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경전安耕田 STB상생방송 이사장의『 환단고기桓檀古記』 이야기 <8>



안경전安耕田
상생방송 이사장

이번 달에는 『환단고기』가 출간된 1911년을 전후하여 우리나라에서 나온 역사서들을 살펴보도록 한다. 사실상 이 시기는 근대역사학의 태동기로 알려져 있는데 한국이 일본에 망한 시점으로서 많은 지식인들이 독립운동에 뛰어들었고 그독립운동의 연장선상에서 우리 역사를 연구하고 가르쳤다. 『환단고기』를 편찬,간행한 계연수 선생 역시 그런 지사 가운데 한 분이었다. 이 시기의 여러 대표적인 사서들을 살펴봄으로써 우리는 『환단고기』가 갖고 있는 성격과 가치를 더 잘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환단고기』 출간 전후의 역사서들”

『환단고기』가 출간된 것이 지금으로부터 대략 백년 전이었다고 알고 있는데 이번 달에는 이를 전후한 시기에 나왔던 역사서들에서는 우리 상고사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가를 살펴보았으면 합니다. 이는 『환단고기』의내용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먼저 『환단고기』가 나오기 이전에 출간된 책들부터 살펴보기로 하죠. 어떤 책들이 주목할 만한 책들인가요?

『환단고기』가 출간된 것은 1911년이고 이는 대한제국이 망한 직후입니다. 물론 대한제국은 1904년 러일전쟁 때부터 벌써 일본에 의한 국권 침탈로 망국의 길로 들어섰다 할 수 있습니다. 1905년에는 을사조약이 체결되어 한국은 일본의 보호국으로 전락하였는데 이에 항의하여 의병봉기가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물론 의병항쟁이 망국을 막지는 못했죠. 이 시기부터 1910년에 걸쳐 몇 권의 주목할 만한 역사서들이 나왔습니다.
김택영의 『역사집략歷史輯略』(1905), 황현의『매천야록梅泉野錄』(1910), 정교의 『대한계년사大韓季年史』(1910) 등이 그러한 사서들입니다.

황현의 『매천야록』과 정교의 『대한계년사』는 들어봤는데 김택영의 『역사집략』은 처음듣는 책인데요.

그럴 겁니다. 황현은 한일합방이 발표되자 그에 항의하여 순국한 분으로 유명하죠. 고종 시대 특히 갑오년 이후 조선의 역사를다루고 있는 그의 『매천야록』 역시 잘 알려진 책입니다. 정교는 조선의 관리를 지내고독립협회에도 가담하여 활약한 분입니다. 고종 때부터 망국까지의 조선 역사를 편년체로 기록한 것이 『대한계년사』라는 책으로 한글로 번역되어 있습니다. 구한말의 사정을 알려주는 중요한 사료의 구실을 하고 있습니다. 반면 김택영金澤榮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인물인데 오늘날의 교육부에 해당하는 학부의 관리로 있다가 1905년 을사조약이 체결되자 중국으로 망명하여 그곳에서우리 역사를 연구했던 분입니다.

『매천야록』이나 『대한계년사』 모두 당시대의 역사를 다룬 현대사라 할 수 있겠군요. 김택영의 『역사집략』도 그런가요?
『대한계년사』라는 책 이름의 계년季年이라는 말(최근이라는 뜻)에서 알 수 있듯이 정교의 이 책은 현대사입니다. 매천 황현의 『매천야록』도 야사들을 많이 포함한 책으로 그당대의 일을 기록한 당대사 책이죠. 반면 김택영의 『역사집략』은 상고사부터 고려까지를 다룬 책입니다. 『역사집략』에서는 우리 상고사를 어떻게 다루고 있나요?

『역사집략』은 단군조선에 대한 서술로부터 시작되는데 환국과 배달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습니다. 단지 단군의 성이 환桓이고이름이 왕검이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단군은 호칭이고 환왕검이 이름이라는 것이죠. 환국의 환족을 말하는 것이겠죠? 단군에 대한 서술에서 특이한 점은 무엇입니까?

단군이 영이 뛰어나고 지혜가 출중하여 사람들에 의해 신으로 여겨지고 왕으로 추대되었다고 되어 있습니다. 『단군세기』 등 많은 사서들에서 보이는 태자 부루를 도산 회의에 보냈고 또 말년에는 백악산으로 옮겼다는 기록도 있습니다만 그 자손이 1017년 동안 왕권을 이어갔다는 주목할 만한 기록이 있습니다. 단군조선이 망하는 과정에 대해서는 어떻게이야기하고 있나요?

단군조선이 망하는 과정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습니다. 주나라, 연나라 등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일체 언급이 없고 단지단군조선의 뒤를 이어 기자조선이 들어섰다고 합니다. 기자가 조선에 오니 단군이 왕위를 물려주고 산으로 숨었다는 것인가요?

그것은 아니고 단군조선이 단절된 후 196년이 지나 기자가 조선에 왔다는 이야기입니다. 조선이 멸망했다는 시점인 은나라 왕 무정 8년을 BCE 1285년경으로 잡고 그 시기의 『단군세기』 기록을 한번 살펴보면 21세 소태 단군 때 반란을 일으킨 욕살 고등이 죽고 그 손자 색불루가 우현왕으로서 단군으로 즉위하였다는 기록이 나옵니다. 소태 단군은 그러한 움직임을 제어하지 못하고 왕권을 넘겨주고 아사달에 은거하여 죽었다고 하는데 이는 단군조선의 왕조교체를 말해주는 것이죠. 행촌 이암의 『단군세기』 기록이 『역사집략』 같은 책에 나오는 단편
적인 언급보다는 매우 구체적이고 내용이 풍부함을 알 수 있습니다.

김택영은 학부學部의 관리로 있었던 사람이라고 하셨는데 학부는 갑오개혁기에 생겨난기관으로 알고 있습니다. 학부에서 편찬한 역사교과서들도 있지 않았나요?

학부에는 편집국이 있어서 교과용 도서를 편찬하였습니다. 당시에는 근대적인 학교가 적지 않게 생겨났기 때문에 교과서의 필요성을 절감했던 것이죠. 그래서 학부가 설치된 직후인 1896년부터 벌써 역사교과서가 간행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조선역사』라는 초급용 교과서와 『조선역대사략』이라는 중등용 교과서가 그 해에 나왔습니다. 1896년에 나온 『조선역사』는 국한문혼용체로 되어 있고 같은 해에 나온 『조선역대사략』은 순한문으로 되어 있는데 상당한 수준의 지식수준을 가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고등교육용 교과서라 할 수 있습니다. 모두 단군조선부터 시작하는데 그 내용이 앞에서소개한 김택영의 『역사집략』과 대동소이합니다. 1899년에 간행된 『동국역대사략』과『대한역사사략』도 학부에서 간행된 역사책들로서 전자는 단군조선으로부터 고려시대까지, 후자는 조선시대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 두 책은 모두 김택영이 편찬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초등용 교과서인 『조선역사』는 말하자면 청소년용 국사책이라 할 수 있을 텐데 그 책에서도 기자조선이 단군조선의 뒤를 이은 것으로 서술하고 있나요?

그렇습니다. 기자가 조선에 와서 예악을 가르치고 정전을 구획하고 팔조의 규약을 시행하였다고 하니 중화 사대주의자들의 기자조선설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사장님께서는 전에 단군조선에서 삼국시
대를 잇는 고리로서 북부여의 중요성을 말씀해주셨는데 북부여에 대한 서술은 『조선역사』에서는 어떻게 되어 있나요?

유감스럽게도 북부여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습니다. 『삼국유사』에도 짧게나마 언급되어 있는 북부여가 학부의 첫 번째 역사교과서 『조선역사』에서는 그 존재를 전혀 찾아볼 수 없습니다. 기자조선의 뒤에 바로 삼한이 나옵니다. 마한과 진한, 변한인데 여기서 마한은 기자조선의 준왕이 남쪽으로 내려와 익산 땅에 세운 나라로 되어 있습니다. 북부여에 대한 인식이 없었기 때문에 주몽의 출자에 대한 인식도 제대로 되어있지 않고 단지 동부여왕의 사위라고 하였습니다. 『환단고기』에서는 북부여왕의 사위라고 한 것으로 기억나는데요.범장의 『북부여기』에 의하면 고주몽은 북부여의 마지막 6세 단군 고무서의 사위로서동부여에서 도망쳐 나온 인물입니다.

당시에 현채玄采라는 분도 계몽운동가로서 국사 책에 나오는 것 같던데요.
김택영과 비슷한 시기에 활동한 학자로서 이분도 역시 학부 편집국 출신입니다. 역사와 지리, 사회에 관한 교과서인 『유년필독幼年必讀』(1907)이라는 책을 썼으며 우리 역사를 다룬 『동국사략東國史略』(1906)이라는 책도 유명합니다. 후일 최남선 선생과 함께 우리 고전의 수집과 간행, 연구를 위한 조선광문회라는 단체를 만들어 같이 활동했습니다. 물론 말년에는 일본의 식민통치에 협력하는 친일파의 길을 걷기는 했습니다만. 『동국사략』이라는 책은 사서로서는 어떤 특징을 갖고 있나요?



국한문 혼용체로 쓰인 책으로 이 책은 중등교과서로 편찬된 것입니다. 서술이 그 전해에 나온 『역사집략』에 비해 매우 현대적입니다. 즉 이전에 학부에서 나온 『조선역사』, 『조선역대사략』은 말할 것도 없고 『역사집략』 같은 사서들이 갖고 있는 통치자 중심의 편년체 역사서라는 한계를 넘어 정치제도와 문화, 경제, 풍속에 이르는 폭넓은 역사를 다룬 책이라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 책은 여러 판을 거듭하며 많은 중등학교에서 교과서로 사용되었습니다. 『황성신문』 같은 신문과 잡지에서도 발췌 소개되는 등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그러나 『동국사략』은 현채가 처음부터 끝까지 저술한 것은 아니고 일본인 역사가 하야시 다이스케林泰輔라는 사람의 『조선사』와 『조선근세사』라는 두 책에 크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현채 자신이 그 책의 저자라 하지 않고 역술자라 한 것은 그 때문인 것이죠. 하지만 현채가 하야시의 책을 무비판적으로 전재한 것은 아닙니다. 하야시의 책에 있는 용어들을 수정하기도 하고 또 일부 항목들은삭제하기도 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임나일본부에 관한 설명은 삭제하였으며 갑오년 이후 10년간의 역사는 하야시의 책에서는 다루지 않았던 시기인데 자신이 직접 서술하였습니다. 또 일본의 침략정책에 대해 눈을 감지도 않았습니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동국사략』은 일본인의 책을 베끼되 그대로 베낀 것은 아니고 나름대로의 관점에 입각하여 베꼈다고 할 수 있죠. 여하튼 현채의 『동국사략』은 일본인의 저술을 기반으로 하였다는 약점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예전 사서들과는 다른 근대적 성격과 스타일의 책이라는 면에서 우리나라 근대역사학의 성립에서 중요한 한 획을 그었다고 평가됩니다. 『동국사략』의 상고사에 대한 서술은 어떤가요?

『삼국유사』에 나오는 환국이나 환웅의 이야기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단군을 민족의 뿌리로 보고 있는 것은 앞에서 말한 학부에서 편찬한 역사교과서들과 같습니다. 또 기자조선이 단군의 뒤를 이어 나오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학부 교과서들과는달리 『동국사략』에서는 기자의 후손들 이름과 그들의 업적이 나와 있습니다. 이는 아마기자의 후손이라는 태원 선우鮮于씨와 행주 기奇씨 족보에서 가져온 것으로 보이는데 이계보의 진위를 확인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러한 기록은 하야시의 책에는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하나 흥미로운 것은 『환단고기』의 『단군세기』에 나오는 우화충이 여기서도 나온다는 점입니다. 도국왕導國王 징澄의 시기에 우화충이 반란을 일으켜 북쪽의 36군을 함락하자 왕이 강화도로 피신했다는 내용입니다. 『단군세기』에서 43세 단군 때 우화충의 반란은 왕조가 바뀌고 국호가 바뀌는 계기가 되었던 큰 사건입니다. 이는 『단군세기』의 우화충 반란 기록이 꾸며낸 기록이 아님을 입증해주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동국사략』과 관련하여 그 외에도 주목해야할 점으로는 어떤 것이 있나요?


당시에도 출판법이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사회 질서와 풍속을 해칠 위험성이 있는 책에 대한 발매와 반포를 금지할 수 있도록 한 법인데 당시 조선의 내정을 좌우하던 일제 통감부는 현채의 『동국사략』과 『유년필독』을 금서로 지정하였습니다. 치안방해라는 구실을 내걸었는데 1909년 당시 모두 8종의 책들이 함께 금서로 지정되었습니다. 일제의 침략정책을 풍자, 비판한 윤치호의 『우순소리』, 안국선의 『금수회의록』을 비롯한 여덟 권인데 그 가운데 현채의 책이 『월남망국사』까지 모두 세 권이나 되었습니다. 현채는 일제 통감부에 의해 위험분자로 찍혔던 것이군요.

그렇습니다. 그러나 현채는 후일 일본의 식민통치에 협력하는 친일파의 길을 걸었습니다. 1915년에는 총독부의 기관지였던 『매일신보』에 일본의 지배를 긍정하는 글을 실었으며 1922년 조선사편수회가 만들어질 때 그 창립위원으로 참여하여 1925년 죽을 때까지 활동하였습니다. 『매일신보』에 연재한 글에서는 『동국사략』에서는 거부한 임나일본부설을 받아들이는 등 일제식민사관에 동조하는 입장을 취하였습니다. 이러한 태도변화는 1924년에 나온 『동사제강』이라는 책에 그대로 반영되었습니다. 개화파에서 결국 친일파로 전락한 것이군요. 그러면 현채와는 다른 입장에서 우리 역사를 개척해간 인물들을 살펴볼까요. 박은식과 신채호로 대변되는 민족주의 사학이 먼저 떠오르는데 우선 박은식 선생부터 이야기해 볼까요. 먼저 박은식 선생의 『한국통사韓國痛史』의 서문에 나오는 국혼에 관한 언급은 행촌 이암의 『단군세기』 서문의 내용과비슷하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것부터 좀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박은식 선생은 조선이 망하자 중국으로 건너가 독립운동에 투신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압록강 건너 환인현에 거주하면서 만주에 사는 한국동포들의 역사교육을 위한 글들을 집필하였으며 또 이 시기에 대종교에 입교하였습니다. 그는 이 때 대종교에서 나온 여러 한국사 관련 문헌들을 보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당시에 집필된 책들은 고대사 관련이 많은데 이는 우리 고대사를 통해 민족의식을 앙양하기 위함이었습니다. 1915년에 상해에서 한문으로 간행된 『한국통사』도 우리의 망국과정을 되돌아보고 독립정신을 고취하려는 의도를 갖고 집필된 것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이 책은 한국사 개설서가 아니고 우리나라가 일본제국주의에 의해 망해간 과정을 서술한 아픈 역사라는 의미의 통사痛史인 것입니다.


이 책의 서문에서 “나라는 형形이고 역사는 신神”이라 하였는데 국가가 망했어도 민족의 정신, 얼이 보존되어 있으면 국가는 부활할 수 있다 하였습니다. 그가 『한국통사』를 쓴 것은 조상 대대로 내려온 민족의 정신, 국혼을 보존하려는 지고한 노력의 하나였습니다. 『한국통사』도 우리 근대역사학의 발전에 크게 이바지한 책이라 하는데 이 책의 특징은무엇입니까?

이 책은 예전의 편년체 사서들과는 완전히 달리 테마 위주로 서술되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매우 현대적인 역사서라 할 수 있습니다. 사건의 발생만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건의 원인과 의미를 밝히는 것이죠. 세 편으로 구성된 이 책의 대부분은 고종시 대로부터 한일합방까지 현대사를 다루지만 모두의 제1편에서는 한국의 지리를 논하고 한국 역사의 대개를 간략하게 서술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고대사에 대한 서술도 약소하나마 찾아볼 수 있는데 단군으로부터 역사가 시작된다고 하고 기자조선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단 기자가 와서 단군조선이 망했다고 보지는 않고 기자조선과 단군조선은 별개의 나라로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자조선의 위치가 봉천성 광녕현廣寧縣에 있었다고 합니다. 즉 요서지방에 있었다는 것이죠. 박은식 선생은 단군조선의 뒤를 이은 것은 해모수가 세운 북부여라고 하는데 이는 『환단고기』의 시각과 일치하는 것입니다. 이 북부여는 무려 2천년이나 계속되었다고 나옵니다. 물론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또 북부여가 동부여와 졸본부여로나뉘었으며 고주몽은 동부여에서 나와 졸본에서 고구려를 세우고 부여, 양맥, 개마, 낙랑 등의 여러 나라를 합병하였다고 합니다. 기자조선은 위만에 의해 망하고 위만조선에 한사군이 세워졌다고 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북부여의 긴 역사를 이야기하니 박은식 선생의 고대사 체계가 엄밀하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물론 『한국통사』가 고대사 책은 아니고 고종과 순종 시대 50년 정도를 다룬 현대사 책이었으니 그런 약점은 너그러이 넘길 수도 있겠죠.



서문에서 언급하는 것과 같은 민족정신을 서술한 부분도 있나요.

박은식 선생은 책의 결론부분에서 국교, 국학, 국어, 국문, 국사 등을 혼에 속하는 것으로 보고 전곡錢穀, 군대, 성지城地, 함선, 기계 등은 백魄(넋)에 속한 것으로 보았습니다. 백은 물질적 문화유산을 의미한다면 혼은 민족문화의 정신적 유산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한국통사』는 조선이 일본 제국에 의해 망해가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유감스럽게도 한국의 정신문화에 대한 서술은 소략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3편 114장으로 된 이 책의 제3편은 대한제국 시대를다루는데 그 마지막 한 장에서 조선의 종교사를 짧게 서술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시조 단군이 신도神道로써 교敎를 베풀고 제천으로 보본報本하였는데 부여, 고구려, 백제, 고려가 대대로 그러한 가르침을 준수하였다고 하는 부분입니다. 상고시대에 우리 조상들이 신봉하던 종교가 신도였다는 것이죠. 또 삼신三神에 대해서도 언급이 있는데 환인, 환웅, 단군을 말한다고 서술하고 있습니다. 『환단고기』에 의하면 환인, 환웅, 단군은 환국과 배달과 옛 조선의 통치자 칭호였습니다. 후대에 와서 그러한 사실이 잊혀져 환인의 아들이 환웅이고 단군은 환웅의 아들이라는 식으로 역사 축소와 왜곡이 생겨나 환인, 환웅, 단군은 한민족 역사의 신화와 전설적 영웅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환단고기』는 그런 면에서 잘못되고 곡해된우리 역사를 바로 세우는 중요한 사서라고 하겠군요. 오늘은 박은식 선생까지 이야기했으니 다음 달에는 신채호 선생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겠군요.

다음 번에는 우리 민족주의 역사학의 거두인 단재 신채호 선생과 육당 최남선 그리고 대종교의 역사서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볼까 합니다. 감사합니다.



한국의 근대사는 일본 제국주의에 의해 나라가 망해간 비극적인 역사였다. 한국의 근대사학도 그러한 아픈 역사의 모습을 하고 있지 않나 싶다. 나라가 망하자 중국으로 망명하여 그곳에서 독립운동을 벌이며 민족의 통한이 아로새겨진 『한국통사』를 집필하였던 박은식 선생의 이야기는 우리의 아픈 근대사를 돌아보게 만든다. 그러나 역사는 즐거운 것,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는 것은 아니다. 아프고직면하기 싫은 것도 모두 우리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다음 달에 그 아픔도 계속된다.