교육장으로 활용된 것이다. 수요일 전투체력시간에는 선조가 항복한 장소(서울 송파구 잠실동 47번지)에 세워진 ‘청태종 송덕비’를 견학하기도 하였다. 또한 옛 남성대 체력단장(골프장)은 최초 특수전 부대원의 낙하훈련장(DZ)이었다. 그러나 성남일대가 도시화되면서 서울근교에서 낙하훈련이 제한되자 1982년도에 여기에 체력단련장을 조성하였다. 준비된 예산이 없어 1개사단이 1개코스를 담당하여 정성껏 만들었다.그러나 우리들이 전․사적지의 중요성과호국정신의 교육을 소홀히 하는 틈에 남한산성 아래 부대들마저 자리를 지키지못하였다. 군의 선배들이 역사적인 안목으로 배치한 부대와 훈련장은 그 자체가장병들의 최고 호국정신 함양의 교육장이면서, 또한 서울 시민들에게 맑은 공기를 제공하는 허파였다는 사실을 뒤늦게깨닫게 하였다.

따라서 우리 군은 지금부터라도 전․사적지를 탐방하는 체험적인 정신교육을강화해야 한다. 전·후방의 전·사적지를 설명하는 해설사가 부족하면 예비역으로유급 해설사를 양성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또한 육·해·공군 병사는 복무기간 중에 반드시 독립기념관과 현충원을 1회 이상 탐방하여 선열들의 혼과 선배들의 호국정신을 느끼고 배우게 해야 한다.

현충원과 독립기념관으로부터 원거리에있는 부대원들은 휴가 중에 자원봉사활동을 겸해서 방문하면 차기 휴가시에 그시간 만큼을 추가 반영하도록 하면 될 것이다. 군 복무중에 탐방하지 않으면 대한민국 국민 중에 몇 사람이 과연 독립기념관과 현충원을 방문할 수 있을 것인가?

다음 세부 하드웨어분야의 예를 들면,육군의 경우 논산훈련소의 신병들은 행군 시 대전국립묘지나 독립기념관에서의정화활동을 하고 소감문을 작성하게 하거나 계백장군묘소에서 계백장군의 ‘결사대 이야기’를 듣게 하면 좋을 것이다.

기타 사. 여단들은 주둔지 일대의 한국전쟁 전적지, 3·1운동의 사적지나 향토사적지를 야외훈련이나 행군 시 탐방하게 해도 좋을 것이다. 해군의 경우는 천안함,서해해전 및 한국전쟁 관련 전적지를 탐방하도록 한다. 공군도 나름대로의 고유한 모델을 발굴하거나 육. 해군의 모델을 준용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정신교육의 패러다임을 이번 기회에 반드시 바꾸도록 하자!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의 저자‘스티븐 R. 코비’ 박사는 변화를 위해서는 제일 먼저 “패러다임을 바꾸라!”고 주장한다.

이제 군의 정신교육은 각 군별로 안보상황에 맞는 혁신적인 시청각교재를 준비하고, 주둔지에서는 이론위주의 정신교육이 아닌 전·사적지 탐방을 통한 실증적 체험 훈련을 강화하자! 예하부대에 맡기지 말고 최초 시작을 국방부가 주관이되어 ’새로운 패러다임의 정신교육 대토론회‘를 거쳐서 육·해·공군의 특성과 안보상황에 맞는 정신교육모델(패러다임)을준비하자! 그리고 교육하는 간부의 욕심이 아닌 통일에 대비하고 호국정신을 더높이는 정신교육의 패러다임을 만들자!이를 통해 국민이 진정으로 신뢰하는 필승의 군대를 만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